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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Aвтор: 빛나라
구현수가 집에 들어서니 강서연이 부엌에서 반찬 두 접시를 들고 나오고 있었다.

강서연은 구현수를 보더니 근심 어렸던 얼굴에 애써 웃음을 띄웠다.

구현수는 손을 씻고 테이블 앞에 앉았다. 그는 하루 종일 훈련한 탓에 배가 무척 고팠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을 보자 식욕이 저절로 당겨 밥그릇을 들고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맞은 편에 앉은 강서연은 가만히 앉아 꿈쩍도 하지 않는다.

"무슨 일 있어?"

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에 강서연은 그저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면 빨리 밥 먹어."

구현수는 고기 한 점을 집어 강서연의 접시에 담았다.

"보기만 하면 배가 저절로 불러?"

강서연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정말 입맛이 없었다. 이때 '띵' 하고 메시지 알림 소리가 들렸다. 동생 윤찬이 보낸 문자였다.

"누나, 엄마 병원비는 언제 가져올 수 있어? 의사 선생님이 그러는데, 더 이상 지급 안 하면 약을 끊는대!"

강서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침실 안의 낮은 서랍장을 바라보았다.

지난번에 구현수가 준 금 장신구들, 특히 그 옥을 박은 팔찌는 꽤 값이 가 보였다...

"뭘 멍하니 생각하고 있어?"

강서연은 갑자기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남자의 깊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몸을 약간 떨었다. 매번 그와 눈을 마주칠 때마다 그의 남다른 기세는 무언의 강한 압박감을 느끼게 한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강서연은 조용히 말했다.

수저를 내려놓은 구현수의 눈빛이 더 깊어졌다.

"나한테 할 말이 있는 거 아니야?"

강서연은 황급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구현수는 서두르지 않고 잠시 그녀를 쳐다보다가 가볍게 웃더니 다시 혼자 식사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먼저 말을 꺼내지 않는 이상 그도 더는 묻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는 참지 못하고 저절로 말할 때가 오겟지...

그날 밤 강서연은 마음이 어수선해서 윤찬이 보낸 메시지를 몇 번이고 들여다보았다. 돈 버는 방법을 머릿속에 떠올려 보았지만 모두 눈앞에 닥친 일을 해결할 수가 없었다.

다시 강 씨네 집에 가서 돈을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지금 당장 돈을 구할 방법은 아마 그것밖에 없을 것이다.

강서연은 조용히 방문을 닫고 서랍을 열어 나무 상자를 꺼냈다. 그녀는 달빛에 반짝이는 팔찌를 보며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조심스럽게 싸서 주머니에 넣었다.

...

"음, 좋아 보이네요."

보석 가게 점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게 웃었다.

"아가씨, 이 팔찌는 비록 오래된 양식이지만 다행히 디자인이 클래식하고 질감이 좋네요. 지금은 금과 옥의 품질이 모두 이렇게 좋은 것은 거의 볼 수 없어요."

"그럼 얼마를 바꿀 수 있나요?"

강서연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점원을 쳐다보았다.

"저당하시겠다는 말씀이죠?"

점원은 웃으며 강서연을 작은 룸으로 안내했다.

테이블 위에는 몇 가지 전문 장비가 놓여 있었다. 점원은 그녀에게 여기서 잠시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는 먼저 자리를 떴다.

강서연은 그곳에 앉아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보석 가게는 그녀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호화로웠다.

사실 오기 전에 그녀는 큰 희망을 품지 않고 있었다. 그 팔찌는 아주 오래되어 보였고 구현수의 조건으로 그녀에게 너무 좋은 것을 줄 수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 점원이 그녀에게 이런 전문 룸에서 기다리라고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강서연은 팔찌를 손에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러다 또다시 일어서서 방안에서 서성거리며 망설였다.

그녀는 자신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감시카메라에 똑똑히 잡힌 것을 전혀 모르고 있다.

"배 도련님, 이건 최씨 집안 대대로 전해 내려온 장신구 같아 보이는데 이 아가씨를 여기로 모셔 올까요?"

큰 테이블 뒤, 준수한 얼굴의 남자가 컴퓨터 모니터 화면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는 몸을 뒤로 젖히고 긴 다리를 책상 위에 겹쳐 올려놓고는 눈을 가늘게 뜨고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서두를 거 없어, 기다려 봐!"

"만약 이 팔찌가 훔쳐 온 거라면요?"

"아닐 거야."

배경원은 라이터로 담배에 불을 붙였다.

"셋째 형님이 결혼하셨다고 했으니, 이 여자가 바로 그 형수일 거야. 하, 이렇게 귀한 물건을 형수에게 맡기다니... 아마도 셋째 형님은 생각지도 못했을걸, 형수가 여기로 가져온 걸!"

"도련님, 그럼 어떻게 처리하는 게 좋을까요?"

"그 점원보고 2억 먼저 주라고 해!"

강서연은 불안한 마음으로 점원을 기다렸다.

점원은 그녀를 보자마자 친절하게 웃었다.

"아가씨, 저희 전문 감정 결과에 따르면 이 팔찌는 2억 원에 저당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억 원이라고?

강서연은 무려 10여 초 동안이나 멍해 있었다.

팔찌를 꽉 잡은 그녀의 작은 얼굴엔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 가격은 그녀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었다. 이 장신구가 이렇게 값어치가 있을 줄 몰랐다.

이 2억 원이 있으면 엄마의 병원비는 말할 것도 없고, 앞으로의 치료비도 모두 해결될 것이고, 윤찬을 더 좋은 학교에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구현수가 그녀에게 준 결혼 선물이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갑자기 구현수가 상자를 건네줄 때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이것들은 내가 꺼낼 수 있는 전부이자 이 집의 전부야. 우린 이미 결혼했으니,

너에게 이 집을 맡기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

강서연은 입술을 깨물며 마음속으로 미안함을 느꼈다.

'그 사람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나한테 맡겼는데, 난 그 사람의 성의를 어떻게 대한 거지?'

"아가씨, 이 가격이 마음에 안 드시나요?"

점원은 얼굴에 미소를 띠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가격은 더 협상할 수 있습니다. 제가 담보 기록을 보여 드릴 테니, 참고하세요......"

"안 할래요!"

강서연은 벌떡 일어나 팔찌를 재빨리 가방에 넣었다.

"네?"

그녀는 점원이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이미 보석 가게를 뛰쳐나갔다. 가녀린 모습은 붐비는 사람들 속으로 사라졌다.

"하하, 저당 안 한다고?"

믿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계단 쪽에서 들려왔다.

점원은 몸을 돌려 공손히 인사를 했다.

"도련님!"

남자는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꺼내 들며 웃으며 말했다.

"셋째 형님, 형수님이 형님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보물을 나한테 저당하러 온 것을 알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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