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배다현은 일부러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소정빈 쪽으로 몸을 기댔다.하지만 소정빈이 보지 못하는 각도에서 소유영을 향해 도발적인 미소를 지었다.소정빈은 어색하게 헛기침을 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얼마 전, 배다현은 소유영과 그녀의 어머니가 더는 이 집에 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소정빈에게 매달려 이 집의 안주인 노릇을 해보고 싶다면서 집으로 들어오겠다고 했었다.그는 소유영과 그녀의 어머니가 모두 집에 없고, 집안 가정부들도 감히 함부로 말하지 못하니 배다현을 며칠 머물게 해도 별문제 없을 거로 생각했다.그런데 소유영이 갑자기 돌아올 줄은 몰랐다.게다가 심하온까지 함께였다.딸과 딸의 친구에게 현장을 들킨 상황에 소정빈은 몹시 난처해졌다.소유영은 한동안 소정빈을 노려보다가 갑자기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됐어요. 어차피 난 이미 아빠한테 아무 기대도 안 하니까.”소정빈이 오랫동안 바람을 피우고 사생아까지 둔 마당에, 애인을 집으로 들여오는 정도가 뭐가 대수겠는가?이 집은 이미 오래전에 산산이 부서졌다.과거의 그 거짓된 따뜻함도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소정빈은 눈살을 찌푸렸다.“유영아,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아이고, 너무 화내지 마.”배다현이 위선적인 태도로 중재에 나섰다.“아이가 갑자기 받아들이기 힘든 건 당연해. 둘이서 천천히 얘기를...”“입 닥쳐요!”소유영이 크게 소리쳤다.배다현은 깜짝 놀라며 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소정빈을 바라봤다.“됐어. 그만하고 일단 넌 가보는 게 어때?”소정빈이 눈짓으로 배다현에게 신호를 보냈다.심하온이 없었으면 몰라도, 그녀 앞에서 소정빈은 소유영에게 아버지로서 권위를 내세우기 어려웠다.게다가 지금은 소유영과 완전히 갈라서는 것도 원치 않았다.“왜 내가 가야 해?”배다현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소정빈의 경고하는 눈빛을 보자 겁이 나서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 했다.그때 소유영이 갑자기 말했다.“잠깐, 거기 서요.”어차피 배다현이 여기까지 온 이상,
최근 그녀가 많이 성장하긴 했지만 이런 일만큼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는 게 필요했다.이혼 소송이 시작된 이후, 소유영의 어머니는 이미 집을 나갔다.더는 소정빈과 한 지붕 아래 살고 싶지 않았다. 과거의 배신과 속임수를 떠올리게 하는 그 집에 머물고 싶지도 않았다.소유영은 어머니가 이런 일로 다시 그를 마주 하고 싶지 않을 거로 생각해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좋아.”심하온이 말했다.“내가 같이 갈게.”“역시 너밖에 없어! 내가 지금 데리러 갈게!”전화를 끊고 고개를 돌려보니 정윤재도 통화를 마친 상태였다.그녀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정윤재는 곧바로 그녀를 안았다.“이따 유영이가 데리러 와. 같이 일 보러 가야 해.”“그래. 나도 이따 송서준 만나러 갈 거야.”심하온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송서준 씨 괜찮대?”“목소리 들어보니까 별로 안 괜찮은 것 같아.”심하온은 작게 한숨을 쉬고는 더 묻지 않고 그의 품에 기대 눈을 감았다.송서준은 이미 나현아의 비밀을 알고 있었고, 그건 스스로 선택한 길이었다.하지만 막상 결과를 맞이하니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두 사람은 잠시 더 누워 있다가 일어났다.심하온이 준비를 마치자 소유영에게서 전화가 왔다.이미 집 앞에 도착했다는 연락이었다.“나 먼저 갈게.”심하온이 그의 손을 잡았다.정윤재는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해.”“알았어.”심하온은 집을 나와 소유영의 차에 올랐다.운전기사가 앞에서 운전하고, 두 사람은 뒷좌석에 나란히 앉았다.차가 출발하자마자, 소유영이 심하온의 손을 잡았다.그녀의 손바닥이 식은땀으로 가득한 것을 느낀 심하온이 물었다.“유영아, 괜찮아?”소유영은 고개를 저었다.“괜찮은데... 그냥 마음이 좀 이상해.”처음의 흥분과 기쁨이 가라앉자 문득 슬픔이 밀려왔다.예전의 그녀는 자신의 집이 이런 모습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수없이 현실을 받아들이자고 다짐했지만 생각할 때마다 여전히 마음이 아팠다.
송서준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는 나현아를 바라보며 말했다.“인제 와서 거짓말할 필요 없어. 말해.”나현아는 입을 열었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겁이 나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의 앞에서 공민규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한참 후, 송서준은 조용히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그의 뒷모습을 보던 나현아는 순간 충동적으로 외쳤다.“서준 씨!”멈출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그는 발걸음을 멈췄다.나현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서준 씨... 내가 공석훈한테 줄 거라는 거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그럼 왜 날 폭로하지 않았어? 왜 계속 나랑 만났어? 왜...”‘왜 그렇게까지 잘해줬어?’마지막 질문은 부끄러움 때문인지 다른 감정 때문인지 끝내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송서준은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대답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을 때, 그가 되묻듯 말했다.“너는 어떻게 생각해?”그 말을 남기고, 그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 나갔다.나현아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문이 ‘쾅’ 하고 닫히는 순간 결국 참지 못하고 오열했다....아침, 심하온과 정윤재의 휴대폰이 거의 동시에 울렸다.두 사람 모두 아직 잠에서 덜 깬 상태로, 동시에 손을 뻗어 침대 머리맡의 휴대폰을 집었다.심하온은 휴대폰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바로 귀에 댔다.“여보세요?”전화기 너머의 사람이 잠시 멈칫했다.그리고 말했다.“심하온 씨, 저기... 윤재 있어?”“뭐?”심하온은 송서준의 목소리라는 걸 알아차리고 의아해했다.‘왜 윤재 씨를 찾으면서 나에게 전화를 했지?’눈을 뜨고 휴대폰을 확인한 순간, 잘못 집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건 정윤재의 휴대폰이었다.그와 동시에, 정윤재는 그녀의 휴대폰을 건네줬다.“소유영 씨 전화야.”심하온이 고개를 돌려보니, 정윤재는 이미 그녀의 휴대폰으로 통화를 한 상태였다.그녀는 어이없다는 듯 입꼬리를 씰룩였다.둘 다 잠이 덜 깬 상태였다.그녀는 얼른
공포가 순식간에 나현아의 얼굴을 뒤덮었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그의 손을 잡아 떼려 했지만 소용없었다.사실 그녀 자신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지금 느끼는 공포는 단순히 목이 조여서가 아니라,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껴주던 그 송서준이 이제는 완전히 돌아올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라는 것을.송서준은 눈앞의 여자를 노려봤다.목이 졸리고 있는 건 그녀인데, 정작 그는 지금 심장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숨조차 막힐 것 같았다.순간, 정말로 이대로 그녀를 죽여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자신을 끝까지 속이고, 아무리 진심을 줘도 받아들이지 않은 이 여자를 말이다.하지만 결국 그는 손을 놓았다.나현아는 거칠게 기침을 하며 숨을 몰아쉬었다. 한동안 제대로 숨을 고르지 못한 채 감히 송서준을 쳐다보지도 못했다.만약 처음부터 이런 결과를 알았다면, 그 사람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프로젝트 기밀을 훔치지 않았을 것이다.쓸데없는 욕심을 버리고 송서준과 제대로 지냈다면 지금은 전혀 다른 상황이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세상에 ‘만약’은 없었다.송서준은 다시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잠시 후,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난 분명 기회를 줬어.”나현아는 두려움과 혼란 속에서 그를 바라보며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너에게 좋게 끝낼 기회를 줬었어. 그런데 네가 스스로 다시 내 옆으로 돌아왔지.”송서준은 고통에 무뎌진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난 어리석게도 자신을 속였어. 네가 나에게 조금은 감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이렇게 계속 지내다 보면 나를 조금은 진심으로 대해줄지도 모른다고. 그런데 결국... 내가 완전히 틀렸어.”나현아는 그제야 떠올렸다.예전에 송서준이 한 번 이별을 말한 적이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거부했고, 다시 찾아가 매달리며 재회를 원했다.결국 그녀는 다시 그의 곁으로 돌아왔었다.그때의 그녀는 오늘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두 사람 사이에 다시 긴 침묵이 흘렀다.얼마나 시간이 지났
나현아는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그녀는 두려움에 떨며 모르는 척했다.“서준 씨, 무슨 말 하는 거야?”그제야 송서준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그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나현아는 흠칫 놀랐다.“왜 꼭 나를 배신해야 했어?”나현아는 변명하려 했지만 목이 막힌 것처럼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우리가 함께했던 동안, 너는 단 한 순간이라도 나에게 진심이었던 적이 없었어?”나현아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아니야...”“난 원래 모레 너를 집에 데려가려고 했어.”송서준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걸렸다.“부모님이 그렇게 반대했는데도 난 끝까지 버텼어. 결국 허락을 받았고 정말 기뻤어.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네.”나현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눈물이 쏟아져 나온 그녀는 고개를 흔들었다.“안 돼... 이러지 마. 서준 씨, 분명 오해야. 나 서준 씨를 배신한 적 없어.”송서준은 그녀의 눈물을 보면서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잠시 후, 그는 오히려 작게 웃었다.그 웃음은 나현아의 공포를 더 키웠다.송서준은 휴대폰을 꺼내 한 화면을 열어 그녀의 앞에 내밀었다.나현아가 본 것은 방금 올라온 따끈한 경제 뉴스였다.내용은 윤조 그룹의 신규 프로젝트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해 현재 프로젝트가 중단되었다는 것이었다.시작한 지 하루도 안 돼 중대한 문제가 터져 중단된 상황에, 업계에서는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었다.나현아는 그 뉴스를 급히 훑어보며 머릿속이 엉망이 되었다.‘설마... 자신이 훔친 그 핵심 기밀 때문인가?’하지만 훔칠 때 분명 여러 번 확인했었다.‘그렇다면... 그건 애초에 진짜 기밀이 아니라, 송서준이 일부러 나에게 보여준 가짜였던 걸까?’“그 가짜 자료 준비하느라 꽤 애썼어. 그래서 아주 그럴듯하지.”송서준이 미소 지었다.“봐, 너도 못 알아봤고, 윤조 그룹 사람들도 못 알아봤잖아.”나현아는 온몸이 심하게 떨렸다.뭔가 변명하고 싶었지만 머릿속이 완전히 혼란스러워
그녀는 송서준의 여자친구였다.게다가 이 기간에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한 것도 아니고 그저 곁에 있었을 뿐이었다.‘그런데 왜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를 의심한 걸까?’“송서준 어디 있어? 나 그 사람 만나야겠어!”나현아가 날카롭게 소리쳤다.그 말을 듣고서야 옆에 있던 두 여자가 반응을 보였다.하지만 그저 그녀를 한 번 쳐다봤을 뿐이었다.그리고 그 눈빛에는 어딘가 혐오가 섞여 있었다.나현아는 분노로 몸이 떨렸다.그래도 괜찮다.설령 송서준이 자신을 의심하고 있다 해도 변명할 방법은 있었다.자신은 여전히 송서준이 가장 사랑하는 여자일 것이니 나중에 사람들을 반드시 혼내주게 하리라 마음먹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이미 완전히 어두워져 집 안의 불을 켰지만 여전히 그녀의 어떤 요구도 들어주지 않았다. 물 한 잔조차 주지 않았다.배고픔과 갈증, 그리고 공포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동시에 몰려오며 그녀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그리고 한참 뒤, 아마 한밤중쯤 되었을 때였다.문이 밖에서 열렸다.나현아는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바라봤다.문 앞에 선 사람을 보는 순간, 그녀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송서준이었다.그는 예전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였다. 표정도 평소와 같았고, 검은 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바깥에서 묻어온 듯한 차가운 기운이 희미하게 느껴졌다.“서준 씨!”나현아는 그가 이쪽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자 벌떡 일어나 달려가 그대로 그의 품에 안겼다.이번에는 옆에 있던 두 여자가 그녀를 막지 않았다.‘역시 송서준만 오면 이 사람들은 아무것도 못 하네!’“서준 씨, 이 사람들이 갑자기 우리 집에 쳐들어와서 내 핸드폰을 뺏고, 못 나가게 했어. 나 진짜 너무 무서웠어!”그녀는 예전처럼 애교 섞인 목소리로 불만을 쏟아냈다.“나 오후부터 지금까지 물도 한 모금 못 마셨어. 서준 씨, 이 사람들 서준 씨가 보낸 사람이야? 도대체 무슨 일이야?”그녀가 이렇게 한참을 떠들었지만 송서준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나현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강 대표님.”정윤재의 눈빛에는 깊은 심연의 소용돌이처럼 거부할 수 없는 압박감이 깃들어 있었다.“한잔하시죠?”강선우는 눈앞의 레드 와인 병을 바라보다가 목이 바짝 말랐다.왠지 모르게 자꾸만 묘한 느낌이 들었다.정윤재, 그가 혹시 뭔가 불길한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닐까?하지만 정윤재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압박감은 거의 실체화될 정도로 강렬했고 밀폐된 방 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그물을 짜놓은 듯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다.옆에 있던 종업원이 다가와 레드 와인을 열어 한 잔 따라주고는 조용히 물러났다.강선우는 마음을 다잡고
약물에 취한 상태에서도 이 정도의 자제력을 유지하다니, 심지어 피를 토하면서까지 버틴 정윤재...그는 대체 어떤 남자일까?심하온은 아까 저녁 식사를 했던 룸으로 돌아왔다. 그 시각 룸 안은 이미 검은 옷을 입은 경호원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정윤재의 사람들이었다.장 대표와 유 대표 등은 방 안에 앉아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어리둥절했다.그녀를 본 장 대표가 즉시 질문을 꺼냈다.“심 비서! 드디어 왔네요.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래요?”장 대표의 시선에서 지금 이 상황이 확실히 이상할 따름이었다. 먼저 정윤재
김호철은 눈 앞에 펼쳐진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을 신경 쓸 겨를 없이 다급하게 심하온의 건강 상태부터 물었다.“어디 다쳤어? 의사는 뭐래?”아무래도 그녀가 커가는 모습을 지켜봐 온 사람이기에 갑자기 다쳐서 병원에 실려 왔다고 하니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뒤통수가 찬장에 부딪혔어요. 의사 선생님 말로는 가벼운 뇌진탕이고 심각한 건 아니래요.”심하온이 말했다.그제야 김호철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괜찮다니 다행이야.”그러더니 옆에 있던 정윤재와 강선우를 돌아보았다.그의 눈가에 의아한 기색이 스쳤지만 워낙 똑똑한 사람인
혹시 여자친구가 아닐까 하고 묻고 싶었지만 틀렸을 경우 무례하게 보일까 봐 망설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확실히 잘 어울렸다.“제 친구 심하온 씨에요.”“안녕하세요.”심하온이 공손하게 인사했다.정윤재와는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함께 많은 일을 겪었으니 친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하온 씨, 반가워요.”남자는 얼굴 가득 주름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서 들어오세요. 허도영 씨한테 전화 받고 바로 준비했어요. 이제 거의 다 돼가요.”가게 안에는 그들과 몇 명의 종업원들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늘 사장님이 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