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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심윤아는 눈을 내리깔고 생각했다. 강소영은 외모가 예쁘장하게 생겼을 뿐만 아니라, 인성도 매우 훌륭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가 진수현의 목숨을 구해준 적이 있다는 것이었다. 심윤아는 자기가 진수현이었어도 강소영을 좋아하게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강소영은 친구를 만난 후, 바로 다가가서 한참 동안 얘기를 주고받았다. 그 남자는 흰 가운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심윤아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끄덕이며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소영이의 친구시죠? 제 이름은 고현민입니다.”

심윤아도 고현민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하세요.”

“열이 있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고현민은 손등을 심윤아의 이마에 대보며 나직하게 물었다.

갑작스러운 접근에 심윤아는 무의식적으로 옆으로 비켜섰고, 그녀의 반응에 고현민은 웃으며 속삭였다.

“열이 있는지 확인해 보려는 겁니다.”

그러고 나서 고현민은 말을 잇지 않고 온도계를 내밀었다.

“체온부터 측정해 봅시다.”

심윤아는 체온계를 건네받았다.

뒤이어 진수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체온계 사용법은 알아?”

심윤아는 어이가 없었고 상대조차 하지 않았다.

‘어떻게 체온계조차 쓸 줄 모른다고 생각할 수가 있지?’

다만 머리가 어지러운 탓에 심윤아는 동작이 느릿느릿했다. 고현민은 체온을 측정하고 잠시 기다려 보자고 했다.

강소영은 상황을 지켜보다가 이 기회를 틈타 고현민에 진수현을 소개하였다.

“수현 씨, 이 친구가 바로 내가 전에도 몇 번 언급했던 고현민이야. 의학 방면에서 거둔 성과가 대단하지만, 자유를 추구하고 누구 밑에서 일할 성격이 아니라, 귀국한 후에 소소한 클리닉을 차리게 된 거야. 그리고 현민아, 인사해, 수현 씨야, 내...”

그녀는 잠시 뜸을 들인 후에야 수줍게 말했다

“내 친구야.”

‘친구?”

친구라는 호칭에 고현민은 잠시 머뭇거렸다. 그리고 무심코 심윤아의 얼굴에 눈길을 돌렸다가 다시 진수현을 보고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고현민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한참 후에야 진수현은 손을 들어 상대방과 가볍게 악수했다.

“알고 있어요.”

고현민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한 마디 툭 뱉었다.

“수현 씨에 관해 하도 많은 얘기들을 들었어서, 처음 뵙는데도 내적 친밀감이 드네요. 소영이가 수현 씨를 아주 높이 평가하더라고요.”

“현민아.”

강소영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두 볼이 순식간에 발그레해졌다.

“왜? 설마 내가 실수한 것은 아니겠지? 평소에 사람들 앞에서 수현 씨를 엄청 많이 언급하고 칭찬하지 않았어?”

“그건 맞지만, 민망하니까 그만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때 진수현이 눈을 내리깔며 심윤아를 힐끗 훔쳐보았다. 심윤아는 구석에 앉아서 무거운 눈꺼풀을 살며시 감고 있었다. 헝클어진 몇 가닥 앞머리가 그녀의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었다. 심윤아는 헝클어진 머릿결 뒤에 숨어 모든 감정을 숨겼다.

그녀는 마치 자기와 관련 없는 일에 연루된 사람처럼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진수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5분 후, 고현민은 심윤아의 체온을 살펴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체온이 아주 높아요. 해열 성분이 포함된 수액을 맞으셔야겠네요.”

심윤아는 고개를 살짝 들고 말했다.

“수액은 싫어요.”

고현민은 심윤아를 다시 한번 자세히 쳐다보고는 호탕하게 웃기 시작했다.

“찌를 때 아플까 봐 걱정하는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 아주 유능한 의사예요.”

강소영도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윤아 씨, 잠깐 아픈 것보다 빨리 쾌차하는 게 더 중요하죠.”

심윤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고집스럽게 말했다.

“나는 주사도, 약도 다 싫어요.”

그녀의 고집스러운 모습에 진수현은 또다시 눈살을 찌푸렸다.

“환자분께서 거부하신다면 우선 물리적으로 열을 내릴 수밖에 없겠네요. 제가 처방을 내리고 물품들을 가져올 테니, 먼저 젖은 수건을 머리에 올리고 계세요. 고열이 지속되면 패혈증에 걸릴 수도 있으니까요.”

고현민이 나가자, 강소영도 따라 나갔다.

“윤아 씨, 나도 따라가서 도울게요.”

두 사람이 나간 후, 방에는 심윤아와 진수현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

심윤아는 아직도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그녀는 물수건을 이마에 올려 열을 내리고 싶었지만 지금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이때, 좀처럼 입을 열지 않던 진수현이 갑자기 말했다.

“억지 좀 그만 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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