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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2화

Author: 적매화
이각은 저택에서 가장 좋은 말 세 필을 찾아왔고, 밤새 백 리 떨어진 곳으로 향했다.

길은 평탄하지 않았고 여자 시신이 건져 올려진 곳은 외딴 마을이었기에 세 사람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다음 날 정오가 되어 있었다.

마을 밖에는 그들 쪽 사람들이 마중 나와 있었다.

소하는 말에서 내려 급히 마을 안으로 걸어갔다.

“다른 사람들은 어디 있느냐?”

“아직 강가에 계십니다.”

한 남자가 말하며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소 장군님도 계십니다.”

그 말을 듣고 소하는 잠시 멈칫했다. 그 자가 가리키는 곳을 따라 보니 멀지 않은 강가에서 소한이 시신 위에 덮인 흰 천을 들추고 혐오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소하는 안심했다.

소한의 반응을 보니 김단이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이윽고 그의 마음속에는 분노가 일었다.

소식은 그의 사람들이 전한 것인데, 어떻게 소한이 그보다 먼저 온 것일까?

뒤에 있던 숙희는 흰 천으로 덮인 시신을 보고 더 이상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이각이 부축하지 않았다면 바닥에 쓰러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곧 정신을 차리고 심호흡을 하며 계속해서 스스로를 다독였다.

“아씨가 아니야, 우리 아씨가 아니야.”

그리고 시신 쪽으로 걸어갔다.

지금 그녀의 눈에는 소한도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그에게 다가가 인사도 없이 그대로 주저앉아 시신 위의 흰 천을 들추었다. 순간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 치며 몸을 돌렸다.

“우웩...”

시신은 이미 부패하여 처참한 모습이었다.

숙희는 어젯밤 먹은 저녁을 모두 토해냈다.

소한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으나 이내 숙희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옆에는 강이 있었기에 숙희가 넘어질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소한 행동이 소하의 눈빛을 싸늘하게 만들었다.

그는 앞으로 다가지 않고 숙희에게 담담하게 물었다.

“맞느냐?”

숙희는 황급히 고개를 저으며 더듬더듬 말했다.

“저희 아씨가 아닙니다.”

얼굴이 썩어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의 아씨가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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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553화

    소한은 전에 아씨를 납치하여 장양강에 빠뜨린 사람이다. 그녀는 줄곧 마음속으로 이에 대한 복수를 되새기고 있었다!비록 그녀의 신분이 미천하여 소한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긴 했다.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앞으로 소한을 따르라 하다니?꿈도 꾸지 마라!그녀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소하에게 걸어갔다.소하는 그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숙희의 말을 듣고 자신도 모르게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그 희미한 미소가 소한의 눈에 거슬렸다.그는 김단이 왜 자신을 따르지 않으며, 그녀의 하녀마저도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이에 냉큼 숙희를 잡아채려 했다.하지만 그가 막 앞으로 한 걸음 내딛었을 때 소하가 입을 열었다. “아우야.”낮은 목소리로 한 번 불렀을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 말에 담긴 위협이 무척이나 분명했다.만약 소한이 지금 숙희를 막으면 소하는 틀림없이 행동에 나설 것이다.이에 소한 주변의 공기가 순식간에 무거워졌다.뜻 밖에도 숙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소 장군님, 저희 아씨 성격은 장군님께서 가장 잘 아시지요. 그런데 왜 지금 저를 난처하게 하시려는 겁니까?”목소리에 약간의 울음이 섞여 있었다.소한의 시선은 그제야 숙희의 얼굴로 향했다.작은 얼굴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지만, 동시에 고집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주인의 모습을 하인도 닮는다 하였다.김단은 천성적으로 고집스러운 성격이었고, 숙희도 그런 김단을 닮아 있었다.만약 다른 사람이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면 진작에 끌고 나가 곤장을 쳤을 것이다.하지만 숙희의 입에서 나온 말이기에 소한은 어찌할 줄을 몰랐다.오히려 그는 손을 놓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싫으면 싫은 거지, 왜 우느냐.”소한은 소하를 한 번 더 보고 난 뒤 발걸음을 옮겨 성큼성큼 떠났다.그는 숙희의 말에서 자신을 향한 원망을 느낄 수 있었다.그 역시 자신이 김단을 납치하지 않았다면 김단이 산적들에게 표적이 되지 않았을 것이고, 오늘처럼 생사조차 알 수 없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554화

    다음 날.김단이 깨어났을 때 최지습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춘 숙모는 부엌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단은 절뚝거리며 문 앞으로 가 춘 숙모를 보며 의아해했다. “춘 숙모,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나오셨어요?”아직 해가 완전히 뜨지도 않았다!춘 숙모는 김단에게 세숫물을 떠주고 나서 말했다. “백우가 날이 밝자마자 칠복이를 데리고 산에 갔소. 나는 오늘 밭일이 없어 여기서 잠깐 일 좀 하려는 것이오.”말과 동시에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어제 일을 생각하며 김단은 춘 숙모에게 사과했다. “춘 숙모, 죄송해요. 어제 칠복이를 겁주려고 거짓말을 좀 했어요.”춘 숙모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네. 그 녀석은 겁을 좀 줘야 해! 어제 집에 가서 다시는 도박하지 않겠다고 울면서 약속했고, 오늘 아침에도 일찍 일어났소. 이참에 나쁜 버릇도 고치고, 백우를 따라 사냥하면서 먹고살 수 있는 기술을 배우는 셈이오!”칠복이에 대한 춘 숙모의 기대는 크지 않았다. 그저 굶어 죽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다!춘 숙모의 말을 들으며 김단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 문득 어젯밤 사람들이 술 취한 척했던 일이 떠올라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춘 숙모, 백 오라버니는 언제 마을에 온 것이에요?”춘 숙모는 잠시 멈칫했다. “글쎄, 한 8년 전쯤 됐을 것이오! 우리 마을이 늑대 떼에 둘러싸였다는 소식을 듣고 온 것으로 기억하오. 칼을 든 사람들이 순식간에 늑대 떼를 해치웠지! 그 사람들 덕분에 우리 마을 사람들이 늑대에게 잡아먹히지 않을 수 있었소!”칼?김단은 미간을 찌푸렸다. “평범한 사냥꾼이 아니었나요?”춘 숙모는 단순했기에 김단의 질문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대답했다. “처음에는 그 사람들이 좋은 사람 같지는 않았네. 어제도 봤지 않은가, 다들 험상궂게 생겨서 산적 같아 보이지 않소! 하지만 그 사람들은 정말 우리의 은인이오.”“우리 하만촌이 산과 강에 둘러싸여 있긴 해도 산에는 야생 동물이 아주 많소. 늑대 떼뿐만 아니라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555화

    최지습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지는 것을 보며 춘 숙모는 한숨을 쉬고 김단을 향해 말했다. “이 꿩 삶아 놓고 오겠소.”말을 마친 그녀는 혼잣말을 하며 떠났다.김단은 방에 앉아서 떠나는 춘 숙모를 지켜보았다. 그런데 칠복이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그는 제자리에 서서 창문을 통해 김단을 바라보고 있었다.김단이 자신을 바라보자 칠복은 시선을 돌리고 외쳤다. “어머니, 같이 가요!”그리고는 몸을 돌려 떠났다.하지만 김단은 방금 칠복의 눈빛을 똑똑히 보았다.그녀를 바라보는 눈에 담긴 증오심은 그녀에게 너무나 익숙했다.과거 임원이 그녀를 몰래 바라볼 때가 그랬다.한 시간 뒤.최지습은 마을에 도착하여 아는 식당에서 오늘 잡은 사냥감을 모두 팔았다. 그 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 나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형님.”“형님.”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번갈아 들렸다.최지습은 고개를 끄덕인 뒤 그들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자리에 앉자마자 그중 한 명이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형님, 오늘 아침 어떤 사람이 길거리에서 건넨 것인데, 낯이 익어 다 같이 모여 살펴보고 싶습니다.”그 말과 함께 그는 종이를 탁자 위에 펼쳤다.종이에는 한 여자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었다. 초상화 속 여자는 동그란 눈과 오뚝한 코, 얇은 입술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김단과 사뭇 비슷했다.“어이, 이건 정암 여동생이 아닌가?”“함부로 말하지 마시오. 아직 확실하지 않지 않은가!”남자는 낮은 목소리로 말하며 최지습을 바라보았다. “이 초상화가 한양에서부터 이곳 마을까지 뿌려졌다고 들었습니다. 더 자세히 묻지는 못해 누가 시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분은 아닐 겁니다.”그는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키며 주상을 암시했다.만약 주상이 사람을 찾는다면 수배령이나 교지를 내렸을 것이다.초상화를 보며 최지습은 다른 주제를 꺼냈다. “전에 칠복이가 내 방에 물건을 훔치러 왔을 때, 그 여자가 무술을 쓰는 것을 봤소. 소하가 가르쳐 준 것 같았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556화

    최지습이 하만촌으로 돌아왔을 때 해는 이미 져 있었다.그는 멀리서 자신의 집 마당에 사람들이 가득 모여 있는 것을 보았다.순간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예상이 가지 않았다.한 사람이 그를 보고 소리쳤다. “왔다, 왔다, 돌아왔다!”모든 사람들이 최지습을 바라보았다.최지습은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마당 중앙에 누워 있는 동꽃 숙모와 그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김단을 보았다.그녀는 손에 수를 놓는 바늘을 들고 동꽃 숙모의 몸에 찌르고 있었고, 동꽃 숙모는 흐릿한 눈으로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였다.“무슨 일입니까?”최지습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춘 숙모가 급히 나서며 말했다. “석두가 아버지와 싸우고 홧김에 산으로 뛰어갔어요. 아버지는 아들이 위험할까 봐 따라갔고요. 동화는 집에서 한참을 기다리다가 날이 어두워지니까 너무 걱정된 나머지 정신을 잃어버린 겁니다. 다행히 이 아가씨가 의술을 다룰 줄 알아서 침 두 번 만에 사람을 살렸어요.”그 말을 들은 최지습은 놀란 눈빛으로 김단을 바라보았다.의술까지 다룰 줄 안다고?이 여자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비밀을 숨기고 있는 걸까?김단은 최지습의 관찰하는 듯한 시선을 무시한 채 다급하게 말했다. “응급처치일 뿐입니다. 만약 석두와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동꽃 숙모는 견디지 못할 거예요.”지금은 정신을 차렸다고 해도 나중에 아들과 남편이 모두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동화 숙모는 견딜 수 없을 것이다.최지습은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나서며 칼을 허리에 차고 말했다. “촌장님께서 사람들을 배치했습니까?”마을 사람이 말했다. “배치했습니다. 이미 산에 들어가서 찾고 있지만, 바깥쪽만 찾고 깊은 산속으로는 감히 들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그들은 석두와 아버지가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최지습은 표정이 다소 어두워지며 “음”이라고 짧게 대답하고는 가까운 벽에 걸린 직접 만든 활과 화살을 꺼내 등에 멘 다음 몸을 돌려 밖으로 향했다.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557화

    바로 그때, 마당에서 미세한 인기척이 느껴졌다.김단은 깜짝 놀라 황급히 일어나 마당을 내다보았고, 누군가가 마당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다.“누구세요?”“저입니다.”목소리가 어딘지 익숙했다.김단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칠복이?”“맞습니다!” 칠복이는 대답을 하고 문 쪽으로 다가와 말했다. “어머니께서 저녁으로 닭곰탕을 끓이셨는데, 동꽃 숙모 일로 정신이 없어 챙겨주지 못하셨습니다. 저에게 가져다주라고 하셨어요!”춘 숙모는 며칠에 한 번씩 닭곰탕을 끓여주곤 했다.김단은 별다른 의심없이 말했다. “그래, 알았다. 문 앞에 놓고 가거라. 내가 좀 이따 가지고 가마.”“알았습니다!”그 역시 호쾌하게 대답했다.잠시 뒤 김단은 칠복이가 마당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일어나 절뚝거리며 문 앞으로 갔다.문을 열어보니 바닥에 닭곰탕 한 그릇이 놓여 있었다.그녀는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닭곰탕을 집어 들었고, 바로 그때 구석에서 누군가가 튀어나와 그녀의 입을 틀어 막았다.그의 손에는 마취제가 들려 있었다.김단은 순간 숨을 들이 쉬었고, 이내 눈앞이 아득해지며 금세 정신을 잃었다.얼마나 지났을까, 그녀는 천천히 눈을 떴고 이내 자신이 누군가의 어깨에 들쳐 메어져 있다는 것을 알았다.“빨리 가시오, 백우 형님이 돌아오면 큰일 날 걸세!”귓가에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바로 칠복이였다!김단은 빠르게 정신을 차렸다. 그때 그녀를 들쳐 메고 있는 남자가 말했다. “못 가겠네. 난 며칠 전에 다리를 다쳤지 않은가, 자네도 알잖아!”김단은 과거 자신이 돌멩이로 정강이를 맞춰 넘어트렸던 한 사내를 떠올렸다.그녀는 깜짝 놀랐다.이 두 사람은 그녀를 어디로 데려가려는 걸까?그녀는 움직일 수조차 없었고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정신을 잃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사방을 살펴보니 오솔길 왼쪽으로는 숲이 있었고 오른쪽으론 넓은 들판이었다.그때 그녀를 들쳐 메고 있던 남자가 멈춰 섰다. “안 되겠네, 다리가 너무 아파. 자네가 잠깐 들쳐 메시오!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558화

    문득 김단은 과거 구서에게 잡혀 산속 동굴로 끌려갔을 때가 떠올랐다.그때도 그녀는 정신없이 숲속을 달렸고, 얼마나 오랫동안 숲속에 있었는지조차 모른 채 소한에게 업혀 나왔다.그녀는 다시 그런 일을 겪고 싶지 않았다.그렇기에 그녀는 달리는 동안 계속 뒤를 살폈다.칠복이 포기하지 않는 것을 본 그녀는 약간 당황했다.밤이 깊었고, 김단은 숲속으로 들어온 지 얼마되지 않아 그곳이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둡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걱정했던 일이 일어났다.“딱!”소리가 났다.그녀도 짐승 덫을 밟은 것이다!“칠복아! 더 이상 오지 말거라!” 김단이 소리쳤다. “이곳엔 짐승 덫이 너무 많다. 나도 걸렸어!”그 말에 칠복의 발소리가 멈췄다.자신의 동료도 부상을 입은 것을 떠올렸는지 칠복은 더 이상 그녀를 쫓지 않고 몸을 돌려 떠났다.그는 이곳이 칠흑같이 어두워 길이 전혀 보이지 않기도 하고, 김단이 짐승 덫을 밟아 다리를 다쳤으니 그 피 비린내에 야생 동물들이 다가올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살아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김단은 숨을 죽이고 발소리가 멀어지는 것을 듣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며 천천히 주저앉았다.다행히 짐승 덫을 밟은 것은 그녀의 왼쪽 다리였다.왼쪽 다리의 나무 판자가 아직 붙어 있었기에 짐승 덫을 밟았음에도 그녀는 다치지 않았다.하지만...힘껏 잡아당겨 짐승 덫을 열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숲속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김단은 한여름 밤이 이렇게 추울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최지습이 산에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술시가 되어 있었다.석두의 아버지는 숲에서 넘어져 다쳤던 것이고, 석두는 아버지를 혼자 두고 갈 수도, 부축할 힘도 없었기에 그 자리에서 구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다행히 부상은 심각하지 않았다.그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마당의 불은 모두 꺼진 상태였다.집 안도 너무나 조용했다.방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보기에 별다른 이상이 없어 최지습은 김단이 잠든 줄 알고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559화

    그는 입을 굳게 다물고 말했다. “제, 제가 그 여자가 어디로 갔는지 어떻게 알겠습니까?”최지습은 눈빛이 싸늘해졌다. “춘 숙모께선 네게 닭곰탕에 대해 물었지, 낭자의 실종이 너와 관련 있다고 말한 것이 아니지 않느냐? 네 놈이 자백을 하는구나.”그 말을 들은 칠복은 더욱 흥분했다. “아닙니다, 사람 함부로 모함하지 마시지요! 저는 그 여자에게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제가 왜 해치려 들겠습니까?”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수상해 보였다.춘 숙모도 화가 나 문 뒤에서 빗자루를 집어 들고 칠복이를 때렸다. “이 짐승 같은 놈! 어디로 데려갔는지 어서 말하거라!”칠복이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 다녔다.그럼에도 계속 입을 굳게 다물었다. “몰라요! 모릅니다!”그러다가 얼떨결에 최지습 앞으로 달려갔고, 최지습은 그의 목덜미를 움켜쥐어 그를 순식간에 꼼짝 못 하게 만들었다.그의 낮은 목소리에 분노가 서려 있었다. “그 낭자는 다리를 다쳤고, 지금은 깊은 밤이다. 낭자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겨 죽게 된다면 내 반드시 너를 잡아 관가로 데려가 목숨 값을 치르게 할 것이다.”그 말을 들은 칠복은 여전히 입을 굳게 다문 채 발을 동동 굴렀다. “백 형님! 우리가 알고 지낸 세월이 몇 년입니까? 저를 키워 주신 거나 마찬가지시잖아요! 이제 와서 어디서 굴러먹다 온지도 모르는 여자 때문에 저한테 이렇게까지 하시는 겁니까?”“짝!”찰싹 소리가 칠복이의 뺨에서 났다.최지습은 그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춘 숙모 쪽으로 그의 고개를 틀었다. “네가 누구에게 못할 짓을 했는지 똑똑히 보거라!”칠복이는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춘 숙모는 눈물을 흘리며 가슴에 손을 얹고 헐떡이고 있었다. 분명 화가 많이 난 것 같았다.“네 어머니가 너를 홀로 키우셨는데, 기어코 형장에서 네 머리를 주으시도록 만들고 싶은 것이냐? 누가 너의 장례를 치러줄 것 같으냐?”“다시 물으마. 낭자는 지금 어디 있느냐?”칠복은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했다.그의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 “나, 낭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560화

    김단은 덫을 벌릴 힘이 없었다.하지만 잠깐 만져보니 덫이 가느다란 쇠사슬로 묶여 있고, 쇠사슬의 다른 쪽 끝은 큰 바위 아래에 눌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녀는 온 힘을 다해 쇠사슬을 바위 아래에서 빼냈고, 덫을 끌고 절뚝거리며 숲에서 나올 수 있었다.어디로 가야 할지 정확한 길은 몰랐지만, 왔던 방향은 알고 있었다.그런데 몇 걸음 걷기도 전에 멀리서 달려오는 한 사람의 형체를 본 것이다.순간 김단은 당황하여 그 사람이 정암이라고 착각할 뻔했다.그녀는 정암을 너무나도 그리워했다.하지만 이내 그녀는 자신이 무력하고 고통스러울 때 함께 맞서 싸워줄 사람이 이제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그제야 그녀는 그 형체의 주인을 알아보고 마음속의 슬픔을 애써 외면한 채 입가에 미소를 띠고 외쳤다. “백 오라버니!”그녀의 절뚝거림은 심각해 보였다.최지습은 가까이 다가와서야 그녀가 덫을 끌며 걷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그럼에도 그는 나무판자가 덫을 막아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덫에 의해 그녀의 발목은 부러졌을 것이다.최지습은 쪼그려 앉아 두 손으로 덫의 양쪽을 잡고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며 말했다. “조금만 참으시오.”김단은 고개를 끄덕였고, 최지습이 힘껏 덫을 벌렸다.김단은 곧장 왼발을 빼냈다.비로써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이내 왼발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눈살을 찌푸렸다.방금 전까지 덫에 꽉 끼어 있었고, 나무판자까지 그녀의 종아리 전체를 꽉 조이고 있었다.그것들로부터 갑자기 풀려나자 왼발의 통증이 점점 강해졌다.그녀의 왼발 부상은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최지습은 일어나서 덫을 옆으로 던져둔 뒤 고개를 돌렸고, 이내 김단의 안색이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는 바로 미간을 찌푸리더니 다시 몸을 숙여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리를 만져서 뼈가 괜찮은지 확인해야 할 것 같소. 혹시 불편하다면 내일 의원으로 데려다 드리겠소.”김단은 과거 자신의 부상도 최지습이 치료해 준 것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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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97화

    김단은 맹영지를 소하가 있는 곳으로 보게 하였다.허나 맹영지는 반응이 느리고,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에 소하를 바라보지 않았다.“소하라고 하는 사내입니다. 기억하십니까?”김단은 여전히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허나 소하의 이름을 들어도, 맹영지는 어떠한 반응도 하지 않았다.이러한 그녀의 모습에 소하의 눈동자가 어두워졌다.“이리 상황이 좋지 않을 줄은 몰랐소.”김단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소하 오라버니께서는 염려하지 않으셔도 돼옵니다. 제가 최선을 다하여 낭자를 보살 피겠나이다.”곧이어 소하의 시선이 김단을 향했다.찌푸린 미간은 펴질 줄 몰랐다.차마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무슨 말을 해야 하는 것인가.사실 그는 맹영지가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눈앞의 감회는 그저 오늘날과 이전의 다름에서 온 것이라 말할까,마음에는 김단의 안위만 생각하고 있으니, 다른 생각 하지 말라고 말할까.헌데 만일 그녀가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하면, 할 말이 없지 않은가.소하는 여러 생각에 휘잡혔다.허나 생각했던 말은 내뱉지 않았다.“중전 마마께서 낭자와 맹 낭자를 처소로 들이시는 것은, 분명 다른 생각이 있으실 것이오. 그 뜻이 무엇인지 알고 있소?”김단이 고개를 저었다.“사실 저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였나이다.어쩌면 맹 씨 집안 때문이 아니겠습니까?”“어찌 되었든 간에, 낭자가 중전의 처소로 들어갔으니 호랑이 굴에 들어간 것과 같소. 항상 조심해야 하오.”“소하 오라버니, 염려하지 마시옵소서.제게는 오라버니께서 가르쳐 주신 방도가 있지 않사옵니까.”그녀의 말에 소하가 고개를 숙이고 미소를 지었다.“돌을 은침으로 대신하여, 민대부를 반나절 동안 아우성치게 하지 않았소.”“반나절이라니요, 반 시진도 가지 못했나이다!”김단은 소문이란 무서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소하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그래도 큰 인물이 되지 않았는 가.”“스승이 잘 가르쳐 준 덕분입니다.”김단은 서로 치켜세우는 상황에 웃음을 터트렸다.“중전 마마께서 기다리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96화

    해가 서쪽 하늘에 기울 무렵, 김단이 맹영지를 데리고 궁으로 들어갔다. 경씨가 옆에 서있었다.그의 얼굴에는 염려가 가득했다. 허나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전하가 김단에게 맹영지와 함께 궁으로 들라는 명을 내리지 않았는 가.만일 대군께서 한양에 계셨다면 막을 수 있었을 터, 한낱 마부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궁궐은 워낙 넓고, 궐 안의 금군 중에는 무예가 뛰어난 자들이 넘쳐 난다.더하여 내각에는 임금을 지키는 호위들이 따로 존재한다.자신이 몰래 궁에 들어가 낭자를 지키려 든다면, 날이 밝기도 전에 역적이라 오해를 받아 온몸이 찢길지도 모른다.김단은 경씨의 표정을 보고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경씨 도령, 염려하지 마시 옵소서. 제 몸 하나는 제가 잘 챙길 수 있사옵니다.하물며 소하 오라버니는 금군의 총령이니, 만일 무슨 일이 생기게 되어도 도움을 청할 수 있나이다.”경씨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부디 조심하시오.”경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숙희가 붉은 눈가를 한 채로 입을 열었다.“아씨, 노비는 궁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옵니까?”숙희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그저 김단과 함께 궁으로 들어가고 싶었다.혹여 무슨 일이 생기면, 도움을 줄 수 없다 하여도 자신이 뒤집어쓸 수 있지 않은가.허나 김단은 만일 하나 일이 생겨도, 숙희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나는 그저 작은 의녀에 불과해.중궁전에 거처하면서 내 몸종까지 데려간다 하면, 중전의 사람을 꺼려 한다면서 입을 놀릴 것이야.”숙희는 어렴풋이 그저 둘러대는 것일 뿐이라 느껴졌다.허나 반박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궁 안의 규칙이 수도 없이 많은 탓에,진정 구설수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은 가.혹여 자신이 아씨를 해할 수도 있지 않은가.마음이 내키지 않아도 숙희는 참을 수 밖에 없었다.뜬 눈으로 김단이 맹영지와 함께 궁궐 문으로 다가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양쪽으로 큰 성벽이 둘러쌓여 있어,알 수 없는 압박감에 맹영지가 긴장을 했다.그녀의 두 손은 김단의 팔을 꼭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95화

    “황공하옵니다, 마마.”향 하나를 다 피우고 나서야, 김단은 중전의 처소를 떠났다.그리고 서아름을 살피기 위해, 복화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서아름은 처음 만났을 때 보다 많이 말라 있었다.안색도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다.허나 자신의 나인 앞에서는 이따금 지친 기색을 보였다.마치 나인에게 곧 죽을 사람처럼 행실 하곤 했다.다행히도 나인은 눈치가 없었다.하루 종일 놀기만 하고, 서아름을 살필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그 덕에 서아름도 마음이 편했다.김단을 보자 서아름이 서둘러 그녀를 배웅했다.“의녀께서 오셨나이까! 어서, 안으로 들이시옵소서!”김단은 서아름에 끌려 방 안으로 들어갔다.그녀는 물을 따라 주었다.“다 의녀의 덕분이옵니다. 근래에 걸음걸이도 훨씬 가벼워졌나이다!”사람의 몸은 아프지 않아야, 건강하다는 것을 인지 할 수 있다.낮에는 정신이 또렷하고, 밤에는 편히 잘 수 있었다.허나, 김단의 안색이 그녀와 반대로 어두웠다.“오늘 날, 전하께서 중전 마마를 옆에 두시고 숙원 마마의 상태에 대해 여쭈셨나이다.소신은 전하께 마마의 몸이 연약하지만,아이는 무탈하다 아뢰었사옵니다.”서아름이 움찔했다.그녀는 덕빈을 오랜 시간 시중을 든 사람이다.어찌 김단의 뜻을 모를 수 있는 가.자신은 살지 못하지만, 아이는 살 수 있다는 뜻이다.서아름은 한참을 움직이지 않다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이만 무탈하면 돼옵니다. 소인은 그저 덕빈께 아이 하나만 남겨두는 것만으로 족합니다. 아이만 무탈하면, 제 미천한 목숨 하나가 중요하겠나이까.”김단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그녀는 서아름에게 알려 주고 싶었다.아이와 그녀의 목숨은 똑같은 것이라고.사람의 목숨에는 신분이 없듯이, 미천한 목숨이라는 것은 없다.더하여 귀식환 제조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제조에 성공만 하면, 서아름을 궁에서 떠나 새로운 삶을 보낼 수 있었다.허나 김단은 끝까지 말하지 못했다.귀식환 제조를 성공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실패로 돌아간다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94화

    김단은 중전의 뜻을 금방 알아챘다.중전이 서아름을 해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그녀 뱃속의 아이 때문이었다.만일 김단이 아이가 무탈하다 말했다가, 훗날 서아름이 아이와 함께 목숨을 잃게 되면, 임금이 그녀를 의심할 것이 뻔하다.중전은 김단에게 눈치를 주고 있었던 것이다.김단은 시선을 거두었다.고개를 숙인채, 자신의 발만 쳐다보며 말했다.“중전 마마께서 내려주신 귀한 보약 덕에, 숙원 마마의 태아는 무탈 하옵니다. 숙원 마마께서 끝까지 버텨내신다면, 태중의 용태는 무사히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을 것이옵니다!”김단의 말에도 중전의 살기 서린 눈빛은 여전했다.허나 임금은 만족한 듯, 미소가 짙어졌다.그는 뒤를 돌아 중전을 바라보았다.그녀의 손을 잡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다 중전 덕분이오.”중전은 살기 서린 눈빛은 온데간데 없고, 온화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임금의 칭찬에 그저 미소를 지어 보였다.“주상께서 후궁의 일을 신첩에게 맡기셨으니, 어찌 주상의 근심을 덜어드리지 않겠사옵니까.”“잘하셨소!”곧이어 임금은 몸을 뒤로 옮기더니, 중전의 귓가에 속삭거렸다.중전이 부끄럽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기다리고 있겠나이다.”“하하하, 알겠소.”임금은 그제야 손을 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짐은 아직 정사가 남았소, 자네는 중전 곁에서 말동무를 해주시오.”뒷부분은 김단을 향한 말이었다.김단은 예, 라 대답하며 임금을 배웅했다.임금이 자리를 떠나자마자, 중전이 김단을 바라보았다.쌀쌀한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다.“보아하니, 의녀는 주상의 총애를 받아 자신의 주관이 뚜렷 해지셨소.”중전의 말투에 김단의 심장이 철렁했다.김단은 서둘러 무릎을 꿇었다.“부디 중전 마마께서 노여움을 거두어 주시옵소서, 소신은 마마를 위함이었나이다.”그녀의 말에 중전이 코웃음을 쳤다.그제야 천천히 물어보았다.“말해 보시오.”“부디 마마께서 깊이 헤아려 보시옵소서. 전하께서 후손을 이토록 중히 여기시거늘, 만일 소신이 숙원 마마의 태중이 위태롭다 아뢰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93화

    임금은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수고가 많았다.”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중전이 입을 열었다.“전하, 신첩 또한 의녀가 수고가 많다 생각하옵니다. 영지를 돌보시는 것도 벅차신데, 궁중의 후궁들까지 살펴야 하시니 말이옵니다. 차라리 영지를 신첩의 처소로 옮겨 이곳에서 돌보게 하는것이 어떠하옵니까? 의녀는 본디 평양 대군의 관저에 임시로 거처 중이시고, 그런 곳에 사람을 데려가는 것이, 체면상 온당치 않은듯하여 감히 아뢰옵니다.”평양 대군 관저에 김단은 손님에 불과하다.어찌 손님이 손님을 데려갈 수 있단 말인 가.하물며 맹 씨 집안의 자녀가 평양 대군 관저에 머무는 것에 대해 소문이 퍼질지도 모른다.임금도 같은 생각이다.맹영지를 중전의 처소에 머물게 하는 것이, 평양 대군의 관저에 머무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중전은 맹영지의 친 고모이며, 처소에서 병을 돌보는 것이 수월하지 않은가.허나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허나 맹 가의 계집은 이 자만 알아본다 하지 않았소? 만일 이곳으로 옮겨,소란을 피우게 된다면 중전의 병세를 더욱 악화 시킬지도 모르오.”임금은 중전을 걱정하고 있었다.다정한 말투에 중전의 뺨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염려하지 마시 옵소서. 의녀도 처소로 옮겨와 머물면 되지 않겠나이까.”맹영지가 알아보는 사람이 김단 뿐 이라면, 김단을 중전의 처소에 머무르게 하면 되지 않는가.그녀의 말에 김단의 얼굴이 굳어졌다.중전의 자신의 제안이 마음에 들은 모양이다.“그리하면 의녀도 수고를 덜 하겠지 않나이까.”임금도 중전의 제안이 마음에 들었다.곧이어 김단을 향해 물었다.“자네는 어찌 생각하는 가?”김단은 내키지 않았다.궁중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허나 김단은 공주의 사람이다.공주와 중전이 같은 편이니, 중전의 제안을 감히 거스를 수는 없었다.곧이어 절을 하고 말했다.“중전마마의 각별한 보살핌에 몸둘바를 모르겠나이다.”그녀의 대답은 다른 자가 듣기에는,중전의 제안에 만족한 것처럼 보였다.옆에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92화

    김단의 미소를 보아도, 맹 씨 부인은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맹 씨 집안의 안주인이 되어서, 어찌 김단의 속과 겉이 다르다는 것을 모를 수 있겠는 가.비록 미소를 짓는 모습이 온화하기 그지없지만, 자칫하면 그들을 물어 집안을 피바다로 만들 수 있었다.또한 김단의 뒤를 봐주는 자들은, 감히 그들이 거들떠도 보지 못하는 인물들이 아닌가.오늘 김단은 말리려고 하지도 않았다.오히려 맹 씨 집안의 체면을 고려하여, 그녀가 맹영지를 데려가지 않은 것이다.이러한 생각에 맹 씨 부인은 답답함을 느꼈다.허나 김단을 향해 미소를 짓고 나서야 자리를 떴다.맹 씨 부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김단의 미소가 점차 사라졌다.곧이어 숙희가 김단의 곁으로 다가갔다.목소리를 낮추고는 물었다.“맹 아씨의 친 모친이옵니다. 어찌 친 딸을 해하겠나이까, 혹여 아씨께서 너무 깊게 염려를 하신 것이 아니옵니까.”“내가 그 생생한 본보기가 아니더냐.조금만 생각하면 알게 되는 법이지.”김단은 말하면서 맹영지에게 시선을 돌렸다.맹영지는 가만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금색의 계화 꽃잎이 떨어지고,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고개를 숙여 자신의 치마를 바라보았다.만일 맹 씨 부인이 ‘맹영지의 상황이 이리 심각할 줄 몰랐다’ 라는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김단이 직접 맹영지를 맹 씨 집안의 마차로 올려 보냈을 지도 모른다.자신의 피가 흐르는 친 자식을, 어찌 사, 오 년 동안 상황을 몰랐던 것일까.마치 그녀가 세답방에 버려지고, 삼 년 동안 어떠한 안부도 묻지 않는 그 자들과 같은 모습과 같았다.허나, 정승댁은 세답방이 아니다.맹영지는 노비가 아닌 그저 댁의 맏며느리가 되기 위해 정승댁으로 향한 것이다.어찌 친부모가 되어 아무것도 모를 수 있겠는 가.더하여 중전이 독이 맹 씨 집안의 소행이라 의심을 품고 있는 중이다.오히려 정승댁이 맹 씨 집안보다 더 안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겉으로는 물러선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한 수 앞을 보아 맹영지를 이곳에 머무르게 한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91화

    맹 부인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손을 거두고 두려운 표정으로 맹영지를 바라보았다.“어찌 이럴 수 있으십니까?”무언가 떠오른 것 마냥 김단을 향해 바라보았다.“의녀, 영지가..”김단은 그제야 미소를 지어 보였다.곧이어 맹영지의 곁으로 다가갔다.“다 나았나이다.”그녀의 한 마디에 맹영지는 천천히 진정을 되찾았다.두려운 눈빛이 점차 평온해졌다.맹 씨 부인은 이러한 모습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곧이어 김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낭자께서는 소인만 알아볼 수 있으십니다. 다른 이들이 다가간다 하여도,밀쳐 내실 겁니다. 부인도 똑같이 밀쳐 내실 것이옵니다. 제 몸종도 낭자에게 긁혀 손에 상처를 입었나이다.”김단의 말이 끝나자마자, 숙희가 맹 씨 부인에게 손을 보여 주었다.어제 맹영지에게 긁혀 생긴 상처였다.다행히도 김단의 설득 아래,맹영지는 드디어 숙희를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그제야 그녀의 시중을 들게 해 주었다.김단의 말에 맹 씨 부인의 얼굴이 굳어졌다.“오늘 데려 가지 못한다는 뜻이옵니까?”“아니옵니다.”김단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소인은 그저 맹 낭자께서 이곳에 계시는 게 나을 듯 하옵니다. 허나, 낭자께서는 맹 씨 집안의 자식이 아니 옵니까. 부인의 뜻을 따르겠나이다.”데려 가는 것이 결코 좋지 않다는 뜻이다.현재의 맹영지의 상황으로 보아, 억지로 데려 가는 수 밖에 없었다.부모가 되어 어찌 자식에게 좋지 않은 선택을 한단 말인 가.맹 씨 부인은 어찌 할 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대감이 맹영지를 데려오라고 신신당부했었다.허나 이 상황에 평양 대군 관저의 문을 나갈 수 있다 한들,맹영지가 소리치는 모습에 다른 이들이 소문을 퍼트릴 수 있다.잠시 생각하고는 입을 열었다.“의녀께서는 높은 의술을 가지고 계시라 믿나이다. 혹여 영지를 잠재울 수 있는 수가 있사옵니까?”‘잠’ 이라 했지만, 사실 기절을 시킬 수 있는지 물어본 것이다.그리해야 조용히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김단이 고개를 끄덕였다.“소인에게 약은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90화

    이튿날 아침, 김단은 궁무를 맡지 않았기에 평양관저에 머물며 맹영지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탓인지 맹영지의 눈빛에는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김단의 곁에 있을 때만큼은 그녀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졌다.조용한 정원, 김단은 맹영지와 함께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계수나무 아래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숙희가 건네준 과자가 들려 있었고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번져있었다. 맹영지는 고개를 들어 만개한 계화를 바라보며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 어제 소하가 평양관저를 찾아왔으나 그는 맹영지와의 만남을 최대한 피하려 애썼다. 아마도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함이었을 것이다.김단은 맹영지를 바라보며 과거 소하가 왜 그리도 그녀를 칭찬했는지 알 것 같았다. 한때 소하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여인답게 그녀는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하지만 동시에 의문이 들었다. 그렇게 가까웠던 두 사람이었는데 맹영지는 어쩌다 소하에게 독을 먹이려 했던 것일까?김단은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맹영지의 몸과 마음이 회복되면 그때 자연스럽게 그 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김단이 생각에 잠겨 있던 찰나 평양관저의 겸인이 급히 달려와 말했다.“아가씨, 맹가 사람들이 도착했습니다.”이런 큰일이 발생했으니 맹씨 집안에서 그녀를 보러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김단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겸인에게 말했다.“알겠소. 이리로 모셔오시오.”잠시 후, 맹씨 부인이 정원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김단에게 예를 갖추어 인사한 뒤 슬픈 눈으로 자신의 딸을 바라보았다. “김 의원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의원님이 아니었다면 제 딸이 그 짐승 같은 자에게 학대받으며 살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맹씨 부인의 눈동자가 붉어졌다.김단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맞이하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과찬이십니다, 맹씨 부인. 민태훈, 그 자의 말에 따르면 맹영지 아가씨의 병은 이미 4~5년 전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완전히 회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89화

    소한은 코웃음을 치며 말없이 등을 돌렸다. 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소하의 조용한 목소리가 방안의 침묵을 깨뜨렸다.“이번에는 정말 잘했어.”영의정 저택에서 벌어진 일은 소한이 형벌을 받은 후에야 비로소 소하의 귀에 들어갔다. 만약 소한이 과감하게 영의정 저택에 침입하지 않았다면 김단은 쉽게 그곳을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이다.비록 민씨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김단을 해치지 못한다고 해도 그녀가 겪었을 모욕과 고통은 상상하기 어려웠다.소하의 갑작스러운 칭찬에 소한은 많이 당황한 듯했다.“제가 충동적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때로는 그 충동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지.”소한은 아무 말 없이 그저 김단의 얼굴을 떠올렸다. 처음에 그녀도 자신을 발견하고 놀란 듯했지만 곧 냉랭한 표정으로 일관하였다. 김단은 마차에 오를 때까지 자신에게 한마디도 건네지 않았다.과거의 그녀였다면 그가 나타나자마자 바로 그의 품에 안기며 그를 향해 미소 지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그녀는 너무나도 차갑게 변해버렸다. 자신을 외면하는 그녀가 소한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그는 자신이 무엇을 잃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큰 실수를 저질렀는지를 다시금 깨달았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쥐며 굳게 결심했다.그는 잃어버린 것을 되찾기 위해 이미 어떤 대가든 치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반 시진 후, 김단은 방 안에서 멍하니 앉아 있었다.그러자 숙희가 조심스럽게 그녀를 불렀다.“아가씨?”김단은 정신을 차리고 숙희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냐?”“두 도련님께서는 모두 돌아가셨습니다.”김단은 고개를 끄덕이며 방금 전 발생한 일을 되새겨 보았다. 그녀는 소한이 오랫동안 계획해 온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자신을 선택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과거에도 그는 소가를 위해, 전하를 위해 심지어 임원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그러나 그녀만은 제외였다.그녀는 소한이 자신의 어머니를 걱정하는 척하며 평양관저로 따라온 것도 단지 자신의 동정심을 얻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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