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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화

Author: 네입클로버
어떤 일은 한번 시작하면 백 퍼센트의 몰입이 아니고서는 끝까지 해낼 수 없다.

예전에 강지연이 재활 훈련을 할 때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마음이었다면 지금의 그녀는 다시 무대에 서는 분명한 목표를 품고 있었다.

이제는 결과가 어떻든 받아들이겠다는 체념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 그 무대 위로 다시 올라가겠다는 집념이었다.

목표가 또렷해지자 사람도 자연스레 단단해졌다.

요즘 그녀의 하루는 홍순자와 영상 통화를 하거나 무용단의 각종 사무를 돕는 일과로 채워졌고 남은 시간은 모조리 재활 훈련에 쏟아부었다.

이처럼 빼곡한 일정과 쉴 틈 없는 움직임 덕분에 해성에서의 일들은 완전히 잊힌 지 오래였다.

그날은 프엔스 공연을 마치고 에덴으로 이동하는 날이었다.

새벽 다섯 시 무렵 강지연은 조용히 잠에서 깨어났다.

남들보다 한두 시간 먼저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일은 이제 그녀에게 익숙한 루틴이 되어 있었다.

그래야 아침 일찍 재활 훈련을 끝내고 낮에는 무용단의 의상과 분장, 그리고 무대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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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잊어 그게답이야 시간이 해결해줄거야 지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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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제728화

    온하준은 오늘 완전히 그 노트에 꽂혀 있었다. 그는 노트를 다시 강지연의 눈앞에 들이밀며 윽박지르듯 말했다.“봐. 이 문장. 똑바로 보고 네가 직접 읽어.”강지연은 말문이 막혔다.“강지연, 내가 하나 알려 줄게. 이미 늦었어. 게임은 네가 시작한 거야. 그런데 끝내는 건 너 혼자 정하는 거 아니야. 빨리 읽어.”‘진짜 미친놈 같아.’강지연은 속으로 욕을 삼키며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그... 그게...”말끝이 자꾸 흐려졌다.“절대... 절대 온하준을... 좋아하지 말 것.”온하준은 강지연이 직접 읽는 걸 듣고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네가 이 글을 쓸 때 머리에 뭐가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분명히 말하는데 먼저 나를 흔든 쪽은 너야. 내가 물러나려고 했는데 네가 다시 와서 건드렸잖아.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하지 말라 해 놓고 이제 와서 도망가려고? 그건 안 되지.”온하준은 그 페이지를 찢어 일부러 천천히, 조각조각 잘게 찢어 버렸다.“온하준, 잠깐만...”강지연은 이제는 정말 그와 확실히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내 말 좀 들어. 나 진짜 그런 뜻 아니야. 나는 이하나가 어떤 애인지 알고 그래서 예전에 친했던 친구로서 네가 안 속았으면 해서 그랬어. 그래서...”온하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강지연을 바라봤다. 마치 계속 지어내 보라는 눈빛 같았다.강지연은 갑자기 무력감이 몰려왔다.“온하준, 나 진짜 너를 속인 적 없어. 내가 너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이미 서른을 넘긴 그녀가 이 세계의 온하준을 좋아할 수는 없었다.그 말에 온하준의 눈빛이 한순간 어두워졌다. 강지연도 이 순간에 묵직한 분위기를 선명하게 느꼈다.그녀는 상처받은 듯 씁쓸해진 온하준의 얼굴을 바라보며 무언가 말하려다 결국 참아 냈다.온하준이 이하나를 좋아하게 되는 것만 막으면 그것으로 그녀의 임무는 끝나는 것이었다. 강지연은 언젠가 조용히 이곳을 떠날 것이고 그러면 온하준과는 다시는 엮이지 않을 테니까.강지연은 그가 이제 조용히 돌아

  •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제727화

    “안 중요하다고?”온하준은 이를 악물더니 거칠게 욕설을 내뱉었다.“제기랄, 내가 이하나랑 어떻게 되든 너한텐 아무 상관도 없다는 거야?”강지연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아니, 이야기가 왜 여기로 튀는 거지?’온하준은 숨 돌릴 틈도 없이 말을 쏟아 냈다.“안 중요하다면서 내 앞에서 울긴 왜 울어? 안 중요하면 이하나랑 같이 있는 게 싫다는 소리는 왜 했는데? 안 중요하면 스피치 대회는 왜 나간 거고 안 중요하면 왜 기어코 이하나를 내 가게에서 쫓아내려 한 건데? 그리고 내 허벅지는 왜 만진 거...”“야, 잠깐만!”강지연이 다급히 말을 잘랐다.“네 허벅지를 만진 건...”하지만 왜 그랬는지는 끝내 말할 수 없었다. 그게 더 답답했다.온하준이 말한 일들은 사실이었지만 의도는 그가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달랐다.“뭔데? 이유를 말해 봐.”섬뜩할 만큼 번뜩이는 그의 눈빛이 지금 이 순간의 그를 유난히 공격적으로 보이게 만들고 있었다.‘어떻게 말해. 네가 다칠까 봐, 그런 끝을 맺지 말라고 그랬다고는 말할 수 없잖아.’“아무튼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강지연은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말했다.“또 도망가네.”온하준은 노트를 들어 그녀의 눈앞에 들이밀었다.“그러면 이것부터 말해. 나는 이하나와의 관계를 이미 너한테 분명히 말했어. 걔랑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어제도 내가 걜 만나러 간 게 아니라 걔가 나 붙잡고 매달린 거야. 봐 달라고.”강지연이 손을 내리며 되물었다.“봐 달라고? 네가 뭘 했길래 걔가 봐 달라고 해?”온하준은 차갑게 웃었다.“그래, 넌 당연히 내가 뭘 하는지 모르겠지. 네 눈엔 차유준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이유가 차유준 때문이야?”온하준은 노트를 든 채 한 걸음 더 다가왔다. 숨결이 강지연의 얼굴에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이미 차유준을 선택해 놓고 왜 나를 건드리는 건데? 그렇게 건드려 놓고 이제 와서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비켜!”강지연이 그의 얼굴을 밀어내며 목소리를 높였다.“난 누구도 고

  •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제726화

    순간 굳어 버린 강지연은 피가 단숨에 머리끝까지 치솟는 느낌이었다.본능적으로 노트를 주우려 손을 뻗었지만 온하준이 먼저 집어 들었다. 그의 얼굴에 잠깐 걸려 있던 웃음은 그 한 줄을 읽는 순간 그대로 굳어 버렸다.거칠게 숨을 내뱉는 온하준의 모습에 강지연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렸다.“이거 무슨 뜻이야?”온하준의 목소리는 심하게 잠겨 있었고 매 단어는 목구멍에서 겨우 짜내듯 흘러나왔다.“내가 그렇게 싫어?”“아무 뜻 없어.”강지연은 애써 태연한 척하며 노트를 되찾으려 손을 뻗었다. 하지만 온하준은 노트를 더 세게 움켜쥔 채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강지연, 똑바로 설명해 봐. 도대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나를 이렇게까지 싫어하는 거야?”그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묻어 있었다.“네가 뭘 잘못한 건 없어.”강지연이 작게 말했다.“내 문제야. 너랑 상관없어.”정말 그랬다. 어제 그가 이하나와 무슨 이야기를 했든, 뭘 했든, 그건 오늘의 결심과는 별개였다. 이곳으로 돌아온 첫날부터 마음속으로 이미 정해 둔 목표였다.하지만 온하준에게는 그 말이 더 듣기 싫었던 모양이었다.“네 문제? 나랑 상관없다고?”온하준은 그 말에 완전히 격분한 듯 강지연의 손을 덥석 붙잡더니 그대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너무 강한 힘에 그녀의 손목은 순간 하얗게 질렸다.“온하준, 뭐 하는 거야!”최아현이 다가와 막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온하준은 갑자기 강지연을 홱 잡아당겨 자기 품 쪽으로 끌어넣었다. 강지연은 당황스러웠다.여긴 학교였고 이들은 아직 고등학생이었다. 이렇게 안고 있는 모습을 선생님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난리가 날 게 뻔했다.“놔. 좋게 말로 하면 되잖아.”하지만 온하준은 이미 좋게 해결할 마음이 없는 듯했다.“나 강지연이랑 할 말 있어.”온하준은 강지연을 끌어안은 채 최아현을 향해 말했다.“따라오면 강지연 그냥 메고 갈 거야.”최아현이 그 말에 얼어붙은 사이, 온하준은 이미 강지연을 끌고 멀어지고 있었다.“온하준! 돌아와!

  •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제725화

    “넌 뭐가 그렇게 두려운 거야?”온하준의 목소리가 차갑게 강지연의 등 뒤에서 울렸다.강지연은 걸음을 멈췄다.‘두렵다니? 무슨 소리지?’“선생님이 나이도 어린 애들이 연애한다고 생각할까 봐?”온하준의 말투에는 따져 묻는 기색이 섞여 있었고 한층 더 날이 서 있었다.강지연이 놀라 돌아봤다.“아니야.”“그러면 뭐가 두려운 건데?”온하준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굳어 있었다.“우리 아무 사이도 아닌데 뭐가 그렇게 두려워?”강지연은 입술을 달싹였다.“난 그냥...”강지연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아까 실수한 거야. 순간 생각 없이 말이 나간 거야...”온하준은 차가운 표정으로 한참 그녀를 내려다보더니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계단을 빠르게 내려갔다.강지연은 어이가 없었다. 온하준이 언제부터 거기 와 있었는지도 몰랐고 왜 왔는지도, 무슨 이유로 그런 말을 던졌는지도 알 수 없었다.그날 밤 강지연의 마음은 내내 복잡했다.모함을 당해서도 아니었고 샤워실에서 사진을 찍힌 일 때문도 아니었다. 온하준과 차유준 때문이었다.잠자리에 누우니 두 사람의 얼굴이 번갈아 떠올랐다.그렇게 뒤척이다가 어느 순간 잠이 들었다. 잠도 깊지 않았다. 어렴풋이 강희라와 강시우의 목소리가 들렸다.강희라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하이고, 이번엔 지난번보다 더 오래 자네. 도대체 언제 깰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의사가 몸 상태는 좋다고 했잖아요. 매일 마사지해 주고 물리치료 하면서 근육만 살려 두면 돼요. 영양 수액도 계속 맞고 있으니 괜찮을 거예요.”“그래도 뭔가 해야 하는 거 아니야? 가서 무당이라도 좀 알아볼까?”“그래요. 제가 오늘 알아볼게요.”그 말을 듣는 순간, 강지연은 이곳이 베르덴의 집이라는 걸 알아차렸다.그 뒤에 무슨 이야기가 더 오갔는지는 흐릿했다. 할머니가 올라와 무슨 말을 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았다.강지연은 마음이 급해졌다. 이번에는 예전처럼 꿈속의 세상에서 떠나고 싶지 않았다.해결해야 할 일이 많았고 자신이 사라지면 이

  •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제724화

    차유준이 보낸 건 짧은 영상 하나였다.학교 CCTV. 아침 여섯 시 이후 통째로 먹통이 됐다고 했던 바로 그 구간이었다.강지연은 숨이 턱 막혔다.“이걸 어떻게 구했어?”차유준은 태연하게 웃었다.“내가 알아서 했어. 너는 신경 쓰지 마.”그러고는 한 박자 쉬었다가 덧붙였다.“누가 했는지만 알면 되잖아. 어떻게 해결할지는 내가 생각할게.”강지연은 차유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너 오늘 오후에 조퇴한 거 설마 이거 때문이야?”차유준은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강지연은 순간 목이 잠겨 헛기침을 한 번 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이걸 어떻게 구한 건데? 신경 쓰지 말란다고 내가 정말 신경 안 쓰겠어?”차유준은 잠깐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학교 보안 시스템에 허점이 있어. 그걸 파고들어서 지워진 원본 데이터를 복구했지.”강지연의 눈이 커졌다.“학교 보안 시스템을 건드렸다고? 그걸 어떻게?”‘넌 문과생이잖아. 어떻게 컴퓨터를 알아.’강지연은 뒤의 말을 끝까지 잇지는 않았지만 차유준은 그 뜻을 알아차린 듯 웃으며 되물었다.“왜? 나 문과라서 컴퓨터 못 할 것 같아? 문과반이라고 컴퓨터를 못 한다고 생각하면 안 되지. 나를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야?”“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강지연이 급히 손을 내저었다.“그냥 너무 의외라서.”그 순간 강지연은 마음속에서 따뜻한 무언가가 확 밀려오는 걸 느꼈다.차유준은 괜찮냐는 말로 달래지 않았고 걱정하지 말라는 말로 헛된 위로를 건네지도 않았다. 그저 지금 그녀에게 가장 필요한 걸 정확히 가져다주었다.“고마워.”고마운 마음과 함께 곧바로 미안함도 밀려왔다.“그런데 너한테 문제 생기면 어떡해? 학교 네트워크를 건드린 거면...”“그럴 리 없어.”차유준이 단호하게 잘랐다.“흔적을 안 남겨서 못 찾아. 너는 그냥 나한테서 받은 거라고만 해. 어떻게 구했는지는 내가 설명할게. 답은 다 준비해 놨어.”강지연은 잠깐 입술을 달싹이다가 결국 물었다.“차유

  •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제723화

    최아현은 말을 끝내자마자 다시 뛰어갔다.마음이 너무 아팠다. 강지연이 오늘 하루 겪은 일들 때문이기도 했고 온하준과의 우정이 이제는 완전히 무너진 것만 같아서이기도 했다.강지연은 최아현이 우는 모습을 보는 순간 가슴이 아려 곧장 계단을 뛰어 내려갔고 건물 옆에서 최아현과 마주쳤다.최아현은 강지연을 보자 잠깐 놀란 표정을 짓더니 급히 손등으로 눈물을 문질렀다.우는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은 듯했지만 눈물은 오히려 더 쏟아졌다. 닦을수록 번져 볼까지 흥건하게 적셨다.강지연의 마음도 같이 시큰해졌다.사실 강지연은 이곳으로 돌아오면서 최아현이나 온하준 같은 또래들과는 다른 마음이었다.대책 없이 울고 웃는 청춘의 감정, 단숨에 달아올랐다가 또 단숨에 식어 버리는 마음.강지연은 이미 그런 시절을 한 번 지나왔고 다른 시간 속에서 너무 오래 살아 버렸다.그래서 이하나의 모함도, 샤워실에서의 모욕도, 온하준의 부재도, 심지어 온하준이 이하나를 감싸는 모습까지도 그녀를 크게 흔들지는 못했다.화가 치밀지도 않았고 오히려 담담했다.그런데 최아현이 이렇게 무너지는 걸 보자 마음이 아파졌다.아무 계산도 망설임도 없이 오로지 강지연만을 위해 움직이는 그 마음이 정말 고맙고 따뜻하게 느껴졌다.강지연은 아직도 울고 있는 최아현의 손을 꼭 잡았다.“아현아, 고마워.”그 말에 최아현은 더 크게 울었다.“뭐가 고마워. 아무것도 해 준 게 없는데...”“아니.”강지연은 고개를 저었다.“넌 이미 많은 걸 해 줬어. 잘해 줘서 정말 고마워.”그녀는 최아현의 심리를 알고 있었다. 최아현은 줄곧 강지연이 무용을 전공해서 여리여리할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사실 강지연은 겉보기엔 그저 날씬해 보일 뿐, 온몸이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어 힘이 세고 단단했다.“잘해 주긴 뭘 잘해 줘. 널 지켜 주지도 못했는데.”최아현은 이를 악물고 눈물을 닦았다. 분명 강지연을 지켜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지만 그 사람은 오히려 가해자를 감싸고 있다는 생각에 더 화가 치밀었다.“너는 나한테

  •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제84화

    강지연은 정말 이해가 안 됐다.아무 상관 없는 사람들은 그녀의 다리를 보고도 배려하며 못 본 척하는데 왜 온하준 주변 사람들만 그렇게 악의적인 눈길을 보내는 건지.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저기요, 대표님께 최소한 한 번쯤은 확인해 보시죠.”강지연은 평범한 직원을 괴롭히고 싶지 않았다.“프론트에서 방문객을 무례하게 대하거나 모욕하는 건 직무 태만이잖아요? 불만을 제기하고 싶진 않습니다.”“그럴 자격이 되시기나 해요? 당신은 고객도 방문객도 아니잖아요.”프론트 직원은 불쾌한 기색으로 입

  •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제54화

    장시범은 차를 몰아 그녀를 데리고 오래된 골목 쪽으로 향했다.한의사는 골목 입구의 작은 한의원에서 진료를 보고 있었고 그 앞엔 이미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장시범은 그 줄을 보더니 강지연이 오래 서 있기 힘들까봐 걱정됐다.“제가 가서 줄 설게요. 선배 차례 되면 부를 테니까 차에서 기다려요.”강지연은 난처했다.“괜찮아요. 내가 하면 돼요.”장시범은 차를 길가에 세우고 내려가 줄을 섰다.강지연은 차에 혼자 남자 그제야 휴대폰을 꺼내 전원을 켰다.부재중 전화가 열 통 남짓이었는데 그중 여덟 통은 온하준, 두 통은 진경숙이

  •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제72화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다.결혼은 서로의 선택이었고 그때의 그녀 역시 잘못된 선택을 한 셈이었다.“한숨 쉰 거야? 그 사람이랑 통화 끝났다고 바로 한숨부터 쉬어?”온하준이 그녀의 휴대폰을 가리키며 말했다.“너, 네가 누구랑 결혼했는지 잊었어?”강지연은 지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잊어버린 사람은 내가 아니야, 온하준.”온하준은 미간을 좁히더니 피식 웃었다.“그래서? 지금 이 쇼는 뭐야? 내가 질투라도 해서 하나를 버리길 바라는 거야? 날 자극해서 흔들어보겠다는 거지?”강지연은 헛웃음을 터뜨렸다.“네 멋대로 생각해.

  •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제64화

    역시나, 온하준은 이하나 곁으로 걸어갔다.이하나는 그를 보자마자 마치 용기를 되찾은 듯 그 자리에서 흐느끼기 시작했다.“하준아, 나 아니야. 정말 아니야. 난 그냥 사모님이 오신 걸 보고 너무 반가워서, 네 좋은 비서가 되고 싶어서 인사드리러 나가려던 거야. 그런데 마침 지연 씨도 일어났고 아마, 아마 치맛자락이 엉켰나 봐. 다들 지연 씨가 실례했다고 오해할까 봐 내가 먼저 나서서 설명하려던 거였어. 지연 씨가 미움받지 않게 하려고...”역시나, 이하나는 이번에도 깨끗하게 빠져나가려고 안달이었다.그리고 온하준은 이런 황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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