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뜨끈뜨끈.☆_☆
태겸은 손에 들고 있던 맥주 캔을 천천히 굴렸다.손끝으로 캔 표면을 가볍게 문지르던 그가 시선을 내렸다.“……미안해.”지원이 얼른 고개를 저었다.“아니.”“…….”“미안하라고 한 이야기가 아니고.”지원은 괜히 머쓱한 듯 웃었다.그러다 잠시 망설이며 태겸을 올려다봤다.“……근데.”“응?”“왜 그랬는지 말해 주면 안 돼?”조심스러운 목소리였다.태겸은 손에 들고 있던 맥주 캔을 식탁에 내려놓았다.그리고 지원을 바라봤다.자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눈빛.그 눈을 마주 보고 있자니 조금 전까지 불편했던 마음이 떠올랐다.김우진을 바라보던 자신의 시선.지원의 배를 가렸던 손.그리고 이제야 알아차린 마음까지.‘…….’태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안 아플 때.”“응?”“컨디션 좋을 때. 그때 말할게.”“…….”지원이 눈을 깜빡였다.“……진짜?”“응.”태겸이 고개를 끄덕였다.“약속.”그러고는 한 손을 들어 지원 앞으로 내밀었다.길게 뻗은 새끼손가락.“……?”지원은 그 손가락을 내려다봤다.그러다 입꼬리가 스르르 올라갔다.“……응.”지원도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두 사람의 손가락이 살며시 걸렸다.꼭.“…….”“…….”잠시 서로의 눈을 바라보던 지원이 먼저 웃음을 터뜨렸다.“후후.”태겸도 결국 따라 웃었다.그때.태겸의 시선이 지원의 머리카락으로 향했다.아직 끝부분이 촉촉했다.“……머리.”“응?”“말려줄까?”“……어?”지원의 눈이 동그래졌다.“오빠가?”“응.”태겸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해 본 적은 없는데.”“…….”“감기 심해질까 봐. 겨우 좀 나아지는 것 같은데.”지원이 당황한 얼굴로 웃었다.“아, 아니야. 내가 얼른 하고 올게.”지원이 의자에서 일어나려던 순간.먼저 자리에서 일어난 태겸이 한 걸음 다가왔다.그의 두 손이 지원의 양쪽 어깨에 가볍게 닿았다.툭.“앉아 있어.”“……?”태겸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죽부터 먹어.”“…….”“그거 되게
지원의 눈이 동그래졌다.“……응?”그제야 태겸도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아.”입술을 살짝 다문 그가 헛기침을 했다.“크흠.”지원은 눈을 깜빡이며 그를 바라봤다.태겸은 괜히 시선을 돌렸다.“……아니. 단발도 잘 어울릴 것 같다는 거지.”“…….”지원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뭐야.’괜히 좀 머쓱해졌다.태겸도 민망한지 손끝으로 목덜미를 한 번 쓸었다.그러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화제를 돌렸다.“내일 일정은?”“아, 내일?”지원도 얼른 대답했다.“다음 촬영할 곳 답사도 가고, 사진도 좀 골라야 하고.”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말을 이었다.“일은 그 정도만 하면 끝이야.”“그래?”“그리고 여섯 시 비행기 타야 하고.”“……아.”태겸이 고개를 끄덕였다.“……내일 6시?”짧은 대답이었다.지원은 그런 그를 잠깐 바라봤다.태겸의 시선이 잠시 아래로 향했다.입가에 머물던 미소도 조금 옅어졌다.그때.띵동.객실 벨이 울렸다.“아.”태겸이 고개를 들었다.“죽 왔나 보다.”그는 현관으로 걸어갔다.문을 열자 호텔 직원이 정중하게 인사했다.“주문하신 야채죽입니다.”“감사합니다.”태겸은 트레이를 받아 들었다.지원도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태겸이 식탁 위에 트레이를 올려놓자 지원이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뚜껑을 열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고소한 향이 식탁 위로 퍼졌다.“와…….”지원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맛있겠다.”태겸은 미소를 지으며 작은 그릇에 죽을 적당히 덜었다.그리고 숟가락으로 천천히 저었다.“잠깐만.”“응?”태겸이 죽을 한 숟갈 떴다.후우.뜨거운 김이 올라오자 입술을 살짝 모아 바람을 불었다.후우.다시 한 번.조심스럽게 열기를 식힌 뒤 죽을 그릇에 내려놓았다.그릇을 지원 앞으로 밀어주며 말했다.“먹어 봐. 천천히.”“…….”지원은 태겸을 잠시 바라봤다.그는 아직도 그릇에서 올라오는 김을 살피고 있었다.‘…….’지원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지원은 머리카락을 털던 손을 내렸다.그리고 느슨하게 벌어진 가운 깃을 한 손으로 슬며시 여몄다.방금 전까지는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태겸이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자 뒤늦게 민망해졌다.“……어.”지원은 괜히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여기 있었네?”“…….”태겸은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조금 전까지 자신을 답답하게 만들던 감정.이제야 그 이유를 명확히 알았다.다른 남자가 지원을 보는 게 싫었던 이유.그녀가 자꾸 신경 쓰였던 이유.자신도 모르게 손이 먼저 나갔던 이유까지.‘…….’태겸의 시선이 다시 지원에게 머물렀다.‘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서지원.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그 사실을 인정하자 마음 한쪽을 짓누르던 답답함이 조금씩 사라졌다.대신.지원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태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지원은 그런 그를 올려다봤다.‘……왜 저렇게 보시지?’조금 전 식당에서와는 달랐다.다시 장 볼 때의 태겸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아니.어쩐지 그때보다 표정이 밝아진 것 같기도 했다.지원은 괜히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태겸은 손에 들고 있던 맥주 캔을 통창 옆 작은 테이블에 내려놓았다.그러고는 소파로 걸어가 앉았다.지원도 그를 따라 몇 걸음 다가갔다.“……오빠.”“응?”태겸이 고개를 들었다.지원은 잠시 망설였다.그러다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기분 안 좋아요?”“…….”태겸은 그녀를 바라보다 낮게 웃었다.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아니.”“……?”그의 입꼬리가 부드럽게 올라갔다.“좋아졌어.”“……응?”지원의 눈이 깜빡였다.그러다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그러면.”태겸이 그녀를 바라봤다.지원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안 좋긴 했었다는 거네?”“응.”태겸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안 좋았어.”“……!”지원의 눈이 동그래졌다.이렇게 쉽게 인정할 줄은 몰랐다.지원은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왜?”“…….”태겸은 잠시 그녀를
김우진이 서지원을 좋아한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예상했던 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왜 오늘은 유독 마음이 불편했던 걸까. ‘…….’ 막상 만나 보니 김우진이 너무 잘생겨서?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라서? 태겸은 미간을 살짝 좁혔다. ‘……그것도 마음에 안 들긴 하지.’ 지원 옆에 서 있는 김우진은 누가 봐도 잘 어울리는 남자였다. 그 사실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었다. 태겸의 입술이 꾹 다물어졌다. 이름 대신 자연스럽게 부르던 애칭. 지원의 얼굴을 가까이 들여다보던 눈빛. 그리고 그를 대하는 지원의 익숙한 태도까지. ‘…….’ 사실 따지자면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태겸은 소파 등받이에 고개를 기대며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후.” 오늘 하루가 떠올랐다. 지원과 함께 병원에 가고. 옷을 사고. 나란히 카트를 밀며 장을 보고. 별것 아닌 이야기에도 웃음이 터지던 시간들. 평범한 하루였지만. 어쩐지 데이트를 하는 것 같기도 했다. ‘…….’ 태겸의 입가에 잠깐 옅은 미소가 스쳤다. 그러나 곧 다시 사라졌다. 그런데. 복도에서 김우진을 만난 순간부터 모든 게 달라졌다. 고작 그를 마주쳤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좋았던 기분이 한순간에 가라앉을 수 있는 걸까. “……아닌데.” 태겸이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눈썹 사이가 조금 더 좁아졌다. 분명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명확하게 잡히지 않았다. ‘……후.’ 태겸은 결국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냉장고 앞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 차가운 맥주 캔 하나를 꺼냈다. 칙. 캔이 열리며 경쾌한 소리가 났다. 태겸은 한 모금을 천천히 넘겼다. 차가운 탄산이 목을 타고 내려갔다. 하지만 답답한 속은 조금도 풀리지 않았다. “…….” 그는 맥주 캔을 든 채 통창 앞으로 걸어갔다. 유리 너머로 도쿄의 야경이 펼쳐져 있었다. 수많은 불빛이 빼곡하게 들어찬 거리. 높은 건물 사이로 자동차 불빛들이
지원의 눈이 동그래졌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아, 진짜……!” 지원이 당황한 얼굴로 태겸을 올려다봤다. 태겸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 채 그녀와 눈을 맞추고 있었다. “왜?” 지원은 입술을 달싹이다가 결국 시선을 피했다. 괜히 손에 들고 있던 가운을 끌어안았다. 태겸의 입꼬리가 조금 더 올라갔다. 그러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맘 놓고 씻어.” “…….” “대신.” 지원이 슬쩍 눈을 들었다. “30분만.” “……?” 태겸이 그녀를 내려다봤다. “너무 오래 있으면 더 처져.” “아…….” “한 시간 뒤에 야채죽 가져다 달라고 했어.” 잠시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 “그거 먹고 약 먹어야지.” “…….” 지원은 눈만 몇 번 깜빡였다. 태겸은 여전히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다정한 눈빛. 그런데 조금 전 그 말이 자꾸만 귓가에 맴돌았다. 안 잡아먹어. ‘……으.’ 지원은 괜히 뜨거워지는 볼을 의식하며 손등으로 이마를 쓸었다. “……알겠어.” 태겸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동안 일 좀 해야겠다.” 그러고는 욕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지원은 가운과 입욕제를 든 채 그를 따라갔다. ────────── 욕실에 들어선 태겸은 곧장 욕조 앞으로 다가갔다. 쏴아아― 수도꼭지를 틀자 물줄기가 욕조 안으로 쏟아졌다. 태겸은 손끝을 물에 가져다 댔다. 온도를 확인한 뒤 손잡이를 조금 돌렸다. “……음.” 잠시 후 다시 물에 손을 대봤다. “이 정도면 되겠네.” 지원은 욕실 문 앞에 서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태겸은 입욕제를 욕조 가장자리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바닥에 놓인 미끄럼 방지 매트를 발끝으로 살짝 정리했다. 수건도 손이 닿기 쉬운 곳에 가지런히 걸어 두었다. “…….” 지원의 시선이 그의 손끝을 따라 움직였다. 그때 태겸이 고개를 돌렸다. “됐어.” 태겸이 턱으로 욕조를 가볍게 가리켰다. “들어가서 좀 쉬다 나와.” “…….” 지원은 잠시 그를 바라봤다.
문이 닫히자 조용한 정적이 흘렀다.지원은 객실 안으로 몇 걸음 들어서다 멈췄다.“……와.”넓게 펼쳐진 거실.은은한 간접조명과 차분한 우드톤 인테리어.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통창 너머로 도쿄의 야경이 펼쳐져 있었다.수없이 많은 불빛이 밤하늘 아래 반짝였다.지원은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주변을 둘러봤다.‘……호텔 맞아?’호텔 객실이라기보다 작은 펜트하우스 같았다.그녀는 통창 앞으로 몇 걸음 다가갔다.유리 너머로 펼쳐진 도쿄의 야경.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 저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야경 진짜 예쁘다.”태겸은 그런 지원을 잠시 바라봤다.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지원아.”“응?”“손부터 씻자.”“아, 응.”지원이 고개를 끄덕였다.태겸은 포장해 온 튀김을 식탁 위에 내려놓고 욕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지원도 그의 뒤를 따라갔다.──────────욕실 역시 넓고 고급스러웠다.밝은 대리석 벽면과 커다란 거울.그리고 안쪽에 자리한 넓은 욕조.지원은 세면대에서 손을 씻다가 무심코 시선을 돌렸다.‘…….’욕조가 눈에 들어왔다.몸을 푹 담그고도 남을 만큼 넉넉한 크기였다.지원의 손끝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좋겠다.’어제부터 객실 에어컨 때문에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몸살 기운에 촬영장을 돌아다녔고, 병원까지 다녀온 몸이었다.지금도 팔다리가 조금씩 무거웠다.‘뜨거운 물에 몸 좀 담그면…….’지원은 욕조를 바라봤다.따뜻한 물속에 몸을 담그고 눈을 감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아.’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눈을 깜빡였다.‘무슨 생각이야.’지원은 혼자 입꼬리를 올렸다.그리고 서둘러 손의 물기를 닦았다.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태겸이 잠시 욕조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지원은 그런 태겸을 알아채지 못한 채 욕실을 나섰다.──────────거실로 돌아온 태겸은 쇼핑백부터 정리하기 시작했다.아까 식품관에서 산 과일과 음료를 냉장고에 차곡차곡 넣었다.포장해 온 튀김도 접시에 옮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