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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Author: 신추아
정시연이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배한설이 수레에서 허둥지둥 기어 내려왔다.

금실로 수놓은 작은 가죽신을 신은 아이는 곧장 정시연에게 다가와, 호기심 어린 얼굴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양이랑 말을 할 줄 아는 것이냐?”

정시연의 눈가에는 아직 웃음기가 남아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낮춰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고, 새까만 눈동자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대답했다.

“병아리도 부화시킬 줄 알고, 새끼 낳는 개도 돌볼 줄 알아요. 산돼지를 잡는 법도 알고요. 산돼지는 어릴 때가 제일 귀여워요. 몸에 알록달록한 무늬도 있거든요.”

배한설은 세상에 다시없을 기이한 이야기를 들은 듯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입을 벌렸다.

“개도 사람처럼 새끼를 낳느냐?”

아이는 저도 모르게 한 걸음 다가와 정시연의 소매를 꼭 움켜쥐었다.

“너는 어떻게 그렇게 대단한 것이냐? 나도 닭과 돼지를 키우고 싶다!”

천진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 정시연은 문득 멈칫했다.

“그게 대단한 일인가요? 저도 손 놓은 지 오래되긴 했는데…….”

주방현을 만난 뒤로 그녀는 너무도 많은 것을 잊고 살았다.

강남 특유의 나긋한 말씨도, 고향 들녘에 끝없이 펼쳐졌던 논밭도 어느새 기억 속에서 흐려졌다.

하늘이 그토록 높고 땅이 그토록 넓다는 사실도, 마을 사람들이 입을 모아 자신을 대단하다고 칭찬했던 일마저도 어느새 까맣게 잊고 말았다.

정시연은 목수 일도 제법 잘했다. 손수 엮은 그네는 튼튼하고 흔들림이 없어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아도 끄떡없었다.

술을 빚는 솜씨도 좋아, 그녀가 담근 쌀술은 그윽한 향이 돌고 맛이 부드러웠다.

돼지를 잡는 일이라면 마을에서도 손꼽히는 솜씨였다.

칼을 쓰는 손은 빠르고 피를 빼는 솜씨는 정확했다. 돼지의 몸을 속속들이 알았기에, 단 한 순간도 더 고통받지 않도록 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주방현은 그런 일을 천하고 불결하다 여기며, 비천한 자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했다.

경성에 온 뒤에도 그는 정시연이 강남 시골 출신이라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게 했다. 심지어 고향 말투를 쓰는 것도 금했다. 촌사람 특유의 궁색한 티가 난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그곳은 정시연을 낳고 길러 준 삶의 터전이자, 주방현을 먹이고 공부시켜 장원에까지 오르게 한 땅이었다.

배한설은 정시연이 한동안 말이 없자 얼른 작은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나도 산돼지 잡는 데 데려가 주거라. 개가 새끼 낳는 것도 도와주고 싶구나.”

손바닥으로 전해지는 따스하고 촉촉한 온기에 정시연은 비로소 상념에서 깨어났다. 입가에 남아 있던 미소가 서서히 옅어졌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수건을 배한설의 손바닥에 얹어 주었다.

“이 수건을 소금물에 적셔 두었어요. 이걸 가지고 있으면 아만도 도련님 말씀을 잘 들을 테니, 굳이 때리지 않으셔도 됩니다.”

양은 소금을 좋아했다. 조금 전 아만이 정시연을 얌전히 따라온 것도 소금물에 적신 수건 냄새를 맡았기 때문이었다.

정시연은 예왕부에 들어오기 전, 일부러 이 수건을 준비해 두었다.

오 어멈도 젊은 시절에는 부잣집에서 유모로 일한 적이 있었다. 규율이 엄한 집에서는 젖을 물리기 전에 소금물에 적신 수건으로 몸을 깨끗이 닦아야 주인에게 미움을 사지 않는다고 일러 주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 수건이 지금 쓸모를 찾았다.

배한설은 보물이라도 얻은 듯 소중히 수건을 받아 들었다. 반신반의하며 아만의 눈앞에서 살랑살랑 흔들자, 과연 양이 ‘메에’ 하고 두어 번 울더니 먼저 고개를 들이밀어 아이의 손을 핥았다.

배한설은 기쁜 얼굴로 정시연을 돌아보았다. 이내 손바닥이 간지러운지 소리 내어 까르르 웃었다.

그 모습을 놀랍게 지켜보던 민취가 정시연의 곁으로 다가와 나직이 감탄했다.

“도련님을 이토록 기쁘게 해 드린 분은 온 왕부를 통틀어 당신이 처음입니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정시연도 남몰래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당장 주인의 눈 밖에 나 예왕부에서 쫓겨날 일은 없을 듯했다.

배한설이 아만을 이끌고 뜰을 거닐자, 정시연과 민취도 그 뒤를 따르며 시중을 들었다. 민취는 길을 걷는 동안 왕부의 사정을 하나하나 들려주었다.

예왕 배지혁은 대건에서 황실과 다른 성씨를 가지고 왕으로 봉해진 유일한 사람이었다.

어린 나이에 전쟁터에 뛰어든 그는 이름 없는 병졸로 시작해 혁혁한 전공을 세운 끝에 장군의 자리까지 올랐다.

그러나 하늘은 사람의 뜻대로만 움직여 주지 않았다. 일 년 전 전장에서 중상을 입은 그는 결국 병권을 내려놓고 경성으로 돌아와, 지금은 문관으로 조정에 몸담고 있었다.

예왕의 전공을 들려주는 민취의 말은 좀처럼 그칠 줄 몰랐다. 이야기를 이어 갈수록 두 눈에는 존경과 흠모의 빛이 선명하게 차올랐다.

“전하께서는 고성에서 신탕산까지, 융군에서 조칙산까지 전장을 누비셨어요. 얼어붙은 설산도 넘고, 황사가 하늘을 뒤덮은 사막도 건너며 대건의 백성들을 위해 빼앗긴 땅을 수없이 되찾으셨지요. 전장을 거침없이 누비며 오랑캐를 무자비하게 무찌르시니, 천하의 모든 호인들이 전하의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정도랍니다!”

정시연은 경성에 온 지 고작 석 달밖에 되지 않았다. 그동안 바깥출입도 거의 하지 않았던 터라 예왕의 명성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민취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전설 속 예왕의 모습이 절로 머릿속에 그려졌다.

전장을 거침없이 누비며 오랑캐를 무자비하게 무찌르고, 사나운 위명만으로 천하를 벌벌 떨게 한 대장군.

그런 인물이라면 틀림없이 범처럼 떡 벌어진 어깨에 곰처럼 우람한 체구를 지녔을 터였다. 얼굴은 흉신처럼 험상궂고, 커다란 솥도 맨손으로 번쩍 들어 올릴 만큼 힘이 장사일 것만 같았다.

정시연은 자신도 모르게 가느다란 몸을 흠칫 떨었다.

하지만 민취의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전하께서 아직 분가하지 않으셔서 왕부 안에는 네 가문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전하께서는 둘째이시니, 우리는 이방에 속하고요.”

민취가 잠시 뜸을 들인 뒤 덧붙였다.

“지금 전하의 슬하에는 군주 한 분과 도련님 한 분이 계세요.”

도련님이 눈앞의 배한설이라는 사실은 정시연도 알았다. 그러나 군주에 관해서는 황 어멈에게 아무런 말도 듣지 못했다.

“그러면 저는 언제쯤…… 왕비마마를 찾아뵈어야 하나요?”

민취는 뜻밖의 질문을 들은 듯 눈을 깜빡이다가, 이내 그 뜻을 알아차리고 활짝 웃었다.

“전하께서는 아직 혼인하지 않으셨습니다. 도련님은 전하께서 전사한 부하의 유복자를 거두어 기르시는 것이고, 군주마마는 전하의 유모가 낳은 아들의 딸이에요. 전하께서는 어려서부터 유모의 손에 자라 두 분의 정이 무척 깊습니다. 늙은 유모가 아들을 잃고 의지할 곳마저 없어지자 차마 외면하지 못하신 거죠. 그래서 그 손녀를 양녀로 삼으시고, 전공까지 내어 폐하께 직접 군주의 봉호를 청해 주셨습니다.”

그제야 정시연은 모든 사정을 깨달았다.

천하에 사나운 명성을 떨친 예왕은 뜻밖에도 마음이 깊고 어진 사람이었다.

그제야 민취는 아직 제 소개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참, 저는 민취라고 합니다. 아까 뵈었던 황 어멈이 제 어머니고요. 저희 집안은 대대로 왕부를 섬겨 왔습니다.”

정시연은 공손히 무릎을 굽혀 예를 올렸다.

“아까 도와주셔서 고마웠습니다, 민취 낭자. 저는 정시연이라고 합니다.”

민취는 얼른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그렇게 남처럼 굴지 마세요. 함께 도련님을 모시면 저도 한결 손이 가벼워질 테니까요.”

정시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줄곧 마음에 걸리던 것을 조심스레 물었다.

“민취 낭자도 도련님의 유모인가요? 그러면…… 젖을 먹이셔야 하는 겁니까?”

민취는 잡고 있던 손을 황급히 놓았다.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던 그녀는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

“저는 유모가 아니에요.”

뜰에서 뛰노는 배한설을 바라보던 민취가 목소리를 낮추었다.

“도련님께서도 이제 나이가 있으시니 젖을 드신다는 말은 삼가야 합니다. 밖에 나가서도 절대 입에 올리지 마시고요.”

민취의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니 정시연도 대강 사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명문대가에는 겉으로 드러낼 수 없는 일이 많았고, 그만큼 입이 무거워야 했다.

아마 배한설도 세 살이 되도록 젖을 먹는다는 사실을 남들이 아는 게 싫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사람들 앞에서는 유모가 필요 없다며 그토록 거세게 거부했던 것이리라.

정시연은 더 묻지 않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밤마다 한 번씩 젖을 짜 두면 됩니다.”

민취가 말을 고르듯 잠시 머뭇거리다가 덧붙였다.

“그릇에 담아 두면 제가 가져다…… 도련님께 드릴게요.”

의문은 여전히 남았지만, 정시연은 마음속에 묻어 둔 채 순순히 답했다.

“알겠어요.”

할 말을 마친 민취는 하늘빛을 살피더니 배한설을 달래 금수당으로 데려갔다.

어느덧 땅거미가 내려앉고 있었다. 하늘 끝에 번진 저녁노을은 느긋하게 흐르는 구름을 감싸 안은 채 불꽃처럼 찬란하게 타올랐다.

온종일 마음껏 뛰논 배한설은 드물게도 얌전했다. 민취가 몇 마디 달래자 순순히 안으로 들어가 목욕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날이 완전히 저물 무렵, 정시연도 금수당으로 돌아왔다. 넓은 방 안에는 어느새 그녀 혼자만 남아 있었다.

정시연은 촛대 앞으로 다가가 불을 밝혔다.

민취의 당부를 떠올리며 물을 한 대야 받아 소금을 풀고, 수건을 담가 흠뻑 적셨다. 그런 다음 사기그릇을 챙겨 들고 연탑(軟榻: 사람이 기대어 앉거나 비스듬히 누워 쉴 수 있도록 만든 낮고 푹신한 긴 의자형 가구) 가장자리에 비스듬히 앉았다.

온종일 젖을 먹이지 못한 탓에 가슴은 팽팽하게 불어 욱신거렸다. 살갗에 맞닿은 배두렁이에도 젖물이 배어 온통 축축했다.

정시연은 가슴께에 묶인 가느다란 끈을 손끝으로 천천히 풀었다. 겉옷을 벗고, 이어 속저고리와 배두렁이까지 차례로 내려놓았다.

물기 어린 수건을 가볍게 짜낸 그녀는 가슴께의 살결을 조심스레 닦기 시작했다.

금수당 밖에는 둥근 달이 높이 떠 있었다.

그때, 묵직하게 드리워진 문발이 소리 없이 흔들렸다.

잠시 뒤 짙은 남빛 휘장의 오른쪽 가장자리로 마디가 뚜렷한 손가락이 불쑥 나타나더니, 천천히 장막을 걷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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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시연은 다급히 곁채로 달려갔으나 방 안은 텅 비어 있었다.어찌 된 일인지 몰라 발만 동동 구르던 그때, 이웃방에 머물던 오 어멈이 뜰로 들어왔다. 그녀는 보물이가 다른 처소로 옮겨 갔다며 새로 머무는 곳을 알려 주었다.정시연은 오 어멈이 가르쳐 준 길을 따라 별채로 향했다.도착하고 보니 새로 옮긴 곳은 예전의 곁채보다 훨씬 넓었다. 정시연은 문틀을 붙잡고 조심스럽게 안을 들여다보다가 그 자리에 멈춰 섰다.주씨 부저의 침실이 이토록 넓고 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처음 알았다.자신이 머물던 비좁고 어두운 곁채와는 무엇 하나 닮은 구석이 없었다.새로 들인 유모도 아이를 정성껏 돌보고 있었다.정시연이 문턱을 넘어 안으로 들어서자, 막 젖을 먹은 보물이가 이 유모의 품에 안겨 입가로 보글보글 거품을 내뿜고 있었다.문 앞에 망연히 서 있는 정시연을 발견한 이 유모가 잠시 멈칫했다. 이내 정시연이 누구인지 알아차리고 다정하게 웃었다.“보물이의 친어머니시지요?”이 유모는 품 안의 아이를 내려다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보물이가 어찌나 순한지 몰라요. 저는 여태껏 이렇게 손이 안 가는 아이는 처음 봤답니다. 밤에도 울지 않고 웃기만 해요.”그 말을 들은 순간 정시연의 코끝이 찡해지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몸 옆으로 늘어뜨린 손가락이 가늘게 떨렸지만, 빗물에 젖은 몸을 모두 닦기 전까지는 감히 아이를 안지 않았다.물기를 말끔히 닦은 뒤에야 정시연은 조심스럽게 보물이를 품에 받아 들었다.곧바로 아이의 옷을 들춰 몸을 구석구석 살폈다. 피부에 발진 하나 없이 깨끗한 것을 확인하고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보물이도 어머니를 알아보았다.아이는 짧고 통통한 두 팔을 힘차게 흔들며 정시연을 향해 까르르 웃었다. 아직 이 하나 돋지 않은 말간 잇몸이 환히 드러났다.이 가엾은 아이는 무엇이 그리도 좋아 늘 웃기만 하는 걸까.정시연은 보물이를 가슴 깊이 끌어안은 채 팔을 가볍게 흔들어 달랬다. 말랑하고 통통한 뺨이 젖을 찾으며 가슴께를 이리저리 파고들었

  • 달빛이 낮게 내린 밤에   제25화

    아마 밖에서 적잖이 고생하다가 여비마저 떨어져 더는 버티지 못하고 돌아온 것이리라.그렇다면…… 이번에는 주인도 쉽사리 용서하지 않을 터였다.가랑비는 여전히 처마 끝을 두드리며 맑고 경쾌한 소리를 냈다. 강희는 서둘러 우산을 펼쳐 들고 빠른 걸음으로 주방현의 뒤를 따랐다.그때 앞서가던 주방현의 발걸음이 갑자기 멎었다.훤칠한 몸이 주씨 부저 대문 앞에 우뚝 멈춰 섰다.주방현은 멍하니 눈앞의 여인을 바라보았다. 정시연이 기름종이 우산을 받쳐 든 채 빗속에 서 있었다.그는 정시연이 집을 나간 뒤 보름 동안 이곳저곳을 떠돌며 말할 수 없는 고생을 했으리라 여겼다. 행색도 초라하기 짝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러나 예상과 달리 정시연에게서는 초라한 기색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전보다 더욱 곱고 아름다워 보였다.가느다란 몸으로 우산을 받쳐 든 그녀가 고개를 들어 주방현을 바라보았다. 촘촘한 빗줄기가 드리운 장막 너머로 서 있는 모습은, 마치 강남의 풍경을 고스란히 품고 온 듯했다.멀리서 주방현을 발견한 정시연이 성큼 다가와 그의 팔을 움켜잡았다. 그 바람에 손에 들고 있던 기름종이 우산이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차가운 빗방울이 이마 위로 내려앉았다. 물방울은 눈썹뼈의 부드러운 선을 타고 흘러 속눈썹 끝에 맺혔다.빗물이 광대뼈를 훑고 지나가자 젖은 피부가 희미하게 빛났다. 도톰한 두 뺨은 물기를 가득 머금고 막 피어나려는 꽃봉오리처럼 탐스러웠다.이내 빗방울은 턱 끝을 타고 흘러내려 가느다란 목덜미를 지나 옷깃 속으로 스며들었다. 젖은 소매는 팔뚝에 달라붙어 가녀린 선을 고스란히 드러냈다.우산도 없이 비안개 속에 서 있는 정시연의 모습은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날과 꼭 닮아 있었다.안개비가 자욱하던 산비탈 아래에서, 그녀가 우연히 쓰러진 그를 발견했던 바로 그날과.주방현은 넋을 잃은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가슴속에서 심장이 느릿하게 뛰는 소리만 유난히 또렷하게 들렸다.한 번. 그리고 또 한 번.그때 정시연의 쉰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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