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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2화

Author: 고능비
자신이 한 일을 머릿속으로 다시 돌려보며 잘못한 게 없다고 확신한 뒤에야 정일범은 긴장을 좀 풀었다.

“일범아, 경찰들이 우리 회사에 왔는데 너희 삼 형제가 몰래 무슨 법을 어기는 짓을 한 건 아니지? 특히 우리 회사 이름으로 말이다.”

이은화는 엄숙한 표정으로 정일범에게 따져 묻기 시작했다.

정일범은 어머니의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그 말투만으로도 그녀의 사태의 심각함을 짐작할 수 있었다.

경찰들이 회사에 갔다는 말에 정일범은 깜짝 놀랐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엄마, 저희는 회사 이름으로 그런 일을 한 적 없어요. 우리는 정상적으로 사업했어요. 가끔 경쟁 회사의 사업을 뺏을 때도 가격을 올려서 정당하게 따왔거든요. 경찰들이 왜 온 거예요? 우리 회사 세금에... 문제라도?”

이은화가 꾸짖었다.

“세무 조사는 국세청에서 오는 거잖아. 경찰만 오는 게 아니야.”

정일범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정말 모르겠어요. 저희 형제는 그런 일을 한 적 없어요. 제가 장담해요.”

만약 그들의 문제라면 경찰들이 직접 형제들을 찾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은화의 말을 들어보니 형제들을 찾는다는 소리는 없었다.

“지금 어디야? 동생들도 불러서 전부 회사로 와.”

이은화가 명령했다. 아들들에게 연락한 후 그녀는 도혁찬에게도 전화를 걸어 문제가 없는지 확인했고 그제야 안심이 되었는지 이씨 그룹으로 향했다.

회사에 도착하자 경찰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경찰들이 엄숙하게 말했다.

“이은화 씨, 신고 접수되어 출동했습니다. 이은화 씨의 비서 도혁찬 씨가 총기 소지 혐의로 조사가 필요합니다. 동행하셔서 경찰서까지 함께 가주시고 조사에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도혁찬은 이은화에게만 충성했고 모든 지시는 그녀에게서만 받았다. 따라서 도혁찬의 연락처는 이은화만 알고 있었다.

다른 직원들은 도혁찬을 자주 보았지만 연락처는 없었기에 경찰들은 회사로 찾아와 이은화에게 도혁찬과 연락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경찰은 이은화가 도혁찬에게 직접 연락하여 그와 함께 경찰서에 가서 조사에 응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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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집 어머니들이 할 만한 일이라면 이은화 역시 마다하지 않을 사람이었다.분명 아들들을 사랑했지만 막상 재산을 나눌 때가 되자 아들 셋이 받은 몫은 손주들보다도 적었다.이은화가 손주들에게 조금 더 남긴 건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이 훨씬 길다는 점을 생각해서였다.반대로 정일범 형제는 돈만 생기면 흥청망청 써대고 사업이든 투자이든 늘 실패했다.그리고 내연녀들에게는 돈을 마구 퍼부었다.이은화는 아들들이 바람피운 일에 대해 겉으로는 아들들의 편을 들며 세 며느리를 달래 이혼만은 막아 보려 했지만 속으로는 남편에게서 물려받은 그 방탕한 기질을 누르지 못하는 아들들이 원망스러웠다.정군호는 그녀가 워낙 엄하게 붙잡아 둔 덕분에 속으로만 꿈틀거렸을 뿐 실제로 움직이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틈이 생기자 결국 바람이 났다.아들 셋이 밖에 숨겨 둔 여자들 역시 나중에는 모두 이은화가 압박해 강성에서 떠나게 했다. 더는 그런 여자들이 아들들의 혼인을 흔드는 일을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은화도 이제 나이가 많이 들었다. 언제까지 아들들을 붙잡아 둘 수만은 없었다.세 사돈 집안은 이씨 가문만큼의 재력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녀가 세상을 떠나고 나면 아들들을 통제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터였다.그러면 그들의 혼인도 결국은 흩어지고 말 가능성이 컸다.하여 이은화는 아들 셋에게 주는 재산을 의도적으로 많이 남기지 않았다. 밖의 여자들에게 쏟아부을 돈을 막으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손주들의 삶에까지 피해가 번지지 않게 하려는 선택이었다.손주들에게 따로 재산을 떼어 준 것도 앞으로 살아갈 길을 보장해 주기 위한 결정이었다.물론 이은화도 알고 있었다. 유언장을 그렇게 고쳐 두면 결국 그 모든 후폭풍이 딸에게 큰 짐이 되어 돌아가리라는 것을.하지만 그녀는 이윤미라면 충분히 수습해 낼 거라 믿었다. 성격도 워낙 강해서 아들들에게 눌릴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이윤미는 더 말하고 싶지 않았다.말이 길어져 봐야 소용없었다.명예와 이익 때문에 네 남매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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