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나와 내 동생은 같은 날 결혼식을 올렸다. 우리 남편들은 각각 소방관과 경찰관으로, 어린 시절부터 단짝 친구였다. 그 인연 덕분에 우리 자매는 같은 층에 집을 구해 이웃으로 지내게 되었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각각 남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했다. 결국 나는 아이를 사산했고, 동생의 아이도 끝내 살아남지 못했다. 그날 이후, 우리 둘 다 이혼을 결심하게 되었다.
View More두 사람은 서로 눈치를 보며 우리 곁에 머물러 있었다. 간간이 주시하는 그들의 시선에는 우리가 언제라도 도망갈까 두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 두 남자를 다시 볼 이유도, 그럴 필요도 없었다. 단지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었다. “좋아, 이렇게 하자.”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지금 당장 각자 뛰어서 꽃 한 다발씩 사 와. 차도 타지 말고, 택시도 부르지 말고, 무조건 뛰어야 해. 누가 먼저 오느냐에 따라 우리가 용서를 고려할지도 모르지.” 나는 일부러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체크하며 말했고, 수정도 눈치채고 곧바로 맞장구쳤다. “맞아! 그렇게 하자!” “알겠어, 수정아!” “아진아, 걱정하지 마. 나는 소방관이라 체력 훈련을 매일 하니까 쟤보단 빠를 거야!” 두 사람은 마치 마지막 기회를 잡기라도 한 듯 얼굴에 희망이 어린 채 서둘러 달려나갔다. 그들이 필사적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보자, 나는 수정과 눈을 마주치고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곧바로 택시에 올라탔다. “기사님, 빨리 좀 가주세요! 변태 두 명이 쫓아오고 있어요!” 도준과 성훈이 우리가 사라진 걸 깨달았을 때는 한참 뒤였다. 그들의 전화는 당연히 연결되지 않았고, 우리는 이미 새 번호로 바꾸었고 떠날 준비까지 완벽히 마친 상태였다. 이제부터는 우리만의 새로운 삶이 시작될 차례였다. 다음 날, 뉴스는 빠르게 보도되었다. 정희는 악의적인 방화와 허위 신고 등의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도준과 성훈 역시 병원에서 벌인 소란 장면이 누군가에 의해 촬영되어 인터넷에 퍼지면서 파문이 일었다. 결국, 둘은 공직에서 해임된 것은 물론, 6개월간 구류 처분까지 받았다. 그들의 고향에 있는 부모들조차도 그들과 연을 끊기로 했다. 이 모든 것은 그들이 자초한 결과였다. 그리고 나는 수정과 함께 새로운 도시에서 작은 꽃집을 열었다. 매일 향긋한 꽃내음에 둘러싸여 환한 미소로 손님을 맞이하는 일상이
예전 같았으면, 나는 아마 도준의 말에 감동하고 그를 용서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그럴 수 없었다. 과거의 기억들이 끊임없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비 오는 어느 밤, 도준은 서슴없이 정희에게 생리대를 가져다주러 달려갔다. 반면, 임신 초기 감기로 아파하던 나에게는 아침까지 참으라는 차가운 한마디만 돌아왔었다. 또 주방에 갑자기 나타난 뱀에 놀라 비명을 질렀을 때는 나를 예민하다고 핀잔을 주었으면서, 정희가 집에 작은 나방 몇 마리 보였다고 하자 점심시간까지 포기하고 달려갔다. 정희가 자신의 매력을 자랑할 때마다 도준과 성훈은 그녀를 따라 부잣집 남자와의 맞선 자리에까지 갔다. 그런가 하면 수정이 임신 초기 계단에서 넘어져 무릎이 부어오를 때조차, 성훈은 바쁘다는 핑계로 병원에 함께 가지 않았다. 이런 남자들을 우리가 그토록 소중히 여겼다니, 지금 생각하면 차라리 내 손으로 내 뺨이라도 때리고 싶을 만큼 어리석었다. “소용없어.” 나는 냉정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너희가 무릎 꿇고 빌어도 바뀔 건 없어.” 수정은 발이 아픈 듯 구두를 벗어 손에 든 채, 성훈을 똑바로 쳐다보며 냉소적으로 말했다. “나정희에게 모든 탓을 돌린다고 해서 죄책감이 사라져? 결국 나정희에게 기회를 준 것도 너희 자신이었잖아!” 성훈은 식은땀을 닦으며 다급하게 말했다. “수정아, 네 말이 맞아. 난 변도준과 달리 정말 다 인정해, 변명하지 않을게. 그러니까 제발, 이혼만은 하지 말자, 응?” 도준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성훈을 쳐다봤고, 나는 그 모습에 실소를 참을 수 없었다. 이 상황에서도 서로를 끌어내리는 모습이라니, 정말 끝까지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구나. 그때, 도준이 갑자기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자신의 뺨을 치기 시작했다. “아진아, 네가 얼마나 상처받았는지 알아.” “하지만 난 주성훈과 달라! 주성훈은 입만 살았지, 난 행동으로 보여주잖아!” 도준의 얼굴은 금세 부어오르고 흉측하게 변
지금의 도준은 마치 모든 걸 잃은 사람처럼 비참하고 조심스러워 보였다. 연애할 때부터 결혼을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가 이렇게 불안하고 초라한 모습을 보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마치 잘못을 저지르고 꾸짖음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이런 모습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잘못을 깨달았다고 해서 무조건 용서해줘야 하는 건 아니야.” 나는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 “늦었어, 변도준. 우리는 정말로 끝났어.” “아진 누나, 제발! 우린 이제 진실을 알아냈어!” 성훈이 다급하게 말했다. “우리 아파트 배전실에서 접지를 끊고 방화 장치를 설치한 사람은 정희였어! 정희는 일부러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고층 빌딩 옥상에 가서 자작극을 벌인 거야. 우리 둘 다 자기를 구하러 오게 하려고 했던 거라고!” “목적은 우리 둘이 위급한 순간에 누구를 선택할지를 시험해보고 싶었던 거였어!” “그리고 그 택배 상자에 들어있던 쪽지들도 전부 정희가 직접 만든 거였어. 서아진, 네 말이 맞았어. 정희는 악독한 여자였는데, 우리는 멍청하게도 정희가 순진하고 착한 사람이라고 믿은 거야. 완전히 속았어!” 성훈은 죄책감에 사로잡힌 얼굴로 한 걸음 다가오며 말했다. “우리가 정말 잘못했어. 큰 잘못을 했어. 너희 둘에게 상처를 줬고, 아이까지 잃었어.” “그런데 정말로 정희와는 아무 사이도 아니었어. 그저 친구로 지냈을 뿐이야. 그렇지 않았으면 애초에 너희와 결혼하지도 않았을 거야.” “아진 누나, 수정아, 제발 다시 한번 생각해 줄 수 없어?” 성훈은 눈에 눈물까지 글썽이며 나를 간절히 바라봤다. 지금껏 그가 나를 ‘누나’라고 부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야 그 단어를 꺼내다니, 그저 우습기만 했다. 그 순간, 수정이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그들이 찍힌 자극적인 사진을 꺼내 보이며 냉소했다. “이게 네가 말하는 그냥 친구라는 거야? 친구끼리 옷 벗고 서로 몸을 더듬고 그래?”
“아니, 난...” 도준은 순간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마치 큰 충격을 받은 사람처럼, 입술만 달싹일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순간, 나는 불길 속에서 수정에게 업혀 나오던 때가 떠올랐다. 숨이 턱턱 막혀 목구멍과 폐가 칼에 베이는 것 같았고, 배 속에서 느껴지는 고통과 흘러내리는 피가 나를 산산조각내는 것 같았다. 그때 얼마나 무력했던가? 얼마나 사랑하는 남편이 내 곁에 있어주길 바랐던가? 의식이 흐려지면서도, 그저 도준의 얼굴이 눈앞에 나타나 주길 간절히 원했다. 마치 기적처럼 그가 나를 안아주고 “걱정하지 마, 내가 여기 있어”라고 말해주길 바랐다. 그러나 눈을 떴을 때 내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죽을 듯한 고통 속에서 홀로 사산의 아픔을 견디고, 그 후에도 혼자 외롭게 의식을 잃었다. 도준은 내 옆에 단 한 번도 있어주지 않았다. 나는 그런 사람을 어떻게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런 것들을 그에게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준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는 그저 계속해서 나를 실망시키며 내 삶을 갉아먹을 뿐이었다. 나는 깊이 숨을 들이쉬고, 운전석에 앉아있던 택시 기사에게 말했다. “기사님, 이 남자 때문에 제 아이가 죽었어요. 지금도 저를 괴롭히고 있으니 빨리 출발해 주세요.” “뭐야, 그런 거였어?”기사는 이미 우리 대화를 듣고 있었던 터라, 곧바로 반응했다. 그는 도준에게 쏘아보며 침을 퉤 뱉었다. “남자 망신 다 시키고 있네!”그리고 힘껏 엑셀을 밟아 택시를 출발시켰다. 도준은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무기력하게 길바닥에 주저앉았다. 택시 문이 그의 손에서 벗어나는 순간, 그는 그대로 땅에 쓰러져 오랫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그런 건 더 이상 내 일이 아니었다. 도준을 떨쳐내고, 나는 수정과 함께 근처 쇼핑몰로 향했다. 새 옷과 화장품을 사고, 호화로운 호텔에 들러 푹 쉬고 따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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