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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작가: 모소치
그에게는 술냄새가 진동해 김단은 그 냄새에 어지러웠다.

다행히도 등의 상처 덕분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곧이어 임원이 서둘러 달려와, 다정한 말투로 임학을 달랬다.

“오라버니, 화내지 마세요. 누이는 그저 명정대군과 놀다가 늦었을 뿐 입니다. 명정대군을 봐서라도 누이를 괴롭히시는 건 옳지 않습니다.”

“명정대군을 봐서라도?”

임학이 코웃음을 쳤다.

“그래, 명정대군의 얼굴을 봐서라도 그만해야지. 낭자한테 참 잘해주시지, 낭자를 데리고 유람까지 가시니 말이오. 나라면 낭자를 한양 서쪽을 데리고 가겠소!”

아무렇지도 않았던 김단의 얼굴이 그의 말에 점점 어두워졌다.

“한양 서쪽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김단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쉰 목소리에 임학은 잠시 멈칫했다.

취기 마저도 깰 것 같았다. 그는 김단을 지그시 바라 보았다.

위아래 훑어 보고는 그녀의 귓볼로 향해 시선이 집중 되었다. 피가 말랐지만 다쳤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그도 방금 전부터 은은하게 피비린내를 맡았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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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1933화

    “그러고 보니 고지운한테서도 며칠 전에 편지가 왔어요.”김단은 바느질거리를 바구니 안에 가지런히 넣으며 말했다.“편지 내내 소하가 자기를 얼마나 엄하게 구는지 투덜거렸네요. 원래는 아이 둘을 데리고 살짝 빠져나와 저희를 보러 오려 했는데, 성문 밖으로 나가기도 전에 소하한테 붙들렸대요.”“그 일이라면 나도 들었소.”최지습의 눈가에 장난기 어린 빛이 스쳤다.“고지운이 그 일로 며칠이나 소하에게 곰살궂게 성을 내고, 떼를 썼다 하더이다. 결국에는 서달이 울면서 아버지를 찾겠다고 매달리는 바람에 겨우 마음을 풀었다 하더이다.”두 사람은 마주 보며 웃었다.시끄럽게 티격태격하는 그 부부의 모습이 눈앞에 선히 그려지는 듯했다.밤빛이 점점 짙어졌다.최지습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름등 하나에 불을 붙여 처마 밑에 걸었다.희미한 불빛이 작은 마당을 포근히 감싸 안았고,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몇 번 들려왔다.“또 한 가지 소식이 있소.”최지습이 다시 자리에 앉으며 온화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지난달에 임학과 소정원이 혼례를 올렸다 하오.”김단은 잠시 놀란 듯 눈을 깜박이더니 곧 미소를 지어 보였다.“마침내 인연을 맺었네요. 소정원 그 낭자는 오래전부터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는데요.”“그러게 말이오.”최지습은 먼 산쪽을 바라보았다.“진산군 댁이야 예전만 못하다 하나, 임학이 지금은 장군의 벼슬을 받았다 하니 소정원에게도 더는 부끄럽지 않을 것이오. 혼례도 몹시 성대했다 하더이다. 소하와 고지운도 모두 갔다 하오. 다만…”그는 말끝을 살짝 흐렸다.“소한은 나타나지 않았소.”김단은 낮게 숨을 내쉬며 짧게 대답했다.“네.”손끝은 무심코 옷자락을 쓰다듬고 있었다.“하지만 며칠 전 암위가 전갈을 보내 왔소.”최지습이 그녀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강남 일대에서 그를 보았다 하더이다. 큰 호숫가에 자그마한 찻집을 열고, 온종일 차를 마시고 곡을 들으며 지낸다 하더이다.”“그렇다면 다행이에요.”김단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등불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1932화

    늦봄의 저녁 햇살이 작은 산골 마을을 따뜻한 금빛으로 물들였다.멀리 겹겹이 포개진 푸른 산은 옅은 안개에 싸여 있었고, 가까이에서는 몇 줄기 저녁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마을 동쪽 끝, 푸른 기와와 흰 담으로 둘러싸인 작은 집 안에서 은은한 약향이 흘러나왔다.김단은 부엌 아궁이 앞에서 약을 달이고 있었다.세 살 난 딸 난이는 그녀의 무릎에 몸을 기대고 앉아 방금 배운 약초 이름을 또박또박 따라 했다.“복령…… 당귀……”“난이는 정말 영리하구나.”김단은 다정하게 딸아이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쓸어 주었다.그러나 시선은 저도 모르게 창밖 굽이진 산길 쪽으로 흘러갔다.“어머니, 아버지는 언제 돌아오세요?”두 살 난 아들 안이가 비틀거리며 안으로 뛰어 들어와 그녀의 품에 털썩 안겼다.“곧 올 거야.”김단은 아들의 붉게 상기된 볼을 쓰다듬으며 속으로 시간을 가늠했다.이 시각이면 돌아올 때가 됐다.“아버지!”난이의 눈이 갑자기 반짝이더니, 김단의 품을 벗어나 문쪽으로 달려 나갔다.마당 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열렸다.최지습이 활을 등에 메고 산꿩 두 마리와 들토끼 한 마리를 손에 든 채 걸어 들어왔다.그의 허리는 여전히 곧게 펴져 있었다.다만 예전의 날카롭던 눈매는 많이 부드러워졌고, 검은 무명 옷자락에는 먼지가 조금 묻어 있었다.“아버지!”두 아이가 작은 제비처럼 그의 품으로 날아들었다.최지습은 사냥감을 내려놓고 두 아이를 한꺼번에 번쩍 안아 올렸다.난이는 그의 목에 팔을 감았고, 안이는 옷자락을 꼭 움켜쥐었다.작은 머리 두 개가 나란히 붙어 종알종알 떠들어댔다.“오늘은 얌전했냐?”최지습이 웃으며 물었다.그러나 그의 시선은 아이들 머리 위를 넘어 문가에 서 있는 김단과 마주쳤다.해질녘 햇살이 그녀의 뒤에서 부드러운 빛의 테두리를 그려 주었다.그녀는 거친 삼베 앞치마를 두르고 머리에는 막 꺾어 온 들꽃 한 송이를 꽂고 있었다.예전 그가 마음을 빼앗겼던 모습 그대로였다.“다 얌전했어요.”김단이 다가와 자연스럽게 그의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1931화

    최지습은 말에서 가볍게 몸을 내리더니, 여유 있는 걸음으로 마당 안쪽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햇빛이 그의 어깨 위로 내려앉자, 검은 혼례복 위에 수놓인 금빛 자수가 반짝이며 빛을 흘렸다.오늘 그는 머리카락 한 올 흐트러지지 않게 단정히 빗어 올려, 또렷한 눈매와 고운 이목구비가 한층 더 살아났고, 풍모는 더욱 비범해 보였다.고지운과 소정원은 방문 앞을 지키고 서 있다가, 최지습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서로 눈을 맞추며 웃었다.“대군자가 신부를 데려가시려면, 먼저 우리 관문부터 지나셔야 합니다.”고지운이 웃으며 말을 건넸다.소정원이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청면 시를 먼저 지으셔야 해요.”최지습은 옅게 웃음을 머금고 잠시 생각을 가다듬더니, 낮게 시를 읊었다.“붉은 예복 아래 옥 같은 얼굴을 살며시 가려 두었으나, 가리개를 들어 올리면 누구보다 눈부신 아름다움이 드러나네. 오늘 그 고운 손을 내가 잡아, 거문고 소리 같은 봄밤을 너와 함께 걸어가리.”순간 마당 안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호랑이군은 손뼉을 치며 떠들썩하게 외쳤다.“대군자, 문재가 참으로 뛰어나시옵소이다!”사람들의 웃음과 추임새가 뒤섞이는 가운데, 안쪽 방문이 천천히 열렸다.희파를 뒤집어쓴 김단이 숙희와 목몽설의 부축을 받으며, 발걸음을 조심스레 옮겨 문밖으로 나왔다.최지습의 시선은 곧장 그녀에게로 가닿았고, 그 자리에서 한 치도 움직이지 못한 채 그대로 멈춰 섰다.그는 한 걸음 다가가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얇은 비단 사이로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감촉이 또렷이 전해졌다.“당신을 데리러 왔소.”그가 낮게 속삭이듯 말하자, 목소리에는 소중히 아끼는 마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사람들의 축복 소리가 연달아 터져 나오는 가운데, 최지습은 두 팔을 뻗어 김단을 번쩍 안아 들었다.김단은 무의식중에 그의 목을 감싸안았고, 희파 너머로 전해지는 그의 고르고 깊은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그의 품은 따뜻하면서도 든든해,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온몸의 힘을 풀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1930화

    한 달 뒤였다.이른 새벽, 옅은 빛이 방 안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김단은 경대 앞에 앉아 놋거울 속의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정홍색 혼례복에는 금실로 복잡한 난봉무늬가 정교하게 수놓여 있었고, 소맷부리와 치맛자락 곳곳에는 잘게 박힌 진주들이 아침빛을 받아 은은한 광을 돌렸다. 붉은 금에 비취를 박은 봉관이 묵직하게 올린 머리 위를 누르고 있었고, 구슬과 비취 장식이 머리 둘레를 에워싼 채 가느다란 보요가 살며시 드리워져 흔들렸다.그녀는 천천히 손을 들어 관에서 내려온 유술을 한 번 쓸어 보았다. 손끝이 아주 조금 떨렸다.“아씨, 오늘은 정말 곱습니다.”숙희가 옷깃을 다듬어 주며 낮게 말했다. 목소리에는 알게 모르게 울음기가 배어 있었다. 김단이 여기까지 오는 동안 얼마나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는지 떠올랐기 때문일 것이다.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김단의 가슴에도 별의별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왔다.그녀가 혼례를 치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익숙한 절차와 순서를 이미 한 번 모조리 밟아 본 몸이었다.조금 전 머리를 빗어 준 이도 지난번 그때처럼, 복이 좋다던 그 할미였다.하지만 지난번 혼례는 내린 어명을 피하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이번만은 달랐다.이번에는 진심으로, 한 사람과 평생을 함께하고 싶어 선택한 혼례였다.어쩌면 그래서일 것이다.지금 이 순간이 유난히 더 긴장되게 느껴지는 것도.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던 찰나, 문발이 살짝 흔들리는 소리가 나더니 고지운이 소정원의 손을 이끌고 방 안으로 들어섰다.두 사람은 혼례복을 차려입은 김단을 보자 나란히 걸음을 멈추었다.“단이…”고지운이 성큼 다가왔다. 붉은 빛이 도는 혼례복 차림의 김단을 바라보는 그의 눈이 금세 환해졌다. 그는 다가와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웃었다.“이렇게 고운 자는 처음 보오.”소정원도 급히 다가와 김단 앞에 서더니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이 혼례복 자수 정말 정교하네요. 궁 안 수장들이 한 솜씨지요? 지난번 우리 오라버니께 시집가실 때 입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1929화

    손님들은 하나둘 인사를 나누고 자리를 떴다. 작은 안뜰에는 서서히 다시 고요가 내려앉았다.숙희는 하인들을 데리고 재빠르게 어질러진 상과 마당을 정리했다. 영칠은 어느새 또다시 어둠 속으로 몸을 감추었다.김단은 행각 마루에 서서 하늘에 떠 있는 환한 달을 올려다보았다. 밤바람이 살짝 서늘하게 스쳐 가자 마음도 한결 차분해졌다. 연회 자리에서 최지습이 일부러 거리를 두는 듯한 태도는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더 곱씹지는 않았다. 아마 다른 계산이 있겠거니, 아직 때가 아니라고 여긴 것뿐이겠지 하고 넘겼다.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를 무렵, 익숙한 기운이 실린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등 뒤에서 다가왔다. 김단은 돌아보지 않았다. 다만 입매만 살짝 올라갔다.최지습이 그녀 곁으로 다가와 나란히 섰다. 둘은 함께 달빛이 내려앉은 뜰을 바라보았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에야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단이, 아까 연회에서 그 일은…….”“괜찮습니다.”김단이 그제야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미소 지었다.“분명 나름의 이유가 있으셨겠지요.”그녀의 이런 마음 씀씀이가 오히려 최지습의 가슴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그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 오래 망설여 오던 결심을 마침내 굳힌 사람처럼, 품속에서 선명한 누런빛의 두루마리 하나를 조심스럽게 꺼냈다.그 두루마리는 좋은 비단으로 단단히 감겨 있었고, 가장자리에는 잔잔한 마모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가 품에 지닌 채 여러 날을 보내 왔음이 분명했다.“이건…… 무엇입니까?”김단은 그 누런 빛을 바라보며 이미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 눈동자에는 잠깐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최지습이 두루마리를 살며시 펼쳤다. 맑은 달빛과 행각 아래 아직 꺼지지 않은 등불이 함께 비추는 가운데, 그 위에 선명한 옥새의 붉은 인장이 찍혀 있는 것이 또렷이 드러났다. 바로 두 사람의 혼인을 내리는 어명이 적힌 문서였다.“난… 사실은 우리가 약왕곡에서 돌아오기도 훨씬 전에 이미 주상께 이 어명을 청해 두었소.”최지습의 목소리는 낮게 깔려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1928화

    이 말이 나오자 잔칫자리가 순식간에 들썩였다.“그러하오, 대군자가. 이 큰 풍파도 다 지나갔고, 악인들도 다 정리됐고, 약왕곡에서도 자리가 잡혔으니, 두 분도 이제… 평생의 대사를 생각해 보셔야 하지 않겠소?”“맞소, 맞소!”곧바로 누군가가 맞장구를 쳤다.“우리 백도령은 영명하고 무예도 뛰어나고, 단이는 마음씨 곱고 슬기로운데, 그야말로 하늘이 맺어 준 한 쌍이오!”“그렇소! 어서 혼례부터 올려야 하오. 그래야 우리도 제대로 한 번 들썩여 보지 않겠소!”“백도령, 아무리 조정 일이랑 강호 일을 처리해야 한다지만, 우리 단이를 너무 소홀히 하시면 쓰겠소!”소하 역시 드물게 웃음을 띤 채 최지습을 바라보았고, 고지운은 손으로 입을 살짝 가린 채 웃으며 시선을 김단과 최지습 사이에 번갈아 두었다. 눈빛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두 사람에게로 쏠렸다.최지습은 들고 있던 술잔을 쥔 손이 잠시 멈추었고, 귓불이 눈에 보일 정도로 서서히 붉게 물들어 갔다.그는 무의식적으로 옆에 앉은 김단을 바라보았다. 김단 역시 두 볼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평소 또렷하던 눈은 갈 곳을 잃은 듯 살짝 내려가 있었다. 그녀는 눈을 숙인 채 자기 앞의 술잔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는데, 마치 그 위에 꽃이라도 피어 있는 듯했다.이렇게 보기 드문 수줍은 모습이 사람들 눈에는 더욱 재미있어 보였고, 그만큼 떠들썩한 분위기도 한층 더해졌다.“백도령, 뭐라도 한마디 하셔야 하오!”“사내대장부가 먼저 입을 여셔야 하오!”“한마디만! 한마디만 들려주시오!”부추기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끊이지 않았고, 모두가 반짝이는 눈으로 최지습을 바라보며 그가 무슨 말을 내놓을지 숨을 죽인 채 기다리고 있었다.모두의 시선이 쏠린 가운데 최지습의 목젖이 한 번 살짝 움직였다.그는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을 떼었다가, 고개를 숙인 채 두 볼이 붉게 물든 김단의 옆얼굴이 눈에 들어오자, 막 입 밖으로 나오려던 말을 다시 삼켜 버렸다.그는 불현듯 술잔을 들어 남은 술을 단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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