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임예진의 재판은 빠르게 진행됐다.고의로 냉동고 온도를 올린 점, 환풍구를 막은 점, 구조 수단을 파괴한 점 등 여러 증거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1심 판결이 내려진 날, 셋째 오빠는 법원 앞에 서서 잿빛 하늘을 올려다봤다.기자가 달려와 마이크를 얼굴에 들이댔다.“임 변호사님, 아니, 임경택 씨. 이번 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셋째 오빠는 고개를 숙여 기자를 한 번 바라봤다.“형량이 너무 가벼워요.”그 말을 마지막으로 셋째 오빠는 몸을 돌려 차에 올랐고, 다시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그 후 내 영혼은 임씨 저택에 오랫동안 머물렀다.늦가을이 한겨울로 바뀌는 모습을 지켜볼 만큼 오랜 시간이었다.큰오빠는 누구도 출입할 수 없게 내 방을 잠가 버렸다.하지만 주말이면 직접 문을 열고 들어와 내 침대 옆에 앉아 오후 내내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책상 위에는 내가 완성하지 못한 두 번째 자단목 조각품이 놓여 있었다.반쯤 새겨진 윤곽으로, 작은 토끼 모양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나는 토끼띠였다.큰오빠는 그것을 한 번 집어 보고는 제자리에 내려놓았다.다음 주에 와서는 또 한 번 집어 들었다.마치 내가 돌아와 그것을 완성해 주기를 기다리는 듯이.둘째 오빠는 내 진료 기록을 병원 시스템에서 출력해 자신의 서재 책상 유리판 아래에 눌러 두었다.X-ray 사진에는 17살 소녀의 무릎 관절이 찍혀 있었다.하지만 그 관절의 퇴행 정도는 예순 살 노인과 다를 바 없었다.둘째 오빠는 매일 책상에 앉을 때마다 그 X-ray 사진을 보게 됐다.셋째 오빠는 자신이 으스러뜨린 비상 스위치 버튼을 투명한 레진 블록에 넣어 침대 머리맡에 두었다.산산이 부서진 빨간 플라스틱 조각과 말라붙은 핏자국이 투명한 레진 사이에 갇혀 마치 호박 보석처럼 보였다.셋째 오빠는 매일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매일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그것을 보았다.나는 알았다. 이것이 세 사람이 스스로에게 내린 형벌이라는 것을.어떤 법보다 무거웠고, 형기도 없었다.평생 끝나
임예진이 끌려 나갈 무렵, 거리의 가로등은 하나둘 불을 밝히고 있었다.경찰차의 붉고 푸른 경광등이 저택의 하얀 벽을 번갈아 비췄다.임예진은 두 여경의 부축을 받으며 문을 나섰다.머리는 흐트러지고 얼굴의 눈물 자국은 아직 마르지 않았으며, 입에서는 같은 말만 반복해서 흘러나왔다.“큰오빠, 나 좀 살려주세요... 둘째 오빠... 셋째 오빠... 나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하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세 사람은 거실 통유리창 앞에 선 채, 누구 하나 밖을 바라보지도 않았다.경찰차가 출발하고, 후미등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저택은 다시 고요해졌다.집사는 장례지도사들을 데리고 지하실로 내려갔다.나도 그 사람들을 따라 냉동고 안으로 들어갔다.장례지도사들은 죽음을 수없이 접해 본 사람들이었지만, 냉동고 문을 여는 순간 책임자로 보이는 중년 남자는 잠시 멈칫했다.중년 남자는 웅크린 시신을 한 번 보고, 온도 조절 패널의 숫자를 한 번 확인한 뒤 한참 동안 말이 없다가 동료들을 불렀다.장례지도사들은 아주 조심스럽게 움직였다.내 시신을 벽 쪽에서 옮기려던 장례지도사들은 옷이 바닥에 얼어붙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어쩔 수 없이 따뜻한 물로 조금씩 녹여 가며 떼어 내야 했다.나는 그 위에 떠서 지켜보며 생각했다.‘사람이 죽고 나면, 시신을 수습하는 것도 이렇게나 번거롭구나.’큰오빠가 들어왔을 때, 장례지도사들은 나를 들것에 올리고 있었다.큰오빠는 문 앞에 서서 한참을 바라봤다.그러고는 걸어와 쪼그려 앉더니, 자신의 외투를 벗어 들것 위에 누운, 하얀 천으로 덮인 내 몸 위에 덮어주었다.“얘는 추위를 많이 타요.”큰오빠의 목소리는 잔뜩 잠겨 있었다.“어릴 때부터 그랬어요.”장례지도사들은 서로 눈빛만 교환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둘째 오빠는 냉동고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둘째 오빠는 복도 벽에 등을 기댄 채, 화면이 깨진 내 휴대폰을 손에 쥐고 서 있었다.화면이 계속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했다.켜질 때마다 그 메시지가 둘째
집사는 CCTV 영상을 빠르게 불러왔다.저택의 보안 시스템은 큰오빠가 직접 사람을 찾아 맡긴 맞춤형 시스템이었다.정원 구석구석까지 적외선 야간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 사각지대가 없다고 자부할 정도였다.하물며 지하 냉동고 복도는 말할 것도 없었다.거실에 프로젝터 스크린이 펼쳐졌고, 집사는 떨리는 손으로 케이블을 연결했다.임예진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얼굴이 창백하다 못해 잿빛으로 변해 갔다.무언가 말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목구멍에 솜이라도 틀어막힌 듯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곧 감시카메라 영상이 재생됐다.[시각: 사흘 전, 19시 47분 23초.]화면 속에는 세 사람이 임서연을 양쪽에서 부축해 냉동고로 끌고 가고 있었다.임서연은 둘째 오빠와 셋째 오빠에게 양팔을 붙들린 채, 발끝을 바닥에 질질 끌며 흔적을 남겼다.임서연은 필사적으로 몸부림치고 있었다.하지만 17살 소녀인 데다 관절 상태가 예순 살 노인과 다름없는 그녀가 성인 남자 세 명을 어떻게 당해 낼 수 있겠는가.“나 예진이를 밀지 않았어요. 정말 아니에요.”CCTV에는 소리도 녹음되어 있었다.임서연의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울먹임과 떨림, 절박한 애원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거실에 있던 세 남자의 몸이 동시에 굳었다.영상은 계속 이어졌다.큰오빠는 한 손으로 임서연을 냉동고 안으로 밀어 넣고, 무표정하게 온도 조절 패널에 숫자를 입력했다.영하 10도였다.둘째 오빠는 팔짱을 낀 채 옆에 서서 안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셋째 오빠는 문 쪽으로 걸어가 안으로 손을 뻗었다.그리고 무언가를 뽑아 아무렇지 않게 주머니에 넣었다.그리고는 철문이 닫혔다.복도에는 철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문 두드리는 소리와 울부짖음만 남았다.세 사람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화면 밖으로 사라졌다.타임스탬프가 바뀌었다.19시 51분 06초, 세 사람이 떠난 지 4분 뒤였다.복도에 가느다란 실루엣 하나가 나타났다.임예진이었다.임예진은 좌우를 살피더니 가벼운 발걸음으로 냉동고 문 앞까
거실에서 임예진은 캐시미어 담요를 덮은 채 소파에 파묻혀 핫초코를 들고 있었다.겉으로는 휴대폰을 보고 있었고,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하지만 실제로는 몇 초마다 한 번씩 계단 입구를 힐끗거렸다.세 사람이 내려간 지 너무 오래됐다.처음에는 오빠들이 내려가 임서연을 한바탕 몰아붙인 뒤 화가 난 얼굴로 돌아오면, 자신이 적당히 애교를 부려 이 일도 그냥 넘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어느새 40분 가까이 지나 있었다.임예진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아랫입술을 깨물었다.영하 40도에서 사흘이나 버틴 만큼, 임서연에게 정말 무슨 일이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하지만 시골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추위에는 강할 거라고 생각했다.게다가 자신은 온도만 바꿨을 뿐, 직접 임서연을 가둔 것도 아니었다.정말 일이 잘못됐다고 해도 가둔 건 오빠들이었다.자신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임예진은 이 생각을 머릿속으로 한 번 곱씹고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막 핫초코를 한 모금 마시려던 순간, 거실 문이 열리며 벽에 세게 부딪혔다.임예진의 손이 떨리며 핫초코가 쏟아졌다.세 남자가 문 앞에 서 있었다.임예진이 가장 먼저 본 것은 큰오빠의 손이었다.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두 번째로 본 것은 셋째 오빠의 얼굴이었다.아무 표정도 없었다.세 번째로 마주친 것은 둘째 오빠의 눈이었다.그 눈은 마치 임예진을 실험 표본이라도 보듯 바라보고 있었다.임예진의 미소가 얼굴에 굳어 버렸다.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뭔가 잘못됐어.’“오빠?”임예진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목소리에는 딱 알맞은 걱정이 담겨 있었다.“왜 이렇게 오래 내려가 있었어요? 언니가 또 떼를 쓴 거예요? 손에서 피가 나는데... 내가 약 가져와서 치료해 줄게요.”임예진은 일어나 구급상자를 가지러 가려 했다.“앉아.”큰오빠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임예진의 다리는 바닥에 못 박힌 듯 움직이지 않았다.임예진은 큰오빠가 이런 말투로 말하는 것을
휴대폰이 둘째 오빠의 손에서 미끄러져 냉동고 바닥에 떨어지며 경쾌한 소리를 냈다.큰오빠가 몸을 굽혀 집어 들었는데, 그 동작은 그답지 않게 한없이 느렸다.큰오빠는 화면에 떠 있는 메시지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그러자 손끝에서 시작된 떨림이 팔로 번지고, 이내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오빠, 너무 추워요. 살려주세요.]전송 실패.메시지 옆에는 빨간 느낌표 하나가 조용히 떠 있었다.임서연은 메시지를 보내 살려 달라고 했다.잘못했다는 메시지가 단 한 통도 없었던 게 아니었다.나는 이 얼음굴 속에서 얼어붙은 손가락으로 이 메시지를 입력했다.하지만 전송되지 않았다.휴대폰이 얼어붙어 고장 났기 때문이다.큰오빠는 몇 시간 전, 자신이 휴대폰을 탁자에 내리치며 내뱉었던 말을 떠올렸다.“사흘 동안 사과 한 마디도 없어? 아직도 자기가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큰오빠는 갑자기 몸을 깊숙이 숙이더니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쳤다.얼음판이 산산이 깨지고, 손가락 마디가 찢어져 살이 벌어졌으며, 붉은 피가 손가락 사이로 스며 나왔다.하지만 큰오빠는 통증조차 느끼지 못했다.“큰 도련님!”집사가 황급히 달려와 큰오빠를 붙잡았다.“건드리지 마.”큰오빠의 목소리는 가슴속 깊은 곳에서 짓눌려 나온 듯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셋째 오빠가 입구 쪽에서 천천히 돌아왔다.얼굴에는 구역질을 한 뒤의 창백함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셋째 오빠는 온도 조절 패널의 숫자를 보더니 그대로 3초 동안 굳어 있었다.“영하 40도... 이건 이상해.”목소리가 바짝 잠겼다.“이건 내가 설정한 온도가 아니야. 나 분명히 기억해. 형이 설정한 다음에 내가 직접 확인했어...”“누군가 바꾼 거야.”둘째 오빠의 목소리는 이 냉동고처럼 차가웠다.“우리가 떠난 지 17분 후야.”셋째 오빠의 얼굴이 서서히 굳어갔다.그 시간은 세 사람이 막 저택을 빠져나간 직후였다.그리고 임예진은 어지럽다며 세 사람을 먼저 보내고, 겉옷만 챙겨 오겠다고 했었다.임예진이 겉옷을 가지러 돌
냉동고의 벽과 천장에는 두꺼운 얼음이 겹겹이 얼어붙어 있었다.하얀 냉기가 창고 안을 가득 메우며 소용돌이쳤다.세 오빠의 발걸음이 동시에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구석에는 사람 하나가 웅크린 채 벽에 기대어 있었다.두 팔로 무릎을 꼭 끌어안고 얼굴을 무릎 사이에 파묻은 채, 마지막 남은 체온이라도 가슴에 가두려는 듯 몸을 한껏 웅크리고 있었다.피부는 짙은 보라색을 띠었고, 그 위로 얇은 흰 서리가 덮여 있었다.열 손가락은 철문을 향해 뻗어 있었고, 손톱은 모두 뒤집히고 부러져 있었다.검붉은 핏자국은 얼음 조각처럼 굳어 손끝에서부터 3미터 밖 문짝까지 길게 이어져 있었다.그것은 기어간 흔적이었다.임서연은 마지막 순간, 남은 힘을 모조리 쥐어짜 한 뼘씩 문 쪽으로 기어갔던 것이다.임경훈의 동공이 크게 확대되고, 입술이 두어 번 격하게 떨렸지만 한 마디도 내뱉지 못했다.“비켜.”임경진이 임경훈을 밀치고 성큼성큼 다가갔다.임경진은 몸을 낮춰 임서연의 경동맥을 짚으려 손을 뻗었다.손끝이 피부에 닿는 순간, 임경진은 감전된 듯 온몸을 튕기며 손을 뗐다.그 감촉은... 사람의 온기가 아니었다.쇠붙이 같은 차가움이었다.한겨울 밤, 야외에 밤새 방치된 죽은 물건 같은 차가움이었다.“경진아.”큰오빠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그답지 않게 목소리가 쉬어 있었다.“어때?”임경진은 바닥에 반쯤 웅크린 채, 손을 허공에 멈춘 그대로 꼼짝하지 않았다.의사인 임경진은 수많은 죽음을 보아 왔다.수술대 앞에서 12시간을 꼬박 서 있어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고, 환자의 심장이 멎는 순간에도 냉정하게 지시를 내릴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임경진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아무것도 제대로 쥘 수 없을 만큼 심하게 떨렸다.임경진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고, 금테 안경 너머의 눈은 핏발이 가득했다.“죽었어.”그 말이 지하실의 공기 속에 못처럼 깊이 박혔다.임경택이 크게 한 걸음 물러서다 등이 문틀에 부딪혔다.“...뭐라고?”“체표 온도가 주변 온도와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