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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Author: 강맹아
“너만 속상한 줄 알아?”

이담의 목소리가 더 높아졌다.

“지난 6년 동안 내가 쌓인 게 얼마나 많은데.”

“내가 늘 기다린 건 당연하고, 고작 오늘 조금 기다렸다고 서운하다는 거야?”

경호원은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두 분은 말만 안 하면 괜찮은데, 입만 열면 분위기가 엄청 살벌해지네.’

안나가 그동안 어떻게 버텼는지 새삼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진혁은 입술을 꾹 다물더니 경호원에게 말했다.

“저녁 다시 데워 와.”

경호원은 얼른 식탁 위의 음식을 들고 주방으로 향했다.

순식간에 거실에는 두 사람만 남았다.

잠시 서로를 마주 보던 진혁이 손가락으로 이마를 천천히 문질렀다.

“아까는 딱히 배가 안 고팠어.”

“굶어 죽든 말든 내가 알 바 아니야.”

매정하게 쏘아붙이는 이담을 바라보던 진혁이 문득 웃음을 터뜨렸다.

이담이 미간을 찌푸렸다.

“뭐가 그렇게 웃겨?”

진혁은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나직이 말했다.

“그래도 아직 화도 내는 걸 보니까 아직도 나한테 마음이 있나 보네.”

순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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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558화

    이담의 귓불이 살짝 달아올랐다.괜히 바쁜 척 고개를 숙였다.어느새 날이 저물고 있었다.도시 곳곳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면서 거리는 따뜻한 불빛으로 물들었다.두 사람은 하루 종일 돌아다녔다.밤바람에는 제법 서늘한 기운이 섞여 있었다.얇게 입고 나온 이담은 약간 쌀쌀하다고 느꼈다.진혁이 재킷을 벗어서 이담의 어깨에 걸쳐주었다.“감기 걸리면 어떡하려고.”이담은 재킷 깃을 가볍게 움켜쥐었다.옷에는 아직 진혁 특유의 향이 남아 있었다.우디 계열의 향수와 비슷한 세제 향.한때 너무도 익숙했지만, 나중에는 일부러 잊으려고 했던 냄새였다.문득 오래전 일이 떠올랐다.직위를 이용한 초연이 함정을 만들고 이담이 룸에서 몹쓸 일을 당할 뻔했던 날.그때 경훈이 이담을 병원으로 데려갔었다.그날도 병원에서 진혁이 지금처럼 자기 재킷을 이담의 어깨에 덮어주었다.다만 그때의 진혁은 그저 소유욕 때문에 그랬을 뿐이었다.이담이 경훈과 가까이 지내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지금처럼 눈에 온통 걱정을 담고 바라본 것은 아니었다.진혁은 이담의 눈빛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은 듯했다.가슴 한구석이 마치 날카로운 것에 찔린 것처럼 아파왔다.미안하다는 말을 꺼내고 싶었다.하지만 그 말은 너무 가볍게 느껴졌다.괜히 예전 일을 들추었다가, 어렵게 이어진 지금의 평온마저 깨뜨릴까 두렵기도 했다.진혁은 알고 있었다.이담에게 완전히 용서받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걸.시선을 돌린 진혁이 말했다.“집에 데려다줄게.”이담은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나란히 주차장 쪽으로 걸어갔다.그러다 꽃집 앞을 지나는데, 임신한 가게 주인이 손님들에게 꽃을 권하고 있었다.마침 이담을 발견한 여자가 웃으며 불러 세웠다.“아가씨, 오늘 밸런타인데이잖아요. 남자친구한테 꽃 한 다발 사달라고 해요.”“밸런타인데이?”두 사람은 동시에 서로를 바라봤다.이담은 당연히 진혁이 알고 데이트 일정을 잡은 줄 알았다.하지만 표정을 보니...진혁은 주먹을 입가에 대면서 어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557화

    영화가 끝난 뒤, 이담과 진혁은 나란히 영화관에서 나왔다.진혁은 정장 재킷을 팔에 걸친 채 이담의 가방까지 대신 들고 있었다.평소의 체면 같은 건 완전히 내려놓은 모습이었다.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저 모범적인 남자친구로 보일 정도였다.어두웠던 복도의 조명이 점점 밝아졌다.이담은 걸음을 살짝 멈추고 옆에 선 진혁을 바라봤다.몸을 돌리는 순간 긴 머리카락이 어깨 아래로 부드럽게 흘러내렸다.“당신 코미디 영화 싫어하지 않았어?”이담의 기억 속 진혁은 이런 영화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진혁이 미세하게 멈칫하더니 가방끈을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으로 문질렀다.“요즘 보기 시작했어.”이담은 더 묻지 않았다.영화관 로비까지 나온 순간 뭔가 떠올랐는지 다시 걸음을 멈췄다.“맞다. 방준영이 총격을 당했다는 얘기, 지훈 씨한테 들었어.”진혁의 목젖이 살짝 움직이면서 조금 전보다 목소리가 낮아졌다.“응. 지난주 일이야.”하필 이런 날 지훈 이야기를 들으니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그렇다고 티를 낼 수도 없었다.이담은 진혁의 미묘한 변화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잠시 망설이다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사람을 시켜서 지원 씨 행방도 좀 알아봐 줄 수 있어?”진혁은 눈을 들어 이담을 바라봤다.시선이 마주친 순간 다른 생각은 전부 사라졌다.“그래.”진혁이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승낙하자 이담이 오히려 살짝 놀랐다.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주변을 둘러보다가 멀지 않은 곳의 디저트 가게를 발견했다.“저 집 밀크레이프 괜찮아 보이는데.”“먹어볼래?”진혁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당신 하고 싶은 대로 해.”원래대로라면 민아가 짜준 계획을 따라야 했다.하지만...그냥 이담이 원하는 대로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두 사람은 디저트 가게로 들어갔다.마침 창가의 자리가 비어 있었다.이담이 자리에 앉자마자 진혁이 직원을 불렀다.“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하고 라떼 한 잔 주세요.”“라떼는 덜 달게, 따뜻한 걸로요.”이담이 놀란 얼굴로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556화

    권주혁이 경호원을 바라보았다.옆으로 다가온 경호원은 허리를 숙인 채 작은 소리로 뭔가 귓속말을 했다.그 말을 들은 순간 권주혁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졌다.곧 음산한 눈빛이 나승준 부부를 향했다.김혜선과 나승준이 미처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나승준의 핸드폰이 울렸다.비서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천희가 성매매 혐의로 붙잡혔다는 내용이었다.그 소식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나 다름없었다.나승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뭐라고?”급히 전화를 끊은 나승준이 권주혁에게 말했다.“혼담은 일단 미루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저희 집안일부터 처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나승준과 김혜선은 황급히 자리를 떴다.나갈 때는 권주혁의 얼굴을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다.권씨 집안과 혼담이 오간 뒤부터, 두 사람은 천희가 밖에서 추문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철저히 단속해 왔다.이담과 얽혔던 일을 빼면 실제로 별다른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다.그런데 하필 이번 천희의 추문은 강성시 전체가 떠들썩해질 정도로 크게 터졌다.실시간 검색어까지 장악해 버렸다.여름 역시 핸드폰 알림을 확인하고서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게 되었다.저도 모르게 입가에 기쁜 기색이 번졌다....천희의 추문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나승준이 그동안 재계에서 쌓아 올린 체면도 하룻밤 사이에 바닥으로 떨어졌다.소문에 따르면 천희는 단순히 성매매 여성을 부른 것만이 아니었다.이른바 친구라는 놈들과 함께 있었고, 경찰이 들이닥쳤을 당시 침대 위에는 남녀가 뒤엉켜 있었다고 했다.경찰이 현장을 통제할 때 천희는 아예 정신까지 잃은 상태였다.불법 성기능강화제를 과다 복용했다는 이야기까지 돌았다.주말이 될 때까지도 소문은 전혀 가라앉지 않았다.진혁의 차에 앉아서 며칠째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기사를 훑어보던 이담이 미간을 찌푸렸다.“혹시 이거 당신이 한 거야?”아무리 그래도 수법이 너무 지독했다.이제 천희는 강성시에서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될 게 뻔했다.진혁이 눈을 살짝 가늘게 떴다.“한주원이 손을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555화

    이담은 검체를 연구소 실험 구역으로 가져가서 지훈에게 건넸다.지훈은 검체를 조수에게 넘겼다.“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부터 검사해 주세요.”“네.”조수는 곧바로 실험실로 들어갔다.이담이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죄송해요. 며칠이나 늦어졌네요.”“괜찮아요.”지훈은 서두르지 않으면서 장갑을 벗었다.“집안의 일 때문에 그동안 정신이 없었다는 걸 압니다. 그래도 다시 돌아오셨으니 됐어요.”잠시 후 지훈이 눈을 들어 이담을 바라보았다.“방준영 씨 기억하십니까?”이담이 멈칫했다.“네, 기억해요.”지훈은 양손을 흰 가운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D국에서 주씨 집안의 사람들과 충돌이 있었다고 합니다. 총격을 당했다는데, 아직 시신은 찾지 못했고요.”이담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럼 지원 씨는요? 아직도 소식이 없어요?”지훈은 고개를 저었다.“아직은 없습니다.”‘아직도 소식이 없다니...’유람선 폭발 사고가 일어난 지도 벌써 1년이 넘었다.지원이 준영에게 끌려간 지도 꼬박 1년이 되었다.그동안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살아 있는지 죽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한편, 여름은 거실에 앉아 있었다.나씨 집안 부부와 권씨 집안 어른들이 이미 혼담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이담이 대체 어떤 방법으로 자신을 도와줄 작정인지 알 수가 없었다.혼담과 관련된 이야기는 대부분 김혜선이 주도했다.결혼 지참금도 마찬가지였다.예전에 권주연과 상의했을 때는 2억 원을 주기로 했었다.대신 권주연이 혼수는 그보다 훨씬 넉넉히 챙겨 주기로 했었다.하지만 이제 권주연은 세상에 없었다.여름은 권씨 성을 따르지도 않았다.든든한 뒷배가 되어줄 어머니마저 사라진 이상, 김혜선으로서는 예전처럼 큰돈을 내놓고 싶지 않은 게 당연했다.권은상이 찻잔을 들어 천천히 한 모금 마셨다.“여름이가 권씨 성을 쓰지는 않아도 우리 언니 딸이에요. 1억 원은 나씨 집안 형편에 비하면 너무 성의 없는 금액 아닌가요?”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554화

    이담은 복도 벽에 기댄 채 아버지를 기다렸다.어머니의 상태를 떠올릴수록 무력감이 밀려왔다.알츠하이머병 자체는 흔한 질환이었다.하지만 그 병이 가족에게 닥치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졌다.살을 천천히 저미는 무딘 칼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통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었다.잠시 후 권은석이 방에서 나왔다.풀이 죽은 이담을 바라보며 권은석이 다가왔다.“너무 걱정하지 마. 엄마가 너를 영영 잊을 리가 없어.”잠시 말을 멈추었던 권은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임상시험도 엄마를 위해서 하는 거잖아. 이담이 네가 뭘 하든 아빠는 반대 안 해.”아버지의 위로와 격려에 이담은 조금이나마 기운을 차렸다.고개를 든 이담의 눈가는 붉게 물들어 있었다.하지만 애써 눈물을 참았다.“아빠, 고마워요.”권은석은 웃으며 손을 뻗어 이담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였다.“됐어.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 아빠가 다 맞춰줄 테니까.”...연구소.“민아 씨, 이 서류들 부서에 좀 전달해 주세요. 부탁드릴게요.”민아는 품에 한가득 안은 서류를 보면서 서류를 부탁한 직원에게 활짝 웃었다.“괜찮아요. 저도 마침 한가한데요, 뭐.”“실험은 제가 못 해도 다른 일은 다 시키세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뭐든 할게요!”민아가 자리를 뜨자, 다른 직원 두 명이 슬그머니 다가왔다.한 명이 직원의 어깨에 팔을 걸치면서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야, 너희 부서 그 금수저 아가씨 진짜 시키는 대로 다 해주네. 성격도 좋고. 언제 우리한테도 좀 소개해 주라.”질문을 받은 직원은 난처한 듯 슬쩍 몸을 뺐다.“그건 좀... 그분 아는 사람도 많고 배경도 있어서.”“배경 좀 있으면 어때. 그냥 아는 사이로 지내자는 건데. 술 한잔하자고 부르는 게 뭐가 문제야? 우리가 잡아먹기라도 하냐?”두 사람이 낄낄거리며 놀려댔다.그때 등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근무 시간에 술 마실 궁리나 하라고 월급 주는 겁니까?”언제 나타났는지 지훈이 바로 뒤에 서 있었다.두 사람은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553화

    침실의 통유리창 앞.소파에 느긋하게 기대앉은 진혁은 다리를 꼰 채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창밖에서 비스듬히 스며든 햇빛이 높은 콧날 한쪽에 옅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길게 내려앉은 속눈썹 끝에도 부드러운 빛이 번졌다.마디가 선명한 손가락으로 책장 끝을 집은 채, 수화기 너머 이담의 목소리를 듣던 진혁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이제 점점 요구가 많아지는데?”[당신도 나한테 요구한 거 적지 않잖아.]진혁의 웃음이 조금 더 짙어졌다.“그래. 주말만.”[여름이랑 나천희 결혼 건 말인데, 나씨 집안에서 알아서 포기하게 만들고 싶어. 내가 직접 할아버지 뜻을 거스르기는 좀 그래서.]이담이 대놓고 혼담을 반대했다가는 권주혁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몰랐다.무엇보다 권서안이 이 일을 빌미로 삼아서 또다시 문제를 일으킬 게 뻔했다.이제는 아버지와 은호를 더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진혁은 그 속내를 이미 짐작한 듯 짧게 대답했다.“나씨 집안 일은 나한테 맡겨.”...다음 날.이담은 아버지, 오빠와 함께 거실에서 아침을 먹고 있었다.따끈한 죽을 몇 숟갈 뜨던 이담은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아버지, 사실 계속 말씀드리고 싶은 일이 있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서요.”권은석의 가슴이 순간 철렁했다.‘혹시 그 진 선생 얘기인가? 둘이 정말 사귀기라도 하는 건가?’그렇다고 대놓고 물을 수도 없었다.결국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다.“무슨 말이든 그냥 해. 웬만한 일은 아빠도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저희 연구소에서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위한 신약을 개발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지금 조금 문제가 생겨서...”이담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어머니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였다.아직까지는 증상이 그럭저럭 안정적인 편이었지만, 기억이 점점 흐려지고 감정 기복이 심해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바늘에 찔리는 듯이 아팠다.신약 개발은 이제 중요한 임상시험 단계에 접어들었다.그리고 가장 적합한 시험 대상군이 바로 어머니 같은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7화

    이담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환자의 상태를 체크했다. 환자의 가족은 그녀가 집도의라는 걸 알자마자 너무 감격해 무릎을 꿇으려고 했고, 깜짝 놀란 이담과 의료진은 얼른 가족을 일으켜 세웠다.“뭐 하시는 거예요? 사람을 살리는 건 저희가 응당 해야 할 일이에요.”“선생님이 아니면 제 아들은 진작 죽었을 거예요. 선생님이 제 아들에게 살 희망을 줬어요. 정말 감사해요.”환자의 연로한 어머니는 끝내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은 드디어 살았다는 기쁨의 눈물이었다.의료진은 모두 생사에 이미 익숙한 사람들이라, 죽음의 문턱에서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6화

    “다 큰 어른이 뭐 하러 어린애와 사사건건 따져?”이담은 잠시 넋을 잃었다. 진혁이 자신을 믿지 않을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지만, 노골적인 편애에 마음은 미어질 듯 아팠다.이담은 눈이 시큰거렸지만 눈물을 애써 참았다.“전 밀친 적 없어요!”진혁은 피식 웃었다.“그럼 고작 몇 살짜리 애가 스스로 넘어지고 너를 모함한다는 거야?”이담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상대가 자신을 믿어주지 않을 줄 알면서도 왜 설명했을까...이담은 눈을 내리깔고 안정을 되찾으려고 애썼다.“오늘은 내가 재수 없었네요. 됐죠?”말을 마친 이담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5화

    진혁의 안색이 일순 어두워졌다. 초연의 손을 놓으려는 순간, 초연이 그를 꽉 붙잡았다.“진혁 씨, 나 아직도 몸이 안 좋은 것 같은데. 나랑 같이 약 가지러 가줄 수 있어?”여린 이담의 모습이 사라지자, 미간을 찌푸린 진혁은 시선을 거두면서 담담한 목소리로 동의했다.진혁은 초연과 함께 약국에 가서 약을 받았다. 진혁에게 고개를 돌린 초연은, 그의 정신이 딴 데 팔려 있는 걸 발견하고는 싱긋 웃으며 다가갔다.“진혁 씨, 준희가 사립 유치원에 가고 싶어 해. 아직 가족관계기록부가 없어서 그런데, 잠시만 진혁 씨 아들로 올릴 수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4화

    이담의 몸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남자를 바라봤다.“내가 무안을 줬다고?”‘그러니까 지금 문초연 때문에 나를 찾아온 거야?’“문초연은 네 상사야.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 앞에서 무안을 주면 안 되지.”진혁은 업무를 처리하는 듯 공적인 말투로 말했다. 그 목소리에서 부부의 정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이담은 쓰라린 마음을 애써 참으며 피식 웃었다.“집도의가 나라는 거 잊지 마. 나한테 그럴 권리도 없어?”“그러는 너야말로 잊었나 본데.”진혁은 조롱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난 집도의를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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