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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곽효영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회사는 큰 회사가 아니라서 가지고 있는 차가 고작 2억 정도밖에 안 된다.

그러던 그때.

“이 차 내 거야.”

임운기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의 말에 주혜영, 곽효영 그리고 뚱보는 모두 재빨리 임운기를 바라보았다.

“풉! 장난치지 마.”

뚱보는 웃으며 임운기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솔직히 그는 임운기의 집안 상황을 매우 잘 알고 있기에 당연히 임운기의 말을 농담으로 받아들였다.

“흥, 네 꼴을 봐. 람보르기니가 웬 말이야? 자전거를 타면 모를까.”

“시장 바닥에서 팔 법한 옷만 입고 다니는 놈이 정말 뻔뻔하네. 너랑 함께 서 있는 것도 창피하다.”

주혜영의 말에 곽효영마저 맞장구치며 실망한 듯 고개를 저었다.

만약 오늘 그녀에게 소개해 줄 상대가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진작 알았더라면 그녀는 절대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이 비아냥을 받은 임운기는 아무렇지 않은 듯 덤덤하게 말을 툭 내뱉었다.

“미안한데, 농담 아니야. 거짓말도 아니고. 이 차 정말 내 거 맞아.”

그러던 그때 람보르기니의 차 문이 갑자기 열리자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나타났다.

임운기는 한눈에 이 중년 남자를 알아보았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람보르기니의 매니저였다.

그 사람을 본 주혜영이 얼른 입을 열었다.

“저 사람이 차주잖아. 임운기, 아까 저 차가 네 차라며? 차주가 나타났으니 네 거짓말도 들통난 거나 마찬가지인데 하하. 무슨 말이라도 해봐?”

“아니야! 저 사람 람보르기니 가게의 매니저야. 나도 전에 한 번 만난 적이 있어!”

곽효영이 갑자기 끼어들었다.

“람보르기니 매니저? 그러면 여기 왜 왔어? 람보르기니를 끌고?”

주혜영은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바로 이때 뚱보가 갑자기 앞을 쳐다보며 말했다.

“어, 그 사람…… 우리 쪽으로 오고 있는데?”

주혜영과 곽효영은 그의 말에 얼른 고개를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매니저가 그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많은 사람의 시선이 지켜보는 가운데 매니저가 웃음을 지으며 임운기 몇 사람 앞에 왔다.

“임운기 씨, 차를 드리려 왔습니다. 차키 여기에 있습니다!”

매니저가 허리를 굽히고 두 손으로 차 키를 임운기에게 건넸다.

그 모습을 본 세 사람은 마치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도 맞은 듯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그들은 매니저가 임운기에게 차 키를 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임운기가 정말 이 차의 주인이란 말인가?’

“늦은 시간에 고생하셨습니다!”

임운기는 덤덤하게 차 키를 받았다.

“고생이라니요. 필요하시면 새벽 2시라도 언제든지 대기하겠습니다.”

이에 매니저가 환한 미소로 대답했다.

“그럼 저 이만 먼저 가겠습니다. 차에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불러주세요.”

여전히 공손한 태도로 미소 짓던 매니저는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그가 떠난 뒤, 임운기는 머리를 돌려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이제 이게 내 차라는 게 믿기지?”

살짝 비튼 입꼬리에서 새어 나온 소리에 세 사람은 그제야 정신을 번쩍 차렸다.

“꿀꺽!”

주혜영과 곽효영은 마른침을 삼켰다. 두 사람은 눈앞의 사실이 믿기지 않았지만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임운기가 이렇게 고가의 외제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라는 걸 생각하자 마음속에 작은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 이런 스포츠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모두 억만장자니까.

이때 곽효영이 갑자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운기야, 아까는 내가 머리가 잠깐 어떻게 됐나 봐. 너한테 그런 태도로 대하다니 정말 미안해. 아니면 이러는 게 어때? 우리 다시 들어가서 술 한잔하며 풀자. 내가 사과의 의미로 술 살게!”

곽효영은 말하면서 임운기 쪽으로 다가가더니 그의 팔짱을 끼려고 슬쩍 몸을 붙였다.

손바닥 뒤집는 듯 변한 그녀의 태도에 임운기는 웃음이 났다.

‘속물인 걸 티 내는 것도 아니고.’

그는 곽효영의 태도 변화가 돈 때문이라는 걸 당연히 알고 있었다. 이에 그녀를 밀어냈다.

“내가 원한다면 너보다 나은 여자들이 나한테 들러 붙을걸. 니가 그리 대단한 줄 알아?”

아니나 다를까 짙은 화장을 한 여러 명의 여자가 임운기에게 다가왔다.

“오빠, 전화번호 뭐예요?”

“오빠, 술 한 잔 하실래요?”

“오빠. 오늘 밤에 뭐 하세요?”

……

여자들은 그에게 말을 걸며 은근슬쩍 그의 몸에 자기 몸을 바싹 붙였다. 대부분 짙은 화장을 한 여자들이었지만 몸매며 얼굴이며 모두 곽효영보다 예뻤다.

이때 임운기가 고개를 들더니 덤덤하게 말했다.

“곽효영, 봤지? 나한테 여자는 얼마든지 있어. 그러니 너 같은 쓰레기는 필요 없어.”

쓰레기라는 말에 곽효영의 얼굴은 일순 빨갛게 달아올랐다.

만약 보통 사람이 그녀에게 이런 말을 한다면 그녀는 당장 화를 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감히 임운게에게 화를 내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가 몰고 다니는 차만으로도 그녀보다 돈이 많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증명할 수 있으니까!

그때, 임운기는 지갑에서 돈 한 웅큼을 꺼내 자꾸만 들러붙는 여자들에게 던졌다.

“이 돈 가지고 꺼져. 당신들한테도 관심 없으니까.”

이미 얼마만큼 많은 사람의 손을 탔는지도 모르는 여자들에게 그는 흥미가 없다.

“오빠 고마워요!”

여자들은 돈을 받자 활짝 웃으며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더니 떠나버렸다.

그녀들의 얼굴에는 모욕을 당해도 슬픈 표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어찌 됐건 고급 외제 차를 타고 다니는 부자가 그녀들을 무시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으니.

곧이어 임운기는 옆에 있는 주혜영을 바라보았다.

술집에 있을 때 그녀도 임운기를 참 많이 비웃었다.

그의 눈빛에 주혜영은 얼른 억지웃음을 짜냈다.

“운기야, 오해였어…… 오해. 내가 정말 눈이 삐었었나 봐. 내가 사과할 게. 내 남자친구를 봐서라도 한 번만 용서해 줘.”

“뚱보를 봐서 이번 한 번은 넘어 갈게. 그런데 다음은 없다는 거 기억해 둬.”

임운기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제야 주혜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임운기의 눈빛은 이번에 뚱보에게 떨어졌다.

“운기야, 너…… 너…….”

그는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한 모습이었다.

그가 알고 있는 임운기는 집안이 몹시 가난한데 어떻게 람보르기니를 살 수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뚱보야, 차에 타. 학교로 데려다 줄게. 가면서 얘기하자.”

임운기는 뚱보의 어깨를 두드렸다.

“자기야, 빨리 가! 나는 효영이랑 택시 타고 가면 돼.”

주혜영은 얼른 뚱보를 밀었다.

그제야 뚱보는 고개를 끄덕이며 기대에 찬 표정으로 람보르기니에 올라탔다.

우르릉!

그리고 람보르기니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부러운 눈빛 속에서 떠났다.

……

차 안.

“역시 람보르기니는 다르다니까. 이 속도감과 소리 정말 대박이야.”

임운기가 웃으며 감탄했다.

뚱보의 집에도 제타가 한 대 있었는데, 그는 자주 몰래 몰고 나와 임운기에게 운전을 가르치곤 했었다.

“그걸 말이라고 해? 이거 람보르기니잖아. 엔진 V12짜리. 내가 이 차를 타다니 정말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

뚱보는 흥분한 표정이었다.

곧이어 그는 고개를 돌려 임운기를 바라보더니 참지 못하고 물었다.

“운기야, 이제 말해 줄래?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네가 어떻게 람보르기니를 사게 된 거야?”

뚱보는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

“너 혹시 류충재를 알아?”

임운기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류충재? 서남 갑부잖아! 그걸 누가 몰라!”

“류충재가 내 외할아버지야.”

임운기는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뚱보를 향해 빙그레 웃었다.

“뭐? 네가 류충재의 외손자라고?”

뚱보는 놀란 나머지 두 눈을 크게 뜨며 꽥 소리 질렀다.

“운기야, 농담이지? 너 류충재의 외손자야?”

그는 임운기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건 친한 친구가 갑자기 자기가 삼X 오너 일가 자식이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었으니까.

하지만 임운기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가볍게 웃었다.

“나도 안 지 얼마 안 돼. 나도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어. 그런데 사실이야. 그게 아니라면 내가 람보르기니를 타고 다니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뚱보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믿기지 않아도 람보르기가 떡하니 눈앞에 있으니 믿지 않을 수 없었다.

“너 혹시 정백정이 왜 잘렸는지 알아?”

그때 운전하고 있던 임운기가 갑자기 물었다.

“왜 잘렸는데?”

“내가 학교에 20억을 기부했거든. 그리고 그 대신 정백정을 자르라고 했어.”

임운기의 덤덤한 말에 뚱보의 눈은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기세였다.

“헐! 학교에 20억 기부했다던 부자가 너였어? 이제야 그날 네가 왜 정백정이 안 무섭다고 했는지 알겠네. 난 또 네가 실연당하고 머리가 어떻게 된 줄 알았는데…… 학교에서 정백정 짜를 거라는 걸 미리 알고 있어서 그런 거였구나!”

그는 이제야 알았다는 듯 허벅지를 탁 두드리더니 흥분한 어투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장호기도 있잖아! 네가 장호기와 말다툼을 하고 심지어 그를 때리기까지 해서 왜 그러나 했는데 이제야 이해가 가네. 그게 다 네가 갑부의 외손자라서 그럴 수 있었던 거였어!”

임운기의 신분을 알게 되자 이제껏 의아했던 것들이 모두 답을 찾은 것만 같았다!

“맞아.”

임운기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해! 아주 대단해! 하하!”

너무 흥분한 나머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뚱보는 대단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예전에 학교에서 우리 괴롭히는 사람 얼마나 많았냐. 그런데 이제부터는 누가 괴롭힌다면 그냥 주먹 날려. 문제 생기면 내가 다 해결해 줄 테니까!”

임운기는 자신만만한 말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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