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ZER LOGIN"지금 네 위에서 발정 난 새끼가, 오빠로 보여?" 6살과 11살. 부모의 재혼으로 묶였던 10년. 부모의 이혼과 함께 끊어진 인연, 그리고 다시 흐른 10년의 세월. 26살과 31살. 백화점의 점원과 VIP고객으로 재회 후, 다정했던 오빠는 온데간데없고 짐승 같은 눈을 한 남자만이 남았다. 그리고 그들의 사이를 파고드는 또 다른 그림자, 강서우. 도윤의 아버지가 새로 들인 여자의 아들이자, 현재 도윤의 동생인 그가 해인의 앞에 나타났다. “형이 아끼는 건 다 뺏어보고 싶거든. 그게 누나라도.” 형을 향한 열등감과 증오로 시작된 접근이었다. 하지만 서우의 장난질은 지독한 소유욕으로 변질되기 시작한다. “말해봐, 누나. 형이야, 나야?” 숨 막히는 위압감의 권도윤 vs 애틋하게 파고드는 강서우
Ver mais“왜 하필 강서우야.”
낮게 깔린 도윤의 목소리가 방 안을 무겁게 짓눌렀다. 분노를 억누르느라 불거진 그의 턱 근육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해인은 담담했다. 아니, 오히려 무심해 보이기까지 했다.
“서우가 뭐 어때서. 겉으로 보기에만 철없는 거지, 속도 깊고 여린 애야.”
“네가 걔에 대해서 뭘 알아!”
쾅. 도윤이 화장대를 내리쳤다. 정적을 깨는 굉음에도 해인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그 옛날 그의 으름장 한마디에 겁을 먹던 꼬맹이는 이제 없었다.
“그래 몰라. 그런데 사람 속을 다 알아야 할 필요가 있어? 나한테 잘해주면 되는 거잖아.”
“윤해인.”
“적어도 서우는 내가 아니면 안 된대. 걔 시선은 한결같이 나야.”
도윤은 성큼 다가와 해인의 어깨를 거칠게 붙잡았다.
“너, 자신 있어? 내 눈앞에서 다른 놈이랑 살 자신 있냐고.”
"못할 건 뭐 있어. 어차피 오빠 선택지에 나는 없잖아.”
순간, 도윤의 숨이 멎었다. 가장 아픈 곳을 정확히 찔린 자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해인은 그 비극적인 표정을 감상하듯 서늘하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였다.
“사실 나는 누구랑 결혼하든 똑같아. 그게 강서우든, 길거리의 누구든 상관없다고.”
“……말 함부로 하지 마.”
도윤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얇은 니트 위로 해인의 가녀린 뼈마디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하지만 해인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그보다 더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도윤의 심장에 박혔다.
“대체 왜 이렇게 화를 내는지 모르겠네. 남부럽지 않은 결혼 시켜주겠다며. 자기 하기는 싫지만, 남 주려니 아까운 마음인가?”
도윤의 이성이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해인을 거칠게 벽으로 밀어붙이며 제 몸으로 그녀를 가둬버렸다.
“계획 바꿨어."
도윤의 뜨거운 숨결이 해인의 입술 바로 위에서 흩어졌다.
"못 가. 강서우한테도, 그 어떤 새끼한테도.”
“그럼 어떻게 하라고. 그냥 죽어버릴까.”
해인은 있는 힘껏 입꼬리를 끌어당겨 봤지만, 기어이 눈앞이 흐려졌다. 그 처절한 얼굴을 내려다보던 도윤의 눈동자가 기괴하게 번뜩였다. 갈 곳 잃은 분노와 참아온 갈증이 뒤섞인, 흡사 짐승의 눈빛이었다.
“……나랑 하면 되잖아.”
“뭐……?”
해인이 멍하니 되물었다. 눈물 고인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도윤은 도망칠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그녀의 턱을 거칠게 쥐어 올려 제게 고정시켰다.
“결혼이든, 그보다 더한 거든. 강서우랑 하겠다는 거 다 나랑 하면 되잖아.”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해인의 귓가를 짓눌렀다. 도윤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선택권 따위 줄 생각도 없었다. 그는 그대로 고개를 숙여 해인의 붉은 입술을 거칠게 삼켜버렸다.
그것은 다정함이라곤 전무한, 날 것 그대로의 침략이었다. 도윤은 해인의 숨을 송두리째 앗아갈 듯 몰아붙였다. 뜨겁고 단단한 감각이 부딪힐 때마다 해인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그는 해인을 벽에 박아넣듯 밀착하며, 거친 숨소리와 함께 방 안의 온도를 순식간에 치솟게 했다.
“하아, 오빠…… 잠시만…….”
해인이 도윤의 어깨를 밀어내려 버둥거렸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해인의 허리를 부서질 듯 감아올려 제게 바짝 밀착시켰다. 얇은 옷감 너머로 전해지는 노골적인 소유욕에 해인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도윤은 입술을 떼며 해인의 귓가를 짓씹듯 속삭였다.
“오빠라고 부르지 마.”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그의 입술이 비릿하게 말려 올라갔다.
“지금 네 위에서 발정 난 새끼가, 아직도 오빠로 보여?”
도윤은 해인을 번쩍 들어 올려 침대 위로 눕혔다. 푹신한 매트리스가 출렁이며 해인의 몸이 튀어 올랐다. 도윤은 답답한 듯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 던지고, 그녀를 가두듯 위로 올라탔다. 그의 거대한 그림자가 해인을 완전히 집어삼켰다.
“서우한테는 어디까지 허락할 생각이었어?”
도윤의 시선이 해인의 흩어진 머리카락과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끈적하게 훑었다. 그는 해인의 손목을 침대 헤드 위로 단단히 눌러 고정하며 숨이 막힐 듯 거리를 좁혔다.
“아니, 대답하지 마. 생각만 해도 미칠 것 같으니까.”
그는 해인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으며 낮게 으르렁거렸다. 거친 숨결이 닿는 곳마다 소름이 돋아올랐다. 도윤은 그녀를 완전히 옭아맨 채, 당장이라도 집어삼킬 듯한 기세로 몰아붙였다.
해인이 애처롭게 그의 팔을 붙잡으며 버둥거렸지만, 도윤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붉게 달아오른 눈으로 해인을 내려다보며, 거친 숨결을 뱉어냈다.
“ 나랑 이런 짓거리 하는 건 싫어? 왜, 나랑은 뽀뽀나 할 줄 알았냐고.”
해인을 옭아매고 있던 압박감이 극에 달한 찰나.
쾅!
정적을 찢는 굉음과 함께 방문이 박살 날 듯 열려젖혀졌다.
“이 미친 새끼가, 어디다 손을 대!”
해인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일그러진 강서우의 얼굴이었다. 도윤이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서우의 발길질이 도윤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도윤의 몸이 침대 아래로 나뒹굴었다.
“오빠! 강서우!”
해인이 헝클어진 옷가지를 추스르며 비명을 질렀고, 침대 아래로 떨어진 도윤이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넌, 아직도 이 새끼한테 오빠소리가 나와?"
서우가 도윤의 멱살을 거칠게 쥐어 올렸다.
"그렇지 않아도 오빠라고 부르지 말라고 하던 참이었어."
도윤 또한 지지 않고 서우의 손목을 부서뜨릴 듯 움켜쥐며, 다른 한 손으로 서우의 멱살을 잡았다.
"이제부터 오빠 말고 얘 남편하려고."
“이 새끼가!”
서우의 주먹이 다시 도윤의 얼굴을 향해 날아들려는 순간 해인이 두 사람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얇은 니트 하나만 걸친 채, 도윤과 서우의 단단한 가슴팍 사이에 선 해인의 몸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어젯밤, 해인의 입에서 ‘남’이라는 단어가 떨어졌을 때 권도윤은 앓던 이가 빠진 듯한 해방감을 느꼈다.그래, 남. 빌어먹을 오빠 동생이 아니라 완벽한 타인.그런데 문제가 생겼다.생판 남인 여자, 그것도 제가 미치도록 탐내고 있는 여자에게 대체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 건지 서른이 넘도록 단 한 번도 배워본 적이 없다는 것."숨 막히는 이사회 심문 앞에서도 넥타이 한 번 고쳐 매지 않던 그가, 아침부터 거실 소파에 앉아 신문만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글자는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의 온 신경은 창밖 너머, 굳게 닫힌 별채의 현관문에 쏠려 있었다.‘언제쯤 나오려나. 마주치면 뭐라고 해야 하지? 잘 잤냐고? 아니, 너무 오빠 같잖아. 그럼 오늘 예쁘네? 미친놈처럼 보이려나.’머릿속으로 수십 번 시뮬레이션을 돌리던 그때였다.덜컥-.멀리서 별채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울렸다.밤새 잠을 설쳤는지 조금 퀭한 얼굴로 걸어 나오는 해인의 어깨에는 무거운 포트폴리오 가방이 매달려 있었다.그녀가 본채 앞 정원을 가로질러 대문 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도윤은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신문을 소파에 던져두고 현관을 나섰다.평소라면 마당을 가로지르는 해인에게 냉큼 다가가 가방부터 뺏어 들며 잔소리를 늘어놓았을 터였다. 하지만 도윤은 정원 한가운데서 섣불리 다가가지 못한 채 우뚝 걸음을 멈췄다.아침 햇살 아래 드러난 그녀의 목덜미와, 얇은 셔츠 위로 도드라진 가녀린 어깨선이 오늘따라 숨이 막힐 정도로 기이하고 낯설게 느껴졌다.“……어?”갑자기 길을 막아선 도윤의 등장에 놀란 해인이 흠칫 걸음을 멈췄다. 그녀의 얇은 셔츠 위로 무거운 가방끈이 비스듬히 파고들어 꼬여 있었다.“……가방끈.”도윤의 손이 허공을 갈랐다. 그저 꼬인 끈을 바로잡아주려던 것뿐인데, 손끝이 해인의 어깨에 닿는 순간 도윤은 숨을 헉 삼킬 뻔했다.‘……미치겠네.’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아무렇지 않게 안아주고 쓰다듬었던 어깨였다.대체 그때는 어떻게 그게 가능했던 거지?‘
[도윤 오빠]평소라면 한 번 안 받으면 그만일 도윤이 연달아 열 통이 넘게 전화를 남겼다.‘무슨 일이 있나? 또 한참 안 받았다고 화를 내면 어쩌지?’해인은 초조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돌려 통화 버튼을 눌렀다.신호음이 얼마 가지 않아 연결되었다.“……오빠? 미안해. 서우 일하는 데 구경 왔는데, 촬영장 안이라 소리를 못 들었어.”[끝났어?]그녀의 예상과 달리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도윤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름없이 차분하고 매끄러웠다.화가 났다거나 다그치는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평온한 음성.해인은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응, 방금 끝났어. 이제 정리하고 가려고.”[그럼 서우랑 같이 내려와. 스튜디오 앞이야. 저녁 사줄게.]그 차분한 통보에 해인의 발걸음이 뚝 멎었다.오빠가 이곳까지 왔다고?갑자기?아니, 그보다 여기 있는지 어떻게 알고?열 통이 넘는 부재중 전화.그런데도 기이할 정도로 평온한 목소리.그리고 묻지도 않은 제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집요함까지.그 이질적인 조합에 등줄기로 오싹한 전율이 훑고 지나갔다.해인이 미처 ‘여길 어떻게 알았냐’고 입을 떼기도 전에 전화는 일방적으로 툭 끊어졌다.“누구야?”어느새 다가온 서우가 끊긴 핸드폰을 쥐고 굳어 있는 해인을 내려다보며 물었다.“아……, 오빠가 스튜디오 앞이래. 저녁 사준다고 같이 내려오라는데.”“형이 여길 왔다고?”해인의 말에 서우는 아주 잠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비스듬히 말아 올렸다.“그런데 대체 어떻게 알고 온건지…….”서우의 눈이 반짝 커지더니, 이내 손뼉을 짝 쳤다.“아! 내가 촬영 시작 전에, 스튜디오 태그해서 SNS에 우리 사진 올렸거든. 그거 왔나보네.”서우가 여유롭게 제 겉옷을 챙겨 입으며 해인의 어깨를 가볍게 툭 쳤다.“가자. 기왕 형이 여기까지 납셨는데 안 가면 섭섭하지. 오늘 메뉴는 우리가 골라도 된대? 엄청 비싼 거 사달라고 해야겠다.”잠시 후, 밖으로 나온 두 사람을 맞이
손끝이 화면 위를 내리누르자, 조명이 은은하게 비치는 프라이빗 스파 풀장의 사진이 액정을 가득 채웠다.수증기에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나른하게 미소 짓고 있는 반나체의 강서우.그리고 그 옆에서, 얇은 홀터넥 수영복만 입은 채 당황한 듯 렌즈를 피하고 있는 윤해인의 젖은 어깨와 붉어진 뺨.게시물 아래에는 보란 듯이 태그가 달려 있었다.@Seowoo_K: 협찬 바우처 덕분에 주말 오전부터 완벽한 힐링. 이제 열일하러 촬영장 갑니다.#프라이빗스파 #VIP코스 #휴식 #일일어시스턴트랑_함께누가 봐도 협찬받은 스파를 홍보하는 평범한 모델의 일상 사진.대중들은 그저 서우의 화려한 외모와 스파의 고급스러움에 환호할 테지만, 도윤의 눈에는 달랐다.사진 속 서우의 시선은 렌즈가 아니라, 제 옆에 바짝 붙어 앉은 해인의 젖은 쇄골을 향해 아주 교묘하고 끈적하게 달라붙어 있었다.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던 리넨 냅킨이 도윤의 손아귀 안에서 처참하게 구겨졌다.바스라지는 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짓이겨진 천 뭉치는, 당장이라도 누군가의 숨통을 틀어쥐고 싶은 그의 뒤틀린 심사 그 자체였다.‘대체 무슨 생각이지.’선박에서의 그 밤, 채영의 농간에 휘둘려 해인에게 약이 든 술을 건넸던 서우를 도윤은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기꺼이 용서했다.실수였다는 그 비겁한 변명을 믿어준 것이 아니었다.결론은 서우가 해인을 건드리지 않았고, 해인의 주변을 더는 시끄럽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도윤의 인내였을 뿐이다.그런데 강서우는 보란 듯이 그 인내를 비웃으며 다시 해인을 건드리고 있었다.‘진심인 건가, 아니면 단순히 나를 이겨 먹기 위해 던지는 패인가.’어느 쪽이라 하더라도 끔찍했다.사진 속 저 맹목적인 눈빛이 해인을 흔들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도윤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하지만 만약 이게 단순한 게임이라면, 저놈은 오늘 제 손에 죽어야 했다.감히 윤해인을 상대로 우월감을 확인하려 들고, 수만 명의 눈앞에 그녀를 전시하며 저를 조롱하는 그 가벼운 유희를 도
스파 건물을 빠져나와 주차장으로 향하는 내내, 해인은 반쯤 혼이 나간 사람처럼 멍한 표정이었다.풍성한 아로마 오일의 향도,전문가의 섬세한 마사지도 해인의 굳은 몸을 풀어주진 못했다.엎드려 있는 한 시간 내내 머릿속에는 오직 수면 아래에서 들려오던 강서우의 목소리만이 이명처럼 맴돌았으니까.‘나는 누나만의 얌전한 개가 될 수 있어.’해인은 확 달아오르는 얼굴을 식히려 연신 손바닥을 뺨에 갖다 대었다.반면 서우는 스파 덕분인지, 아니면 제 고백에 흔들리는 해인의 모습을 구경한 덕분인지 아주 개운하고 반짝거리는 얼굴이었다.조수석 문을 열어주던 서우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아차 하는 표정으로 해인을 내려다보았다.“아, 맞다. 깜빡하고 말 안 했는데, 나 오늘 오후에 화보 촬영 있거든.”“……어? 촬영?”“응. 그래도 뭐, 같이 가줄 거지? 나 일하는 거 구경도 좀 하고.”뻔뻔하고도 자연스러운 통보였다.해인이 황당하다는 듯 입을 벌렸지만, 서우는 해인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가볍게 그녀의 등을 밀어 조수석에 앉혔다.“촬영 금방 끝나니까, 같이 있다가 맛있는 거 먹고 들어가자. 누나 좋아하는 거 사줄게.”스파가 끝나면 곧장 집으로 돌아갈 줄 알았는데.강서우의 능수능란한 페이스에 완전히 휘말려, 해인은 ‘안 돼’라고 거절할 타이밍조차 놓쳐버렸다.“벨트 매.”서우가 운전석에 올라타며 기분 좋은 호선을 그렸다.해인은 어쩐지 저 여우 같은 놈이 처음부터 이럴 작정으로 바우처를 내밀었다는 강한 합리적 의심이 들었지만, 이미 스포츠카는 부드럽게 주차장을 빠져나가고 있었다.**서우의 스포츠카가 해인을 태우고 능수능란하게 스파 주차장을 빠져나가고 있을 무렵.같은 시각, 본가에서 멀지 않은 프라이빗 호텔 라운지.도윤은 식은 홍차 잔을 매만지며 맞은편에 앉은 차민영을 건조한 시선으로 응시했다.태성과 에이펙의 합작 건이라는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워 주말 낮부터 그녀를 불러냈지만, 사실 비즈니스 점검은 얄팍한 핑계에 불과했다.진짜 속내는 따로 있었다
도윤의 집무실 문이 예고도 없이 열렸다.“점심이나 먹죠, 파트너.”서류를 검토하던 도윤이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었다.칼같이 재단된 크림 화이트 컬러의 슈트를 입은 차민영이 들어서고 있었다. 헐렁한 재킷 소매 아래로 언뜻 보이는 볼드한 골드 뱅글이 바깥세상의 빛을 반사했다.“하아…, 비서실을 갈아치워야 하나.”“또 뭘 그렇게까지. 난 프리패스거든요. 물론 권한은 권 회장님께서 주셨고.”도윤의 시선이 민영을 지나쳐, 그녀의 등 뒤에서 그림자처럼 태건에게로 꽂혔다.무표정한 가드의 얼굴 너머로, 어젯밤 그가 꿰뚫어 보았던
“……!”[602호. 안 와도 상관 없어. 사람들은 늘 이런식으로 날 대하니까.]뚝.전화가 끊겼다. 해인은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아 신음조차 내뱉지 못했다. 귓가에는 서우의 낮고 절박한, 그래서 더 잔인하게 들리던 목소리가 쟁쟁하게 맴돌았다.[먹고 버리기에 제격인 거지?]그 말이 낙인이 되어 해인의 전신을 지져댔다. 자신의 기억 속에 문득문득 떠오르는 서우의 일그러진 얼굴. 모든 정황이 하나의 결론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해인은 미친 듯이 방을 뛰쳐나갔다. 복도에는 이른 아침의 정적만이 감돌았다.타닥, 타닥.도윤의 커다
“잠시 주목해 주시겠습니까.”연회장 중앙, 단상 위로 올라선 도윤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유람선 전체에 울려 퍼졌다. 소란스럽던 군중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오늘 이 자선 바자회에, 저희 에이펙 그룹에서는 아주 특별한 물건을 내놓으려 합니다.”도윤의 신호에 직원이 벨벳 천으로 덮인 작은 케이스를 들고 나왔다. 천이 걷히자, 조명을 받아 눈이 시리게 빛나는 블루 사파이어 펜던트가 모습을 드러냈다.사람들의 감탄사가 터져 나오는 찰나, 도윤의 시선이 수많은 인파를 뚫고 서우의 곁에 선 해인에게 꽂혔다.“오늘, 이 물건의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갑자기. 오빠는 그냥 오빠지.”겨우 내뱉은 목소리에서 의지와 상관없는 떨림이 느껴졌다.아니라고 딱 잘라 말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혀끝이 마비된 듯 굳어버렸다.조금 전 자신을 외면하고 돌아서던 도윤의 넓은 어깨와, 차갑게 식어있던 눈동자가 잔상처럼 스쳐 지나갔다.그건 서운함일까, 아니면 서우가 말한 그 지독한 감정의 편린일까.해인은 제 안의 금기된 상자가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한 번도 남자라는 프레임으로 가둬본 적 없는 도윤이, 서우의 질문 하나에 낯선 열기를 띠며 심장 속으로 침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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