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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9화

Author: 고능비
윤미라는 시어머니가 되었어도 하예진에게 감히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노씨 가문의 사람들은 어디까지나 친척일 뿐 제 자식도 아닌 사람을 붙잡고 괜히 문제를 만들 이유가 없었다. 주서인처럼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집안을 흔드는 짓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하예진 뒤에는 전씨 가문과 성씨 가문이 버티고 있었다. 특히 하예정이 언니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는 관성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만약 누군가 하예진을 건드린다면 하예정은 기필코 목숨을 걸고 맞섰을 것이고 그런 상황에서 전태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저는 이제 예전의 하예진이 아니에요. 더는 누구에게도 당하지 않을 거예요. 예전의 저는 참 어리석은 사람이었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나서 오직 남편과 아이만 바라보며 살았으니까.”

집안일과 육아에 파묻혀 자신은 돌보지도 않은 채 몸무게만 점점 불어나 결국 뚱뚱한 아줌마가 되어 버렸다. 어차피 결혼했는데 살쪄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꾸미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혼 후에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여자는, 특히 결혼한 여자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누구도 대신 사랑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 지난 일이에요. 이제는 앞만 보고 우리 삶을 잘 살아가면 돼요.”

“그래.”

노동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더 이상 아내가 지난 일을 떠올리며 상처받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 시각 주서인은 베란다에 서서 멀어져 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노동명은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잠시 후 그녀의 남편 임수찬이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예진 씨는 안 올라왔어?”

“그럴 리가요. 지금은 장애인의 아내인데 눈치라도 있어야죠.”

주서인은 비웃듯 대답했다.

그리고 질투하는 듯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노동명 씨는 몸은 불편해도 돈은 차고 넘치잖아요. 결국 예진은 호강할 팔자인 거죠죠. 재혼인데도 저런 부잣집에 들어가다니 세상에 이렇게 좋은 팔자가 어디 있겠어요?”

임수찬이 말을 이었다.

“예진 씨는 사실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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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898화

    “아저씨, 나중에 엄마랑 같이 꼭 데리러 와야 해요.”“그럼! 꼭 올게.”노동명은 대답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졌다. 아직 눈앞에 있는 아이인데도 이미 그리움이 파고들었다.우빈은 다시 주형인의 곁으로 돌아가 그의 손을 잡았다. 주형인은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였으나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럼 우리도 올라가 볼게. 우리 부모님도 지금 우빈을 기다리고 계시거든.”하예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남편과 함께 제 자리에 서서 우빈과 주형인이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우빈은 몇 걸음마다 뒤돌아보며 두 사람에게 손을 흔들었다.노동명은 간신히 자신을 다스렸다. 지금 당장 뛰어가 아이를 안아 오고 싶었지만 겨우 참고 있었다.‘주형인은 우빈의 친아빠야. 친아빠.’그는 자신을 달래며 되뇌었다. 주형인 부자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건 당연한 일이다.노동명은 새아빠일 뿐 두 사람의 사이를 가로막아서는 절대 안 되었다.다행히 이틀뿐이다.노동명은 속으로 하예정에게 고맙기만 했다. 방학 동안 우빈을 데리고 예진 리조트에 머물지 않았다면 주씨 집안 사람들은 열흘이고 반달이고 데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우빈이가 미쳐 버릴지도 모른다.게다가 주서인이 계속 곁에 있다면 우빈에게 나쁜 말들을 끊임없이 주입했을 것이다.아무리 영리한 우빈일지라도 매일 같이 듣다 보면 어느 순간 흔들릴지도 모르는 일이다.“방금 보냈는데 난 벌써 우빈이가 보고 싶어. 앞으로 이틀을 어떻게 버티지? 주형인이 우빈의 친아빠라가 아니었다면 난 우빈을 일분이라도 보내기 싫었을 거야.”노동명은 불쌍한 척 중얼거렸다.하예진은 휠체어를 밀며 걸음을 옮겼다.“그 사람은 이제 많이 달라졌어요. 적어도 아들을 지켜주려는 마음은 있잖아요. 고작 이틀이에요. 저는 부자끼리 잘 지낼 기회라고 생각해요. 우빈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마음이 바뀌었어요. 누가 뭐라고 해도 우빈은 여전히 그 집안의 유일한 손자잖아요.”서현주는 아이를 끝내 낳지 못했다. 설령 낳았다 해도 주씨 집안이 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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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우빈은 주형인을 보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달려갔다.주형인은 성큼성큼 걸음을 재촉해 아들을 와락 끌어안았다. 그는 아들의 얼굴에 몇 번이고 입을 맞추고 얼굴을 맞대며 애정을 쏟아냈다. 그 모습은 마치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아버지인 것처럼 보였다.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주형인이 아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음이 분명했다.부자간의 애정 표현이 충분히 오간 뒤에야 하예진은 노동명의 휠체어를 밀고 다가갔다.주형인의 시선이 그녀에게 닿았다. 맑은 피부, 눈가에 감도는 은은한 빛, 부드러운 미소... 그것은 그에게 보내는 미소가 아니었다.새벽까지 함께한 새 신랑과의 행복이 그녀의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던 것이다. 바로 어젯밤이 그들의 신혼 첫날밤이었으니까.“미안해. 내가 우빈을 데리러 가야 했는데...”주형인은 어색하게 고개를 숙였다. 원래는 단지 입구에서 아이를 데려가기로 했지만 서현주와 다투느라 시간을 놓쳐 하예진이 직접 들어와야 했다.“괜찮아. 몇 걸음 더 걸은 것뿐인데. 이건 우빈이 옷이랑 장난감이고 이건 우빈이가 당신 부모님께 드리라고 챙겨온 선물이야.”하예진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녀는 아들의 작은 여행 가방과 함께 세 세트의 영양제를 내밀었다.“이틀 뒤에 데리러 올게. 그때는 꼭 단지 입구에서 우빈만 보내줘. 그리고 당신 누나도 와 있지? 정한이도 함께 왔어? 아이들끼리 싸우지 않게 잘 지켜봐 줘.”하예진의 눈빛에는 단호함이 서려 있었다.우빈은 이제 무술을 배운 아이라 제법 힘이 세졌지만 어른들이 편을 가르다 보면 언제든 상처받는 쪽은 우빈이었다.그녀는 주씨 집안 사람들이 예전과 다를 바 없이 임정한만 감싸고 우빈을 괴롭힐까 봐 걱정되었다.주씨 집안에서 우빈을 진심으로 아끼는 이는 그의 아버지 주형인뿐이었다.주형인은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 이틀 뒤에 우빈을 보낼 때 털끝 하나 빠짐없이 보내줄게. 우빈은 내 유일한 아들이고 내 전부야. 내가 지키지 않으면 누가 지키겠어. 과거에는 내가 잘못했지.”그는 고백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896화

    이웃들은 열정적으로 지난 2년간 주씨 집안이 얼마나 비참하게 지냈는지를 하예진에게 전해 주었다.예전부터 하예진 자매와 가까웠던 단지의 한 아주머니가 하예진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그건 주씨 집안이 스스로 불행을 자초한 거야. 지금처럼 잘 사는 거야말로 그 집안 사람들에게는 가장 큰 복수야.”하예진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저는 누구를 복수할 마음도 없어요. 제 삶을 잘 살아가는 것만 생각해요. 남이 어떻게 사는지는 제 일과 상관없는 일이잖아요.”“맞아, 넌 마음이 넓은 사람이었지. 괜히 그 집안 사람들과 비교하지 마.”아주머니는 우빈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흐뭇하게 말했다.“우빈이가 이렇게 컸구나! 이제 유치원 다니니? 점점 더 멋져지는구나. 엄마를 쏙 빼닮았네.”“안녕하세요.”우빈이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인사를 하자 아주머니는 크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참 착하구나. 넌 정말 복덩이야.”그녀의 기억 속에서 우빈은 늘 얌전한 아이였다. 하예진이나 하예정의 손을 잡고 단지 놀이터에 나올 때마다 누구든 그 아이를 귀여워했다.그렇기에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어쩌면 저리 사랑스러운 아이를 주씨 집안 사람들은 진심으로 아껴주지 않았던 건지.우빈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손녀의 아이들을 돌보러 가면서도 정작 하예진이 홀로 아이를 키울 때는 외면했다. 만약 하예정이 곁을 지켜주지 않았다면 하예진은 이미 한계에 닿아 무너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이혼 후에도 우빈은 엄마와 함께 웃으며 살았고 그들의 삶도 나날이 나아졌다.뒤늦게 후회한 건 주씨 집안 쪽이었으나 이미 너무 늦은 뒤였다.주형인이 새로 맞아들인 여자는 하예진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젊고 예쁘다 한들 그것이 밥을 먹여주지도 않고 살림을 일구지도 못했다.주씨 집안에는 복이 없었던 것이다. 살림을 알뜰살뜰 잘 꾸리는 하예진을 붙잡지 못하고 놓쳐 버렸으니.이제 하예진은 더 나은 남자와 새로운 가정을 꾸렸다.단지의 사람들은 모두 주씨 집안이 자업자득이라고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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