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해인의 선언과 동시에, 거실의 시간은 멈춘 듯 고요해졌다.가장 먼저 그 정적을 깬 것은, 황당함에 입을 떡 벌린 김명희였다.“……어머? 도윤이가 아니라고?”명희의 시선이 얼어붙은 도윤과, 보란 듯이 깍지를 끼고 선 서우를 바쁘게 오갔다.“아니, 잠깐만. 그럼 도윤이는 돈만 쓰는 물주고 정작 연애는 쟤랑 했다고? 하, 하하!”명희가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린 순간이었다.우아하게 상황을 관망하던 한 여사의 얼굴이 야차처럼 일그러졌다. 번뜩 정신을 차린 그녀는, 서우의 팔을 거칠게 잡아끌었다.“강서우! 너 지금 무슨 미친 소리를 하는 거야!”“아, 엄마. 옷 구겨지잖아.”“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너 지금 네 형 감싸주려고 억지로 뒤집어쓰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당장 그 손 못 놔?!”권 회장 앞에서만큼은 고상한 안주인으로 살아온 한 여사였다.하지만 제 친아들인 서우가, 도윤이 싸놓은 오물을 스스로 뒤집어쓰겠다고 나서자 그 알량한 가면이 완벽하게 박살 나고 말았다.한 여사는 이성을 잃고 해인과 서우의 맞잡은 손을 떼어내려 악을 썼다. 하지만 서우는 오히려 해인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 안으며 한 여사의 손을 가볍게 쳐냈다.그 아수라장 속에서, 오직 권 회장만이 서늘하게 눈을 빛내며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해인이가 만나는 게 도윤이가 아니라 서우라고 한단 말이지…….’권 회장의 입가에 아주 미세한 안도의 기색이 스쳤다.후계자인 도윤이 이 스캔들에 휘말린다면 그룹의 주가부터 차민영과의 혼사까지 전부 타격을 입는다.하지만 상대가 권씨 핏줄도 아닌, 한 여사가 데리고 들어온 ‘강서우’라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서우가 어떤 추문에 휩싸이든 그룹의 핵심 후계 구도에는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오히려 이 기회에 도윤의 위험 요소를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는, 더없이 깔끔한 꼬리 자르기였다.“그만들 해.”권 회장이 묵직한 목소리로 거실의 소란을 잠재웠다. 그는 짐짓 너그러운 표정을 가장하며, 명희를 향해 고개를 돌렸
거칠게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화려한 명품 코트를 휘날리며 들어선 여자가 거실을 향해 목청을 높였다.“해인아! 우리 딸 해인아, 엄마 왔어!”마치 제집에 딸을 보러 온 듯한, 한없이 살갑고도 뻔뻔한 부름.그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다이닝룸에서 뒤늦게 빠져나온 권 회장과 도윤의 걸음이 거실 입구에서 우뚝 멈췄다.“어머, 우리 딸 여기 있었네?”명희는 소파에 무심하게 앉아 있는 해인을 발견하고는 활짝 웃어 보였다. 그리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소파의 상석에 척 하니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자신의 자리를 되찾기라도 한 듯, 명희는 여유롭게 다리까지 꼬며 거실을 둘러보았다.“이게 무슨 상스러운 짓거리야!”그 기가 막힌 꼴을 목격한 권 회장의 얼굴이 화산처럼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다.“딸자식 얼굴이 보고 싶으면 밖에서 따로 볼 일이지, 어딜 감히 함부로 들이닥쳐! 대체 누가 이 여자를 함부로 집 안에 들인 거야!”권 회장이 하얗게 질린 도우미들을 향해 불호령을 내리자, 뒤이어 거실로 들어선 한 여사가 차분하고 우아한 목소리로 나섰다.“제가 들이라고 했어요님.”“뭐?”“저렇게 대문 밖에서 악을 쓰며 촌스럽게 동네방네 소문내게 두는 것보단, 차라리 집 안으로 들여서 조용히 해결하는 게 나을 테니까요.”가장 우아한 얼굴로 뱉어내는 한 여사의 서늘한 대답. 그 말에 명희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짝 소리 나게 손뼉을 쳤다.“어머, 누구랑은 다르게 판단이 아주 정확하시네.”명희는 턱을 괴고 꼿꼿하게 서 있는 권 회장을 올려다보며 능청스럽게 웃었다.“내가 그저 우리 예쁜 딸내미 얼굴만 보러 온 거였으면 밖에서 따로 조용히 만났지. 난 오늘 우리 예비 사위 얼굴 좀 보러 들른 건데? 인사는 깍듯이 받아야 할 거 아니야.”“당신 예비 사위를 왜 여기와서 찾아.”“몰랐어? 내 딸이 당신 자식들 중 한 놈이랑 꽤 깊게 만나고 있다던데. 당신들 피 한 방울 안 섞였는데 남녀상열지사에 뭐 안 될 거 있나. 안 그래?”명희의 노골적인 도발에 권
권 회장 본가의 다이닝룸.오늘따라 한 여사는 유난히 해인에게 관대했다. 그녀는 직접 서빙된 요리를 해인의 앞으로 밀어주며 우아하게 미소 지었다.“해인아, 많이 먹으렴. 안색이 안 좋구나. 혹시 우리 집 음식이 입에 안 맞니?”그 다정한 목소리가 도윤의 귓가에는 날카로운 금속음처럼 긁혔다.저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는 뭐지?우리 관계를 알고 해인을 받아주기로 한 걸까,아니면 해인이가 내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건가.도윤이 슬쩍 한 여사를 살피자, 그녀가 기다렸다는 듯 도윤과 시선을 맞췄다.“내가 딸이 없잖니. 처음엔 어색했는데 지금은 너무 좋네. 누구 며느리가 될지 참 부러워.”명백한 조롱이었다.“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간신히 내뱉은 해인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그 꼴을 지켜보던 권 회장이 냅킨으로 입가를 닦으며 찬물을 끼얹었다.“도윤이는 다음 달 초에는 정식으로 약혼 날짜를 잡는 게 좋겠구나. 너야, 정리할 주변도 없겠지만 그래도 잡음 들리는 일 없도록 신경은 쓰도록 해. 서로 기분 거슬려서 좋을 건 없으니까.”그것은 식탁 끝에 유령처럼 앉아 있는 해인을 투명 인간 취급하며 내리꽂는 잔인한 경고였다.맞은편에 앉은 한 여사는 우아하게 찻잔을 들어 올리며 모른 척 시선을 돌렸다.도윤의 포크질이 아주 찰나 멈칫했다. 그는 습관적으로 해인의 눈치를 살폈지만, 결국 평온하게 대답했다.“네, 아버지. 알아서 차질 없게 준비하겠습니다.”해인은 그 대화를 들으면서도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조용히 제 몫의 음식을 떠먹었다. 그녀는 도윤의 떨리는 손등도, 한 여사의 기만적인 미소도, 권 회장의 오만한 훈계도 마치 강 건너 불 구경하듯 무심하게 바라보았다.‘언제까지 서로 속고 속이는 이 가식적인 식탁에 앉아 있을지…….’해인이 무심하게 시선을 돌린 그때였다.식탁 맞은편, 내내 와인잔만 만지작거리며 입을 다물고 있던 서우와 시선이 정면으로 맞부딪쳤다.서우의 입술이 그녀를 향해 소리 없이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괜찮아?] ‘……결국
점심시간, 직장인들로 북적이는 작은 샐러드 바.시끌벅적한 소음과 포크 부딪치는 소리가 가득한 이곳에서, 서우는 턱을 괸 채 맞은편의 해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나, 소스 안 뿌려? 그러다 풀만 씹겠다.” 서우가 능청스럽게 웃으며 해인의 샐러드 위로 드레싱을 슥 밀어주었다. 하지만 해인은 포크로 애먼 양상추만 뒤적일 뿐이었다.머릿속에는 새벽에 잘라버린 카드의 파편과, 조금 전 도윤이 보낸 기만적인 메시지가 뒤엉켜 있었다.한참을 망설이던 해인이 마침내 굳게 닫혀 있던 입술을 뗐다.“어제저녁에 네가 물었잖아. 엄마한테 줬다는 그 카드, 내가 원하지 않는데 억지로 준 거 아니냐고.”“……어, 그랬지.”“네 말이 맞아. 내가 원해서 준 게 아니었어.” 해인은 씁쓸한 표정으로 어제 감춰두었던 진실을 털어놓았다. “그래서 나 오늘 아침에 엄마 찾아가서, 오빠가 준 그 카드…… 내 손으로 가위로 잘라버렸어.”“……뭐?” 포크를 들고 있던 서우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장난기 서리던 눈매 뒤로 순식간에 놀라움과 짙은 흥미가 번졌다.“사실, 엄마가 카드 쓰기 전에 오빠한테 정지시켜 달라고 부탁했거든. 그런데 나한테는 정지시켰다고 거짓말을 해놓고 안 했더라고. 그러니까 백화점에서 너랑 마주쳤겠지?”해인의 쓰디쓴 고백에, 서우는 들고 있던 포크를 천천히 내려놓았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입술을 축이더니, 이내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형 딴에는 누나 배려한답시고 한 행동이었을 거야.”“배려?”“어. 누나가 어머니랑 굳이 진흙탕 싸움하면서 상처받게 놔두느니, 그냥 자기가 돈 좀 쓰고 조용히 무마하는 게 누나를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했겠지. 알잖아, 권도윤한테 그깟 카드값 몇 푼은 일도 아닌 거. 형 성격에 그게 제일 깔끔하고 완벽한 해결책이었을 테니까.”그것은 철저하게 도윤의 입장을 대변하는, 지극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옹호였다. 하지만 서우의 그 무심한 위로가, 오히려 해인의 가슴 깊은 곳에 서늘한 비수를 꽂아 넣었다.“……맞아.
동이 트기 전의 새벽 공기는 폐부를 찌를 듯 서늘했다.고작 몇 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건만, 낯설어진 현관문 앞에서 해인은 사원증이 든 가방 끈을 꽉 움켜쥐었다.“하아.”해인은 손가락에 힘을 주어 키패드에 비밀번호를 눌렀다.띠.띠.띠.띠하지만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아닌 짧은 경고음이 났다.삐-!‘뭐지? 분명히 제대로 눌렀는데. 그새 또 남자가 바뀌었나 보네.’쉽게 남자를 집안에 들이고, 관계가 틀어지면 비밀번호를 바꾸는 엄마의 방식이 떠올랐다. 넌덜머리가 났다.한숨을 쉬며 초인종으로 손을 옮기는 찰나, 안쪽에서 거친 발소리가 들렸다.“왜 새벽부터 지랄이야! 한번만 더 찾아오면 신고한다고 했지?”벌컥, 거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잔뜩 독이 올라 튀어나오던 명희의 눈이 해인을 확인하는 순간 동그랗게 커졌다.“네가 여기엔 왜? 혹시 쫓겨났니?”“왜? 내가 쫓겨날 일이라도 만들었어? 그리고 쫓겨나도 이제 여기로 올 일 없어. 할 말 있으니까 들어가 봐.”해인은 명희를 제치고 현관 안으로 들어 섰다.거실 안쪽에는 어제 백화점에서 긁어모은 명품 쇼핑백들이 난잡하게 흩어져 있었다.“카드 내놔.”인사조차 생략한 해인의 서늘한 목소리에 명희의 눈꼬리가 사납게 치켜올라갔다.“뭐? 카드? 기가 막혀서. 야, 내가 달라고 했니? 네 손으로 줬으면 이제 와서 달라고 해?”“당장 내놔. 내 손으로 경찰 불러서 절도죄로 처넣기 전에.”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해인의 독기 어린 눈빛에 압도당한 명희가 멈칫했다.결국 명희가 신경질적으로 지갑에서 블랙 카드를 꺼내 던지듯 내밀었다.“독한 년, 가져가! 도윤이에게 찾아 가면 되니까. 이제는 상황이 다르지. 내가 명색이 저 장모가 될 사람 아니야. 안 그러니?”명희의 입에서 나온 가장 끔찍한 협박.하지만 카드를 쥔 해인의 얼굴에는 어떠한 두려움도, 당혹감도 떠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입가에 서늘하고도 비틀린 미소가 번졌다.“그래. 해.”“……뭐?”챙강-해인은 가방에서 챙겨 온 가위를
“그래? 그럼 다행인데……. 혹시라도 누나가 원하지 않는데 억지로 준 거라면, 나한테라도 털어놨으면 좋겠어.”“……왜 내가 억지로 줬다고 생각해?”해인이 방어적으로 되묻자, 서우는 소파에 기대었던 상체를 천천히 앞으로 숙이며 정곡을 찔렀다.“누나, 형한테 부담 주기 싫다면서 그동안 그 카드 한 번도 안 썼잖아. 자기도 안 썼던 걸 갑자기 어머니한테 턱 하니 내줬다는 게 이상하잖아.”“…….”서우의 예리한 지적에 해인은 말문이 막혔다. 변명할 말을 찾지 못해 입술만 깨물고 있는 해인을 보며, 서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해인의 곁으로 다가와, 늘 철없이 굴던 평소와는 전혀 다른 진중하고 다정한 목소리를 냈다.“혼자 끙끙 앓지 마. 힘들면 같이 해결해 나가면 되니까.”완벽한 타이밍이었다.기댈 곳 없는 해인의 마음을 비집고 들어오는, 가장 완벽하고 안전한 형태의 위로.해인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서우는, 이내 평소의 나른한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손뼉을 쳤다.“아, 배고프다. 얼른 밥 먹으러 넘어가자. 오랜만에 다 같이 저녁 먹네.”무겁게 짓눌려 있던 공기가 서우의 능청스러운 태도에 일순간 환기되었다.해인은 멍했던 정신을 다잡고,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저녁 공기는 적당히 선선해서 쾌적했지만, 해인의 머릿속은 엉켜버린 실타래처럼 복잡했다. 묵묵히 앞서 걷던 서우의 뒷모습을 응시하던 해인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서우야. 아까 그 이야기 말이야.”걸음을 멈춘 서우가 뒤를 돌아보았다. 해인은 애써 흔들리는 눈빛을 감추며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오빠한테는 당분간 말하지 말아 줄래? 알면…… 기분 나빠할 것 같아서 그래.”서우는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은 채, 가볍게 고개를 갸웃거렸다.“비밀로 해주는 건 어렵지 않은데. 어차피 명세서 날아오면 형도 다 알게 될 텐데? 누가 봐도 누나가 살 만한 물건들이 아니었잖아.”틀린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해인은 자신이 처한 이 비참하고 무력한 상황을 그에게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갑자기. 오빠는 그냥 오빠지.”겨우 내뱉은 목소리에서 의지와 상관없는 떨림이 느껴졌다.아니라고 딱 잘라 말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혀끝이 마비된 듯 굳어버렸다.조금 전 자신을 외면하고 돌아서던 도윤의 넓은 어깨와, 차갑게 식어있던 눈동자가 잔상처럼 스쳐 지나갔다.그건 서운함일까, 아니면 서우가 말한 그 지독한 감정의 편린일까.해인은 제 안의 금기된 상자가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한 번도 남자라는 프레임으로 가둬본 적 없는 도윤이, 서우의 질문 하나에 낯선 열기를 띠며 심장 속으로 침투해 왔다.
칠흑 같은 한강의 물결 위로 서울의 네온사인이 깨진 보석처럼 흩뿌려졌다.기부라는 숭고한 명분은 차갑게 식은 샴페인 기포 속에 녹아 사라지고, 한강의 밤바다 위에는 오직 서로의 계급을 확인하려는 은밀한 탐욕만이 번들거렸다.“표정 좀 풀어. 사람들이 우리 싸운 줄 알겠어.”채영이 도윤의 팔에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며 속삭였다.도윤은 대답 대신 정중하게 웃고 떠드는 사람들 너머, 아직 굳게 닫힌 연회장 입구를 응시했다. 시선은 고정되어 있었으나, 초점은 불안하게 흔들렸다.“곧 올 거야. 당신이 아주 깜짝 놀랄 모습으로.”채영의
정적은 독이었다.의식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순간, 도윤은 제 전신을 감싸고 있는 낯선 감각들에 마비될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팔 안에 가득 들어찬 말랑하고 가녀린 곡선, 콧끝을 집요하게 간질이는 보드라운 머리카락, 그리고 얇은 잠옷 너머로 여과 없이 전해지는 뜨거운 온기.하지만 곧 그것이 무엇인지 자각하자마자 , 도윤의 등골로 서늘한 소름이 돋아 올랐다.‘……!’제 품에서 고른 숨을 내뱉고 있는 건, 세상에서 유일하게 건드려서는 안 될 존재였다.심장이 늑골을 뚫고 나올 듯 요동쳤다. 다행히 해인은 깊은 잠에 빠진 듯 미
“엄마, 나 이 약혼 안 해. 못 하겠어.”찻잔을 매만지던 엄마의 손길이 멈췄다. 하지만 기대했던 걱정이나 당혹감 따위는 없었다. 엄마는 그저 안경 너머로 채영을 차갑게 훑었을 뿐이었다.“권도윤이 에이펙 후계자 자리에서 밀려나기라도 했니?”“그게 아니라…….”담담한 물음에 채영의 입술이 굳었다가 다시 움직였다.“그 인간, 나 사랑 안 해. 아니, 사랑 안 하는 건 상관없는데, 딴 여자가 있다고!”채영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하지만 엄마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그래서?”“그래서라니?”엄마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고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