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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1화

Penulis: 십일
도겸이 마침내 본 건, 다른 남자 품에 안겨 있는 정은이었다.

그녀는 능숙하고 익숙한 동작으로 재석의 목을 감싸 안았다.

수백 번, 수천 번은 해본 듯한 자연스러움이었다.

그 얼굴에 떠오른 웃음은 너무도 환하고 빛났다.

‘저런 얼굴, 나한테 보여준 적 있었던가...?’

소녀 같은 그 표정이 도겸의 가슴을 콱 찔렀다.

...

집으로 돌아온 재석과 정은은 자연스럽게 주방으로 향했다.

정은은 브로콜리를 소금만 살짝 뿌려 볶았고, 직접 만든 새우 완자로 국을 끓였다.

재석은 찹쌀가루를 입혀 쪄낸 돼지갈비와 간장으로 자작하게 졸인 가지 요리를 내놓았다.

세 가지 반찬과 국 하나.

딱 두 사람 먹기에 알맞은 양이었다.

식사를 마치자, 재석은 말도 없이 식탁과 싱크대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정은이 손을 대려 하자,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막았다.

이젠 당연하게 느껴진다, 이런 모습도.

할 일이 없어진 정은은 과일을 손질하기로 했다.

재석이 마무리할 즈음, 정은도 과일 접시를 완성했다.

붉은빛, 주황빛, 그리고 뽀얀 흰빛의 세 가지 과일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접시에 곱게 담겼다.

둘은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TV를 켰다.

국제 뉴스가 흘러나왔다.

정은이 말했다.

“저기 또 전쟁 났나 봐요...”

재석이 바로 설명했다.

“두 나라, 원래 분쟁이 잦았잖아. 시간문제였지.”

“듣기로는 말라리아에 콜레라도 퍼지고 있다던데요.”

“응.”

“기존 치료제들이 잘 안 든다면서요?”

재석이 조용히 시선을 내리깔았다.

“말라리아나 콜레라가 아닐 수도 있어.”

‘그럼 당연히 약이 안 듣지.’

정은이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신종 바이러스...라는 말이에요?”

“확실하진 않아. 다만, 전쟁터가 된 땅에서 죽음이 자라는 건 너무 쉬워.”

재석도 확실하지 않았다.

화약이든, 질병이든... 삶을 가차 없이 앗아가는 도구일 뿐이다.

정은은 TV 화면을 가만히 바라보며 이마를 찌푸렸다.

그 순간, 따뜻한 손길이 그녀의 미간을 다정히 눌렀다.

재석이 다시 정은이를 위로했다.

“됐어, 너무 깊이 생각 마. 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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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경미
엘레베이트없는 아파트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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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110화

    정은은 통통한 오리에서 뼈를 바르고, 등 쪽을 조심스레 가른 뒤 그 안에 재료들을 채워 넣고 큰 사기그릇에 엎어 넣은 채로 쪘다.하지만 도겸은 까다로웠다. 훈제 햄 특유의 향을 싫어했고, 닭똥집 특유의 비릿함도 먹는 것을 꺼렸다.그래서 정은은 햄 대신 신선한 소갈빗살을 넣고, 닭똥집 대신 잘게 찢은 닭가슴살을 넣었다.그렇게 바꿔 만든 오리찜, 그게 바로 도겸이 유일하게 ‘맛있다’고 말했던 버전이었다.지금 눈앞에 놓인 이 오리찜이 아무리 정통이고, 아무리 유명한 셰프가 직접 만든 거라고 해도 정은이 해줬던 그 맛... 그 느낌은 하나도 없었다. 그걸 지켜보던 강서정이 피식 웃었다.“엄마 같으면 그런 식으로 정성 낭비 안 해.”“어떤 사람은 말이야,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묵묵히 먹으라고 해. 먼저 챙겨주면 괜히 까다롭게 굴고, ‘입에 안 맞다’, ‘싫다’ 등 말이 많아지는 법이니까.”반년 넘는 시간 동안, 서정은 나름의 회복기를 거쳤다.한때 학교에서 제적당하고 세상이 무너진 줄 알았던 그녀는, 침대 밖으로 나가지 않았던 자신이 참 우습게 느껴졌다. ‘석사 학위 하나 없다고 인생이 끝나는 것도 아니고... 그까짓 스펙 하나쯤은 없어도 돼.’‘왜냐고? 난 예쁘고, 돈 많고, 배경도 탄탄하니까! 소정은한테 밀려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인생 자체가 끝나는 건 아니잖아?’ ‘엄마가 너무 학벌에 집착해서 나도 같이 휘말린 걸지도 몰라. 아니면... 정은한테 진 게 그냥... 너무 싫었을지도.’이유가 뭐든, 이제는 상관없었다.중요한 건... 학위가 없어도, 자신의 앞날이 여전히 반짝인다는 사실이었다.딸이 다시 외출도 하고, 사람도 만나기 시작하니 서영숙도 한결 마음이 놓였다.서영숙의 유일한 고민이 있다면... 바로 무기력한 큰아들, 도겸이었다.“아, 맞다. 너희 일재 삼촌 딸, 유란이가 내일 입국이래. 삼촌은 출장 중이라 공항에 못 간다는데... 네가 대신 마중 좀 나가 줄래?”도겸의 젓가락이 잠시 멈췄다.“사람 마중은 기사님이 더 잘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109화

    민지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서준은 민지의 실험대 위를 훑어보더니,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말해봐. 뭐가 얼마나 남았어?”그 말에 민지의 눈이 번쩍 빛났다.“그 말... 그 말은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 의미?!”서준은 무표정하게 받아쳤다.“필요 없다면 안 도와줘도 되는데?”“아니야 아니야! 완전 필요해! 이거, 이거, 그리고 이거... 전부 데이터 부족이야!”‘이런 날도 있어야지. 도와주겠다는 사람은 무조건 붙잡고 써야 해.’민지는 재빨리 목록을 정리해 보여줬다.서준은 슬쩍 들여다보다가, 점점 미간을 좁히더니 물었다.“아직도 이렇게 많이 남았다고? 오늘 하루 종일 뭐 한 거야?”민지는 당당했다.“오전엔 커뮤니티 여론 조절하느라 바빴고,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거든?”“그래도 오후 내내 했으면 이 정도는 끝냈어야지.”“어젯밤에 못 자서 계속 졸았단 말이야.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본인이 가장 잘 알잖아?”서준은 말문이 막혔다.‘그래, 내 탓 맞지... 뭐.’결국 조용히 옆자리에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일하자.”그 말을 들은 민지는 잽싸게 또 하나 요구를 더 했다.“그 대신 오늘 밤엔 너희 집으로 가. 각자 자기 집에서 자기.”“응.”서준은 마지못해 대답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내일 또 보니까... 하루 정도는 양보해 줄게.’...한편, 재석과 정은은 어느덧 집에 도착했다.냉장고를 열어보니 며칠 전 사둔 식재료가 아직 남아 있었다.서로 눈을 마주친 두 사람.굳이 말 안 해도 동시에 주방으로 걸음을 옮겼다.금세 반찬 세 가지와 국 한 가지가 상에 차려졌다.두 사람이 각자 두 가지씩 만들었는데, 모두 상대가 좋아하는 음식이었다.식사 중, 자연스레 화제는 커뮤니티 글로 옮겨갔다.재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총장님이 직접 확인했어. 실제로 학생이 올린 글이고, 뒤에 다른 누가 있는 건 아니래.”정은은 그 말을 듣고도, 정작 폭로자에겐 별 관심이 없었다.그녀가 신경 쓴 건 따로 있었다.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1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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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1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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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106화

    글이 처음 올라왔을 땐, 댓글 분위기가 꽤 뒤틀려 있었다.역시 익명 커뮤니티는 못 말렸다.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댓글 창엔 점점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끝내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 댓글 대부분이 축하와 부러움으로 가득 찼다.어쩌면 당연했다.소정은은 희귀했고, 조재석은 말 그대로 전설이었다.이 둘이 붙으면?그건 단 하나의 결론.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없다....무한 실험실.민지는 핸드폰을 끌어안고, 불난 듯이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손가락이 타는 듯 아파지자, 결국 음성 입력으로 전환.‘헐, 이거 꿀인데?’서준이 옆에서 슬쩍 다가왔다.“뭐 해? 왜 아까부터 핸드폰만 보고 있어?”민지는 엄청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중대한 임무 수행 중.”민지는 화면을 쓱 들어 보였다.“봐봐. 내 유도 덕에 댓글 흐름 완전히 정리됐어.”서준이 집중해서 들여다보았다.[윗댓 적당히 해라. 조재석 교수님이랑 소정은 씨는 그냥 연애하는 거잖아. 그걸 뭔 공작처럼 몰고 가냐? 상상 자제 좀.][교칙 운운하면서 몰아가려던 사람들 어쩌냐? 이미 교수님 그만두신 건 알고 있음? 칼같이 선 긋고 나간 사람임.][조재석 X 소정은 커플 지지합니다!!][진짜 무슨 드라마 같은 사랑이네... 부럽다!][...]서준은 말을 잃었다.“이런 건 또 어디서 배웠냐?”민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너 덕질 안 해봤구나? 이건 기본이야. ‘댓글 여론 컨트롤’이 팬의 예의라고.”“너... 덕질 해? 누구?”서준이 별생각 없이 물었고, 민지의 눈동자가 별로 가득 찼다.“일단 장성진 배우, 그리고 재준, 해이로, 구태우... 아! 그리고 지훈이!”서준이 살짝 찡그렸다.“전부 남자네?”“당연하지! 각자 매력이 다르다고. 예를 들어 장성진은 완전 강아지상. 그 눈, 완전 댕댕이 같고 귀엽고...”민지는 갑자기 말이 뚝 끊겼다.“왜 멈춰?”서준이 의아해하며 물었다.“그게... 지금 네 표정이 좀... 무섭거든.”“그래?”서준은 무표정하게 되물었다.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105화

    “그럼... 이 일을 학교 측에서 밀어붙인 거야?”“그건 아닐 수도. 조재석 교수님 본인이 연구에 집중하고 싶었을 수도 있지. 솔직히 말하면, 연구는 실적이 남잖아. 근데 강의는 뭐가 남아? 하나같이 교수님 얼굴 보려고 줄 서는 꽃사슴들뿐인데, 흐흐...”“야, 너네 뭘 몰라서 그래. 연구는 그냥 핑계야. 이건... 내부 사정이 꽤 크다고.”“응? 내부 사정? 너 그걸 어떻게 알아?”“야, 가까이 와봐. 진짜 빵 터질 얘기야... 내가 말해줄게. 있잖아, 그게...”“헐, 진짜야?! 장난치지 마!”“사진까지 떴어. 믿을 수밖에 없지, 이건.”“세상에... 이거 거의 드라마급인데?”“야야, 지금 학교 커뮤니티 봐봐. 방금 또 새 글 올라왔어. 폭.탄.급.”“...”개강 첫날부터, 서비대학교 커뮤니티 서버는 게시물 그대로 ‘터졌다’.[조재석 교수, 강의 중단의 진짜 이유는? 사랑이었다?!]이라는 제목의 글 하나가 올라온 지 2시간 만에 추천 수 1000을 넘기고, 메인 페이지 최상단에 박제되었다.‘HOT’ 태그는 물론, 댓글 창도 실시간으로 폭주 중.글 첫머리에 올라온 건, 한 장의 사진이었다.야간 캠퍼스, 정문이 아닌 외진 쪽문을 나서는 두 사람.조재석 교수와 한 여성.조명은 어두웠지만, 서로 손을 잡은 모습, 그리고 재석의 옆얼굴에 걸린 미소.딱 봐도, 이건 그냥 교수님과 제자 관계 아니었다.커뮤니티는 곧바로 난리 났고, 익명 댓글은 폭풍처럼 쏟아졌다.[미쳤다! 진짜! 조재석 교수님이 설마 연애 중?!][조재석 교수도 사람은 사람이구나... 근데 여자는 누구야? 제자? 아니겠지??][사진 찍은 사람은 누구야... 파파라치냐고... 이러다 진짜 강단 복귀 못 하는 거 아니야...?][...]그날 오후, 학생 식당과 카페, 심지어 도서관 복도까지... 온 학교가 ‘조재석 교수님’으로 들끓었다.사진 각도는 아주 기가 막혔다.재석의 옆얼굴은 분명히 보이는데, 여자의 얼굴은 각도와 머리카락, 그림자까지 겹쳐 완벽하게 가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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