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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8화

Author: 십일
“야, 진짜 대단하다. 한 방에 전 재산을 다 넘긴 거 보면. 이거, 뭔가 수상하지 않냐?”

지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기업의 책임자인 만큼, 그도 어느 정도 사정을 알고 있었다.

“그러게. 들은 바로는, 민 회장이랑 첫째 부인은 벌써 수십 년 전에 이혼했다더라? 지금 부인이랑은 젊을 때 죽고 못 살았고, 아들도 여섯이나 뒀는데... 근데 왜 갑자기 첫째 부인 쪽으로 마음이 돌아선 거냐?”

“그걸 누가 알겠어?”

지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손바닥을 뒤집었다.

“뭐, 첫째 부인한테 지은 죄가 있어서 죽기 전에 속죄하려고 했거나... 아니면 진짜 누가 저주라도 건 거겠지.”

“근데 너, 그렇게 대형 사건 맡아서 승소까지 했으면, 뭔가 내부 정보 들은 거 있지 않아?”

지언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완전 수다 모드였다.

지훈은 고개를 저으며 아쉽다는 듯 말했다.

“없어. 진짜 몰라.”

“그럼 이유도 모르는데 재판에서 이긴 거야?”

“상속 소송이면 꼭 유언 이유까지 알아야 하냐? 사실만 딱 정리해서 논리로 밀어붙이면 끝이야. 감정은 감정이고, 법은 법이지.”

‘젠장... 또 지훈한테 말발로 당했다.’

지언은 속으로 이를 악물었다.

그러다 슬쩍 방향을 돌리며 물었다.

“근데 너는 왜 갑자기 상속 소송을 맡은 거야? 그것도 피고 측으로... 민정한 회장 첫째 부인 쪽 손녀 이름이 뭐였더라? 민슬기? 민슬이?”

“아, 진짜! 민슬아! 민슬아!”

지훈이 단호하게 정정했다.

“오... 지훈아, 꽤 또렷이 기억하네?”

지언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훈은 팔짱을 끼고 코웃음을 쳤다.

“형, 지금 그 눈빛은 뭐야? 민슬아는 내 의뢰인이야! 의뢰인이라고.”

“근데 이름 부르는 게 꽤 익숙해 보인다?”

“그게 얼마나 큰 사건인지 알아? 민슬아 건 하나로 로펌은 3년 치 매출을 벌었어. 형이 그런 대형 사건 하나만 소개해줘 봐. 그럼 내가 형 이름으로 노래도 만들어줄 테니까.”

지언은 픽 웃으며 말했다.

“지금은 딱히 없고... 아버지 유산 분배할 때쯤이면, 뭐 하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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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321화

    “네!”두 꼬마는 엄마의 대식가 면모에 이미 익숙한 듯 전혀 놀라지 않았다.오히려 놀란 건 지언이었다.리아가 추가 주문할 때, 그는 자신도 모르게 두 번이나 그녀를 힐끔거렸다.얼마 안 가, 리아는 추가로 주문한 스테이크까지 깔끔히 해치웠고, 현우와 현민도 배를 두드리며 만족한 얼굴을 지었다.“여기요, 계산할게요.”지언이 손을 들어 신호를 보냈다.식사가 끝나자, 지언은 직접 운전해 세 사람을 집까지 데려다줬다.가는 길.뒷좌석에서 현우와 현민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잠들어 있었다.하나는 엎드린 채, 하나는 하늘을 보고, 머리맡에는 오늘 받은 인형들이 베개처럼 놓여 있었다.꼭 졸고 있는 두 마리 아기 돼지 같았다.조용한 차 안.들리는 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 그리고 두 꼬마가 내는 작고 고른 숨소리.“오늘 고마워요.”리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당신 하루 시간 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아니까요.”“당연한 거잖아요. 고맙단 말 할 필요 없어요. 지금껏 애들이랑 이런 데는 다 리아 씨 혼자였잖아요. 난 겨우 한 번 참여했을 뿐인데요.”잠시 후, 차는 리아의 집 앞에 멈췄다.독채, 도시에서 손꼽히는 고급 주택 단지.지언은 알고 있었다. 리아가 부자라는 건... 그것도 꽤 ‘대단한’ 부자라는 걸.하지만 직접 눈앞에서 보니, 괜히 웃음이 났다.‘내가 해줄 수 있는 것 중 제일 값진 게 돈인데, 이 여자에겐 그게 의미 없네.’문득 그는 한숨이 새어 나왔다....리아는 먼저 내려, 뒤로 돌아가 현민을 안아 올렸다.지언도 따라서 현우 쪽으로 갔지만, 서툰 손놀림에 현우는 잠결에 찡그리며 눈을 떴다.잠시 멍하던 현우는, 지언을 보더니 해맑게 입꼬리를 올렸다.“아빠...”나직이 중얼거리고는, 다시 푹 잠들었다.그 순간, 지언의 가슴 어딘가에서 알 수 없는 부드러운 감정이 빠르게 피어올랐다.덩어리처럼 부풀어 오르더니, 급기야 그 감정이 가슴에 가득차고 말았다.아이들을 조심히 침실까지 옮긴 뒤, 현우를 내려놓고야 지언은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320화

    ‘2인3각 달리기’ 이후, 리아와 지언은 다른 두 경기에도 연달아 참가했다.첫 경기에서 이미 호흡을 맞춘 덕분일까, 그다음부터는 경기 참여가 눈에 띄게 수월해졌다.한 시간도 채 안 돼서 다섯 개의 스탬프를 다 모았다.리아는 가득 찬 스탬프 카드를 아들에게 건넸다.“자, 가서 선물이랑 바꿔와.”“예이!”현우는 얼굴에 웃음꽃을 가득 피우며 신나게 달려갔다.현민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오늘따라 예쁜 원피스를 입고, 어깨 위로 양 갈래 땋은 머리가 살짝살짝 흔들렸다.마치 예쁜 어린 숙녀 같았지만, 표정은 분명 불만이 가득했다.“엄마...”“응?”“나도... 있잖아요...”‘쌍둥이는 뭐든 두 배.’산부인과 진료비도 두 배, 선물도 당연히 두 배.리아는 그제야 헛웃음을 지으며 손뼉을 쳤다.“아이고, 맞다 맞다! 금방 다녀올게!”말이 끝나기 무섭게 조지언의 팔을 덥석 잡고 다시 경기장으로 돌진했다.“좀 더 꽉 안아요.”“네.”“더, 꽉이요.”“네...”“...”행사는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들고, 저녁 햇살은 부드럽게 지고 있었다.유치원 정문 앞, 선생님이 서서 부모들과 아이들을 배웅했다.“현우 어머님! 오늘 즐거우셨어요?”리아는 환히 웃으며 답했다.“네, 아주 잘 놀다 갑니다.”“그럼, 다행이네요. 어라? 이분은 현우 아버님이시죠? 처음 뵙는 것 같아요.”리아가 자연스레 둘을 소개했다.지언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선생님.”“현우가 그러더라고요. 아빠는 많이 바빠서 매일 데리러 오지는 못하신다고. 그래도 이렇게 착하고 속 깊은 아드님 두셨으니, 앞으로는 조금만 더 시간 내주셔서 유치원 생활에도 함께해 주시면 좋겠어요.”지언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선생님 말씀이 맞습니다. 앞으로 더 신경 쓰겠습니다.”유치원 정문을 나서자, 두 꼬마는 손에 든 인형을 차에 던져 넣었다.지언은 아이들 둘을 데리고 곧장 쇼핑몰로 향했다.“현우, 현민, 뭐 먹고 싶어? 오늘 아빠가 쏜다.”지언이 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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