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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2화

Author: 십일
정비는 어디서든 순식간에 일을 벌일 수 있는 인간이었다.

뭐든 더럽고 구질구질한 건 다 받아먹는 놈. 주선은 속으로 ‘진짜 역겹다’고 혀를 찼다.

주선이 문을 살며시 닫는 동안, 동건은 이미 몇 걸음 앞서 걸어가고 있었다.

그때, 문이 완전히 닫히기 직전, 안쪽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너희 보스한테 꼭... 말해... 씨X, 날 죽여라! 아니면... 백 배... 윽!”

마지막은 누군가 아마도 정비가 입을 막은 듯 완전히 끊겼다.

문이 꽝 하고 닫혔다.

주선은 바로 동건을 따라갈 생각이었는데, 불과 몇 미터 앞을 걸어가던 동건이 갑자기 멈춰서더니, 그대로 되돌아왔다.

주선은 그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는 동건의 표정을 보았다.

동건의 걸음이 너무도 급했고, 얼굴에는 조급함과 분노가 뒤섞인 ‘불길한 기운’이 확 올라왔다.

“보스...”

주선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동건은 이미 문 앞에서 그대로 발을 올렸다.

쾅!!

문이 한 방에 날아가듯 열렸다.

따라서 안에서 정비의 욕설이 들렸다.

“아니, 주 실장! 눈치 좀 챙기라니까?! 지금 내가 어떤 상황인지 안 보...”

“그래?”

동건의 낮고 서늘한 목소리가 뚝 떨어졌다.

정비의 등골이 순간 와락 식었다.

‘씨X... 방금까지 여름이었는데, 갑자기 한겨울이 된 느낌인데?’

“보, 보스...!”

정비는 급하게 일어나 바르게 섰다. 윗옷은 아예 벗어 던져져 있었고, 벨트도 반쯤 풀려 있었다.

그는 도저히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평소라면 보스는 이런 일에 일절 개입하지 않았는데...’

‘여자만 안 죽이면, 무슨 짓을 하든 알아서 하라는 주의였으니까.’

주선도 고개를 갸웃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보스의 태도는 ‘신경 안 쓴다’였는데...’

‘왜 갑자기 돌아온 거지?’

‘그것도 문을 발로 차고 들어올 정도로?’

‘솔직히... 정비는 상반신 알몸이고, 그 여자는 옷이 거의 다 찢긴 상태에서...’

‘보스가 들이닥친 상황이라 여러모로 꽤... 난감하잖아.’

하지만 동건은 두 사람의 혼란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동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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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78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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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786화

    리아와 정은에게는 올해가 처음으로 조씨 집안 본가에서 보내는 설날이었다.강서원은 두 사람에게 세뱃돈을 건넸다.두 봉투는 크지도, 두껍지도 않았다.손에 쥐어도 거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았다.강서원이 물었다.“안 열어봐?”리아와 정은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 나서 그 자리에서 봉투를 뜯었다.안에는 각자 한 장씩의 체크카드가 들어 있었다.강서원이 설명했다.“비밀번호는 너희 각자 생일이야.”조씨 집안의 재력과 스타일을 가장 조용하게 증명하는 방식이었다.“감사합니다, 어머님.”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말했다.말투까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그 ‘어머님’이라는 한 단어에 강서원이 눈시울을 단번에 붉혔다.“고맙다... 고맙다...”그동안의 오해와 날카로운 감정들이... 그 짧은 인사에 스르륵 녹아 사라졌다.설날 특집 방송이 중반을 넘기고도 집안의 활기는 식지 않았다.지훈은 현우와 현민을 데리고 집안을 뛰어다니며 먹고 놀고 장난치고 정신없이 돌아다녔다.세 사람이 힘 빠져서 소파에 퍼지면, 지훈은 팔로 현우와 현민을 한 번에 끌어안았다.비록 지훈에게는 여자친구가 없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양옆으로 껴안고 사는 삶이 나쁘진 않았다.정확히 말하면, 꽤 행복했다.현우가 물었다.“삼촌, 우리 아빠 엄마는요?”“그러게...”지훈은 거실을 쓱 둘러봤다.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있었는데...“어디 갔지...?”...지언과 리아는 복도 끝 작은 베란다에서 각자 와인잔을 들고 서 있었다.짠-잔벽이 부딪히며 맑은소리가 울렸다.리아가 먼저 말했다.“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지언 씨.”“사랑해. 리아 씨.”“보통은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대답하지 않나?”지언은 대답 대신 리아의 허리를 훅 끌어당겨 바로 키스했다.리아는 잠깐 놀랐지만 금세 웃으며 화답했다.시간이 한참 지난 후...지언이 천천히 입술을 떼었지만, 이마는 여전히 리아의 이마에 닿아 있었고, 코끝으로 코끝을 살짝 건드렸다.“새해 복보다... 지금 여기서 내가 더 하고 싶은 말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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