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ZER LOGIN손끝이 화면 위를 내리누르자, 조명이 은은하게 비치는 프라이빗 스파 풀장의 사진이 액정을 가득 채웠다.수증기에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나른하게 미소 짓고 있는 반나체의 강서우.그리고 그 옆에서, 얇은 홀터넥 수영복만 입은 채 당황한 듯 렌즈를 피하고 있는 윤해인의 젖은 어깨와 붉어진 뺨.게시물 아래에는 보란 듯이 태그가 달려 있었다.@Seowoo_K: 협찬 바우처 덕분에 주말 오전부터 완벽한 힐링. 이제 열일하러 촬영장 갑니다.#프라이빗스파 #VIP코스 #휴식 #일일어시스턴트랑_함께누가 봐도 협찬받은 스파를 홍보하는 평범한 모델의 일상 사진.대중들은 그저 서우의 화려한 외모와 스파의 고급스러움에 환호할 테지만, 도윤의 눈에는 달랐다.사진 속 서우의 시선은 렌즈가 아니라, 제 옆에 바짝 붙어 앉은 해인의 젖은 쇄골을 향해 아주 교묘하고 끈적하게 달라붙어 있었다.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던 리넨 냅킨이 도윤의 손아귀 안에서 처참하게 구겨졌다.바스라지는 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짓이겨진 천 뭉치는, 당장이라도 누군가의 숨통을 틀어쥐고 싶은 그의 뒤틀린 심사 그 자체였다.‘대체 무슨 생각이지.’선박에서의 그 밤, 채영의 농간에 휘둘려 해인에게 약이 든 술을 건넸던 서우를 도윤은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기꺼이 용서했다.실수였다는 그 비겁한 변명을 믿어준 것이 아니었다.결론은 서우가 해인을 건드리지 않았고, 해인의 주변을 더는 시끄럽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도윤의 인내였을 뿐이다.그런데 강서우는 보란 듯이 그 인내를 비웃으며 다시 해인을 건드리고 있었다.‘진심인 건가, 아니면 단순히 나를 이겨 먹기 위해 던지는 패인가.’어느 쪽이라 하더라도 끔찍했다.사진 속 저 맹목적인 눈빛이 해인을 흔들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도윤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하지만 만약 이게 단순한 게임이라면, 저놈은 오늘 제 손에 죽어야 했다.감히 윤해인을 상대로 우월감을 확인하려 들고, 수만 명의 눈앞에 그녀를 전시하며 저를 조롱하는 그 가벼운 유희를 도
스파 건물을 빠져나와 주차장으로 향하는 내내, 해인은 반쯤 혼이 나간 사람처럼 멍한 표정이었다.풍성한 아로마 오일의 향도,전문가의 섬세한 마사지도 해인의 굳은 몸을 풀어주진 못했다.엎드려 있는 한 시간 내내 머릿속에는 오직 수면 아래에서 들려오던 강서우의 목소리만이 이명처럼 맴돌았으니까.‘나는 누나만의 얌전한 개가 될 수 있어.’해인은 확 달아오르는 얼굴을 식히려 연신 손바닥을 뺨에 갖다 대었다.반면 서우는 스파 덕분인지, 아니면 제 고백에 흔들리는 해인의 모습을 구경한 덕분인지 아주 개운하고 반짝거리는 얼굴이었다.조수석 문을 열어주던 서우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아차 하는 표정으로 해인을 내려다보았다.“아, 맞다. 깜빡하고 말 안 했는데, 나 오늘 오후에 화보 촬영 있거든.”“……어? 촬영?”“응. 그래도 뭐, 같이 가줄 거지? 나 일하는 거 구경도 좀 하고.”뻔뻔하고도 자연스러운 통보였다.해인이 황당하다는 듯 입을 벌렸지만, 서우는 해인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가볍게 그녀의 등을 밀어 조수석에 앉혔다.“촬영 금방 끝나니까, 같이 있다가 맛있는 거 먹고 들어가자. 누나 좋아하는 거 사줄게.”스파가 끝나면 곧장 집으로 돌아갈 줄 알았는데.강서우의 능수능란한 페이스에 완전히 휘말려, 해인은 ‘안 돼’라고 거절할 타이밍조차 놓쳐버렸다.“벨트 매.”서우가 운전석에 올라타며 기분 좋은 호선을 그렸다.해인은 어쩐지 저 여우 같은 놈이 처음부터 이럴 작정으로 바우처를 내밀었다는 강한 합리적 의심이 들었지만, 이미 스포츠카는 부드럽게 주차장을 빠져나가고 있었다.**서우의 스포츠카가 해인을 태우고 능수능란하게 스파 주차장을 빠져나가고 있을 무렵.같은 시각, 본가에서 멀지 않은 프라이빗 호텔 라운지.도윤은 식은 홍차 잔을 매만지며 맞은편에 앉은 차민영을 건조한 시선으로 응시했다.태성과 에이펙의 합작 건이라는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워 주말 낮부터 그녀를 불러냈지만, 사실 비즈니스 점검은 얄팍한 핑계에 불과했다.진짜 속내는 따로 있었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들어간 프라이빗 VIP룸.문이 닫히고 단둘만 남겨지자, 앞장서 걷던 해인의 걸음이 뚝 멎었다.은은한 아로마 향과 따뜻한 수증기가 감도는 실내 중앙.당연히 나란히 누워 받는 마사지 베드가 있을 줄 알았던 공간에는, 은은한 조명을 받는 커다란 온수 풀(Spa tub)이 자리 잡고 있었다.“여기…… 마사지 샵 아니었어?”해인이 당황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자, 서우 역시 작게 눈을 동그랗게 뜨며 어깨를 으쓱했다.“어라. 바우처에 스파 코스라고 적혀 있긴 했는데, 진짜 물에 들어가는 스파일 줄은 나도 몰랐네. 그냥 전신 마사지인 줄 알았어.”한 치의 당황함도 묻어나지 않는, 뻔뻔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변명이었다.제공된 홀터넥 스타일의 얇은 스파용 수영복을 입은 해인이 난감한 얼굴로 맨살을 가리려 팔짱을 끼자, 서우가 피식 웃으며 제 어깨에 걸치고 있던 가운을 훌렁 벗어 던졌다.조명 아래로 모델다운 매끈하고 탄탄한 상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군더더기 없이 갈라진 근육 위로 수증기가 맺히는 것을 보며 해인이 흠칫 시선을 피했지만, 서우는 아무렇지 않게 계단을 밟고 따뜻한 물속으로 스르륵 몸을 담갔다.“뭘 그렇게 얼어 있어, 누나.”“아니, 남녀가 같이 탕에 들어가는 건 좀…….”“우리 둘 다 수영복 챙겨 입었잖아. 해변가 가면 이것보다 헐벗고도 잘만 돌아다니면서 왜 새삼스럽게 유교 걸처럼 굴어?”서우가 찰바닥, 가볍게 물장구를 치며 나른하게 턱을 괴었다.“다리 끊어질 것 같다며. 따뜻한 물에 담그고 있으면 금방 풀릴 거야. 정 불편하면 밖에서 기다리든가. 나 혼자 이 넓은 거 다 쓰지 뭐.”얄미울 정도로 여유로운 태도였다.여기서 뒷걸음질 치면 혼자 이상한 상상을 한 것 같아 우스워질 판이었다.결국 해인은 짧은 한숨을 내쉬며 못 이기는 척 물속으로 조심스레 발을 담갔다.따뜻한 온기가 굳어있던 몸을 녹이자 저도 모르게 나른한 숨이 새어 나왔다. 하지만 평화도 잠시, 일렁이는 파도 소리와 함께 서우가 해인의 바로 옆으로 스르륵
토요일 아침, 별채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해인은 온몸을 두들겨 맞은 듯한 근육통, 특히 퉁퉁 부어오른 다리의 통증에 앓는 소리를 냈다. 아침 식사도 거르겠다고 도우미 아주머니에게 일러둔 참이었다.똑, 똑-.규칙적이고 정중하지만, 묘한 압박감이 느껴지는 노크 소리.권도윤이었다.“해인아, 일어났니? 문 좀 열어봐. 아주머니한테 얘기 들었어. 파스 가져왔으니까 붙이고 좀 쉬어.”문밖에서 들려오는 도윤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차분했지만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하지만 해인은 침대에 누운 채로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병 주고 약 주나.도대체 누구 때문에 어제 발이 부르트도록 구두를 신고 그 인파 속을 헤맸는데.“필요 없어. 피곤하니까 오빠도 그냥 가.”해인은 대놓고 문전박대를 날렸다.문밖에서 멈칫하는 도윤의 기척이 느껴졌지만, 해인은 개의치 않고 눈을 감았다.그때였다.“어라, 형? 여기서 뭐 해? 문전박대라도 당하는 중인가 보네.”나른하고 능청스러운 목소리. 강서우였다.본채에서 건너온 그가 도윤의 옆에 서서 비스듬히 벽에 기댔다. 도윤의 미간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강서우, 넌 가서 네 일이나 봐.”“싫은데. 나 오늘 누나랑 약속 있거든.”서우가 도윤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가며 해인의 방문에 가볍게 노크했다.“누나, 나야. 파스 따위보다 훨씬 확실하게 풀어줄 곳 예약해 놨어. 들어간다?”도윤에게는 그렇게나 굳건히 닫혀 있던 문이, 서우의 목소리 한 번에 거짓말처럼 열렸다.서우가 스르륵 방 안으로 사라지고, 문이 다시 닫히는 순간.도윤은 제 손에 들린 파스 상자가 구겨질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자신은 한 발자국도 허락받지 못한 그 문 안쪽에서, 두 사람의 낮은 웃음소리가 도윤의 귓가를 잔인하게 할퀴고 있었다....달칵.도윤의 시선을 뒤로한 채 방문을 닫고 들어온 서우가, 침대에 널브러진 해인을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아주 그냥 솜사탕 물에 빠진 것처럼 늘어져 있네.”“웃지 마. 나 진짜 다리 끊어질 것
밤 9시.메인이벤트인 불꽃놀이가 시작될 시간이 다가오자, 광장은 순식간에 발 디딜 틈 없이 수많은 인파로 꽉 들어찼다.여기저기서 사람들의 어깨가 부딪히고 떠밀리는 혼란스러운 상황.도윤은 곁에서 비틀거리는 해인의 어깨를 단단히 감싸 쥐며 제 품으로 바짝 끌어당겼다.“사람 많아. 밀리지 않게 조심해.”핑계가 좋았다.도윤은 해인의 가녀린 어깨를 감싼 제 팔에 은근한 힘을 주었다.사방이 어둡고 시끄러운 이 순간만큼은, 오빠라는 수식어 없이 오롯이 남자로서 그녀를 안고 싶었다.해인이 제 품 안에서 작게 숨을 들이켜는 것이 느껴졌다.도윤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해인의 옆 모습을 내려다보며 입을 떼려는 찰나였다.징- 징-.시끄러운 소음을 뚫고 해인의 재킷 주머니에서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해인이 도윤의 품 안에서 꼼지락거리며 휴대폰을 꺼내 액정을 확인했다.그 순간이었다.휴대폰 액정의 밝은 빛이 해인의 얼굴을 하얗게 비췄다.도윤은 보았다.제 앞에서는 시종일관 얼음장처럼 차갑거나 가식적인 미소만 지어 보이던 해인의 입매가, 액정에 뜬 이름을 확인하자마자 봄눈 녹듯 부드럽게 풀리는 것을.살짝 가늘어진 눈매와 입가에 번진 그 무방비하고 달콤한 미소.그것은 도윤이 그토록 갈구하던,그러나 자신에게는 온종일 허락되지 않았던 진짜 윤해인의 얼굴이었다.도윤은 심장을 칼로 베이는 것 같은 감각에 숨을 들이켰다.바로 곁에서 어깨를 맞대고 숨을 나누고 있는데도, 해인의 저 미소 하나가 두 사람 사이를 만 리 밖처럼 멀어지게 만들었다.시선이 홀린 듯 그녀의 액정으로 향했다.[강서우]그 세 글자를 확인하는 순간, 도윤의 심장 위로 차가운 얼음물이 쏟아지는 것 같았다.해인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도윤의 품에서 몸을 쏙 빼내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어, 서우야.”오빠인 자신에게는 얼음장처럼 차갑게 굴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의 남자에게는 한없이 다정하고 편안하게 녹아내리고 있었다.[불꽃놀이 시작했어?]휴대폰 너머로 서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도윤의
사방에서 튀어나오는 기괴한 비명 소리와 조잡한 귀신 모형들.하지만 두 사람 사이를 감도는 공기는 그 어떤 장치보다 서늘했다.도윤은 깍지 낀 손을 절대 놓아주지 않은 채, 앞장서 걷는 해인의 속도에 맞춰 걸음을 옮겼다.하지만 해인의 손은 그저 무생물처럼 도윤의 손안에 담겨 있을 뿐, 그 어떤 힘도 온기도 돌려주지 않았다.결국 참지 못한 도윤이 해인을 잡아 세웠다.“윤해인, 잠깐만.”“……왜. 무서워? 조금만 더 가면 출구야.”해인이 귀신보다 더 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했다.도윤은 이를 악물며 그녀의 어깨를 잡아 제 쪽으로 돌려세웠다.“이러는 거 너랑 안 어울려. 우리 한 번도 이런 식으로 날 세우며 지낸 적 없잖아.”도윤의 목소리에는 억울함과 당혹감이 뒤섞여 있었다.네가 감히 나한테 이럴 수 있느냐는 오만함과, 제발 예전처럼 나를 보며 웃어달라는 구걸이 뒤섞인 기묘한 호소였다.“예전? 아…… 10살 때?”해인이 어이없다는 듯 작게 실소를 터뜨렸다.“그땐 어렸잖아. 다 큰 성인 남녀가, 남매끼리 누가 이렇게 손을 꽉 잡고 다녀?”“…….”“오빠. 오빠라는 핑계로 자꾸 통제하려고 들지 마. 진짜 내 손을 잡고 싶으면, 그 알량한 오빠 노릇부터 집어치우고 남자로 다가오든가.”해인은 깍지 껴진 자신의 손을 들어 올리며, 어둠 속에서 도윤을 향해 비릿하게 웃어 보였다.“그럴 용기도 없으면서, 얄팍하게 굴지 마.”도윤의 턱 근육이 팽팽하게 당겨졌다.'용기도 없으면서'라는 조소가 비수처럼 정곡을 찔렀다.그는 반박하고 싶었지만, 목구멍이 꽉 막힌 듯 어떤 말도 튀어나오지 않았다.“이제 그만 놔. 저기 출구 보이네.”해인의 시선이 닿은 곳.바깥의 화려한 야경이 새어 들어오는 출구 바로 앞, 어둠이 짙게 깔린 사각지대에 익숙한 두 실루엣이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민영과 태건이었다.“어머, 이제 오네요? 귀신한테 잡혀간 줄 알았네.”민영이 팔짱을 낀 채 생긋 웃으며 다가왔다.“자, 이제 보는 눈 많은 밖이니까 다시 원래 파트너로 돌아
현관문을 한참 응시하던 서우는 커피잔을 내려놓고 도윤의 방으로 향했다.“서우야, 오빠 방엔 왜?”거실을 정리하던 해인이 의아한 듯 물었다. 서우는 특유의 능청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아무렇지 않게 문고리를 잡았다.“옷 좀 빌려 입으려고. 내 옷은 아직 캐리어에 처박혀 있어서 구겨졌거든. 형이랑 사이즈 비슷하니까 대충 맞는 거 있겠지.”그는 해인의 반응을 기다리지 않고 안으로 쑥 들어갔다. 주인을 닮아 지나치게 깔끔하고 서늘한 방. 침대를 지나 곧장 안쪽 드레스룸으로 지났다.악세사리 진열장을 스윽 훑어본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정적은 독이었다.의식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순간, 도윤은 제 전신을 감싸고 있는 낯선 감각들에 마비될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팔 안에 가득 들어찬 말랑하고 가녀린 곡선, 콧끝을 집요하게 간질이는 보드라운 머리카락, 그리고 얇은 잠옷 너머로 여과 없이 전해지는 뜨거운 온기.하지만 곧 그것이 무엇인지 자각하자마자 , 도윤의 등골로 서늘한 소름이 돋아 올랐다.‘……!’제 품에서 고른 숨을 내뱉고 있는 건, 세상에서 유일하게 건드려서는 안 될 존재였다.심장이 늑골을 뚫고 나올 듯 요동쳤다. 다행히 해인은 깊은 잠에 빠진 듯 미
“나, 난 자유로운 영혼이야.”엉겁결에 내뱉어버린 서우의 말에, 해인이 잠깐 멈칫하다가 웃음을 터트렸다.“뭐야, 결국 짝사랑이네. 너 지금 얼굴 빨개졌어.”큭큭거리며 웃는 그녀의 모습에 서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평소라면 능구렁이처럼 넘겼을 텐데, 해인의 저 무방비한 웃음 앞에선 자꾸만 페이스가 말렸다.“아니거든! 내가 누나처럼 짝사랑이나 하는 줄 알아?”“짝사랑?”순간, 해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거실엔 차가운 적막이 감돌았다.아차 싶었다.낮에 훔쳐봤던 그녀의 스케치북이 화근이었다.페이지마다
샤워를 마치고 도윤의 가운을 대충 걸친 서우가 욕실 문을 열고 나왔다.젖은 머리카락에서 아직도 물방울이 똑똑 떨어져 내렸지만, 그는 상관없다는 듯이 방문을 열고 나왔다.“화장품은 뭐…….”말을 하던 서우의 입술이 눈 앞의 광경에 그대로 멈췄다.“……와.”짧은 숨이 새어 나왔다.넓은 거실 한복판, 카펫 위에 두툼한 요와 이불이 길게 펼쳐져 있었다.“어때? 꼭 캠핑 온 거 같지 않아?”베개를 안고 나온 해인이 해맑게 물었다.“캠핑……, 보다는 난민촌에 가깝지 않아?”“뭐? 그건 좀 너무 했어!”새초롬한 말투와 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