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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4화

作者: 적매화
김단은 조용히 소복이의 말을 곱씹어 보았다. 그는 지금 김단에게 아무리 노력해도 서원공주는 결국 전하의 총애를 받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김단은 쉽게 제거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김단에게 날리는 무언의 협박이자 경고였다.

하지만 소복이는 서원공주의 처지를 간과하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영의정을 적으로 돌려버렸고 후궁 중에서는 덕빈이 그녀를 노리고 있었다. 심지어 그녀에 대한 전하의 애정마저 무너지기 시작한다면 공주라 한들 그녀도 무사할 수 없을 것이다. 만약 영의정과 덕빈도 서원공주를 무너뜨리지 못한다면 결국 마지막 수단을 써야 할지도 몰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하의 일행은 수춘궁 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궁녀들과 내시들이 모두 방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전하가 모습을 드러내자 모두가 일제히 예를 올렸다.

“무슨 일이냐? 왜 침궁 안에 있지 않고 다들 밖에 나와 있느냐?”

궁녀 중 하나가 조심스레 대답했다.

“아까 윤이 언니가 저희를 모두 밖으로 내보냈습니다.”

윤이.

전하는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서원공주가 항상 곁에 데리고 다니는 나인이었다. 그런데 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기에 궁 안이 이렇게 한산한 것일까? 전하의 시선이 소복이 한테로 향하자 그는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전하, 안으로 들어가 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수춘궁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소복이는 앞서 걸으며 전하를 서원공주의 침실로 안내했다. 정원을 지나자 전하는 분노에 찬 얼굴로 앉아 있는 소한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무릎을 꿇고 떨고 있는 윤이가 보였다. 전하가 도착하자 소한이 벌떡 일어나 인사했다.

“전하를 뵙습니다.”

전하는 소한과 윤이를 번갈아 바라보며 물었다.

“여기서 뭐 하는 것이냐?”

소하는 침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공주님께서 저를 부르셨습니다.”

전하는 다시 의아한 표정으로 윤이를 바라보았다. 그는 이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소한을 부른 사람이 공주인데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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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879화

    “네가 남으면 너도 죽는다!”임학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거역을 하락하지 않겠다는 강한 압박이 담겨 있었다.“안 됩니다. 저는 경 도령을 혼자 남겨둘 수 없어요.”김단은 온 힘을 다해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 애썼다. 임학은 참지 못하고 분노를 터뜨렸다.“경 씨는 원래부터 너의 곁을 지키라는 명을 받은 사람이다. 너를 위해 죽는 것은 그가 해야 할 일이야.”김단은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경 씨는 한결같이 김단의 뒤에서 묵묵히 그녀를 지켜주고 있었다. 그런 그를 죽음으로 내모는 임학에 그녀는 가슴 깊숙한 곳에 숨어 있던 분노가 터져 나오는 것 같았다. 김단은 참지 않고 말 등에서 몸을 비틀어 그대로 떨어졌다. 임학은 놀라 고삐를 당겼고 말은 불안하게 울부짖으며 멈춰 섰다. 비틀거리는 김단의 모습을 본 숙희도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허둥지둥 말을 멈춰 세웠다.김단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쏟아지는 비로 인해 그녀의 얼굴은 흐릿했지만 눈빛만은 맑고 또렷했다. 그녀는 비바람을 가르며 울부짖듯 외쳤다.“임학! 이 세상에는 태어날 때부터 죽어야 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도, 경 도령도, 아무도! 그럴만한 이유는 없어요!”그 말만 남기고 김단은 경 도령을 향해 달려갔다. 그 순간 경 씨는 이미 죽음의 문턱에 서 있었다. 몇 명의 자객들은 긴 검을 번쩍 들어 억지로 그의 몸을 누르고 있었다.경 도령이 아무리 애를 써도 벗어날 틈조차 없었다. 김단은 허리에 찬 은침을 꺼내들고는 그들을 향해 던져버렸다. 하지만 비가 너무 셌던 탓일까? 침은 그들을 빗겨나갔다.숨이 막힐 듯한 순간, 어디선가 벽돌 하나가 휙 날아들었다. 잠시 후 자객 하나가 비틀거리더니 힘없이 쓰러졌다. 김단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맞췄어요! 제가 맞췄습니다”숙희는 말 위에서 이렇게 외쳤다. 그녀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정확한 한 방이었다. 그 충격에 자객들은 잠시 얼어붙었다. 경 씨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있는 힘껏 검을 밀어냈다. 그는 억눌렸던 몸을 비틀며 가까스로 일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878화

    임학은 본능적으로 허리에 찬 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김단에 의해 제지되었다. 숙희는 겁에 질려 눈을 모닥불에 고정시켰다. 그녀는 불길 속에서 타오르는 장작을 바라보며 다짐했다. 만약 싸움이 벌어진다면 이 장작을 집어 자객들에게 던져버릴 것이다. 경 씨 또한 천천히 검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자객들의 눈빛은 이미 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바로 덤벼들 기세였다. 김단은 숨조차 삼키기 힘들었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차분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침착하게, 그러나 날카롭게 자객을 노려보았다.“참으로 염치없군요. 어찌 여인의 귓볼을 훔쳐보는 것입니까?”선두에 선 자는 그녀의 말에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 심지어 그의 뒤편에 서 있던 동료들까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김단은 물러서지 않고 목소리를 높였다.“다들 아시지 않습니까? 여인이 길을 나선다는 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말입니다. 그래서 제 몸종과 남장을 했을 뿐인데 왜 다들 이렇게 날이 서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저희가 피해를 준 것도 아닌데 무슨 권리로 따지고 드는 겁니까?”말을 마친 김단은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그녀의 눈빛은 싸늘하게 굳어버렸다. 이 거짓말이 통할지 그녀도 알지 못했으나 운명에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자객은 당황해 이마를 찌푸리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경솔했습니다. 아가씨께 무례를 범했군요.”김단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에 자객 역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렇게 허름한 사찰 안은 다시 고요해졌다. 그러나 자객 중 누군가가 불쑥 입을 열었다.“혹시 그 둘도 남장을 한 게 아니겠소?”“그럴 수도 있소. 방금 전 마을에서 마주친 사람들은 수상했으니 다시 조사해 봐야겠소.”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들은 폭우를 뚫고 달려나갔다. 김단은 지체하지 않고 숙희의 손을 끌어당기며 소리쳤다.“곧 눈치챌 것이다. 서둘러야 해!”임학과 경 씨도 간단히 짐을 챙겨 빗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네 사람은 폭우를 뚫고 전력질주했으나 자객들도 머지않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877화

    김단은 이 자객을 더 오래 붙들어둘 이유가 없었다. 가능한 한 빨리 돌려보내고 싶은 마음에 임학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녀의 신호에 임학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에 마른 빵을 쥔 채 느긋한 미소를 지으며 자객에게 건넸다.“길 위에서는 서로 돕는 게 인지상정이지요. 허나 두 조각뿐이라 괜찮겠습니까?”자객은 빵을 받아들며 고개를 숙였다.“그저 배만 살짝 채우면 됩니다. 고맙습니다 형님.”임학도 예를 갖춰 답례했다. 하지만 자객은 빵을 건네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발걸음을 돌리지 않았다. 오히려 흥미롭다는 듯 입을 열었다.“익숙한 빵이군요. 형님들도 혹시 한양에서 오셨습니까?”김단의 심장이 움찔했다.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심장박동이 조금 전보다 더 빨리 뛰는 게 느껴졌다. 임학의 얼굴빛도 미세하게 변했지만 여전히 웃는 얼굴로 답했다.“그렇습니다. 한양에서 왔지요.”자객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역시 그랬군요. 형님의 말투에서 한양 특유의 억양이 느껴졌거든요.”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김단 일행을 훑어보았다.“한양에서 오신 분들인데 어쩌다 이런 변방까지 오신 겁니까?”임학은 모른 척 한숨을 쉬었다.“가세가 기울어 집이며 전답이며 모두 처분하고 양성에 있는 먼 친척을 찾아가는 길입니다.”“오? 어떤 변고가 있었길래?”자객은 대수롭지 않게 묻는 듯했지만 매섭게 그를 쏘아보았다. 그러자 임학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그는 대답 대신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때, 경 씨가 투박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이보시오, 자네. 왜 남의 집안일에 그리 관심이 많은 겁니까? 우리 도련님께서 빵을 줬으면 고맙다고 하고 가서 먹으시오.”경 씨의 목소리는 거칠었지만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자객은 당황한 듯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고개를 숙이며 물러났다. 그제야 김단은 아주 조금 숨을 돌릴 수 있었다.하지만 그 자객은 이미 뭔가를 눈치챈 것 같았다. 아직 확신은 없는 듯했지만 한양 출신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의 의심을 사기 충분했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876화

    어느덧 시간은 흘러 또 반달이 훌쩍 넘어버렸다. 깊어가는 가을, 공기 속의 냉기가 한층 더 짙어졌다. 마침 오늘은 큰비까지 내려 세상은 더욱 싸늘하게 가라앉은 것만 같았다. 김단은 허름한 사찰의 처마 밑에 서서 장대비가 퍼붓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마를 찌푸리며 중얼거렸다.“언제쯤 그치려나...”임학은 곁에서 모닥불을 피우며 답했다.“아마 내일까지 이어질 거다. 그러니 몸부터 녹이거라.”김단의 마른 어깨를 흘끗 본 그는 다시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아가씨, 고뿔에 걸리시면 안 됩니다.”숙희는 짐 보따리를 헤집더니 두툼한 망토 하나를 꺼냈다. 그러고는 조심스레 김단의 어깨에 걸쳐주고 그녀를 부드럽게 안으로 이끌었다.“오늘 밤은 여기서 묵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가 편히 주무실 수 있도록 좋은 자리 마련해 드릴게요.”경 씨도 가방을 뒤져 마른 빵 몇 조각을 꺼냈다. 네 사람은 모닥불을 둘러싸고 앉아 말없이 허기를 달랬다. 그때 고요한 숲 저편에서 갑자기 말발굽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소리가 빠르게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네 사람은 모두 숨을 죽이고 사찰 바깥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빗속을 가르며 열댓 명의 사내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사찰 앞에 멈춰 섰고 비를 피해 안으로 들어왔다.“제길,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갑자기 피가 퍼붓다니!”그들은 거칠게 투덜대며 사찰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들이 김단 일행과 정면으로 마주치자 숙희의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김단의 팔을 꽉 붙잡았다.저 선두에 선 사내, 틀림없이 며칠 전 유곽에서 자신들을 쫓던 바로 그 자객이었다.김담도 그 얼굴을 알아보았다. 가슴이 밑바닥으로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침착하게 그들의 표정을 살폈다.다행히도 그 자객들은 별다른 의문을 품지 않았다. 오히려 예의 바르게 손을 모아 인사한 뒤 사찰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모닥불을 피웠다. 떠도는 길 위에서 낯선 이들과 마주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게다가 그들 눈앞에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875화

    김단은 말 위에 몸을 싣고 유유히 길을 나선 자신이 불과 몇 걸음 차이로 동네 어귀를 뒤지고 있는 자객들을 스쳐 지나갔다는 것을 꿈에도 모를 것이다. 운명은 때때로 이런 우연을 가장해 그녀를 지켜주고 있었다.그렇게 사흘이라는 시간이 더 흘렀다. 관도 위에서 숙희는 붉은 갈기 말에 올라탄 채 다시금 그날 있었던 일을 꺼내놓았다.“우리 아가씨는 정말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그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겁니까? 제가 겁이 나 도망치려 했을 때도 저를 꼭 붙잡아 주셨습니다. 아가씨가 아니었다면 벌써 들켜버렸을지도 몰라요.”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그날 자객들은 바로 눈앞에서 그들을 스쳐 지나갔다. 김단은 그녀의 자랑에 웃음을 터뜨렸다.“운이 좋았을 뿐이다. 그들 중에는 우리를 알아보는 이가 없었거든.”만약 단 한 번이라도 얼굴을 마주친 적이 있었다면 설령 남장을 했어도 오래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임학도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말을 이었다.“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지금은 너희의 행방을 놓쳤지만 아마 곧 수배령이 떨어질 것이다. 화상을 그려서 이곳저곳에 뿌릴 수도 있어.”그 한마디에 숙희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럼, 어쩌죠? 변방까지는 아직 두 달은 더 가야 하는데… 계속 이렇게 쫓기기만 할 순 없잖아요!”조바심에 젖은 목소리였다.“그래서 생각해 봤는데…”임학은 잠시 김단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우리가 먼저 움직이는 건 어떠느냐? 어차피 목표는 김단, 너지 않느냐? 그러니 숙희가 붙잡히더라도 손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숙희도 그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아가씨. 도련님과 먼저 가세요!”그러나 김단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멀리, 저 길 끝자락을 바라볼 뿐이었다. 김단은 그가 내리는 모든 판단이 그녀를 위한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떨어져서 간다고 과연 안전할까요? 그 자객들은 그날 유곽에서 아무런 죄도 없는 사내의 목숨을 무참히도 앗아갔습니다. 만약 숙희가 그들의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874화

    마담의 눈썰미는 제법 매서웠다. 낯선 얼굴들이 들어서는 것을 보자마자 잽싸게 다가가 능청스럽게 웃으며 그들을 맞이했다.“저희 유곽은 처음이시죠? 원하신다면 저희 집 아가씨들을 소개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연이같은...”선두에 선 사내가 낮고 건조한 목소리로 질문을 하는 바람에 그녀의 말은 끝내 이어지지 못했다.“혹시 두 여인을 보지 못했소?”그는 자신의 가슴께에 손을 올리며 말을 덧붙였다.“아가씨와 몸종인데, 키는 이정도즈음 되오.”그녀는 문득 김단과 숙희의 얼굴이 떠올랐다. 마담은 이 사내들이 그 두 사람을 찾으러 온 ‘가족’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방금 전 은덩이를 받았던 터라 그들에게 쉬이 입을 열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을 마친 마담은 고개를 저으며 능청스럽게 웃었다.“손님도 참... 이곳이 어떤 곳인데 그런 아가씨들이 드나들겠습니까?”하지만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차가운 칼날이 그녀의 목덜미에 닿았다.“나는 분명히 그들이 이곳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소.”살기가 잔뜩 묻은 사내의 목소리는 공기마저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때 유곽 안에 있던 사내들이 뛰쳐나오더니 모두 검을 빼 들었다.“당신들은 누구시오? 당장 우리 마님을...”하지만 그 외침 소리는 검광이 번뜩임과 동시에 끝이 나버렸다. 핏줄기 하나가 허공을 가르며 흩어지자 유곽 안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여인과 손님들은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고 김단과 숙희 또한 그 틈에 섞여 몸을 낮췄다. 하지만 입구를 틀어막은 이들이 있었기에 쉽사리 빠져나갈 수는 없었다.마담은 겁에 질려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목에 칼을 겨눈 사내가 다시 낮게 으르렁댔다.“어디로 갔지?”마담은 사색이 된 얼굴로 손을 들어 2층의 한 아늑한 방을 가리켰다. 그걸 본 사내들은 곧장 몸을 날려 방 문을 걷어찼다. 그러나 아무리 뒤져도 방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심지어 침대 밑까지 샅샅이 뒤졌건만 보이는 거라고는 옷장에 걸린 몇 벌의 여인 옷이 전부였다. 심지어 그마저도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873화

    호기심? 아니면 세상 구경?매일같이 수많은 이들을 맞이하고 배웅하는 직업이라 별의별 사람들은 다 보았지만 김단같은 처자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돈이 눈앞에 있는데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그녀를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그리 오래 고민할 것도 없이 마담은 김단의 팔을 끼고 안으로 안내했다.“이런 데를 구경하겠다니 참 별난 아가씨로군요. 여기가 무슨 좋은 곳이라고…”그녀는 투덜거리면서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마담은 김단을 2층의 아늑한 방으로 안내했다.“자, 이 방은 우리 유곽에서 가장 좋은 방입니다. 평소 특별한 취향을 가진 손님들이 애용하는 곳이죠. 1층의 모든 구석구석을 내려다볼 수 있답니다.”문을 열자 방 안에는 얇은 비단으로 된 가림막들이 층층이 드리워져 있었고 넓게 트인 창 두 개가 황홀한 시야를 자랑했다. 김단은 잠시 살펴보더니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은 한 덩이를 마담에게 건넸다.“혹시 저를 찾는 이가 오거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아시겠죠?”“알다마다요!”마담은 환하게 웃으며 은을 품에 넣었다.“그런 건 걱정하지 말고 편히 계시다 가세요.”마담이 기쁜 표정을 지으며 방을 나가자 김단의 입가에 걸렸던 웃음도 말끔히 사라졌다.“창문을 닫거라.”김단이 낮게 속삭이자 숙희는 즉시 두 개의 큰 창문을 닫았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김단을 바라보았다.“아가씨, 우린 대체 여길 왜 온 겁니까?”김단은 병풍 뒤로 숙희를 이끌며 조용히 대답했다.“여기는 여인들만 많은 곳이 아니야. 남정네들도 넘쳐나는 곳이지. 자객이 따라온다고 해도 이렇게 혼잡한 곳에서 섣불리 칼을 뽑지는 못할 것이다. 소동이라도 일면 그 틈을 타 빠져나가기도 쉽고 말이야.”말을 마친 김단은 옷보자기를 풀었고 이내 두 사람은 능숙하게 남장으로 갈아입었다. 김단은 거울 앞에 서서 단정히 옷깃을 정리하고는 숙희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언제쯤 떠나는 것이 좋겠습니까?”“아직은 때가 아니다. 지금은 손님도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872화

    “설마 말 바꾸고 도망간 건 아니겠죠?”김단은 숙희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었다.“여관 사람들은 우리 셋이 함께 있는 것만 봤지 도련님과 동행한 모습은 보지 못했다. 아마 한양 사람들은 아직도 도련님께서 그곳에 남아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임학은 지금 모습을 드러내서는 안되기 때문에 그들 뒤에서 몰래 그림자처럼 뒤따르고 있었다. 그는 김단과 숙희가 남장을 한 후에야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었다. 그렇게 되면 네 명의 남성이 함께 말을 타고 가도 의심을 사지 않을 것이고 설령 다른 사람들에게 정체를 들켰다고 해도 그때는 이미 변방에 가까워졌을 것이다.사흘 뒤, 마차는 무사히 동석진에 도착했다. 비록 한양만큼 번화하진 않았지만 이전에 지나온 마을들에 비하면 사람들로 북적였다. 거리에는 상인들의 외침이 끊이지 않았고 가게마다 손님들로 가득했다. 김단 일행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않고 조용히 거리를 지나쳤다.경 씨는 마차를 한 의복점 앞에 멈춰 세웠다. 김단과 숙희는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경 씨의 시선은 멀리 떨어진 나무 아래로 향했다. 첫 번째 암살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검은 그림자들은 아마도 다시 한번 그들의 목숨을 노릴 기회를 엿보고 있을 것이다.의복점 안, 점소이가 반갑게 달려 나와 그들을 맞이했다.“처음 뵙는 아가씨네요. 외지에서 오셨나 봅니다?”김단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열두 살 난 제 남동생에게 입힐 옷을 두 벌 정도 사고 싶은데... 키는 저희 둘과 비슷합니다.”“아, 딱 맞는 옷이 있지요.”점소이는 서둘러 옷을 골라 보이며 능숙한 손놀림으로 안내를 이어갔다. 김단은 남자 옷 두 벌을 구입함과 동시에 다른 옷들도 함께 구매했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여러 겹의 옷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옷을 사고 난 후 그녀는 당당하게 의복점을 나섰다. 대낮에, 이런 번잡한 거리에서 칼을 뽑을 자는 없을 것이다. 숙희는 김단의 뒤를 따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아가씨, 저희 여관에서 방을 잡고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871화

    김단의 말에 임학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숨기려 해도 감춰지지 않는 웃음이 눈가까지 번졌다.“그래, 나도 함께 너희들을 지켜 줄 것이다.”그의 시선은 분명 김단에게 향해 있었지만 그녀가 숙희를 감싸안고 있는 것을 보고는 일부러 ‘너희들’이라는 말을 덧붙였다.숙희는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었지만 김단의 얼굴에 묻은 피를 보고는 얼른 손수건을 꺼내 조심스럽게 그녀의 얼굴을 닦기 시작했다. 깜짝 놀라 덜덜 떨기만 할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밀려왔다.‘이래서 아씨가 나를 데려가지 않으려 했던 것일까?’숙희는 속으로 자신을 질책하며 눈물을 흘렸다.“아가씨, 저... 너무 못났죠?”숙희는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김단 곁에서 그녀를 보호하겠다고 큰소리쳤으면서 막상 위기가 닥치니 몸 하나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 한심해 보였다. 김단은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처음 겪는 일이니 당연히 무서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이런 일을 수없이 겪었으니 괜찮은 것이야”김단은 웃으면서 숙희를 위로하는 것 같았지만 사실은 자신을 다독이면서 한 말이었다. 그 말에 임학은 죄책감이 들었다.그는 과거에 누이를 잘 보호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그녀를 위험에 빠뜨렸고 자신은 그 원흉을 감싸 주었다. 김단은 임학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채 경 도령에게 시신을 부탁했다. “아직 이르니 조금 더 자시오. 내일도 길이 멀다오.”숙희는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하지만 김단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기에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누웠다. 김단은 그제야 임학은 바라보았다. 감사의 말을 전하려고 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시선을 감당하기 힘들었던 임학은 먼저 그녀의 눈을 피하며 말했다.“난 먼저 나가 있겠소.”김단은 서둘러 방을 나서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문이 닫히고 촛불이 꺼지자 방 안은 다시 어둠 속에 잠겼다. 김단은 숙희의 곁에 누워 작고 따스한 손으로 그녀의 등을 토닥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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