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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장례식에 다른 아내가 나타났다
남편의 장례식에 다른 아내가 나타났다
Author: 에이르

<1화: 장례식에 온 여자>

Author: 에이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04 12:35:37

사람이 죽으면 시간이 멈출 줄 알았다.

하지만 장례식장의 시계는 너무도 멀쩡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초침이 한 칸씩 앞으로 갈 때마다 윤하늘은 자신이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했다.

벽에 걸린 시계는 새벽 두 시를 조금 넘기고 있었다.

빈소에는 사람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가까운 친척 몇 명은 구석에 앉아 졸고 있었고, 회사 사람들도 대부분 돌아간 뒤였다.

하늘은 영정사진 앞에 가만히 서 있었다.

사진 속 남자는 웃고 있었다.

도재욱.

하늘의 남편.

결혼한 지 네 해.

그리고 사흘 전, 죽었다.

“……왜 하필 그 사진이야.”

하늘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사진 속 재욱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던 회색 셔츠를 입고 있었다.

작년 여름이었다.

하늘이 새 휴대전화를 사고 처음으로 찍어준 사진.

재욱은 사진 찍는 걸 싫어했다.

그날도 카메라를 들이밀자 인상을 찌푸렸었다.

‘찍지 마.’

‘한 장만.’

‘싫어.’

‘나중에 영정사진으로 쓰게.’

장난처럼 던졌던 말이었다.

재욱은 그 말을 듣고 하늘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툭 쳤다.

‘그런 소리 하지 마.’

결국 억지로 한 장 찍었다.

그 사진이 정말 영정사진이 될 줄은 몰랐다.

하늘은 입술을 깨물었다.

울음은 이상하게 나오지 않았다.

사고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도 그랬다.

병원에서 흰 천 아래 누워 있는 재욱을 확인했을 때도.

경찰이 교통사고라고 설명했을 때도.

장례식장으로 옮겨졌을 때도.

그저 모든 일이 현실 같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금방이라도 재욱에게 전화가 올 것 같았다.

― 하늘아. 뭐 먹고 싶어?

늘 퇴근 직전에 걸려오던 전화.

재욱은 저녁 메뉴를 정하는 일을 세상에서 가장 어려워했다.

‘아무거나.’

하늘이 그렇게 대답하면 꼭 짜증을 냈다.

‘아무거나가 제일 어렵다니까.’

그런 남자가 이제 없었다.

하늘은 영정사진 아래 놓인 국화 한 송이를 바라봤다.

그때였다.

빈소 바깥에서 구두 소리가 들렸다.

또각.

또각.

이 시간에 찾아올 조문객은 거의 없었다.

하늘이 고개를 돌렸다.

검은색 코트를 입은 여자가 빈소 입구에 서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긴 머리를 단정하게 묶은 여자.

서른 안팎으로 보였다.

조문객이라기에는 이상했다.

보통 빈소에 들어온 사람들은 가장 먼저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여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영정사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도재욱의 얼굴을.

여자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손에 들고 있던 작은 가방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툭.

조용한 빈소에 유난히 크게 울렸다.

하늘이 다가갔다.

“괜찮으세요?”

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영정사진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아주 가까운 곳에서 사진을 바라봤다.

하늘은 점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조문객이 아니라,

믿을 수 없는 것을 확인하러 온 사람처럼 보였다.

“저기요.”

하늘이 다시 불렀다.

그제야 여자가 고개를 돌렸다.

눈가가 붉어져 있었다.

“……도재욱.”

하늘의 몸이 굳었다.

낯선 여자의 입에서 남편 이름이 너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재욱 씨가…… 왜 여기 있어요?”

하늘의 미간이 좁아졌다.

“아시는 분이세요?”

여자는 오히려 하늘을 이상한 사람 보듯 바라봤다.

“네?”

“제 남편 아시는 분이냐고요.”

순간 여자의 표정이 멈췄다.

“남편이요?”

“네.”

“누구 남편이요?”

질문이 이상했다.

하늘은 잠시 대답하지 못했다.

“제 남편이요.”

여자의 얼굴이 완전히 굳었다.

빈소 안쪽에서 잠들어 있던 친척 한 사람이 몸을 뒤척였다.

하늘은 목소리를 낮췄다.

“어떤 관계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시간이 늦어서요. 조문 오신 거라면―”

“잠깐만요.”

여자가 하늘의 말을 잘랐다.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하늘은 당황했지만 대답했다.

“윤하늘이요.”

여자의 입술이 천천히 벌어졌다.

“윤…… 하늘.”

마치 처음 듣는 이름처럼 되뇌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자신의 가방을 열기 시작했다.

지갑.

화장품.

휴대전화.

작은 수첩.

손이 떨려 물건 몇 개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늘은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여자가 지갑 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사진이었다.

“이 사람 맞아요?”

하늘은 사진을 받아들었다.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도재욱이었다.

영정사진 속 남자와 같은 얼굴.

하지만 사진 속 재욱은 처음 보는 옷을 입고 있었다.

검은 니트.

그리고 두 사람이 서 있는 곳은 옷가게 안이었다.

뒤편으로 가지런히 걸린 옷들이 보였고, 한쪽에는 전신거울과 피팅룸이 있었다.

재욱의 옆에는 지금 하늘 앞에 서 있는 여자가 있었다.

두 사람은 거울 앞에 다정하게 붙어 있었다.

재욱의 한 손에는 쇼핑백이 들려 있었고, 다른 손은 여자의 어깨 위에 자연스럽게 올라가 있었다.

연인처럼.

아니.

누가 봐도 부부처럼.

하늘이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게…… 언제 찍은 거예요?”

여자가 되물었다.

“제가 묻고 싶어요.”

“뭐를요?”

“당신은 도재욱 씨랑 무슨 관계예요?”

하늘의 손끝이 차갑게 식었다.

“방금 말했잖아요.”

목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날카로워졌다.

“제 남편이라고요.”

여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사진을 다시 가져갔다.

그리고 휴대전화를 켰다.

화면을 몇 번 넘기더니 하늘 앞으로 내밀었다.

웨딩사진이었다.

하늘은 숨을 쉬지 못했다.

사진 속에서 도재욱이 웃고 있었다.

옆에는 그 여자가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호텔 예식장.

손을 맞잡은 두 사람.

키스하는 사진까지 있었다.

“……이게 뭐예요?”

하늘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여자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저도 묻고 싶네요.”

“합성이에요?”

“아니요.”

“그럼 언제 찍은 건데요?”

“2년 전이요.”

하늘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돼요.”

2년 전.

그때 하늘은 이미 재욱과 결혼한 상태였다.

매일 같은 집에서 살았다.

아침마다 같이 출근했고,

저녁이면 같이 밥을 먹었다.

주말이면 장을 봤다.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잤다.

“2년 전이면 재욱 씨는 이미 저랑 결혼한 상태였어요.”

“그럴 리가 없어요.”

여자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저도 그때 이미 결혼했으니까.”

하늘이 여자를 바라봤다.

“누구랑요?”

여자가 허탈하게 웃었다.

그리고 영정사진을 가리켰다.

“저 사람이랑요.”

빈소의 공기가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하늘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여자는 천천히 말했다.

“제 이름은 은빛새예요.”

하늘은 처음 듣는 이름을 머릿속에서 반복했다.

은빛새.

“도재욱 씨랑 결혼한 지 2년 됐어요.”

“그만하세요.”

“저도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어요.”

“그만하라고요.”

하늘의 목소리가 커졌다.

구석에서 잠들어 있던 친척 몇 명이 고개를 들었다.

하늘은 곧바로 목소리를 낮췄다.

“지금 제 남편 장례식이에요.”

“제 남편 장례식이기도 해요.”

하늘의 눈이 번쩍 들렸다.

빛새도 물러서지 않았다.

두 여자가 서로를 바라봤다.

누구도 먼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하늘은 순간 화가 치밀었다.

슬픔보다 먼저 분노가 올라왔다.

“당장 나가주세요.”

“못 나가요.”

“경찰 부를까요?”

“부르세요.”

빛새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저도 확인해야 하니까.”

“뭘요?”

“이 남자가 왜 여기 누워 있는지.”

하늘이 비웃듯 말했다.

“죽었으니까요.”

“그게 아니에요.”

빛새가 고개를 저었다.

“저는 사흘 전에 재욱 씨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은 적이 없어요.”

하늘의 표정이 굳었다.

“그게 무슨―”

“어제까지도 연락했어요.”

하늘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누구랑요?”

“재욱 씨랑요.”

“거짓말하지 마세요.”

빛새는 대답 대신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메신저 화면.

하늘은 날짜를 확인했다.

어제.

오후 6시 14분.

메시지가 하나 와 있었다.

[조금만 기다려.]

발신자는.

도재욱.

하늘은 손에서 힘이 빠지는 걸 느꼈다.

“이건…….”

“재욱 씨 사고 난 게 언제라고요?”

빛새가 물었다.

하늘이 천천히 대답했다.

“사흘 전…… 밤.”

“그럼 설명해봐요.”

빛새의 목소리가 떨렸다.

“죽은 사람이 어떻게 어제 저한테 메시지를 보낸 거죠?”

하늘은 화면을 바라봤다.

도재욱의 이름.

도재욱의 프로필 사진.

하지만 하늘이 알고 있는 재욱의 계정이 아니었다.

처음 보는 계정이었다.

“전화번호 보여주세요.”

빛새가 번호를 보여줬다.

하늘은 완전히 얼어붙었다.

번호도 처음 보는 번호였다.

남편에게 휴대전화가 하나 더 있었다.

적어도 하나.

그 사실조차 몰랐다.

하늘은 갑자기 숨이 막혔다.

빈소를 빠져나왔다.

복도 끝까지 걸어가 벽을 짚었다.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래도 가슴이 답답했다.

“윤하늘 씨.”

뒤에서 빛새가 따라왔다.

“따라오지 마세요.”

“저도 알고 싶어요.”

“뭘요?”

하늘이 돌아섰다.

“우리 남편이 바람피웠다는 거요? 당신이 불륜 상대였다는 거요?”

빛새의 표정이 굳었다.

“제가 아니라 당신일 수도 있죠.”

찰싹.

하늘의 손이 먼저 움직였다.

빛새의 얼굴이 옆으로 돌아갔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하늘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본인도 놀랐다.

“……미안해요.”

그러나 빛새는 하늘을 노려보지도 않았다.

천천히 고개를 바로 했다.

“저라도 때렸을 거예요.”

그 말에 오히려 하늘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빛새가 말했다.

“그런데 하나는 분명해요.”

“뭐가요.”

“우리 둘 중 한 사람만 속은 게 아니에요.”

하늘의 눈썹이 움직였다.

“무슨 뜻이에요?”

“저 사람.”

빛새가 빈소 안쪽의 영정사진을 바라봤다.

“우리 둘 다 속였어요.”

그 순간.

“아닙니다.”

낮고 차분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복도 끝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검은 정장.

검은 넥타이.

큰 키에 단정하게 넘긴 머리.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남자는 천천히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빛새가 경계하며 물었다.

“누구세요?”

남자는 대답하지 않고 윤하늘을 바라봤다.

정확하게 얼굴을 확인하려는 것처럼.

“윤하늘 씨죠?”

“맞는데요.”

“강단태입니다.”

“저를 아세요?”

강단태는 잠시 영정사진 쪽을 바라봤다.

그리고 다시 하늘에게 시선을 돌렸다.

“도재욱 씨 때문에 왔습니다.”

하늘이 굳은 목소리로 물었다.

“회사 분이세요?”

“아닙니다.”

“그럼요?”

단태가 말했다.

“도재욱 씨와 사업적으로 얽혀 있었습니다.”

하늘은 미간을 찌푸렸다.

재욱은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적어도 하늘이 알기로는 그랬다.

“무슨 사업이요?”

단태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은빛새가 들고 있는 휴대전화를 바라봤다.

화면에는 아직 재욱이 보냈다는 메시지가 떠 있었다.

단태의 표정이 아주 미세하게 달라졌다.

“그 메시지.”

빛새가 휴대전화를 몸 쪽으로 당겼다.

“왜요?”

“언제 받았습니까?”

“어제요.”

단태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럴 리가 없는데.”

하늘이 물었다.

“뭐가요?”

단태가 천천히 말했다.

“도재욱 씨 휴대전화는 사고 현장에서 제가 직접 확인했으니까요.”

“……뭐라고요?”

“그리고.”

단태가 하늘을 바라봤다.

“윤하늘 씨도 한 가지 착각하고 있습니다.”

하늘의 가슴이 다시 내려앉았다.

“무슨 착각이요?”

단태의 시선이 영정사진을 향했다.

“도재욱 씨는 평범한 회사원이 아니었습니다.”

잠시 후,

그가 낮게 덧붙였다.

“그리고 그 사고도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닙니다.”

윤하늘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남편의 장례식에서 다른 아내가 나타났다.

죽은 남편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리고 처음 보는 남자는 말했다.

남편의 죽음은 사고가 아니라고.

하늘은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은 도재욱이라는 남자와 네 해를 살았다.

하지만 어쩌면,

그 남자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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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를 확인한 다음 날.윤하늘은 평소보다 일찍 눈을 떴다.침대에 누운 채 휴대전화를 켰다.어제 은빛새가 보내준 기사 이후로도 관련 보도가 몇 개 더 올라와 있었다.하늘은 제목만 훑었다.도재욱 사망 사건 주요 관련자 송치.명의도용과 불법 자금 흐름 수사 계속.피해자들에 대한 신원 보호 요청.예전 같으면 하나하나 눌러봤을 것이다.댓글까지 확인하고.자기 이야기가 어떻게 쓰였는지 찾아봤을 것이다.하지만.오늘은 그러지 않았다.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일어났다.오늘 해야 할 일이 있었다.도재욱 때문도.수사 때문도 아니었다.윤하늘 자신의 이름을 정리하는 일.오전 열 시.하늘은 금융기관 상담실에 앉아 있었다.직원이 서류를 하나씩 확인했다.“수사기관에서 전달된 자료와 본인 확인 절차까지 모두 확인됐습니다.”하늘은 긴장한 채 기다렸다.“강단태 씨 명의로 개설된 계좌 건 역시 본인 동의 없이 만들어진 정황이 확인돼 별도 표시가 들어갔고요.”“그럼 제 이름하고 연결된 건요?”“문제가 된 거래나 보증 자료가 윤하늘 씨 본인의 의사로 작성됐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은 현재 분쟁·명의도용 관련 절차에 반영됐습니다.”직원이 조심스럽게 덧붙였다.“다만 모든 기관의 기록이 오늘 한 번에 삭제되는 방식은 아닙니다. 기관별 정정 절차가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하늘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예전 같으면.왜 아직 끝이 아니냐고 불안했을 것이다.지금은 달랐다.끝나는 과정이라는 걸 알았다.직원이 서류 한 장을 돌려놓았다.“여기 본인 확인 서명 부탁드립니다.”하늘은 펜을 들었다.그리고 멈췄다.서명란.윤하늘.너무 익숙한 세 글자였다.그런데.한동안 자신의 이름이 무서웠다.어디에 쓰였는지도 모르는 이름.누가 대신 서명했을지도 모르는 이름.돈이 움직이고.빚이 만들어지고.자신도 모르는 회사와 연결되던 이름.하늘은 천천히 펜을 움직였다.윤하늘.직접 썼다.직원이 서류를 받아 확인했다.“됐습니다.”하늘은 그 말을 듣고도 잠시

  • 남편의 장례식에 다른 아내가 나타났다   <62화: 잡은 손의 다음>

    강단태의 손은 따뜻했다.윤하늘은 몇 걸음을 더 걷고 나서야 그 사실을 제대로 느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잡을까 말까를 고민했는데.막상 잡고 나니 이상할 정도로 평범했다.단태가 먼저 묻지 않았다.왜 손을 내밀었는지.무슨 의미인지.우리 사이가 이제 뭔지.그게 하늘에게는 오히려 편했다.한참 걷다가 하늘이 먼저 물었다.“단태 씨.”“네.”“안 궁금해요?”“뭐가요.”하늘이 맞잡은 손을 살짝 들어 보였다.“이거.”단태가 손을 내려다봤다.“궁금합니다.”“근데 왜 안 물어봐요?”“물어보면 하늘 씨가 또 부담스러워할 것 같아서.”“…….”“아닙니까?”정확했다.하늘은 괜히 앞을 봤다.“꼭 그렇지는 않은데.”“그럼 물어봐도 됩니까?”“뭘요.”단태가 걸음을 멈췄다.하늘도 따라 멈췄다.“오늘만 잡는 겁니까?”하늘이 눈을 깜빡였다.그리고 웃었다.“그걸 왜 지금 정해요?”“역시.”“뭐가 역시예요.”“안 물어보길 잘했습니다.”하늘이 단태의 손을 놓아버렸다.“됐어요.”“아.”단태가 웃었다.“이건 제 실수네요.”“알면 됐어요.”하늘이 먼저 걸었다.두 걸음.세 걸음.그러다 뒤에서 단태가 말했다.“하늘 씨.”“왜요.”“다시 잡아도 됩니까?”하늘이 돌아봤다.단태는 정말 기다리고 있었다.하늘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손을 다시 내밀었다.“이번만.”“아까는 다음에도 된다고 했는데.”“그럼 잡지 마요.”“잡겠습니다.”단태가 바로 손을 잡았다.하늘은 결국 웃었다.집 근처에 도착했을 때는 밤이 꽤 늦어 있었다.단태가 말했다.“들어가요.”“네.”그런데.둘 다 바로 손을 놓지 않았다.하늘이 먼저 아래를 봤다.“이제 놔야 되는데.”“그러게요.”“단태 씨가 놔요.”“하늘 씨가 먼저 잡았잖아요.”“지금 따지는 거예요?”“아닙니다.”단태가 웃으며 손을 놓았다.갑자기 손바닥이 허전했다.하늘은 그 느낌이 싫지 않았다.“조심해서 가요.”“들어가는 거 보고 갈게요.”“바로 앞인데.”“그

  • 남편의 장례식에 다른 아내가 나타났다   <61화: 다음 절차로 넘어가는 사람들>

    알람이 울린 건 오전 일곱 시였다.윤하늘은 눈을 뜨자마자 휴대전화를 찾지 않았다.한동안 천장을 바라보다 몸을 일으켰다.씻고.머리를 말리고.냉장고를 열었다.별것 없는 아침을 먹었다.그 모든 일이 이상할 정도로 평범했다.누군가 죽기 전 남긴 메시지도 없었다.새로운 녹음 파일도.경찰서로 당장 와달라는 연락도 없었다.어젯밤 들었던 말은 하나였다.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수사를 정리해 검찰 송치 절차에 들어간다.하늘은 식탁에 앉아 물을 마셨다.그제야 휴대전화를 확인했다.은빛새에게 메시지가 와 있었다.[오늘 시간 돼요?]하늘이 답했다.[오후에는요.]곧 답장이 왔다.[그럼 가게 와요.][왜요?][일 시키려고.]하늘이 피식 웃었다.[싫어요.]빛새.[밥 사줄게.]하늘은 잠시 고민하다 답했다.[그럼 감.]평범했다.정말.이런 대화가.오전 열한 시가 조금 넘었을 때.담당 수사관에게 연락이 왔다.하늘은 전화를 받았다.“네.”“윤하늘 씨. 어제 말씀드렸던 송치 관련해서 간단히 안내드리려고요.”“네.”하늘은 메모장을 찾지 않았다.이제 모든 말을 받아 적어야 할 것 같은 불안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관련자별로 확인된 행위가 달라서 적용 혐의나 판단은 각각 나뉘어 검토되고 있습니다.”“윤태성도요?”“네. 윤태성 씨는 현재까지 확보된 자료 중 사고 전 준비 정황, 병원 이송을 막은 정황, 사고 후 행위와 도재욱 씨에게 직접 한 행위 등을 종합해서 넘기게 됩니다.”하늘은 조용히 들었다.“정미라 씨는요?”“차량 관련 지시, 사고 후 이동과 의료기관에서의 행위, 휴대전화 관련 증거 조작 정황 등을 포함하고요.”“재성 씨.”잠시.“한재성 씨도 그대로 들어가죠?”“네.”하늘은 눈을 감지 않았다.한재성이 뒤늦게 진술했다고 해서.그가 한 일이 없어지는 건 아니었다.수사관이 말을 이었다.“오현석 씨도 차량에 직접 개입한 부분 등을 포함해서 정리하고 있습니다. 서주연 씨와 김유라 씨 역시 각자가 실제로 알고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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