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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내일 11시

مؤلف: 세련을담다
last update تاريخ النشر: 2026-10-05 19:34:11

미래는 본능적으로, 그리고 번개처럼 진희의 손을 낚아채듯 놓아버리고는 엘리베이터 문 쪽으로 성큼 걸어 나왔다.

민서맘은 엘리베이터 안쪽의 진희를 미처 확인하기 전, 환하게 웃으며 미래에게 인사를 건넸다.

"어머, 진원 어머니?"

미래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고통을 숨기며 입꼬리를 올렸다.

"안녕하세요, 민서 어머니."

그제야 민서맘의 시선이 미래의 뒤에 서 있는 진희에게로 향했다. 민서맘의 눈이 미세하게 가늘어졌다.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지난번 호텔 수영장에서 목격했던 두 사람의 묘하게 다정했던 분위기가 스쳐 지나갔다. '어? 저번에도 둘이 같이 있더니, 오늘도?' 라는 의심의 불씨가 그녀의 눈동자에서 일렁였다.

민서맘은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그러나 뼈가 있는 목소리로 진희에게 눈을 맞췄다.

"어머, 유 원장님도 안녕하세요~?"

진희는 조금의 당황함도 없이, 마치 진료실에서 환자를 대하는 듯 완벽하고 정중한 가면을 썼다. 그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낮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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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치동에 미래가 없다   203. 평창동

    미래는 차를 몰아 평창동 본가로 향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엄마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다그치며 마중 나왔다."너, 박 서방이 대체 뭐라고 그러는데? 어디까지 알고 그러는 거야?"미래는 재킷 자락을 움켜쥔 채 힘없이 입을 열었다."그 사람…… 피부과 의사야. 그이랑 같이 다니는 피부과, 우리가 서로 바라보는 눈빛이 애절하다면서……."엄마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뭐? 사진이라도 찍힌 것도 아니고, 고작 눈빛 가지고 그래? 너, 그래서 딱 잡아뗐는데도 안 믿는 거야?""응……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전혀 안 믿어."엄마는 기가 막히다는 듯 이마를 짚더니, 미래의 등짝을 매섭게 찰싹 내리쳤다."이 멍청한 것아! 도대체 어떻게 티를 냈길래 눈치를 채는 거야? 둘이 대놓고 뒹구는 걸 눈으로 본 것도 아닌데! 그리고 피부과 의사? 잠깐 너 데리고 놀다가, 집안에서 밀어주는 반듯한 혼처 자리 나면 그만인 것들이야. 너 당장 정신 차려!"미래는 왈칵 치밀어 오르는 서러움에 눈물을 삼키며 고개를 저었다."알아, 엄마…… 서윤이랑 진원이 때문에 어떻게든 정신 차리려고 했어. 그런데…… 마음대로 안 돼."결국 울음이 터진 미래가 바닥에 주저앉듯 흐느꼈다."엄마…… 나 그 사람 너무 사랑해…… 정말 미치겠어."그 처절한 고백에 엄마는 혀를 차며 미래의 어깨를 사정없이 흔들었다."사랑? 내가 뭐라고 했어? 엄마 닮으려면 완벽하게 닮으라고 했지! 내가 네 새아버지가 좋아서 이 집에 평생 붙어 살았니? 내가 배운 게 있니, 내세울 집안이 있니? 좋은 거 먹여주고 입혀주는 남자 옆에서 비위 맞춰가며 버틴 거야, 이 멍청아! 엄마는 나이 든 영감탱이 옆에서도 버텼는데, 너는 박 서방처럼 인물 번지르르하고 능력까지 다 갖춘 남자가 남편인데 대체 뭐가 아쉬워서 이 난리야?"엄마의 목소리가 점점 더 높아졌다."한동안 너한테 무심했다고? 남자들이 돈 벌어오느라 바쁘면 무심할 수도 있는 거지, 그게 대수니? 너 마음대로 돈 쓰게 해주고 편하게 살게

  • 대치동에 미래가 없다   202. 북엇국

    깊은 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성웅이 술에 취한 채 들어왔다. 은은한 술 냄새와 함께, 거실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무겁게 가라앉았다.미래는 긴장한 얼굴로 다가가 성웅의 코트와 겉옷을 받아 들려 손을 뻗었다. 하지만 성웅은 차가운 눈빛으로 미래의 손을 쳐내며 퉁명스럽게 뱉었다."됐어, 저리 가."말을 마친 성웅은 그대로 안방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시작했다. 미래는 복잡한 마음을 억누르며 주방으로 가서 따뜻한 꿀물을 타 들고 침실로 갔다.잠시 후, 샤워를 마치고 가운을 걸친 채 나온 성웅에게 미래가 말없이 꿀물 잔을 건넸다. 성웅은 잔을 받는 대신, 미래의 얼굴을 빤히 올려다보며 비꼬듯 물었다."왜? 아까 내가 티 내지 말고 잘하라고 하니까, 지금 그 연기하는 거니?""아니에요…… 그냥 해드리고 싶어서 그랬어요."미래가 간신히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자, 성웅의 입꼬리가 비틀렸다."왜? 하려면 똑바로 해. 내 얼굴 보고, 눈 똑바로 마주치고, 생긋생긋 웃으면서 해. 이런 식으로 영혼 없이 굴지 말고."성웅은 꿀물을 단숨에 들이켜더니 잔을 거칠게 내려놓고, 그대로 미래의 손목을 잡아끌어 침대 위로 눕혔다."성웅 씨…… 하지 말아요. 저……."미래가 사정하듯 거부했지만, 성웅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그의 손길에는 애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성웅은 미래의 옷을 거칠게 벗겨내고는, 미래의 두 팔을 머리 위로 붙잡아 손가락을 깍지 낀 채 얽어쥐었다. 저항조차 할 수 없는 완벽한 제압 속에서, 잔인한 관계가 시작되었다.성웅이 차갑게 내뱉었다."우리가 부부인데, 이것도 못 해? 너도 좋아하잖아."미래는 그 모멸감을 고스란히 받아내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 순간, 차 안에서 서윤이 했던 말들이 뇌리를 스쳤다.'그래도 요즘은 아빠가 엄마한테 훨씬 잘해주는 것 같아서 좋아…….'아이의 그 순진하고 애틋했던 목소리가 떠오르는 순간, 서러움과 비참함이 목 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눈물이 왈칵 차올랐지만, 미래는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한 채 입술

  • 대치동에 미래가 없다   201. 서윤이의 고백

    호텔 로비를 빠져나온 미래의 눈앞에는, 기가 막히게도 박 기사의 차가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 성웅이 미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 위해 박 기사를 붙여둔 것이 분명했다.미래는 차 문을 열어주는 박 기사를 향해 손을 내저었다."박 기사님, 저 그냥 택시 타고 갈게요. 그만 들어가 보세요."하지만 박 기사는 난처한 표정 속에서도 칼같이 선을 그었다."아닙니다, 사모님. 대표님께서 안전하게 모셔다드리라고 하셨습니다. 타시지요."여기서 더 거부하다가는 박 기사까지 성웅의 눈총을 받게 될 터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미래는, 결국 마지못해 뒷좌석에 올라탔다.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빌딩들을 바라보는 내내, 미래의 머릿속은 온통 진희 생각으로 가득 찼다. 불안과 공포가 짓누르는 그 끔찍한 순간에도, 아이러니하게도 가슴 한켠에서는 진희의 얼굴과 그 따스한 목소리가 간절하게 떠올랐다.집에 도착해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주머니 속 휴대폰이 진동했다. 진희에게서 온 문자였다.[점심 먹었어요? 맛있게 먹고, 내일 나 오프니까 뭐 하고 싶은지 생각해 놔요.]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지금 자신을 둘러싼 이 살벌한 파국을 알 리 없는 진희의 다정한 문자에, 미래는 터져 나오는 눈물을 삼키며 간신히 휴대폰을 쥐었다.바로 그때, 이번엔 친정엄마의 전화가 울렸다. 미래가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자마자, 수화기 너머로 엄마의 다급하고 앙칼진 목소리가 쏟아졌다."미래야! 엄마 내일 서울 가려고 비행기표 예매했다. 내일 오전 10시 도착이니까, 공항에서 바로 너희 집으로 갈 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엄마…… 그이가…… 다 알았어."엄마의 숨소리가 일순간 뚝 멎었다. 곧이어 경악에 찬 비명이 터져 나왔다."뭐? 얘가, 얘가 미쳤어?! 진짜 들켰다고? 이걸 어쩐담……! 아이고, 이게 웬일이야! 딱 잡아떼지 그랬어!""아니라고 하긴 했어…….""뭐? 하긴 했어? 하긴 했다는 건 또 뭐야! 아니라고 하려면 완전히 싹 잡아떼야지, 그걸 만만하게 보여줬어?

  • 대치동에 미래가 없다   200. 앞담화

    어제 진원 엄마와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던 일로 한껏 흥분해 있던 윤지맘은, 오전 일정을 마치고 동네 크라상 베이커리에 들러 빵을 고르고 있었다. 그때 마침 카페테리아 쪽에서, 아이들 수영장 친구 엄마들인 민서맘과 유진맘이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어머, 윤지맘! 여기서 만나네. 빵 사러 나왔어?""네, 언니들도요? 반가워요!"세 사람은 자연스럽게 창가 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 아이들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대화는 금세 요즘 한창인 수영 이야기로 흘러갔다."근데 민서맘, 민서 이번에 강남구 대표로 수영 대회 나가는 거 맞죠?""아휴, 말도 마세요. 민서는 내년에 아예 미국 얼바인으로 유학 가기로 해서, 떠나기 전까지 끝까지 좀 더 시켜보려고요. 수영도 대치동이 엄청 빡쎄잖아요. 그래서 우리 민서 요즘 매일 떡실신이에요.""아, 맞아요. 수영도, 테니스도, 축구도. 공부뿐만 아니라 운동도 대치동이 잘 가르쳐요.""왜, 꼬맹이들 인라인도 줄넘기도 그렇다잖아.""맞아요. 참, 우리 윤지는 이제 6학년 2학기도 앞두고 있고 하니, 수영은 이번을 끝으로 그만두게 하려고요."유진맘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민서맘에게 칭찬을 건넸다."민서는 진짜 미스코리아 출신 엄마 닮아서 기럭지부터가 남달라. 수영 폼이 어쩜 그렇게 예쁜지 몰라.""호호, 감사합니다."화기애애하게 웃음이 오가던 그 순간, 윤지맘의 눈빛이 반짝이더니 훅 치고 들어왔다."참! 나 어제 진짜 이상한 거 봤잖아요. 진원 엄마를 우리 집 앞 엘리베이터에서 봤다니까요?"민서맘과 유진맘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시큰둥하게 받았다."그래요? 진원이네야 뭐, 친한 지인들이랑 오갈 수도 있죠."하지만 윤지맘은 혼자서 눈에 불을 켜고, 목소리를 낮추며 흥분했다."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진짜 미스터리라니까요? 우리 집 쪽이 꺾여서 그 엘리베이터 라인엔 세대수가 몇 개 안 되는데, 그중에서도 맨 안쪽 집은 진짜 누가 사는 기척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집이에요! 그 집에

  • 대치동에 미래가 없다   199. 너희들...잤지?

    정오가 다 되어 갈 무렵, 침대에 멍하니 앉아 있던 미래의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 찍힌 이름은 박 기사였다."사모님, 10분 후에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오십시오. 모시고 이동하겠습니다."거절도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미래를 태운 차가 멈춰 선 곳은, 삼성동 파크 하얏트 호텔의 로비였다.이미 연락을 받고 대기하고 있던 호텔 지배인이 조용히 다가와 미래를 맞이했다."안미래 사모님 맞으시지요. 박 대표님께서 객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모시겠습니다."지배인의 안내로 올라간 고층의 객실. 복도 끝에 다다르자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쾅거렸다. 미래가 떨리는 손가락으로 초인종을 눌렀다.잠시 후 문이 열렸다. 그곳에, 차가운 기운을 두른 성웅이 서 있었다.말없이 안으로 들어선 미래는 거실 창가의 소파에 성웅과 마주 앉았다. 무거운 침묵 속에서, 성웅은 턱을 괸 채 미래를 응시하다가 낮게 입을 열었다."언제부터야."미래는 떨리는 목소리를 간신히 가라앉히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성웅 씨가 생각하는 그런 거, 정말 아니에요."성웅의 입꼬리가 비틀렸다."아니라고? 거짓말 한 번만 더 해 봐. 그럼 그 자식 끌고 와서 내 눈앞에 무릎 꿇릴 테니까. 다시 묻는다. 언제부터야."피할 곳도, 도망칠 곳도 없었다. 미래는 두려움을 억누르며 최대한 단호하게 맞받아쳤다."언제부터 그런 사이, 아니에요. 병원 말고 양재천 산책하다가 우연히 몇 번 마주친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성웅 씨가 상상하는 그런 만남은 없었어요. 양재천 주변에 살고 그 피부과를 다니는 사람이라면, 오가며 마주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에요? 오히려 저는, 성웅 씨가 왜 이런 상상까지 하게 된 건지 그게 더 궁금해요."그 발뺌에, 성웅은 기가 막힌다는 듯 실소를 터뜨렸다."왜? 하하…… 지금 왜라고 했니? 너도 나만큼 좋아했잖아. 그런데 언제부턴가 계속 몸을 빼고 피하고…….""그건…… 요즘 서윤이 시험 기간이라 신경 쓸 게 많아서…….""그래, 그것도 있었지! 하지만

  • 대치동에 미래가 없다   198. 한 마디만 더 해

    성웅의 입에서 유진희라는 세 글자가 튀어나오는 순간, 미래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정곡을 찔린 충격과 공포에, 미래는 턱을 파르르 떨며 얼어붙었다."아…… 아니에요. 그런 거……."어설프게 말을 더듬으며 부인하는 미래의 모습은, 오히려 성웅의 확신에 불을 지필 뿐이었다. 성웅은 서늘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미래를 쏘아보며 코웃음을 쳤다."아니야? 그럼 둘이 진료실에서 주고받던 그 애절하고 미쳐 돌아가는 눈빛은 뭔데?"그 이름이 나오는 순간, 미래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자신의 파멸이나 안위보다도, 진희에게 이 불똥이 튀게 할 수는 없다는 절박함이 먼저 솟구쳤다. 미래는 떨리는 목소리를 쥐어짜며, 오히려 더 강하게 부인했다."어떻게 그런 생각을 해요? "성웅 씨, 이 정도밖에 안 돼요?"성웅은 그 거센 역공에 기가 막힌다는 듯 얼굴을 일그러뜨렸다."어, 이 정도야. 그럼 너네는 뭔데? 아니라고? 아닌데 왜 한 놈은 아주 눈이 뒤집혀서 훔쳐 가려는 눈빛이고, 또 한 사람은 당장이라도 못 가서 안달 나 죽으려고 해? 어디 감히 내 눈앞에서 그런 눈빛을 주고받아!"성웅의 벼락같은 고함에 미래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지만,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각오로 눈에 힘을 주었다."절대 아니에요! 성웅 씨, 마음대로 생각해요. 더 이상 할 말 없어요!"미래는 더 이상 성웅의 얼굴을 마주하고 있다가는 진실을 들킬 것만 같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대로 욕실로 걸어 들어갔다.쾅, 하고 욕실 문이 닫혔다. 미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꾹꾹 눌러 담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진희에게 불똥이 튀지 않게 악을 쓰며 버텨냈지만,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공포가 온몸을 조여오고 있었다.성웅은 침대 헤드에 놓여 있던 베개를 거칠게 낚아채더니, 쾅 소리가 나도록 문을 박차고 나가 서재로 향했다.두 사람 사이에 놓인 의심의 골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파국을 향해 거칠게 치닫고 있었다.다음 날 아침 5시. 성웅은 어젯밤의 분노가 거짓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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