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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무엇을 숨기고 있는거지

last update Data de publicação: 2026-10-10 09:46:46

새벽 1시가 넘어서야, 오랜만에 아빠와 함께 거실에서 실컷 먹고 영화를 보며 한바탕 신나게 놀던 아이들이 마침내 방으로 들어가 잠이 들었다.

거실의 요란했던 열기가 가라앉고, 성웅과 미래도 조용히 침실로 들어섰다.

미래는 샤워를 마친 뒤 화장대 앞에 앉아 얼굴과 몸에 수분크림을 바르기 시작했다. 투명한 크림을 펴 바를 때마다, 저녁에 진희가 보냈던 문자가 스쳐 지나갔다.

[오늘 밤에는 수분크림 듬뿍 발라요.]

그 짧은 한마디에 심장이 아릿하게 조여왔다. 진희와 헤어지는 일 따위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앞으로 다가올 현실의 벽이 얼마나 높고 단단한지 알면서도, 미래는 그 불가능한 사랑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때 욕실 문이 열리고 성웅이 씻고 나왔다.

화장대에 앉아 멍하니 크림을 바르던 미래의 뒤로 다가온 성웅이,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그리고 거울 너머가 아니라, 미래를 직접 돌려세워 깊고 차분하게 눈을 맞추었다.

"미래야…… 너 강아지 아니야."

뜬금없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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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치동에 미래가 없다   182. 집안 내력

    수화기 너머에서 엄마가 콧방귀를 뀌며 매몰차게 말을 받았다."얘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박 서방이 그동안 십몇 년을 너한테 차갑게 굴다가, 요새 갑자기 잘해준다며? 혹시 그거, 박 서방이 밖에서 딴짓하다가 이제 돌아온 거 아니야?""몰라…… 하지만 성웅 씨는 그런 사람 아닐 거야. 왜 갑자기 잘해주는지는 나도 몰라. 근데 엄마, 잘해줘도, 잘 안 해줘도…… 난 편하지가 않아. 너무 숨 막히고, 항상 긴장하게 돼."미래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엄마…… 나, 그 사람이랑 편하게…… 나답게 살면 안 되는 거지?"엄마가 기가 차다는 듯 혀를 찼다."너 애들은 어떻게 하고 그래? 정신 차려, 이 미련한 년아!""모르겠어……."미래는 결국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서러운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침실 문밖에서 그 울음소리를 들은 정례는, 들고 있던 찻잔을 끝내 내려놓지 못한 채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소리 없이 발걸음을 돌려 거실로 나갔다."엄마……."미래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무언가 말하려던 순간, 엄마가 차갑게 그 말을 잘랐다."엄마 닮으려면 똑바로 닮아. 내가 왜 네 새아버지 밑에서 버틴 줄 알아? 엄마가 참고 버텨서 너 미국으로 유학도 보냈고, 그래서 박 서방 같은 남자가 너 좋다고 한 거야. 우리 둘이 형편 어렵게 살았어 봐. 그렇게 잘난 남자는 만나지도 못했지만, 만났다 해도 뻔했겠지."엄마의 쌀쌀맞은 목소리가 예리하게 미래를 파고들었다."네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 다 내가 참고 버틴 데서부터 시작된 거야. 계속 그렇게 살려면 너도 참아야 하는 게 있는 거고. 그딴 놈이 잠깐 잠자리에서 잘해줘서 네가 좋아 죽는 거, 엄마도 여자로서 이해 못 하는 거 아니야. 근데 너, 그놈이 어떤 놈인 줄 알고 일을 쳐? 그놈이 네 돈 보고 딱 달라붙은 놈이면 어떡할 거고? 그런 놈이 그냥 입 다물고 재미만 보는 놈이면 그나마 양반인 거야. 너 세상이 그렇게 만만한 줄 알아?"엄마의 목소리가 점점 더 거칠어졌다."다른 여자들은 박 서

  • 대치동에 미래가 없다   181. 열린 문틈

    눈앞이 다시 흐려졌다. 보고 싶다는 그 단순하고도 간절한 한마디에, 이별을 결심했던 마음이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렸다.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 마음을 멈출 수도 없는 지독한 딜레마 속에서, 미래는 핸드폰을 꽉 쥔 채 그대로 침실로 걸어가 침대에 엎드렸다.휴대전화를 가슴에 품은 채, 미래는 하염없이 울다 지쳐 까무룩 잠이 들었다.얼마나 울다 잠들었을까. 눈을 떠 시계를 보니 어느덧 두 시간이 지나 오후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오자, 점심 준비를 하던 정례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미래를 돌아보며 물었다."사모님, 점심은 뭐 해드릴까요? 입맛 없으시면 매콤하게 비빔국수라도 해드릴까요?""……그래요, 이모 편한 대로 해주세요."미래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하얗게 질려 있었고, 목소리마저 다 쉰 채로 겨우 흘러나왔다.정례는 밥상을 준비하다 말고, 조심스럽다 못해 안타까운 목소리로 물었다."사모님…… 혹시 무슨 걱정 있으세요? 요즘 두 분 사이도 좋고, 사장님이 사모님 엄청 챙겨주시는 모습 보기 좋던데요……."성웅은 누가 봐도 흠잡을 데 없이 다정한 남편이었다. 부부 사이에 아무런 문제도 없어 보이는데 미래가 이토록 피폐해진 이유를, 정례는 도무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정례의 그 말에, 꾹 참고 있던 미래의 눈시울이 다시 붉어졌다."……아니에요, 이모."차마 입 밖으로 진실을 꺼낼 수 없어, 미래는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말들을 억지로 삼키며 시선을 피했다.정례는 미래가 무엇 때문에 저토록 속이 문드러지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적어도 성웅과의 갈등 때문은 아니라는 것만큼은, 본능적으로 눈치채고 있었다.정례가 매콤새콤한 비빔국수를 정성스럽게 말아 내왔다. 하지만 미래는 겨우 몇 젓가락을 입에 대는 둥 마는 둥 하다 내려놓았다. 국수가 넘어가는지 쓴물이 고이는지 모를 만큼, 넋이 빠져나간 상태였다.그때, 식탁 위로 미래의 스마트폰 진동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미래는 황급히 휴대폰을 집어 들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문을

  • 대치동에 미래가 없다   180. 모래성

    주말 아침, 해가 채 높이 뜨기도 전부터 서윤과 진원이 거실을 발칵 뒤집어놓았다.아이들은 눈을 뜨자마자 아빠에게 달려가 오늘 야구장에 가자고 성화였다. 성웅은 거실 소파에 앉아 가볍게 커피를 마시며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주방에서 아침 준비를 하던 미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미래야, 저 녀석들이 아침부터 야구 보러 가자고 조르네. 진원이 이번 주 학원 일정은 괜찮은가? 서윤이는 이제 출국 준비만 하면 되니까 무리는 없지?"미래는 앞치마를 고쳐 매며 잠시 고민하다가 부드럽게 대답했다."학원 스케줄은 조정하면 돼요. 서윤이 미국 들어가기 전에 누나랑 시간 좀 보내면 좋죠."그 대답에 성웅은 아이들을 향해 시원스럽게 허락했다."그래, 날씨도 좋은데 야구장 가자!"성웅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아이들은 "야호!" 하고 환호성을 지르며 거실을 뛰어다녔다.하지만 성웅의 눈빛은 아이들의 환호 속에서도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평소라면 온 가족이 함께 움직이는 주말 나들이에 미래도 당연히 따라나서는 것이 원칙이었다. 하지만 성웅은 어젯밤 품 안에서 느꼈던 묘한 이질감과 굳어 있던 아내의 표정을 떠올렸다. 미래의 진짜 속내가 무엇인지, 자신에게서 어떤 거리를 두고 있는지 떠보기 위해, 성웅이 가볍게 물었다."미래야, 너는 집에서 좀 쉴래? 야구장 시끄럽고 복잡할 텐데, 집에서 혼자 편하게 쉬는 게 나을지도 몰라.""아니에요…… 저도 같이 가야죠."입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성웅의 예리한 시선은 이미 미래의 미세하게 흔들리는 눈동자와 굳어진 얼굴빛을 낱낱이 읽어내고 있었다. 같이 가겠다고 말하면서도, 그 눈빛 속에는 홀로 남겨질 시간에 대한 미묘한 안도감과 긴장이 뒤섞여 있었다.성웅은 자리에서 일어나 미래에게 다가가 그녀의 두 어깨를 따스하게 감싸 쥐었다. 하지만 그 다정한 손길 아래 숨겨진 시선은 서늘할 만큼 예리했다."아냐, 오늘은 내가 애들 온전히 맡아서 다녀올 테니까 따라오지 마. 그동안 신경 쓰느라 피곤했을 텐데, 피부 관리나 마사지라도 받으면서

  • 대치동에 미래가 없다   179. 무엇을 숨기고 있는거지

    새벽 1시가 넘어서야, 오랜만에 아빠와 함께 거실에서 실컷 먹고 영화를 보며 한바탕 신나게 놀던 아이들이 마침내 방으로 들어가 잠이 들었다.거실의 요란했던 열기가 가라앉고, 성웅과 미래도 조용히 침실로 들어섰다.미래는 샤워를 마친 뒤 화장대 앞에 앉아 얼굴과 몸에 수분크림을 바르기 시작했다. 투명한 크림을 펴 바를 때마다, 저녁에 진희가 보냈던 문자가 스쳐 지나갔다.[오늘 밤에는 수분크림 듬뿍 발라요.]그 짧은 한마디에 심장이 아릿하게 조여왔다. 진희와 헤어지는 일 따위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앞으로 다가올 현실의 벽이 얼마나 높고 단단한지 알면서도, 미래는 그 불가능한 사랑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그때 욕실 문이 열리고 성웅이 씻고 나왔다.화장대에 앉아 멍하니 크림을 바르던 미래의 뒤로 다가온 성웅이,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그리고 거울 너머가 아니라, 미래를 직접 돌려세워 깊고 차분하게 눈을 맞추었다."미래야…… 너 강아지 아니야."뜬금없는 그 말에 미래가 놀란 듯 눈을 깜빡였다. 새벽녘 자신이 던졌던 그 한마디를, 성웅은 잊지 않고 있었다. 성웅은 미래를 화장대 의자에서 일으켜 세워 자신의 품에 폭 안아주었다. 그리고는 더 말없이 미래의 로브와 슬립을 부드럽게 벗겨내고, 마치 가벼운 인형이라도 되듯 그녀를 번쩍 안아 침대 쪽으로 걸어갔다.침대에 조심스럽게 미래를 눕힌 성웅은 그 위로 몸을 겹치며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는 미래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아주 낮고 정중한 목소리로 물었다."오늘은 어때?…… 해도 되는 거야?"아내의 의사를 존중하려는 듯 다정하고 배려 깊은 물음이었지만, 지금의 미래에게는 그 태도가 오히려 더 잔인한 족쇄처럼 다가왔다.미래는 성웅의 다정한 눈빛을 마주하지 못한 채, 시선을 슬그머니 피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거부하지도, 그렇다고 원하지도 않은 채, 그저 조용히 눈을 감았다.그것은 남편을 향한 사랑도, 오랜만에 차오른 욕구도 아니었다. 진희와 은밀한 시간을 보내

  • 대치동에 미래가 없다   178. 깨진 철칙

    미래가 전화를 받자마자, 진원이가 신난 목소리로 소리쳤다."엄마! 올 때 콜라랑 큰 아이스크림 사다 줘! 아, 그리고 짜파게티도 떨어졌으니까 그것도 같이 사 와야 돼!"이어 수화기 너머로 성웅의 목소리가 겹쳐 들려왔다."미래야, 아직 멀었어? 얘네들 지금 어렸을 때 봤던 스파이더맨 시리즈 다 찾아내서 다시 보겠다고 난리야. 많이 늦니?"진희와 단둘이 있을 때의 달달하고 부드럽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미래는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진희는 눈앞에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긴장으로 굳어버린 미래의 모습을 처음으로 목격했다. 숨소리마저 조심스럽게 죽인 채, 미래가 굳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네…… 조금만 더 있다가 갈게요.""그래, 얘네들 그동안 엄마 눈치 보느라 못 먹었던 거 오늘 아주 작정하고 다 먹겠다네. 너무 늦지 않게 들어와."뚝, 하고 전화가 끊어졌다.머릿속으로는 수없이 예상했던 모습이었다. 남편과 아이들 틈에서 살아가는 미래의 일상이 어떨지, 그 그늘이 얼마나 깊을지 짐작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전화 한 통에 이토록 무력하게 얼어붙는 그녀의 진짜 현실을 눈앞에서 마주하니, 진희의 가슴은 생각보다 훨씬 더 깊게 무너져 내렸다.'내가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더 숨이 막히는 곳에서 살아가고 있었구나…….'차 안에는 다시 묵직하고 서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미래는 스마트폰을 쥔 손을 잘게 떨며 차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고, 진희는 그런 미래를 말없이 바라보며 씁쓸하게 굳어가는 가슴을 쓸어내렸다.엄밀히 말해, 세상의 빛을 받지 못할 이 관계 속에서 진짜 침입자는 자신들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역전되어 있었다. 두 사람의 온전한 시간을 짓밟으며 들이닥친 진짜 침입자는, 성웅과 아이들이라는 현실이었다.진희는 아무 말 없이 미래를 끌어당겨 자신의 가슴에 푹 안아주었다. 떨리는 작은 어깨를 감싸 안은 채, 차가운 현실의 서늘함이 틈타지 못하도록 그저 묵직하고 따스한 온기로 그녀를 다독일 뿐이었다.한참 뒤, 가라앉

  • 대치동에 미래가 없다   177. 해피앤드

    농구가 끝나고 진희는 땀을 훔치며 대학생들과 가볍게 손을 맞부딪쳤다. 그리고 벤치 쪽을 돌아보며 환하게 웃었다."잠깐만요. 물 좀 사 올게요."진희가 편의점으로 뛰어간 사이, 미래는 혼자 차에 올라 조수석에 몸을 기댔다. 손에 쥔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얼음이 다 녹아 미지근해져 있었다. 창밖으로 아직도 공을 튀기는 대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전까지 그 속에서 소년처럼 웃던 진희의 얼굴이, 감은 눈꺼풀 위에 자꾸만 떠올랐다.잠시 후, 운전석 문이 열리고 진희가 생수 두 병을 들고 올라탔다. 땀에 젖은 머리칼에서 밤공기 냄새가 났다."자, 미래 씨도 하나……."물병을 건네려던 진희의 손이 멈췄다.미래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미래 씨?"미래는 웃으려 애썼다. 하지만 입꼬리가 올라가기도 전에, 목소리가 먼저 떨려 나왔다."미안해요.""…….""나 같은 사람이…… 진희 씨를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그 말과 함께, 참고 있던 눈물 한 방울이 미래의 뺨을 타고 뚝 떨어졌다.진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손에 들고 있던 물병을 조용히 내려놓고, 두 손으로 미래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그리고 그녀의 젖은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내가 더 미안해요."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였다.진희는 천천히 몸을 기울여, 눈물이 맺힌 미래의 눈 위에 입술을 내려놓았다. 한쪽 눈에, 그리고 다른 쪽 눈에. 이어 이마에, 다시 젖은 눈가에, 그리고 눈물이 지나간 뺨 위에. 마치 그녀가 흘린 눈물을 하나하나 거두어 가겠다는 듯, 느리고 조심스러운 입맞춤이었다.입술을 뗀 진희가 다시 미래의 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미래는 그 눈을 마주하지 못한 채, 젖은 속눈썹을 내리깔고 아래만 바라보고 있었다."미래 씨. 나 봐요."미래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우리 서로 미안해하지 말아요. 그 대신…… 더 사랑해요.""진희 씨, 나 때문에……."미래가 무언가 말하려던 그 순간, 진희는 조용히 그녀의 입술을 머금었다. 더 이상 아픈 말을 꺼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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