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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화

Author: 레몬완자
송연이는 두 손을 꼭 잡고 숨을 깊이 들이마신 후 발을 들어 마차에서 내렸다.

마차에서 내린 송연이는 곧장 비통한 얼굴로 송진초를 바라보았다.

“진초야, 네가 어찌하여 나를 사칭하는 것이냐?”

송진초는 송연이를 마주하자마자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분노가 일렁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며 분노를 가라앉혔다.

그녀는 앞으로 천천히 나아가 송연이를 바라보며 높은 목소리로 물었다.

“송연이, 네가 송가의 외동딸이라고? 그럼 삼 년간 넌 어디에 있었던 것이지?”

순간 송연이의 눈빛이 흔들렸다.

차마 대범산에 있었다고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오래전부터 한성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지냈고 기 국공부도 자주 오가며 많은 이들의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한성에 있는 외조 댁에서 부친의 상을 치렀다.”

송연이가 기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진초야, 내 너를 어찌 대했는데, 이리 배신하는 것이냐.”

“의주에 뼈를 잘 만지는 대단한 의원이 있다. 골격을 만지면 연령을 알 수 있을 정도지. 우리가 두 살 차이 나니, 뼈를 만지면 반드시 나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송진초는 조씨 부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족보에 따르면 송씨 가문의 외동딸은 올해 열다섯이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족보가 가짜일 순 없겠지요? 부인께서 그 의원을 만나는 것에 응하실 수 있겠습니까?”

송연이가 창백한 얼굴로 조씨 부인을 바라보자, 조씨 부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내 딸을 내가 몰라보겠느냐? 내가 진짜라고 하면 진짜인 것이다. 네년이야말로 계집종 주제에 송씨 성을 얻은 것도 모자라 이젠 내 딸까지 사칭하려고 해? 이럴 줄 알았으면 애초에 네년을 구하지도 않았다.”

조씨의 혐오스러운 눈빛에 송진초는 마음이 죄이고 호흡이 가빠지는 것 같았다.

이때 송연이가 취주에게 눈짓했고 취주는 즉시 송연이에게 무릎을 꿇었다.

“쇤네 아씨를 뵙니다. 아씨께서 나서지 않으셨다면 다른 이에게 신분을 빼앗을 겁니다. 얼마나 간사한 계집애인지 일만 열면 거짓말입니다. 모두가 저 계집에게 속고 있습니다.”

송진초는 질린다는 듯 한마디 했다.

“송가의 명예는 아재가 되찾아주세요.”

제소가 앞으로 나섰다.

“여기 있는 분 중에 저를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요. 소신은 송 대감 어르신과 십여 년 동안 함께 했습니다. 대감 어르신께서 매번 바다에 나가시거나 외곽에 갈 때마다 아씨에게 서신을 보내 도중에 풍경에 관해 이야기하시곤 했습니다.”

그는 품 안에서 서신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진초야, 이 아비는 지금 북향에 있단다. 이곳엔 소와 양들이 떼 지어 있는데…”

누가 봐도 이 서신들은 그녀에게 보내는 것이다.

제소가 조씨를 바라보았다.

“대감 어르신께서는 유독 아끼시는 먹물이 따로 있으셨고 글자가 밖으로 나오게 글을 쓰셨습니다. 대조해 보면 서신의 진위를 알 수 있을 겁니다. 또한 대감 어르신께선 살아생전에 매년 아씨의 그림을 그려주셨는데 총 백 점의 그림이 있습니다. 또한 진주각에 아씨를 위한 많은 장신구를 남기셨는데 이것은 훗날 아씨를 위해 마련해 둔 혼수입니다. 장신구 뒤에는 진초 아씨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송가는 의주에 열두 개의 점포 점주들은 오래전에 진초 아씨의 초상화를 본 적 있기에 아씨를 몰라볼 수 없습니다.”

곧이어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이 송진초를 위해 증언했다.

송진초는 태연하게 조씨 부인과 송연이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그녀는 다시 취주에게 말했다.

“널 데리고 다닌지도 십 년이다. 한데 어찌하여 어머니의 편이 되어 나를 모함한 것이냐? 가산을 노린 것이냐?”

당황한 취주는 눈알을 이리저리 바삐 굴리더니 놀란 눈으로 송진초를 바라보았다.

“일부러 쇤네를 풀어주었군요!”

“이년아, 아씨께서 너를 얼마나 챙기셨는데! 어찌 부인에게 매수되어 아씨를 모함한 것이냐!”

방 유모는 팔을 휘두르며 욕설을 퍼부었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는데! 아씨께선 어린 나이에 가족을 잃고 갖은 고생을 하셨다. 한데 그깟 재산 때문에 아씨의 신분마저 더렵혀야 하겠느냐! 이리 양심이 없어서야!”

정세가 달라지자, 조씨 부인은 얼굴을 붉히며 자리를 뜨려 했다.

털썩!

송진초가 갑자기 무릎을 꿇고 울먹였다.

“어머니, 전 진작에 어머니를 알아뵙습니다. 다만 어머니께서 어찌하여 제게 이리도 잔인하게 구시는지 이해되지 않더군요. 어머니는 늘 제가 얼굴을 드러내는 것을 금기시하셨고 매사에 엄격하셨죠. 하지만 저는 어머니를 탓하지 않습니다. 다만 아버지께서 남기신 가산들을 헐값에 팔아서는 안 되었습니다. 그것은 아버지의 피와 땀이잖아요.”

비난 어린 그녀의 말은 조씨 부인의 가식적인 면모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조씨 부인은 어쩔 줄 몰라 했다. 자신을 바라보며 비릿하게 웃는 송진초를 바라보며, 사람들의 비난 어린 욕설을 듣고 있자니 머리가 울리는 것 같았다.

이성을 잃은 조씨 부인 송진초의 뺨을 내리쳤다.

“다 알고 있었으면서 모르는 척한 게로구나! 이리 짐승보다 못한 자식을 낳다니, 진작 알았더라면 목 졸라 죽였을 것이다.”

조씨 부인의 횡포에 송연이는 황급히 그녀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조씨 부인은 그제야 자신이 모든 잘못을 인정했음을 눈치챘다.

길길이 날뛰며 자리를 뜨려던 조씨 부인을 사람들이 둘러쌌다.

송진초의 하얀 얼굴에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다. 곧이어 그녀가 피를 토하며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몸을 힘겹게 일으켜 육 대감을 바라보았다.

“송연이가 소녀의 신분을 사칭하여 송가의 명예를 더럽혔습니다. 돌아가신 소녀의 아비를 생각하시어 송가를 위해 정의를 실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송진초, 네년이 감히!”

조씨 부인이 악에 받쳐 소리쳤다.

송진초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현 조정의 율법에 의하면 시가의 재물은 멋대로 처분할 수 없는 법이라 합니다.”

조씨 부인은 순간 겁에 질렸다.

송진초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상의하지 않고 멋대로 처분한 것은 도둑질입니다. 소녀는 조씨 부인을 송가의 가산을 훔친 죄로 고발할 것입니다. 이 증서들에는 조씨 부인의 서명과 도장이 찍혀있으며 이것들이 곧 그 증좌입니다.”

“그리고 저 계집종은 안팎으로 송가의 명예를 더렵혔으니, 대감께서 알아서 처분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녀는 손으로 취주를 가리켰다.

겁에 질린 취주가 그녀에게 무릎을 꿇고 빌었다.

“아씨, 쇤네가 잘못했습니다. 전부 마님께서 시키신 일입니다. 쇤네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쇤네를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사람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얹었다.

“지독하기도 하지.”

“조씨 가문의 불순한 의도가 뻔히 보이는구려. 대감 어르신께서 돌아가신 것도, 송가에 큰불이 난 것도 수상쩍어.”

“아씨께서 그러지 않으셨던가? 어려서부터 얼굴을 드러내지 못하게 했다고, 분명 일찍부터 작당을 꾸몄던 게야.”

“의주에서 아씨 얼굴 본 사람이 없을 정도이니. 대감 어르신께서 생전에 쓰시던 물건을 남기지 않았더라면 이번 기회에 저 독한 여인에게 송가의 가산이 넘어갈 뻔했네.”

끝없이 퍼진 유언비어는 걷잡을 수 없게 되고 나서야 조씨 부인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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