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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다시 시작해도 될까

Author: 에이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26 23:39:30

신시안에게 돌아가는 길을,

자신도 조금씩 걷고 있었다.

은소예는 현관문을 닫고도 한동안 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오늘 먼저 입을 맞춘 건 자신이었다.

그 사실이 이상하게 부끄럽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 한구석이 편해졌다.

다음 날 아침.

회사에 도착하자 소예는 평소처럼 자리에 앉았다.

잠시 뒤 대표실 쪽에서 시안이 나왔다.

둘의 시선이 잠깐 마주쳤다.

“좋은 아침입니다, 은소예 대리님.”

“좋은 아침입니다, 대표님.”

완벽하게 남처럼 지나쳤다.

그런데 자리에 앉자마자 휴대폰이 울렸다.

**[어제 먼저 한 거, 후회 안 해?]**

소예는 피식 웃었다.

**[회사에서는 모르는 사이랬지.]**

바로 답장이 왔다.

**[메시지는 회사 밖으로 치자.]**

**[마음대로네.]**

**[그럼 하나만 더 물어볼게.]**

소예의 손이 멈췄다.

**[뭔데.]**

잠시 뒤.

**[우리 다시 시작해도 될까?]**

소예는 화면을 한참 바라봤다.

언젠가는 나올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받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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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상사가 전남편이라는 걸 아무도 모른다   486화. 마지막 교정

    화요일 오전 8시 10분.은소예는 식탁 위에 사진집 교정본을 펼쳐놓았다.전날 밤 붙여둔 메모지가 책장 사이사이에서 튀어나와 있었다.신시안이 커피를 내려놓으며 물었다.“어제 늦게까지 확인했어?”“응. 사진 5장 정도가 마음에 걸려.”“전부 어둡게 나온 거야?”“3장은 어두운 부분이 뭉개졌고, 2장은 색이 조금 달라.”소예는 비 오는 버스 정류장 사진을 펼쳤다.“특히 이 사진은 다시 확인하고 싶어.”시안은 원본 파일이 띄워진 태블릿과 교정본을 번갈아 봤다.“확실히 차이가 있네.”“화면에서는 유리창에 비친 불빛이 보이는데, 인쇄하니까 거의 사라졌어.”“종이 때문일 수도 있겠네.”“응. 오늘 편집자분이랑 이야기해 보려고.”소예는 교정본을 가방에 넣었다.“여보, 오늘 저녁 조금 늦을 수도 있어.”“출판사 가게?”“응. 인쇄 상태를 직접 비교해 보려고.”시안이 고개를 끄덕였다.“끝나면 연락해.”화요일 오후 4시 30분.출판사 회의실.소예는 편집자와 함께 교정본을 살펴보고 있었다.“작가님, 표시해 주신 부분 확인했습니다.”편집자는 인쇄소에서 전달받은 출력 샘플을 꺼냈다.“이 사진은 어두운 부분의 계조가 충분히 살아나지 않았네요.”소예는 샘플을 가까이 가져왔다.“원본에서는 버스 정류장 뒤쪽 건물도 조금 보이거든요.”“네. 인쇄용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차이가 생긴 것 같습니다.”“다시 조정할 수 있을까요?”“가능합니다. 다만 사진마다 밝기를 무조건 올리면 원래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어요.”소예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전체를 밝게 하기보다는 어두운 부분의 디테일만 조금 살려주세요.”편집자는 수정 사항을 기록했다.다음으로 확인한 것은 오래된 목재 창틀 사진이었다.원본보다 붉은 기운이 강하게 인쇄돼 있었다.“이건 색온도를 조금 조정해야겠네요.”“네. 원래는 회갈색에 가까웠어요.”두 사람은 사진 5장을 차례로 확인했다.마지막 사진까지 검토한 뒤 편집자가 말했다.“수정한 부분은 다시 출력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 내 상사가 전남편이라는 걸 아무도 모른다    485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주말

    월요일 오전 7시 40분.은소예는 식탁에 앉아 토스트에 딸기잼을 바르고 있었다.신시안이 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여보, 이번 주 토요일 오전 9시에 출발하자.”“어디 가는데?”“강원도.”“강원도 어디?”“가보면 알아.”소예는 토스트를 내려놓았다.“숙소는 예약했어?”“응. 1박 2일.”“바다야? 산이야?”“둘 다 볼 수 있어.”“그럼 강릉?”시안이 웃었다.“강릉은 아니야.”“속초?”“아니.”“양양?”“그만 맞혀.”소예는 웃음을 터뜨렸다.“알았어. 더 안 물어볼게.”“대신 이번 여행에는 일 안 하기.”“나 일 안 하는데?”“사진집 원고도 안 보고, 출판사 메일도 계속 확인하지 말고.”소예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급한 연락만 확인할게.”“그 정도는 괜찮지.”“대신 당신도 회사 전화 오래 받기 없기.”“약속.”두 사람은 웃으며 커피잔을 맞댔다.수요일 오후 3시 20분.NEXT ONE 본부장실.소예는 공차연과 다음 주 업무 일정을 확인하고 있었다.“금요일까지 지역 상점 캠페인 수정안 마무리할 수 있겠어요?”“네. 골드파트너스 쪽 확인만 받으면 됩니다.”“좋아요. 그럼 월요일에는 최종 자료만 확인하죠.”공차연이 일정을 표시했다.“본부장님, 이번 주말에 여행 가신다면서요?”“네. 시안 씨가 예약했어요.”“어디로 가세요?”“아직 몰라요.”“대표님이 비밀로 하셨어요?”“네. 자꾸 맞히려고 했더니 그만 물어보래요.”공차연이 웃었다.“재미있겠네요.”소예도 미소 지었다.“저도 기대돼요.”금요일 오후 7시 10분.소예는 침실에서 여행 가방을 챙기고 있었다.첫날 입을 옷으로 연한 라벤더색 니트와 크림색 롱스커트를 골랐다. 다음 날에는 하늘색 셔츠와 진청 데님을 입기로 했다.작은 진주 귀걸이와 은색 목걸이도 챙겼다.시안이 들어왔다.“짐 다 쌌어?”“거의. 그런데 날씨 많이 추워?”“저녁에는 쌀쌀할 거야.”소예는 얇은 트렌치코트를 가방 옆에 놓았다.“이거 가져가면 되

  • 내 상사가 전남편이라는 걸 아무도 모른다   484화. 돌아가는 길

    목요일 오전 7시 50분.은소예는 식탁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화면에는 사진집의 마지막 산문 제목이 적혀 있었다.《돌아가는 길》제목을 정한 지 하루가 지났지만 본문은 여전히 비어 있었다.신시안이 맞은편에 앉았다.“여보, 오늘은 일찍 일어났네.”“응. 마지막 글 때문에.”“아직 시작 못 했어?”“어디서부터 써야 할지 모르겠어.”시안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돌아가는 길이면 퇴근길도 있고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도 있잖아.”“그런데 너무 뻔하게 쓰고 싶지는 않아.”“그럼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돌아가는 길을 써.”소예는 고개를 들었다.“내가 제일 좋아하는 길?”“응. 생각나는 곳 없어?”소예는 잠시 고민했다.“있긴 하지.”“어딘데?”“비밀.”시안이 웃었다.“또 나만 빼놓고 글 쓰네.”“완성하면 보여줄게.”소예는 노트북을 닫고 출근 준비를 시작했다.금요일 오후 5시 40분.NEXT ONE 본부장실.소예는 공차연이 전달한 다음 달 캠페인 일정을 확인하고 있었다.“이번에는 촬영 장소가 4곳이네요?”“네. 매장마다 운영 시간이 달라서 촬영 일정을 나눴습니다.”“좋아요. 그런데 마지막 매장은 오후 6시 이후에 촬영하면 안 될 것 같아요.”“왜요?”“그 시간부터 손님이 많아지잖아요. 영업에 방해될 수 있어요.”공차연은 일정을 수정했다.“그럼 오전으로 변경해 볼게요.”“네. 매장 측과 먼저 확인해 주세요.”업무를 마친 소예는 가방을 챙겼다.휴대폰에는 출판사에서 보낸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작가님, 다음 주에 본문 1차 편집본을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마지막 산문은 일정대로 전달 가능하실까요?소예는 잠시 생각한 뒤 답장을 보냈다.네. 주말에 마무리해서 월요일까지 보내드리겠습니다.토요일 오전 10시 30분.소예는 혼자 지하철에 올랐다.오늘은 카메라 대신 작은 수첩만 챙겼다.목적지는 예전에 자주 걷던 동네였다.지하철역에서 나오자 익숙한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하지만 예전과 똑같지는 않았다.작은 옷가게가

  • 내 상사가 전남편이라는 걸 아무도 모른다   483화. 줄일 수 없는 페이지

    토요일 오전 9시 40분.은소예는 식탁 위에 출판사에서 보내온 종이 샘플 4장을 펼쳐놓았다.신시안이 커피를 들고 다가왔다.“아직도 종이 고민 중이야?”“응. 어제 출판사에서 제작비 때문에 페이지를 줄여야 할 수도 있다고 했잖아.”“얼마나?”“20페이지 정도.”시안은 맞은편에 앉았다.“그럼 사진도 많이 빠지겠네.”“그게 문제야. 사진만 빼면 되는 게 아니라 글 배치도 다시 해야 하거든.”소예는 두 번째 무광 용지를 집어 들었다.“나는 이 종이가 제일 마음에 들어.”“그럼 그걸로 해.”“비용이 더 든대.”“얼마나 차이 나는데?”“아직 정확한 견적은 안 왔어.”시안은 샘플을 만져봤다.“이 종이가 확실히 사진이 부드럽게 보이긴 하네.”“그렇지?”“응. 그런데 당신이 원하는 걸 전부 넣으려다가 책값이 너무 비싸지면 그것도 고민해야겠어.”소예는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그 생각이야. 처음부터 너무 비싼 책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아.”월요일 오후 1시 20분.NEXT ONE 본부장실.소예는 오전 업무를 마친 뒤 출판사에서 도착한 이메일을 확인했다.첨부파일에는 3가지 제작안이 정리돼 있었다.A안은 기존 160페이지를 유지하되 종이를 변경하는 방식이었다.B안은 선택한 무광 용지를 사용하면서 144페이지로 줄이는 방식이었다.C안은 160페이지와 무광 용지를 모두 유지하는 대신 판매가를 높이는 방식이었다.예상 판매가는 각각 18,000원, 19,000원, 23,000원이었다.소예는 자료를 꼼꼼히 읽었다.단순히 가장 저렴한 안을 고르기에는 종이마다 사진의 느낌이 달랐다.그렇다고 판매가를 크게 높이고 싶지도 않았다.그녀는 편집자에게 전화를 걸었다.“안녕하세요. 보내주신 자료 확인했습니다.”— 네, 작가님.“B안은 16페이지를 줄이는 거네요?”— 맞습니다. 인쇄 단위 때문에 16페이지씩 조정하는 게 효율적입니다.“사진을 줄이지 않고 여백이나 글 배치를 조정하는 방법도 있을까요?”— 가능합니다. 다만 일부 사진의 크기를

  • 내 상사가 전남편이라는 걸 아무도 모른다   482화. 오래된 골목의 오후

    월요일 오전 7시 30분.은소예는 식탁에 앉아 작은 수첩을 펼쳤다.첫 장에는 전날 적어둔 제목이 있었다.《오래된 골목의 오후》신시안이 커피를 내려놓으며 물었다.“아침부터 글 써?”“아니. 어제 생각난 걸 잊어버릴까 봐.”“뭔데?”“오래된 골목을 찍으면서 이상하게 문보다 문 앞에 놓인 물건들을 더 많이 찍었더라고.”“화분이나 우편함?”“응. 신발도 있고, 접어놓은 의자도 있고.”시안이 웃었다.“당신은 남들이 그냥 지나가는 걸 잘 발견하잖아.”“그런데 그걸 글로 쓰려니까 어렵네.”“왜?”“사진에 없는 이야기를 마음대로 만들어내고 싶지는 않아서.”소예는 수첩을 덮었다.“일단 오늘은 회사부터 다녀와야지.”오후 2시 10분.NEXT ONE 본부장실.공차연이 태블릿을 들고 들어왔다.“본부장님, 이번 지역 상점 캠페인 관련해서 한 가지 확인 부탁드립니다.”“네. 말씀하세요.”“참여 매장 중에서 홍보 영상에 본인 얼굴이 나오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분이 계세요.”소예는 자료를 확인했다.“그럼 얼굴이 나오지 않는 방식으로 바꾸면 되죠.”“제품이나 매장 내부만 촬영할까요?”“그것도 좋고요. 손님을 응대하는 손이나 상품을 포장하는 모습도 괜찮겠네요. 물론 촬영 동의는 다시 확인하고요.”공차연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소예는 화면을 넘겼다.“그리고 영상에 실제 매장 분위기가 잘 담겼으면 좋겠어요. 너무 연출한 느낌보다는요.”“알겠습니다.”공차연이 나간 뒤 소예는 잠시 창밖을 바라봤다.방금 자신이 했던 말이 마음에 남았다.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분까지 보여줄 필요는 없었다.사진도 마찬가지였다.화요일 오후 7시 40분.SOYE'S ROOM.소예는 두 번째 산문을 쓰기 시작했다.오래된 골목 사진 6장을 화면에 띄웠다.그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낡은 우편함이었다.그녀는 첫 문장을 적었다.골목을 걷다 보면 집보다 집 앞에 놓인 물건들이 먼저 눈에 들어올 때가 있다.다음 문장을 쓰려던 순

  • 내 상사가 전남편이라는 걸 아무도 모른다   481화. 카메라 앞에 선 은소예

    토요일 오전 9시 30분.은소예는 침대 위에 옷 4벌을 펼쳐놓고 있었다.연한 하늘색 블라우스, 아이보리색 원피스, 회색 니트, 그리고 짙은 남색 재킷.신시안은 드레스룸 문가에 기대어 그녀를 바라봤다.“여보, 아직도 못 골랐어?”“응. 작가 프로필 사진인데 너무 회사원처럼 보이면 싫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꾸민 것도 별로야.”“아이보리 원피스는?”“너무 단정하지 않아?”“단정한 게 왜?”“내가 원하는 느낌은 조금 자연스러운 거거든.”시안은 침대 위의 옷들을 살펴보다가 하늘색 블라우스를 집었다.“이건 어때?”소예가 고개를 기울였다.“그거에 뭐 입게?”“검은색 스커트.”“괜찮겠다.”소예는 블라우스를 받아 들었다.“근데 당신이 사진 찍는 거 정말 괜찮겠어?”“왜?”“나 마음에 안 들면 계속 다시 찍을 건데.”시안이 웃었다.“그 정도는 각오했어.”“한 100장 찍을 수도 있어.”“200장도 찍어줄게.”소예는 만족스럽게 웃었다.“좋아. 그럼 오늘 사진사는 신시안 씨.”오전 11시 10분.두 사람은 집에서 멀지 않은 작은 야외 정원에 도착했다.소예는 하늘색 블라우스에 검은색 미디스커트를 입고, 낮은 굽의 검은색 구두를 신었다. 머리는 자연스러운 웨이브를 살려 반쯤 묶었고, 귀에는 작은 은색 귀걸이를 착용했다.시안은 카메라를 들고 주변을 살펴봤다.“저쪽 벤치가 괜찮겠다.”“벤치에 앉아서?”“응. 뒤에 나무도 예쁘고.”소예는 벤치에 앉아 다리를 가지런히 모았다.시안이 카메라를 들었다.“자연스럽게 있어 봐.”“자연스럽게 있으라니까 더 어색하잖아.”“그럼 나 보지 말고 옆에 봐.”소예는 고개를 돌렸다.찰칵.“됐어?”“한 장.”“보여줘.”시안이 화면을 보여주자 소예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이건 너무 증명사진 같아.”“잘 나왔는데?”“표정이 굳었잖아.”“나는 좋은데.”소예가 한숨을 쉬었다.“역시 당신한테 맡기면 안 되는 건가?”“아직 시작한 지 5분이야.”시안은 웃으며 카메라를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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