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깊은 산속, 세상과 단절된 한옥에 사는 여인 ‘명옥’과 그녀가 거둔 청년 ‘독고춘’. 죽은 자의 혼을 인도하던 그들의 고요한 삶은, 어느 날 톱스타 강지희의 방문으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자신의 뱃속에 아기 귀신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경악하는 그녀는 아기 귀신을 없애는 대신 사랑으로 보내 주려는 결심을 하게 되는데... “방금 아기가 그쪽 보고 아빠라고 한 거 못 들었어요?” “이 아기가 행복하게 스스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해 보고 싶어요. 그러니 도와주세요.” “그래서 말인데, 그쪽이 내 세컨드 매니저로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어쩔수 없이 산에서 내려와 강지희의 매니저를 하게 된 독고춘. 그 둘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표지:AI
View More주미와 통화를 끝낸 지희는 한동안 휴대폰을 바라보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하아, 결국 서울로 가야겠네."남은 휴가가 아직 이틀이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게 아쉬울 상황이 아니었다.지희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소파 쪽을 바라봤다.독고춘은 여전히 소파에 누운 채 잠들어 있었다."잘도 자네."지희는 작게 중얼거리며 소파 앞으로 다가갔다."꼬춘씨."그녀가 살짝 몸을 흔들어 깨웠으나 대답이 없었다."꼬춘씨, 일어나요."지희는 잠시 그를 내려다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평소엔 일찍 일어나던 사람이 왠일이래."다시 조심스럽게 그의 어깨를 흔들던 순간,덥석.독고춘의 손이 지희의 손목을 붙잡았다."...어?"지희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강한 힘이 손목을 잡아당겼다."아앗!"푹!지희의 몸이 그대로 소파 위로 넘어졌다.그리고 잠결에 움직인 독고춘의 팔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어머머..."지희의 눈이 동그래졌다.독고춘의 품에 거의 안기다시피 누워버린 상태였다.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독고춘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눈을 감고 있었다."...꼬춘씨? 지금 뭐하세요?"지희가 당황한 얼굴로 물었지만 대답이 없었다."이익... 하! 진짜 꼼짝도 못 하겠네. 힘이 얼마나 쎈 거야. 이봐요! 얼른 일어나라고요!"벗어나려고 발버둥 칠수록 지희의 얼굴이 점점 달아올랐다."아니, 하... 이게 무슨 꼴이야."그때,철컥.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짜잔! 지아 등!...장..."지아의 목소리가 뚝 끊기며 지희와 눈이 마주쳤다.지아는 눈을 껌뻑껌뻑 거린 뒤, 소파 위에 엉켜 있는 두 사람을 다시 바라봤다.잠시 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지아는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죄송합니다... 아침부터 러브러브 일 줄 정말 상상도 못했어요..."그 말에 지희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아니, 아니야!""전 아무것도 못 봤어요. 그럼 이만 즐거운 시간 되시길.""지아야! 잠깐만!"지희가 황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에 주미는 갑자기 눈을 번쩍 뜨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헉...!"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던 주미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꿈이었다.분명 꿈이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꿈속에서 느꼈던 공포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하아..."주미는 떨리는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은정이의 뒷모습과 자신을 휘감던 검은 연기, 그리고 귓가를 맴돌던 목소리까지 모든 장면이 뒤섞여 머릿속을 어지럽혔다.그때였다."주미야."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주미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엄마?""왜 그렇게 놀라? 계속 불러도 일어나지도 않고. 악몽이라도 꿨어?""...아니, 아니야."주미의 어머니 한정희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딸을 바라봤다."너, 왜 그래? 혹시 어디 아픈거야?""괜찮아, 엄마. 지금 몇 시지?"주미는 멍한 얼굴로 휴대폰을 확인했다.평소라면 이미 출근 준비를 끝냈어야 할 시간이 지나 있었다."...아, 회사 가야지."주미는 침대에서 일어나려 했다.그러나,휘청.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렸다."어?"몸이 앞으로 기울어지는 순간, 정희가 황급히 그녀를 붙잡았다."주미야!"주미는 애써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손끝까지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얼굴은 눈에 띄게 창백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괜찮긴 뭐가 괜찮아!"그녀는 딸의 얼굴을 살피더니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오늘 회사 가지 마.""엄마, 나 정말 괜찮아.""괜찮기는! 일단 병원부터 가자."주미가 몇 번이나 괜찮다고 말했지만 그녀의 엄마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결국 주미는 엄마의 부축을 받아 집을 나섰다.병원에서 여러 가지 검사를 받은 뒤 의사는 크게 걱정할 만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검사 결과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습니다.""정말 괜찮은 건가요? 애가 쓰러질뻔 했는데.""네. 다만 최근에 피로가 많이 쌓인 것 같습니다. 며칠 푹 쉬면서 수액 치료를 받
호텔로 돌아온 두 사람은 각자 씻기 위해 욕실로 들어갔다.바닷물에 젖은 발과 옷자락을 정리하고 따뜻한 물로 몸을 씻고 나니, 하루 종일 이어졌던 긴장도 조금씩 풀리는 듯했다.먼저 씻고 나온 지희는 편한 잠옷으로 갈아입은 채 침대에 앉았다.휴대폰을 손에 들었지만 화면에는 별다른 관심이 가지 않았다.평소 같았으면 SNS를 확인하거나 연예 쪽 기사를 확인했을 텐데, 오늘따라 손가락만 괜히 화면 위를 움직였다.그녀는 문득 고개를 들어 욕실 쪽을 바라봤다.아직 물소리가 들리고 있었다."..."지희는 괜히 입술을 꾹 다물었다.지금까지 독고춘과 함께 있었던 시간이 결코 짧지는 않았다.차를 타고 이동할 때도 있었고, 촬영장에도 함께 있었고, 심지어 오늘은 바닷가에서 사람들 앞에 그에게 안겨 호텔 로비까지 들어왔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지금이 가장 어색했다.아무것도 하지 않고 같은 방에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지희는 괜히 침대 위에 놓인 베개를 끌어안았다."...왜 이러지."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순간,철컥.욕실 문이 열리고 독고춘이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대충 닦으며 걸어 나왔다.지희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편한 차림으로 갈아입은 독고춘의 모습은 평소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편안해 보였지만, 오히려 그래서 지희는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애매해졌다."..."독고춘 역시 지희를 잠시 바라봤다.평소와 다를 것 없는 모습이었지만 이상하게 눈길이 조금 더 오래 머물렀다.잠시 동안 눈이 마주치자 지희가 먼저 시선을 피했다."왜 그렇게 쳐다봐요?"독고춘은 잠시 생각하더니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아직도 그 여자가 신경 쓰이나?""뭐, 그렇긴 한데...아 몰라요, 몰라."지희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더니 벌러덩 누웠다.독고춘은 반대편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두 사람 사이에는 적당한 거리가 있었지만 이상하게 그 거리가 평소보다 가깝게 느껴졌다.지희는 다시 휴대폰을 들여다봤다.그러나 이번에도 몇 초 지나지 않아 화면을 껐다.옆에 있는 독
저녁 노을이 바다 위로 천천히 가라앉을 무렵, 호텔 레스토랑 창가. 붉게 물든 석양이 유리창 너머로 잔잔한 바다를 물들이고 있었다. 지희는 식은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며 오늘만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후우..." 맞은편에 앉아 있던 독고춘이 그녀를 힐끗 바라봤다. "...땅 꺼지겠군." "아, 진짜!" 지희가 눈을 흘기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 "지금 농담할 기분 아니거든요?" "...그 여자가 신경 쓰이나." "그럼 안 쓰이겠어요?" 지희는 답답하다는 듯 머리를 헝클었다. "사랑이 엄마 친구잖아요. 안색도 너무 안 좋아 보였고..." "...신경 쓴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지." "아오, 진짜." 지희는 결국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꼬춘씨는 걱정도 안돼요? 분명 주미씨가 위험하다고 했잖아요." "...조만간 다시 만나겠지. 그때까지는 별일 없을거다." "하아, 그럼 일단 안심이네요. --- 레스토랑을 나온 두 사람은 말없이 해변을 따라 걸었다. 어느새 해는 완전히 저물었고, 짙푸른 밤하늘 위에는 별들이 하나둘 얼굴을 드러내고 있었다. 철썩. 철썩. 잔잔한 파도 소리가 귓가를 간질였고, 차가운 겨울 바람이 두 사람의 옷깃을 스쳐 지나갔다. 한동안 아무 말도 없이 걷던 지희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독고춘이 슬쩍 그녀를 바라봤다. "...또 한숨이군." "안 쉬게 생겼어요?" 지희는 볼을 살짝 부풀렸다. "원래 휴가 오면 아무 생각 없이 놀아야 되잖아요." "...음." "근데 오늘은 머릿속이 엉망이에요." 지희는 괜히 발끝으로 모래를 툭 걷어찼다. "고은정씨 일도 그렇고... 주미 씨도 계속 신경 쓰이고." "...신경 쓴다고 달라질 건 없다고 했을텐데." "알아요." 지희는 피식 웃었다. "근데 사람 마음이 원래 그런 거예요." "..." "꼬춘씨처럼 뭐든 무덤덤하게 살면 얼마나 편할까요." 독고춘은 대답 대신 잔잔한 바다를 바라봤다. 잠시 후, 나지
촬영을 마친 밤,아파트 안에는 은은한 조명이 켜져 있었다. 창밖엔 도시의 불빛이 깜빡이며 비쳤다. 부엌에서는 식용유가 부드럽게 튀는 소리가 났고,냄비에서는 된장찌개의 구수한 향이 퍼지고 있었다. 독고춘은 조용히 양파를 썰고 있었다. 소파 위에는 지아가 잡지를 들고 누워 있었다. 눈은 반쯤 감긴 채, 나직이 말했다. “아… 오늘은 진짜 체력 바닥이에요. 손가락 하나 까딱할수 없을것 같은 그런 나약한 기분?” “...뭘했다고.” 독고춘이 짧게 중얼거렸다. 지아가 피식 웃으며 몸을 뒤척였다. “오빠는 참 대단하단
다음날 드라마 촬영장, 오전. 지희의 대기실 공기는 분주하면서도 묘하게 서늘했다. 화장대 조명 아래, 지희는 메이크업 브러시의 감촉을 느끼며 거울 속 자신을 바라봤다. 완벽하게 꾸며진 얼굴이었지만, 그 안의 표정은 어딘가 낯설었다. “언니, 피곤해 보여요.” 지아가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괜찮아. 그냥 어제 일이 좀… 잊히질 않아서.” 그때 , 문이 조용히 열리더니, 모자를 깊게 눌러쓴 남자가 고개를 숙였다. 그의 손에는 예쁘게 포장된 선물 상자 하나가 들려 있었다. “강지희 배우님께 전달하라는 물건입니다.”
라디오 방송국의 복도는 조용했다. 하지만 조명 아래에 깃든 공기는 묘하게 무거웠다. “오빠, 저쪽.” 지아가 손으로 안내하자, 독고춘은 굳은 얼굴로 뒤따랐다. 그의 시선은 계속 천장과 벽을 오갔다. 일렁이는 희미한 그림자들, 그리고 그 틈새에서 작게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 이때까지 독고춘은 아직 검은 연기의 존재를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복도를 지나다 보니 어느새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지아가 문을 열자, 따뜻한 조명이 쏟아졌다. “안녕하세요.” 지희는 활짝 웃으며 모두에게 인사하고 자리에앉았다. 스탭들과 작가들이
달빛이 한옥 처마 끝을 스치며 흩어졌다. 바람은 차고, 공기는 맑았다. 산 아래의 세상은 이미 잠들었지만,이 깊은 산속 한옥만은 아직 깨어 있었다. 명옥은 등불을 들고 마당으로 걸어나왔다. 그녀의 발끝마다 푸른빛이 어른거렸다. 그 불빛은 마치 작은 생명체처럼 흔들리며 그녀를 따라왔다. “아이야, 보이느냐?” 그녀의 목소리는 고요한 밤공기 속에서 울렸다. 독고춘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시선은 허공에서 일렁이는 푸른 불빛 하나에 고정되어 있었다. 명옥은 깊고 고요한 눈으로 독고춘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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