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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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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s by 양순이

환관의 비

환관의 비

#동양풍 #피폐물 #고수위 #삼각관계 #황제공 #조련남 #계략남 #순진녀 #절륜녀 단 사흘. 황제의 발목을 잡으려던 그 짧은 시간은 제국의 역사를 뒤바꿀 지독한 집착의 시작이 된다. “내 씨를 받아내겠다던 그 당돌한 입술로, 이제는 목숨을 구걸해 보거라.” 피를 뿌려서라도 미옥을 제 곁에 묶어두려는 오만한 포식자, 황제 연호. “너를 빚은 것은 나다. 그러니 네 영혼의 마지막 조각까지 내 것이어야지.” 미옥을 황좌에 앉혀 제국을 손에 넣으려는 잔혹한 설계자, 주인 하륜. 두 남자가 감춰두었던 발톱을 드러내며 서로의 목을 겨누는 사이, 미옥의 뱃속에는 주인을 알 수 없는 핏줄이 자라나기 시작하는데……. 그 아이의 아비가 밝혀지는 순간, 제국은 가장 잔혹하고도 뜨거운 불길에 휩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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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61 화
서늘한 달빛만이 무심하게 부서져 내리는 깊은 밤.하륜의 사저 뒷마당에는 뼈를 에는 듯한 차가운 바람만이 맴돌고 있었다.달빛이 비치는 대청마루 위, 하륜은 미동도 없이 단정하게 앉아 난을 치는 중이었다. 새하얀 화선지 위로 유려하게 뻗어나가는 먹물은, 평소처럼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우아하고 고결했다."……연월당 입구에 합환등(合歡燈)이 달렸습니다."어둠 속에서 나타난 사혁이 무거운 목소리로 고했다.연호와 미옥이 밤을 보낸다는 뜻이었다."그러하냐."하륜의 대답은 서늘할 정도로 건조했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붓끝에 머물러
Last Updated: 2026-05-31
Chapter: 260 화
스스슥.초희는 두 발로 걷는 것조차 잊은 채, 네 발 달린 짐승처럼 엎드려 침상 위로 기어 올라갔다.그 낯선 기척에 미옥의 다리 사이를 집요하게 파고들던 연호의 움직임이 멈칫 굳어졌다.칠흑 같은 눈동자가 스르륵 치켜올라가며, 제 침상에 기어오른 불청객을 향해 찰나의 서늘한 의문과 짙은 살기를 뿜어냈다.'감히 겁도 없이?'연호가 단숨에 그녀의 목을 꺾어버리려 커다란 손을 들어 올리던 찰나였다.초희가 납작 엎드린 채, 사시나무 떨듯 바들바들 떨리는 목소리로 다급하게 내뱉었다."폐, 폐하……! 죽을 죄를 지었사옵니다. 감히
Last Updated: 2026-05-30
Chapter: 259 화
츕, 츄우읍……."아! 앙! 흣, 하아……!"연호의 뜨거운 혀끝이 미옥의 음부 점막을 거침없이 갈라내고, 가장 예민한 꽃잎을 입술 가득 머금어 강하게 빨아올리기 시작했다.질척한 물소리가 고요한 연월당의 내실을 꽉 채웠다. 황제의 입안에서 터져 나오는 노골적인 소리는 음란하고 지독하게 초희의 고막을 자극했다.미옥의 잘록한 허리가 침상 위로 활처럼 꺾여 올랐다. 황제의 머리통을 감싸 쥔 미옥의 손가락이 그의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며 쾌락에 겨워 바들바들 떨렸다.연호는 미옥이 느끼는 교성에 맞춰 쉴 새 없이 핥고 빨며, 그녀의 샘
Last Updated: 2026-05-29
Chapter: 258 화
마치 바닥에 기어 다니는 벌레를 보는 듯한, 한 치의 감정도 섞이지 않은 서늘하고도 잔혹한 시선이었다."내 눈에는 그저, 감히 황제의 밤을 훔쳐보려 든 방자하고 천한 벌레 한 마리밖에 보이지 않는데.""폐, 폐하……!"초희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하얗게 질려 사색이 되었다.그녀가 덜덜 떨리는 입술을 달싹이기도 전에, 연호의 커다란 손이 미옥의 얇은 명주 저고리 섶을 움켜쥐었다.찌이익-!숨 막히는 정적을 찢고, 명주가 단숨에 뜯겨 나가는 파열음이 연월당을 갈랐다.“읏!"미옥의 짧은 비명과 함께, 저고리 안쪽에 감춰져 있던
Last Updated: 2026-05-28
Chapter: 257 화
초희의 다리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다.방 안을 가득 채운 질척하고도 농염한 열기.자신을 돌아보며 나른하게 미소 짓는 황제의 붉은 입술.그리고 그 품에 안겨 가쁜 숨을 내뱉고 있는 무 귀인의 적나라한 자태까지.'나를 안으려 부르신 게 아니야. 저 다리 병신이 황제를 홀리는 꼴을 똑똑히 보라고…… 나를 기만하신 거다.'상황을 파악한 초희의 얼굴이 수치심과 경악으로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다. 그녀는 치맛자락을 움켜쥔 손끝이 하얗게 질리도록 힘을 주며, 간신히 꼿꼿한 자세를 유지했다.그 숨 막히는 정적을 깬 것은 연호의 나직한 음성
Last Updated: 2026-05-28
Chapter: 256 화
미옥이 저를 타인에게 밀어내면서까지 상처받고 질투하고 있다는 사실이, 연호의 지배욕에 불을 지폈다.그의 입술 끝이 비릿하게 말려 올라갔다. 그는 미옥의 허리를 안고 있던 손을 툭 풀며, 금방이라도 몸을 일으킬 듯 나른하게 속삭였다."그래. 네가 진정 내가 그녀에게 가기를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일어서마."미옥의 눈동자가 흔들렸다.황제가 던진 잔혹한 덫이자, 시험이었다.미옥은 숨을 헉 들이마시며, 몸을 일으키려는 연호의 화려한 곤룡포 섶을 다급하게 움켜쥐었다."……폐하."절박하게 옷깃을 부여잡은 가녀린 손끝. 눈물이
Last Updated: 2026-05-27
내게 오는 남자들

내게 오는 남자들

"지금 네 위에서 발정 난 새끼가, 오빠로 보여?" 6살과 11살. 부모의 재혼으로 묶였던 10년. 부모의 이혼과 함께 끊어진 인연, 그리고 다시 흐른 10년의 세월. 26살과 31살. 백화점의 점원과 VIP고객으로 재회 후, 다정했던 오빠는 온데간데없고 짐승 같은 눈을 한 남자만이 남았다. 그리고 그들의 사이를 파고드는 또 다른 그림자, 강서우. 도윤의 아버지가 새로 들인 여자의 아들이자, 현재 도윤의 동생인 그가 해인의 앞에 나타났다. “형이 아끼는 건 다 뺏어보고 싶거든. 그게 누나라도.” 형을 향한 열등감과 증오로 시작된 접근이었다. 하지만 서우의 장난질은 지독한 소유욕으로 변질되기 시작한다. “말해봐, 누나. 형이야, 나야?” 숨 막히는 위압감의 권도윤 vs 애틋하게 파고드는 강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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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43 화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심장을 때리는 감각적인 비트.밀라노 패션위크의 메인 스테이지를 장식한 피날레 워킹이 끝난 직후, 백스테이지는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였다.“완벽했어요, 서우! 당신은 오늘 밀라노 전체를 완벽하게 압도했어!”수석 디자이너가 상기된 얼굴로 다가와 찬사를 쏟아냈다. 한국계 최초로 글로벌 하이엔드 브랜드의 메인 뮤즈 자리를 꿰찬 강서우. 그를 향해 쉴 새 없이 터지는 플래시와 외신들의 취재 열기는 이제 너무도 익숙한 일상이 되어 있었다.어머니인 한 여사의 그늘과 그룹의 후계 구도라는 족쇄를 벗어던진 서우는, 이
Last Updated: 2026-05-30
Chapter: 242 화
일부러 들으라는 듯 꽤나 노골적으로 뱉어낸 음성이었다.하지만 샴페인 잔을 들고 지나가던 해인의 걸음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여유로운 미소를 띤 채 사모들이 모여 있는 테이블로 우아하게 방향을 틀었다.“상도덕이라는 단어는, 지금 같은 상황에 쓰는 게 아니죠.”갑작스러운 해인의 등장에 사모들의 입이 헙, 하고 다물어졌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그들을 향해 해인이 맑은 샴페인 잔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서우 씨는 본인 커리어를 위해 더 넓은 세상으로 훌륭한 도약을 했고, 저는 제 가치를 완벽하게 알아봐 주는 최고
Last Updated: 2026-05-30
Chapter: 241 화
“권도윤…….”오빠라는 호칭조차 잊을 만큼, 날것의 감정이 섞인 젖은 이름이 새어 나왔다. 그 소리가 떨어지자마자, 도윤은 긴 다리로 성큼성큼 다가와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평소의 흐트러짐 없이 서늘했던 완벽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거칠게 풀어 헤쳐진 넥타이와 가쁘게 몰아쉬는 숨결이, 그가 얼마나 미친 듯이 이 먼 거리를 달려왔는지를 증명하고 있었다.“왜 말 안 했어.”해인이 원망 섞인 목소리로 그의 단단한 가슴을 퍽 쳤다.“바보같이 왜 혼자서 회장님을 상대한다고 지분을 다 매입해 놓고…… 왜 나한테 다 숨겼어!”툭. 마
Last Updated: 2026-05-30
Chapter: 240 화
눈물이 핑 돌 만큼 가슴이 벅차올랐다.하지만 해인은 애써 붉어지는 눈시울을 꾹 누르며, 끝까지 사장님과의 실무적인 대화를 갈무리했다.완성된 다기의 퀄리티는 완벽했고, 론칭 준비는 이견 없이 순조로웠다.“그럼, 다음 주 론칭 파티 때 뵙겠습니다, 사장님.”“예, 조심히 올라가세요, 디렉터님!”사장님의 배웅을 받으며 공방을 나선 해인은 곧장 자신의 차로 향했다.철컥, 하고 차 문이 닫히며 완벽하게 혼자만의 공간이 확보된 순간.“하아…….”억눌러왔던 뜨거운 숨이 단숨에 터져 나왔다. 해인은 핸들에 이마를 댄 채 한참 동안
Last Updated: 2026-05-29
Chapter: 239 화
시간은 누군가 빨리 감기 버튼을 누른 것처럼 정신없이 흘러갔다.“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 해인 씨. 민 여사님 브랜드라니, 우리 이그니스 출신이라는 게 다 자랑스럽네.”“다 팀장님께서 이끌어주신 덕분입니다. 저한테 첫 기회를 주신 곳이잖아요.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이그니스 사무실을 나서는 해인의 양손에는 가벼운 짐 상자가, 얼굴에는 홀가분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동료들의 진심 어린 축복 속에서 치른 아름다운 이별이었다.서우와의 인연을 끊어낸 그날 이후, 해인의 삶은 완전히 다른 궤도에 올라탔다.‘가장 먼저 한 일은 그
Last Updated: 2026-05-29
Chapter: 238 화
해인은 마른침을 삼켰다.[그래서, 다기는 잘 완성해서 바쳤어?][민 여사가 퍽이나 마음에 들어 했어?]제 작업물과 민 여사에게 얽힌 상황을 못마땅해하며 쏟아낼 가시 돋친 히스테리를 예상했다.하지만 서우의 쩍쩍 갈라진 입술을 비집고 나온 말은 전혀 다른 방향이었다.“우리 그만 만나. 헤어지자고.”“……뭐?”예상치 못한 이별 통보에 해인의 눈이 커졌다. 하지만 서우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시선을 삐딱하게 내리깔았다. 창백하고 초췌한 얼굴이었지만, 입가에는 한껏 비틀린 조소가 걸려 있었다.“막상 내 옆에 둬 보니까…
Last Updated: 2026-05-29
남편은 한 명이면 충분합니다

남편은 한 명이면 충분합니다

"이 아이의 아비가 드라켄의 심연이든 아르센의 화염이든 중요하지 않아. 어차피 이 제국을 물려받을 내 아이일 뿐이니까. 아비 노릇을 하고 싶다면, 내 발치에서 증명해 봐.“ 나를 적국에 팔아넘긴 짐승 같은 남편과 나를 전리품 취급하던 오만한 적국 황제. 내 체취와 기운 없이는 숨조차 쉬지 못하게 된 두 남자의 목줄을 쥐고, 가장 완벽하고 관능적인 복수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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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80화
카시안의 낮고 짙은 웃음소리가 귓가에 흩어졌다.블랑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의 눈동자가 위험할 정도로 시커멓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것은 더 이상 어떤 이성으로도 억누를 수 없는, 적나라하고 맹렬한 욕정 그 자체였다.카시안의 크고 뜨거운 손이 블랑의 허리를 타고 내려가, 남은 실내복 자락을 가차 없이 위로 밀어 올렸다. 초겨울의 서늘한 공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맨살에 닿자 블랑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폐, 폐하……. 지금은 아직 뺨이 아파서….”“긴장 풀어. 상처 입은 여자를 억지로 취하는 악취미는 없으니까.”그는 블랑의 허벅지 안쪽 여린 살을 거친 엄지로 지그시 누르며 나른하게 속삭였다.“하지만, 놔줄 생각도 없어.”그가 블랑의 다리 사이로 몸을 숙였다.블랑의 눈이 커다랗게 벌어졌다. 예상치 못한 위치였다.천하를 발아래 둔 드라켄의 황제가, 고작 정부의 다리 아래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는 꼴이라니. 지독한 배덕감이 척추를 타고 올랐다.“폐하, 지금 무엇을…! 읏!”블랑이 당황하여 몸을 뒤로 물리려 했지만, 카시안의 단단한 두 손이 그녀의 골반을 옭아매듯 꽉 붙잡아 고정했다.“가만히 있어. 그 딴 새끼의 브로치를 가슴에 달면서 이 정도 각오도 안 했나?”그가 다리 사이에서 고개를 들어 블랑을 올려다보았다. 흐트러진 흑발 사이로 번뜩이는 붉은 눈동자가, 마치 성녀를 타락시키려는 악마처럼 요염하고 집요하게 휘어졌다.“네 아래는 이미 이렇게 젖어서 우는데, 모른 척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지.”말이 끝남과 동시에, 뜨겁고 축축한 혀가 흠뻑 젖어 든 중심의 틈새를 가르고 들어왔다.“흐앗…!”블랑의 입에서 참지 못한 교성이 터져 나왔다.부드러운 애무가 아니었다. 거친 혀끝이 가장 은밀하고 붉은 점막을 집요하게 핥아 올리고, 꼿꼿하게 선 예민한 정점을 굴리듯 빨아들였다.‘아, 읏… 이거…!’예민한 정점이 삼켜지는 순간, 블랑은 벼락같은 기시감에 파묻혔다. 숨통을 틀어막는 이 압도적인 쾌감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뼛속 깊이 각인되어 있었다.
Last Updated: 2026-06-01
Chapter: 79화
귀부인들이 도망치듯 물러가고 나서야, 별궁은 다시 제 기능을 잃은 새장처럼 고요해졌다.카시안은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블랑의 허리를 으스러져라 감아 안아 들었을 뿐이다. “…….” 블랑은 그의 단단한 어깨에 기대어 숨을 골랐다. 뺨이 욱신거렸지만, 내색하지 않았다.“팔이랑 다리는 멀쩡해요. 걸을 수 있는데….”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의 걸음은 빠르고, 위협적이었다. 분노가 정리되지 않은 사람의 위태로운 움직임이었다.[쾅-!]안쪽 침실 문이 부서질 듯 닫히고, 카시안은 침대 위에 블랑을 거칠게 내던졌다.푹신한 시트 위로 몸이 파묻히기도 전에, 거대한 사내의 그림자가 그녀의 위로 무겁게 덮쳐왔다.“제 선물은 마음에 드셨나요?”블랑이 먼저 입을 열었다.그녀는 피 묻은 뺨을 하고서도, 승리한 장군처럼 웃었다.“페온 가문이 황권을 위협한다는 증언을 수십 명 앞에서 얻어냈어요. 이제 의회에서 채굴권 회수를 논할 명분은 충분히 생겼을 거예요.”그녀는 제 위에서 있는 카시안의 굳은 얼굴을 올려다보며 나직이 덧붙였다.“그 정도면… 이 화려한 별궁 값은 하는 거죠?”카시안의 미간이 흉폭하게 좁혀졌다.그는 대답 대신, 커다란 손으로 블랑의 턱을 틀어쥐었다. 엄지에 묻어난 그녀의 핏자국이 아직 따뜻했다.“…얼굴이.”낮고, 거친 숨이 섞인 목소리가 짓씹듯 흘러나왔다.“그 얼굴에 흠집이 나면, 네가 쥐고 있는 카드가 전부 찢겨 나갈 거란 생각은 안 했어?”“어차피 미끼로 던진 몸이에요. 이깟 상처쯤은… 아읏!”블랑의 말이 멎었다.카시안이 불쑥 고개를 숙이더니, 상처가 난 그녀의 뺨을 뜨거운 혀로 핥아 올린 것이다. 축축하고 야만적인 점막이 핏방울을 삼키고 여린 살갗을 자비 없이 문질렀다. 마치 피 맛을 본 짐승의 애무 같았다.“다음에.”입가에 붉은 피를 묻힌 적안이 그녀를 통째로 집어삼킬 듯 내려다보았다.“또 이딴 식으로 네 몸뚱이를 함부로 굴리면… 그땐 정말로 사지를 분질러서라도 내 침대에만 묶어둘 테다.”“……폐하.”
Last Updated: 2026-05-29
Chapter: 78화
길게 기른 손톱이 블랑의 하얀 뺨을 자비 없이 긁고 지나갔다.[짝-!]하는 날카로운 마찰음 뒤로, 하얀 턱선을 타고 붉은 핏방울이 툭 떨어졌다.“어머!”“세, 세상에…!”블랑은 살짝 비틀거렸지만, 쓰러지지는 않았다.피가 배어 나오는 뺨을 감싸 쥐며, 그녀는 비명 대신 속으로 서늘하게 웃었다.‘완벽하게 걸려들었어.’아이린은 단순히 기분 나쁜 여자의 뺨을 때린 게 아니다.명백히, 황제가 총애를 내린 여인에게 피를 본 것이다.놀란 한 귀부인이 사색이 되어 아이린을 말리려 손을 뻗었지만, 이성을 잃은 공녀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다.“그 요망한 혀를 당장 뽑아버리겠어!”아이린이 다시금 독기 어린 손을 쳐드는 순간이었다.“……뭣들 하는 거지.”마치 지옥 밑바닥에서 긁어 올린 듯한, 저음.굳게 닫혀 있던 응접실 문이 거칠게 열려 있었고, 그 너머에 검은 제복 차림의 카시안이 서 있었다.그의 붉은 눈동자가 블랑의 뺨을 타고 흐르는 핏방울에 닿은 순간, 방 안의 공기가 숨통을 조일 듯 무겁게 얼어붙었다.“……폐하.” 황제의 서슬 퍼런 등장에 귀부인들은 사색이 되어 고개를 숙였지만, 아이린만은 달랐다.그녀는 순간 움찔했으나 이내 꼿꼿하게 턱을 치켜들었다. 페온 공작가의 여식이 고작 하룻밤 노리개의 뺨을 친 일로 황제에게 기죽을 이유는 없었다.카시안은 얼어붙은 귀부인들 사이를 성큼성큼 가로질러 블랑의 앞을 막아섰다. 커다란 손이 블랑의 턱을 조심스럽게 쥐어 올렸다.엄지손가락으로 뺨의 핏방울을 스윽 훔쳐낸 그의 입매가, 잔인할 정도로 서늘하게 비틀렸다.“……감히.”그의 적안이 아이린을 향해 내리꽂혔다.“허락 없이, 내 것에 손을 대?”그 살벌한 경고에도 아이린은 당당하게 마주 섰다. 오히려 카시안이 자신보다 저 천한 여자를 감싸고돈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한 듯 쏘아붙였다.“폐하, 고작 하룻밤 품으신 계집입니다. 저 천한 것이 감히 우리 페온가를 모욕하고 반역 운운하는 망발을 지껄이지 않습니까.”아이린은 핏자국이 남은 자신의 손톱을
Last Updated: 2026-05-28
Chapter: 77화
온 종일 황궁 곳곳을 쏘다닌 에다가 은밀히 침실로 들어왔다. 그녀의 품에는 무겁게 챙겨갔던 금화 주머니 대신, 꼬깃꼬깃한 메모장이 들려 있었다.“백작님… 말씀하신 대로 알아왔습니다.”“수고했어. 쓸 만한 게 있던가?”에다는 마른침을 삼키며 주변을 살폈다.“그게… 레녹 후작이 현재 의회에서 페온 공작가의 철광석 채굴권을 황실 소유로 강제 귀속시키려는 법안을 은밀히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그 문제로 공작과 멱살잡이 직전까지 갔다고….”블랑의 은회색 눈동자가 서늘하게 빛났다.‘그래서였군.’어제 그가 굳이 페온 가문을 상징하는 에메랄드 브로치를 남기고 간 이유.내게 뒷배가 되어주겠다는 달콤한 말 이면에는, 나를 황제의 방패막이 겸 페온가의 채굴권을 터뜨리기 위한 가장 자극적인 폭탄으로 던져 넣을 심산이었던 거다.‘명목상으로는 황실 귀속이겠지만, 실질적인 관리와 예산 집행은 의회가 하겠지. 결국 황제의 눈을 가리고 그 막대한 돈줄을 제 주머니에 넣겠다는 소리군. 과연, 의회를 장악한 머리에서 나올 법한 발상이야.’블랑은 서랍 깊숙이 넣어두었던 보석함을 다시 꺼내 열었다.“독이 든 미끼라면… 기꺼이 삼켜주지. 판을 내 쪽으로 엎어버리면 그만이니까.”“백작님…?”“초대장을 써야겠어. 지금 당장.”블랑이 건넨, 아직 잉크가 채 마르지 않은 초대장들을 받아 든 에다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것들을 봉투에 넣으며 조심스럽게 입술을 달싹였다.“백작님…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소문이… 너무 안 좋아요.”레녹 후작에 대한 정보를 캐내기 위해 은밀히 돌아다니던 에다의 귓가에는 지독한 조롱들이 끈적하게 들러붙어 있었다.[들었어? 하루 만에 폐하의 침소에서 쫓겨났다며. 꼴좋지.][근본도 없는 계집이 폐하를 만족시킬 수 있을 리가 있나.][나는 저 백작이 3일 안에 별궁에서 쫓겨난다에 10골드를 걸지. 킬킬.]구석에 모인 시녀들의 비웃음과, 호사 취미를 가진 귀족들의 저급한 내기판. 궁 안에는 이미 블랑이 소박을 맞았다는 확신이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그런
Last Updated: 2026-05-25
Chapter: 76화
레녹이 한 걸음 더 다가왔다.선을 넘지 않던 그가, 어느새 블랑의 숨결이 닿을 만큼 지척까지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얇은 레이스 실내복 위로, 그의 나른하면서도 짙은 시선이 적나라하게 내려앉았다.“질투는 가장 확실한 정치적 도구입니다.”레녹이 긴 손가락을 뻗어, 블랑의 쇄골에 남은 카시안의 붉은 잇자국을 허공에서 스치듯 가리켰다. 직접 닿지는 않았으나, 소름이 돋을 만큼 농밀하고 아찔한 간격이었다.“그 미친 황제께서, 당신을 다른 사내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느끼게 만드는 겁니다. 그 순간 아이린 공녀도, 페온가도, 그 어떤 귀족도 감히 당신에게 이빨을 드러내지 못할 테니까.”“……질투라.”블랑이 헛웃음을 삼키며 되물었다.“그래서 폐하의 마음을 쥐고 흔들어라… 후작님의 입지를 위해서? 하지만 제가 얻는 건 뭐죠?”그녀는 팔짱을 끼며 레녹을 똑바로 응시했다.“폐하의 총애는 뜬구름 같은 겁니다. 제가 후작님을 위해 춤을 추다가, 폐하가 질려서 저를 버리시면요? 그때는 후작님도 저를 버리시겠죠.”“바로 그 지점입니다.”레녹이 기다렸다는 듯 한 걸음 더 다가왔습니다.안경 너머의 눈빛이 서늘하게 빛났다.“총애는 짧고, 권력은 깁니다. 백작님은 지금 뿌리 없는 꽃입니다. 황제의 변덕이 끝나면 시들어 죽을 운명이죠.”
Last Updated: 2026-05-23
Chapter: 75화
서쪽 별궁.황제가 블랑에게 하사한 거처는 지나치게 화려해서 오히려 서늘했다.높은 천장에는 화려한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었고, 바닥은 걸을 때마다 차가운 냉기가 올라오는 최고급 대리석이었다.역대 황비들이 별채로 썼던, 그러나 지금은 주인을 잃고 비어있던 거대한 새장.그 적막을 깨는 것은 옷감이 스치락거리는 소리뿐이었다.“……저기, 백작님.”에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그녀는 카시안이 보낸 시녀들이 가져온 짐을 정리하다 말고, 힐끗 블랑의 눈치를 살폈다.“찻물을 좀… 올릴까요? 안색이 창백하셔서….”그것은 단순한 시중이 아니었다.어떻게든 말을 붙여보려는, 혹시나 하는 기대를 담은 물음이었다.목소리 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제발 나를 알아봐 달라고. 우리가 아르센에서 나눴던 그 온기를 기억해 달라고.하지만 블랑은 창밖을 향해 있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필요 없어.”돌아온 대답은 칼로 자른 듯 차가웠다.“짐 정리가 끝났으면 나가 봐. 피곤하니까.”블랑은 에다 쪽으로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냉정함.그것은 블랑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배려였다.‘단 한 명, 아니 쥐새끼라도 눈치채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야.’계획대로 움직이려면 철저히 남이 되어야 했다.“아…… 네…….”에다의 어깨가 힘없이 축 늘어졌다.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짐을 정리했다.짐짓 분주하게 손을 놀렸지만, 시선은 자꾸만 창가에 선 블랑의 옆모습에 머물렀다.‘정말…… 너무 닮으셨어.’아르센의 붉은 장미 같았던 나의 황후님.자신을 살리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드라켄으로 빼돌려 주셨던 그 고귀한 분.하지만.에다의 시선이 블랑의 옷차림에 닿았다.속살이 훤히 비치는 얇은 레이스 실내복, 목덜미와 쇄골에 붉게 남은 정사의 흔적들.그리고 무엇보다 저 서릿발 같은 눈빛.‘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에다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스스로를 타일렀다.‘황후 폐하께서는 저런… 천박한 옷을 입으실 분이 아니야.’고귀하고 긍지 높던 나의 주인님이다.황제
Last Updated: 2026-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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