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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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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4155화
선우민아가 웃으며 말했다.“창빈 씨가 집안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저는 마음이 괜히 들썩여요. 한번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그러다 보니 아예 그 집안에 마음대로 드나들고 싶다는 생각까지 스칠 때가 있었다.하지만 그런 말까지는 차마 입에 올릴 수 없었다.전창빈은 선우민아에게 언제나 친절했다.선우정아 역시 전창빈이 자신을 바라볼 때면 눈빛부터 달라진다며 그가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게 분명하다고 농담처럼 말하곤 했다.실제로 전창빈이 그녀에게 신경을 쓰는 이유 가운데 그런 마음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그녀의 까다로운 입맛 때문이었다.개인 요리사를 직접 고용한 사람이 바로 선우민아이기도 했으니 말 그대로 전창빈은 요리 때문에 이곳까지 온 셈이었다.가끔 선우민아가 전창빈과 시선이 마주칠 때면 그의 그윽한 눈빛에 자신도 모르게 특별한 의미를 떠올릴 때가 있었다.혹시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그러나 그런 상상은 이내 털어냈다.선우민아와 전창빈의 관계는 어디까지나 고용관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전창빈이 그녀에게 잘해 주는 이유도 어쩌면 그녀가 맛의 미세한 차이까지 정확히 짚어 줄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그녀의 한마디 조언은 그의 요리를 더 섬세하게 다듬는 데 큰 도움이 되었으니까.선우민아는 요리에 인생을 쏟아붓다시피 하는 그에게 그 이상 다른 이유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요리 외에는 눈에 띌 만한 취미도 없어 보였다.두세 달 가까이 지내면서 선우민아가 확실히 파악한 건 단 하나, 전창빈은 요리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뿐이었다. 그 외의 취향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그리고 선우민아가 인상 깊게 느낀 점이 있었다. 전창빈은 재벌 가문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훌륭한 교육을 받아온 사람답게 품행이 곧고 예의 바르며 웬만해서는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었다.그만큼 수양이 매우 깊었다.이런 면들을 생각해 보면 전창빈은 선우민아가 배우자로 떠올릴 만한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남자였다.전씨 가문과 선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4154화
전창빈이 의미를 알 수 없는 미묘한 웃음을 지었다.“아가씨께서 저의 조카 만월 연회에 함께 가 주신다면 우리 가족들이 정말 좋아할 겁니다. 아주 환영할 거예요.”전창빈의 가족들은 이미 선우민아를 그의 미래 아내로 보고 있었기에 자연스레 며느리로 생각하며 맞이하려 할 것이다.그러나 그는 이런 상황을 선우민아에게 알려주지 않았다.아직 서로 감정을 주고받을 만큼 가까워진 것은 아니었기에 그는 조급해할 생각도 없었다.천천히 다가가 마음을 조금씩 흔들어 두면 그다음은 자연히 이어질 터였다.선우민아가 장난스럽게 물었다.“아직 아기도 안 낳으셨는데 벌써 조카 이야기뿐이네요. 다들 아들을 기다리는 건가요? 나연의 말로는 창빈 씨 집안 어른들은 오히려 딸을 기다리신다던데요?”딸 이야기가 나오자 전창빈은 쓴웃음을 지었다.“나연 씨도 관성에 가 본 적 있으니까 우리 전씨 가문이 어떤 집안인지 아셨을 거예요. 집안 어른들이 평생 딸을 얼마나 간절히 바라왔는지도요. 사람들은 우리 가문이 남탕 같은 가문이라고 할 정도니까요. 정말 이상해요. 우리 가문 시집온 분들은 모조리 아들만 낳으셨거든요. 위로 3대를 올려봐도 딸이 단 한 명도 없죠. 우리 할머니도, 우리 엄마도, 작은어머니들도 평생 딸을 기다렸는데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셨어요. 그러다 보니 그 부담이 전부 우리 세대로 넘어왔어요. 우리 형제 아홉 명이 전부 결혼하면 할머니는 손주며느리를 아홉 명이나 보게 되잖아요? 손자가 많은 만큼 그중 누군가 증손녀를 낳아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고 계신 거죠. 우리 형수님도 아들 낳을 가능성이 크대요. 배가 길쭉하게 앞으로 튀어나온 데다 우빈이도 형수님 뱃속에 남동생이 있다고 했거든요. 조카딸은 솔직히 기대할 수가 없죠. 그래도 다음 세대의 첫아이라서 딸이든 아들이든 태어나기만 하면 다들 보물처럼 아낄 거예요.”선우민아가 웃음을 터뜨렸다.“근데 정말 이번 세대에서 누가 딸을 낳기라도 하면 전씨 가문이 난리 나겠네요. 온 집안 어른들이 그냥 하늘 위까지 떠받들 것 같은데요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4153화
선우민아가 물었다.“언제쯤 출산하세요?”선우민아에게는 전창빈을 대신해 줄 요리사가 따로 없었다.전창빈이 이틀, 사흘 정도만 쉬더라도 버틸 수는 있겠지만 휴가가 길어지면 선우민아는 그의 장기 휴가를 선뜻 허락하지 못할 터였다.전창빈의 형수님이 임신했다는 사실도, 그의 집안 사정도 선우민아는 이미 지인을 통해 전해 들었다.전창빈에게는 첫 조카가 되는 아이였고 전씨 가문에서 오랜만에 태어나는 새로운 세대의 첫아이인 만큼 전창빈이 삼촌으로서 잠시 다녀오고 싶어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정확한 날짜는 몰라요. 형한테 물어보니까 아마 두 달 정도 남은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좀 당겨질 수도 있고 늦어질 수도 있어서 확신하지 못한대요. 형수님께서 입원하시면 잠깐 다녀올 생각입니다. 산후조리원에 들어가면 방문하기도 불편하기 때문에 그때 바로 돌아올 거예요. 한 달쯤 지나면 며칠 다녀올게요. 제 첫 조카이기도 하고 우리 전씨 가문에서 오랜만에 태어나는 새 식구거든요.”선우민아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이틀이나 사흘 정도라면 언제든 괜찮아요. 하지만 사흘이 넘으면 휴가 허락은 어려울 것 같아요. 제 입맛이 까다로운 건 창빈 씨도 알잖아요. 그 때문에 요리사를 계속 바꿨던 거고. 지금은 창빈 씨 요리에 익숙해져 있고 솔직히 매우 만족하고 있어요. 휴가가 너무 길면 제가 버티기 힘들어요.”그녀는 가까운 시일 안에 전속 요리사 두 사람을 더 고용하여 교대로 출근하게 할 생각이었다.그래야 누가 자리를 비워도 그녀가 식사를 거르는 일이 생기지 않을 테니까.전창빈이 고개를 끄덕였다.“사흘은 넘기진 않을 겁니다. 저는 병문안만 하면 돼요. 형이 옆에 있기에 제가 오래 있어 봐야 도움도 안 될 것 같아요. 제가 가고 싶은 건 아기 때문이에요. 막내 지율이 태어난 뒤로 우리 가문에 십여 년 동안 새아기 태어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는 꼭 가서 보고 싶어요. 아기가 태어난 지 한 달쯤 되었을 때도 이틀만 다녀오면 충분해요. 손님들 오면 잠깐 인사드리고 다음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4152화
전창빈은 선우민아가 일부러 그렇게 말한 것임을 단번에 알아챘다.혹여 그가 거절할까 걱정하는 마음이 묻어 있었지만 그럴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오히려 바라던 말이었다.“네. 괜찮으시다면 앞으로는 제도 함께 식사하겠습니다. 먼저 식사하고 계세요. 저는 금방 후식을 준비해서 가져갈게요.”선우민아는 잠시 그를 바라보았지만 아무 말 없이 밖으로 나갔다.예전에는 특별한 식사 자리가 아니면 후식을 거의 먹지 않았고 식사를 마치면 곧바로 휴게실로 들어가 짧게라도 쉬려고 서둘렀다.그런데 이제 와서 돌아보니 전창빈이 어느새 그녀의 작은 습관들을 하나씩 바꿔 놓고 있었다.그런 작은 변화들이 그녀의 휴식 시간을 조금 더 늘려 주었고 건강도 전보다 훨씬 나아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전창빈이 준비한 후식을 들고나왔다.그는 여러 과일을 얇게 썰어 펼치듯 배열해 날개를 활짝 편 봉황 모양을 만들었고 따로 손질 필요 없는 작은 과일들은 마지막에 포인트처럼 올려두었다.“잠깐 사이에 이런 봉황을 만들 수 있다고요?”선우민아가 감탄하며 물었다.전창빈은 미소를 지었다.“별로 어려운 건 아닙니다. 아까워하지 마세요. 이런 모양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요. 접시만 크면 산수화처럼 만들 수도 있어요.”“그럼 나중에 시간 되면 큰 접시 하나 줄 테니까 정말 산수화 한 번 만들어 주세요.”전창빈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좋아하신다면 기꺼이 해 드리겠습니다. 사실 저는 그림도 조금 그립니다.”“좋아요. 시간 나면 그림 한 폭 그려서 저한테 주세요. 저는 산수화를 좋아해요. 예전에 가업을 맡기 전까지 시간이 나면 종종 그림을 그리곤 했는데 집안을 맡고 난 뒤로는 하루하루가 정신없어서 한 번도 붓을 잡아 보지 못했거든요. 저는 산수화보다는 꽃을 더 잘 그려요. 그리고 미인도요. 고전 미인을 그리는 걸 가장 좋아해요.”전창빈은 다른 젓가락을 집어 들고 선우민아의 접시에 반찬을 살며시 얹어 주었다.선우민아는 늘 혼자 식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끔 선우정아가 함께할 때면 전창빈은 미리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4151화
“언니는 저녁 약속이 있어서 여기서 계속 일할 거예요. 저녁은 직접 가져다드려요.”그녀의 말에 전창빈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전창빈은 미래의 아내가 될 사람의 저녁을 들고 조용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선우정아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나도 언젠가 나만 바라보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선우민아가 전창빈을 만난 건 분명 큰 행운이었다.아직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건 아니지만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볼 때의 시선은 이미 말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앞으로 서로 사랑하게 되어 연애도 할 것이고 양가 어른들이 반대하지 않는다면 부부로 이어지는 그림도 자연스럽게 떠올랐다.하지만 현실적인 걱정도 들었다. 선우민아는 결혼하더라도 멀리 시집갈 수 없는 사람이었다.그녀는 결혼하더라도 하루의 대부분 시간을 가업에 쏟아야 했다.그런 삶을 이해해 줄 배우자가 아니라면 오래가기 어려울 터였다.전씨 가문의 가풍이 좋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소문만으로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직접 보고, 직접 느껴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는 법이다.‘기회가 되면 가문의 어른들을 설득해서 관성으로 여행이라도 갈까? 언니만 잘 달래면 같이 갈 수도 있을 텐데... 관성에 가야만 전씨 가문의 진짜 분위기와 속살을 확인할 수 있어.’그러다가 금세 스스로 고개를 저었다.‘아니지. 언니는 누구에게 떠밀려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지.’선우민아의 삶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고 전창빈과의 관계 역시 두 사람이 알아서 풀어가야 할 문제였다.선우정아가 나설 일은 아니었다.그 시각, 전창빈은 대표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안에서 들어오라는 허락이 떨어지자 그는 문을 열었다.“아가씨, 식사 시간이 되었습니다. 얼른 식사하세요.”전창빈은 도시락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는 선우민아가 밥을 먹는 동안 다른 일에 얽매이지 않도록 책상 여기저기에 흩어진 서류들을 잘 정리해 주었다.전창빈은 늘 말했다.밥을 먹을 때만큼은 다른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식사 자체에 온전히 집중해야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4150화
선우민아는 입술을 달싹였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선우정아가 한 말도 일리가 있었다.선우민기 형제는 아직 여섯, 일곱 살밖에 되지 않았고 그 나이라면 마음껏 뛰어놀고 걱정 없이 지내는 것이 먼저였다.그녀는 그동안 자신이 너무 심하게 몰아붙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창빈 씨가 시간 날 때마다 두 꼬마랑 놀아주더라고요. 아이들 다루는 게 익숙해 보였는데 아마 집에서 동생들 봐주던 경험이 있는 것 같았어요.”선우민아가 조용히 말을 이었다.전씨 가문의 젊은 세대는 아홉 명 모두 남자아이였고 딸은 한 명도 없었다.그중 전창빈은 여섯째였고 아래로 일곱째, 여덟째, 아홉째 동생들이 줄줄이 있었다.막내는 아직 미성년이니 형들에게 둘러싸여 자랐을 것이 분명했다.그렇다. 전유하는 태어날 때부터 여덟 개의 산을 어깨에 짊어진 기분이었다.형들이 하나같이 뛰어나니 잠시라도 게을러질 수가 없었다.뒤처지지 않으려면 죽어라 따라가는 방법밖에 없었다.선우민아는 빙그레 웃음뿐 말을 잇지 않았다.시간이 갈수록 전창빈은 두꺼운 요리법 책과도 같은 존재였다.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새로운 맛이 펼쳐졌고 쉽게 질릴 틈도 없었다.그를 길러낸 전씨 가문의 어른들, 특히 전씨 할머니를 언젠가 꼭 찾아뵙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그런 손자를 키운 분이라면 분명 범상치 않을 테니까.선우정아가 손을 흔들며 사무실 밖으로 나섰다.그녀는 저녁을 먹으러 가야 했다.선우민아는 그녀와 달리 퇴근 시간에 배고플 걱정은 없었다.전창빈이 매일 저녁을 직접 준비해 그녀에게 가져다주기 때문이다.바쁠 때 선우정아도 선우민아의 사무실로 올라와 전창빈이 차린 음식을 같이 먹곤 했다.그리고 요즘 들어 선우민아의 얼굴빛이 한결 밝아진 것도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전속 요리사로 일하게 된 뒤부터라고 느꼈다.전창빈은 틈만 나면 선우민아를 위해 피부에 좋은 국까지 직접 끓여낼 만큼 세심했다.세 끼를 챙겨 받는 것도 모자라 이렇게까지 보살핌을 받으니 요즘 들어 선우민아의 얼굴빛이 부쩍 맑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