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깊은 산속, 세상과 단절된 한옥에 사는 여인 ‘명옥’과 그녀가 거둔 청년 ‘독고춘’. 죽은 자의 혼을 인도하던 그들의 고요한 삶은, 어느 날 두 여인의 방문으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톱스타 강지희와 그녀의 매니저 이지아— 산에서 살아온 독고춘에게는 특별한 힘이 있었고, 그 힘을 빌려 강지희와 가상 육아를 시작하게 되는데... 인간과 영혼, 생과 사의 경계에서 피어나는 운명적 인연의 이야기. 표지:AI
view more잠시 정적이 흐르는 방안, 명옥이 감은 눈을 뜨며 천천히 말했다. “…그 아이의 기운이 더 강해졌구나.” 그 말을 들은 지희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네?” “네 뱃속의 원귀 말이다.” 명옥의 목소리가 낮고 또렷했다. 지아는 깜짝 놀라 숨을 삼켰고, 독고춘은 굳은 표정으로 명옥을 바라봤다. “그 아이가 너를 상하게 할게야.이대로 두면…네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단다.” 지희의 입술이 말라붙으며,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럼…어떻게 해야 하죠?" 명옥은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 미소에는 슬픔과 이해가 함께 깃들어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독고춘을 바라보았다. “아이야, 이젠 네가 힘을 써야겠구나.” 독고춘의 눈빛이 깊게 흔들렸다. 명옥은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 아이가 느껴야 할 ‘부모의 사랑’은 반쪽짜리가 아니야. 너도 그 아이를 품어야 한다. 그게 진심이어야만 해.” 독고춘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의 두 손이 무릎 위에서 천천히 움켜쥐어졌다. 그때 명옥이 다시 지희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 아이의 이름은 지었느냐?” 지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이름까지는...” “그럼 빨리 지어줘야지.” 명옥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이름은 존재의 첫 숨이다. 그 이름을 불러줄 때, 아이의 혼이 세상에 닿을게야.” 지희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루 끝에서 바람이 일었다. 꽃잎 몇 장이 지희의 무릎 위에 떨어졌다. 그녀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사랑.” 그 이름을 말하는 순간, 지희의 배 속이 따뜻하게 흔들렸다. 마치 그 말에 답이라도 하듯, 작은 기운이 안쪽에서 ‘살짝’ 움직였다. 명옥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래… 사랑이라. 그 이름 참 좋구나.그 아이에게도, 너희에게도 필요한 이름이지.” 바람이 다시 한 번 불었다. 꽃잎이 흩날리며 마루 위를 덮었다. 그 아래, 지희의 배 속에서는 아주 약하게 푸른 불꽃이 반짝였다. 검은 연기 속에
촬영을 마친 밤,아파트 안에는 은은한 조명이 켜져 있었다. 창밖엔 도시의 불빛이 깜빡이며 비쳤다. 부엌에서는 식용유가 부드럽게 튀는 소리가 났고,냄비에서는 된장찌개의 구수한 향이 퍼지고 있었다. 독고춘은 조용히 양파를 썰고 있었다. 소파 위에는 지아가 잡지를 들고 누워 있었다. 눈은 반쯤 감긴 채, 나직이 말했다. “아… 오늘은 진짜 체력 바닥이에요. 손가락 하나 까딱할수 없을것 같은 그런 나약한 기분?” “...뭘했다고.” 독고춘이 짧게 중얼거렸다. 지아가 피식 웃으며 몸을 뒤척였다. “오빠는 참 대단하단 말이야...안 피곤해요?” "...별로." 그때, 욕실 문이 열리며 따뜻한 수증기와 함께 지희가 나왔다. 머리는 반쯤 젖은 채, 하얀 가운을 걸치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피곤함과 그 속엔 아직 풀리지 않은 무언가가 자리하고 있었다. “지아야, 오늘은 푹 쉬자. 내일 스케줄 없지?” “네, 언니.”지아가 하품을 하며 팔을 베고 누웠다. 지희는 곧바로 부엌으로 향했다. “저녁 준비해요? 피곤할텐데 그냥 배달 시켜먹지?” “...딱히.” “꼬춘씨가 저녁 해주면 좋지, 뭐.” 지희는 식탁 위에 팔꿈치를 괴고 앉아 조용히 물었다. “가연이 좋아해요?” 독고춘은 칼질을 멈췄다. 칼끝이 도마 위에서 딱 하고 멈추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갑자기 그게 뭔...” 지희는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가연이 귀엽잖아요. 그런 귀여운 타입 좋아할거 같은데 아니에요?” 독고춘은 대답디신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지희를 바라보았다. "아님 말고. 그럼 말이 나와서 하는 얘긴데 꼬춘씨는 좋아하는 타입 있어요?" 독고춘은 잠시 골똘히 생각하는척 하더니 곧 작게 중얼거렸다. “...명옥님 같은 사람.” 그 순간, 지희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명옥님? 그 할머니 같은 타입이 좋다고요? 진심으로?” 지희의 물음에 독고춘은 더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다시 도마위의 칼질 소리가 시작되었고, 지희는 어안이벙벙한 표정이
다음날 드라마 촬영장, 오전. 지희의 대기실 공기는 분주하면서도 묘하게 서늘했다. 화장대 조명 아래, 지희는 메이크업 브러시의 감촉을 느끼며 거울 속 자신을 바라봤다. 완벽하게 꾸며진 얼굴이었지만, 그 안의 표정은 어딘가 낯설었다. “언니, 피곤해 보여요.” 지아가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괜찮아. 그냥 어제 일이 좀… 잊히질 않아서.” 그때 , 문이 조용히 열리더니, 모자를 깊게 눌러쓴 남자가 고개를 숙였다. 그의 손에는 예쁘게 포장된 선물 상자 하나가 들려 있었다. “강지희 배우님께 전달하라는 물건입니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상자를 내려놓고, 말없이 빠르게 사라졌다.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도, 아무도 그 남자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지아가 상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언니, 열어봐도 돼요?” 지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냥 팬이 보낸 선물이겠지 뭐.” 지아는 상자를 조심스럽게 열었다. 비릿한 피 냄새와 함께 오래된 인형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얀 드레스, 창백한 피부, 그리고... 그 인형은 배 쪽이 칼로 날카롭게 찢겨져 있었다. 지아의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지희언니...이거, 진짜 좀 이상해요...” 지희도 섬뜩함을 느끼고 얼굴을 구기며 말없이 입을 막았다. 그 인형의 찢긴 틈새 안쪽에서 희미하게 원귀의 기운이 새어나왔다. 독고춘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문 쪽으로 달려 나갔다. 그러나 이미 복도는 텅 비어 있었다. "...젠장." --- 그날 오후, 촬영장은 여느 때처럼 밝고 활기찼다. 하지만 세 사람의 얼굴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아까 그 인형... 버렸죠?” 지아가 물었다. 지희는 촬영장로 향하며 대답했다. “응, 버렸어. 그 인형을 봤더니 뭔가 좀 오싹해지네...” 그녀의 손이 아랫배로 향했다. 무의식적으로, 본능적으로. 곧, 조명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감독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울려 퍼졌다. “조명! 각도 그대로! 주희씨는 조금만 더 오른쪽으로—좋아요
라디오 방송국의 복도는 조용했다. 하지만 조명 아래에 깃든 공기는 묘하게 무거웠다. “오빠, 저쪽.” 지아가 손으로 안내하자, 독고춘은 굳은 얼굴로 뒤따랐다. 그의 시선은 계속 천장과 벽을 오갔다. 일렁이는 희미한 그림자들, 그리고 그 틈새에서 작게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 이때까지 독고춘은 아직 검은 연기의 존재를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복도를 지나다 보니 어느새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지아가 문을 열자, 따뜻한 조명이 쏟아졌다. “안녕하세요.” 지희는 활짝 웃으며 모두에게 인사하고 자리에앉았다. 스탭들과 작가들이 분주히 움직였고,독고춘은 문 옆에서 조용히 서 있었다. 얼마후,방 안에서 들려오는 라디오 오프닝 음악,지희의 맑은 목소리가 공간을 채웠다. “별빛처럼 사라진 것들을 기억하는 시간, 강지희의 ‘별빛사이’입니다.” --- 라디오 방송이 끝나고, 밤. “오늘도 완벽했어요! 언니 최고!” 지아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지희는 피곤한 듯 손을 흔들었다. “이제 드라마 촬영장으로 바로 가죠!” 지아는 태블릿을 확인하고 씩씩하게 앞서 걸었다. 세 사람이 라디오 건물을 나올때, 독고춘은 한 번 뒤돌아봤다. 붉은 네온 아래, 누군가 그를 지켜보는 듯한 시선이 스쳤다. --- 드라마 세트장은 밤에도 낮처럼 밝았다. 커다란 조명탑들이 하얀 빛을 쏟아내며 인공의 낮을 만들고 있었다. 강지희는 긴 머리를 묶고 의상 점검을 받으며 스탠바이 중이었다. 그 옆엔 오늘 첫 촬영을 함께하는 서가연이 있었다. “지희 언니! 진짜 오랜만이에요.같이 작품 하는 게 벌써 세 번째죠?” 서가연의 눈웃음은 달콤했다. 사탕을 입에 문 듯한 웃음,누가 봐도 사랑받는 얼굴이었다. 지희도 부드럽게 웃으며 답했다. “그러게, 오랜만이야. 이번엔 서로 싸우는 역할이라 좀 어색하네?” “제가 완전 불리해요! 이렇게 이쁜 언니랑 싸우는데 제가 어떻게 이기겠어요?” 가연이 장난스럽게 손가락으로 하트를 그렸다. 그 모습에 주변 스태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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