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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eur: 다섯
집으로 돌아온 임수연은 힘겹게 계단을 올랐다.

현관문 앞에 겨우 다다랐지만, 열쇠를 꺼내기도 전에 갑자기 목구멍 깊은 곳에서 비릿한 피 냄새가 치밀어 올랐다.

급히 입을 틀어막았지만 붉은 피가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

병세가 점점 악화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온 힘을 다해 문을 열어보려고 했지만 끝내 버티지 못했다.

몸이 그대로 앞으로 기울어지며 계단 아래로 쓰러졌다.

눈앞이 새까맣게 변하면서 임수연은 완전히 의식을 잃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날이 밝아 있었다.

밤새 계단에 쓰러진 채 꼬박 하룻밤을 보낸 것이다.

그 긴 시간 동안 아무도 그녀를 발견하지 못했다.

바닥에 흥건하게 고인 핏자국 사이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난 임수연은 스스로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국을 끓이던 중 문득 핸드폰을 꺼내 SNS를 열어봤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임유나가 연달아 올린 게시물이었다.

사진 속에는 임철수와 강미란, 신혁준, 송지호가 선물한 갖가지 선물이 가득했다.

임유나는 마치 공주처럼 모두에게 둘러싸인 채 환하게 웃고 있었다.

행복이 넘쳐나는 얼굴이었다.

임수연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면서 말없이 화면을 껐다.

보온병에 국을 담고, 현관 앞에 남아 있던 핏자국까지 깨끗이 닦아냈다.

그리고 준비해 둔 음식을 챙겨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병실에 도착했을 때 안에는 임유나 혼자 있었다.

임수연을 보자, 임유나는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비웃듯 말했다.

“아쉽네. 조금만 늦게 왔으면 다들 볼 수 있었을 텐데.”

“엄마 아빠는 나 먹을 음식을 사러 갔어. 혁준 오빠는 내가 소음 때문에 잠을 못 잤다고 하니까, 병원장한테 가서 병동을 통째로 비워 달라고 했어.”

“지호는 지금 내 우유 데우러 갔고.”

임수연은 조용히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이번 달에만 벌써 일곱 번째야.”

“넌 우울증도 아니잖아. 계속 날 모함하는 게 그렇게 재밌어?”

임유나는 피식 비웃었다.

“재밌는데?”

“네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는 게 제일 재밌거든.”

“설마 네가 친딸이라는 이유만으로 엄마 아빠의 사랑까지 다 빼앗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

“감히 나랑 경쟁하려고?”

“내가 마음만 먹으면 넌 언제든 버림받을 수 있어. 널 무너뜨릴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임수연은 끝까지 담담한 얼굴로 그 도발을 받아냈다.

반박하고 싶은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임유나가 어떤 사람인지는 어릴 때부터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이렇게까지 악독할 줄은 몰랐을 뿐이었다.

더구나 지금의 자신은 이미 모두에게 버림받은 처지였다.

더는 잃을 것도 없었다.

더 이상 상대하고 싶지 않아서 돌아서는 순간, 임유나가 갑자기 탁자 위에 있던 보양탕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아무 망설임도 없이 자기 몸 위로 그대로 쏟아붓고는,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기 시작했다.

“수연아,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엄마 아빠가 나만 계속 돌봐준 것도, 혁준 오빠랑 지호가 나한테 잘해주는 것도 다 내 잘못이야.”

“네가 날 미워하는 거 알아.”

“그러니까 나한테 무슨 짓을 해도 괜찮아.”

쾅!

병실 문이 발에 차이면서 거칠게 열렸다.

밖에 있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안으로 뛰어들더니, 임수연을 거칠게 밀쳐낸 뒤 일제히 임유나를 감싸면서 뒤로 숨겼다.

임수연을 밀어낸 사람은 송지호였다.

힘이 워낙 세서 미처 피할 틈도 없었기에, 몸이 그대로 뒤로 날아가 깨진 그릇 파편 위로 넘어졌다.

탁자 모서리에 강하게 머리를 부딪혔고, 손바닥은 날카로운 도자기 조각에 깊게 베였다.

임수연이 힘겹게 눈을 뜨자, 뜨거운 피가 관자놀이를 타고 흘러내렸다.

아직 일어나지도 못했는데 사방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임수연, 너 미쳤어?”

“그렇게 뜨거운 국을 유나한테 들이붓다니!”

“죽으려고 작정한 거야?”

임수연은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았다.

힘겹게 몸을 일으킨 뒤 곧바로 호출 벨을 눌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의사와 간호사가 병실로 들어왔다.

임수연의 상처를 본 의료진이 피가 많이 흐르는 그녀부터 치료하려고 했지만, 그보다 먼저 네 사람이 거의 동시에 외쳤다.

“유나부터 치료해주세요!”

의사는 임유나의 목을 살펴봤다.

붉게 달아오른 자국은 있었지만 심한 화상은 아니었다.

의사는 차분히 설명했다.

“임유나 씨는 크게 다친 게 아닙니다.”

“잠시 후 화상 연고만 발라주면 괜찮습니다.”

“오히려 이분은 출혈이 심합니다. 먼저 상처를 꿰매야 합니다.”

하지만 의사는 임유나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미처 알지 못했다.

네 사람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다시 말했다.

“다른 사람은 됐습니다. 유나부터 봐주세요.”

‘다른 사람은 됐다고?’

그 한마디에 임수연은 순간 멍해졌다.

상처가 더 아픈 건지, 아니면 마음이 더 아픈 건지 알 수 없었다.

임수연은 더 이상 병실에 머물지 않았다.

상처를 손으로 눌러 막은 채 혼자 응급실로 향한 뒤, 봉합 치료를 받고 상처를 꿰맸다.

치료를 마친 뒤에는 혼자 수납 창구로 걸어갔다.

자신의 차례가 되자, 주머니를 뒤적이다 한참을 찾은 끝에 구겨진 지폐와 동전 몇 개를 하나씩 꺼냈다.

그렇게 한참 동안 돈을 하나하나 맞춰 겨우 치료비를 계산했다.

수납을 하던 직원은 창구 위에 수북이 쌓인 잔돈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카드나 계좌이체는 안 되세요?”

“간편결제도 없고요?”

임수연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아직 대학도 졸업하지 못했어요.”

“집에서 생활비를 주지 않아서 이 돈도 전부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거예요.”

말을 마친 임수연은 간호사의 놀란 시선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영수증을 받아 들고 조용히 돌아섰다.

병원을 나서자 입구에 신혁준과 송지호가 서 있었다.

신혁준은 굳은 얼굴로 임수연을 바라봤다. 눈빛에는 노골적인 불쾌함이 담겨 있었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넌 이미 가족도 되찾았잖아.”

“그런데 왜 계속 유나를 괴롭히는 거야?”

“유나는 이제 네 자리를 빼앗을 수도 없잖아.”

곁에 있던 송지호도 말을 이었다.

“가족을 찾은 뒤부터 넌 완전히 달라졌어. 예전의 넌 이런 사람이 아니었잖아.”

‘예전?’

임수연은 속으로 씁쓸하게 되뇌었다. 하지만 예전의 신혁준과 송지호 역시 지금과는 전혀 달랐다.

신혁준은 명문가의 도련님이었다.

온화하고 품위 있는 사람이었고, 예의도 바른 사람이었다.

그래서 임수연이 가정부의 딸이라는 이유로 한 번도 무시한 적이 없었다.

초라한 모습으로 있을 때마다 먼저 손을 내밀어 주었다.

해외에서 사 온 초콜릿을 몰래 챙겨주기도 했고, 영어 회화를 직접 가르쳐주기도 했다.

구석에 숨어 울고 있는 날이면 말없이 따뜻한 손수건을 건네주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임수연은 그런 신혁준을 좋아하게 되었다.

신혁준은 끝내 알지 못했을 것이다.

친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그가 자신의 약혼자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임수연이 얼마나 기뻤는지.

송지호는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두 사람은 같은 진흙탕에서 함께 자랐다.

외롭고 힘겨웠던 시간들을 서로 의지하며 버텨냈다.

늘 함께 학교에 다녔고, 임유나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면 송지호는 가슴 아파하며 그녀를 꼭 안아주었다.

한여름 땡볕 아래에서 두 달 동안 전단지를 돌린 적도 있었다.

임수연이 진열장 앞에서 한 번 바라봤던 목걸이를 사주기 위해서였다.

그때 송지호는 이렇게 말했다.

“유나는 임씨 가문의 공주겠지.”

“하지만 수연이는 나만의 공주야.”

“무슨 일이 생겨도 난 항상 네 편이야.”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지금의 송지호는 그녀를 감싸주기는커녕 차가운 말만 내뱉었다.

임수연은 두 사람을 바라보더니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차라리 날 다시 찾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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