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민은 옆에 앉은 유지안을 흘끗 보며 말했다. “내려.”그는 유지안에게 차에서 내리라고 하고는 그녀를 길 한복판에 내팽개치듯 버렸다.유지안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리무진은 굉음과 함께 질주하며 사라졌고 유지안의 얼굴에는 차가운 바람과 매연만이 남았다.유지안은 분노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지서현은 이미 하 씨 저택에 도착해서 거실 소파에 앉아 김옥정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저택의 대문이 열리고 차가운 밤공기와 함께 고귀하고 기품 있는 남자, 하승민이 들어왔다.가정부가 정중하게 인사했다.“도련님, 오셨어요?”하승민
하승민의 잘생긴 얼굴이 순식간에 싸늘하게 굳어졌다. 유정우 때문에 지서현이 피임약을 먹었던 일을 하승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동안 그녀에게 연락하지 않은 것도 그녀와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서였다.그런데 오늘 지서현이 본가에 와서 저녁을 함께 먹자 하승민은 지서현이 자신에게 화해의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혼이라니?그것도 하루도 기다릴 수 없다고?하승민의 인내심은 바닥나고 있었다.하승민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지서현을 쏘아보며 그녀의 가녀린 팔을 움켜잡았다.“오늘 본가에 온 건 나를 화나게 하려는
“그만, 그만 해요!”지서현은 하승민의 말을 잘랐다.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정말 한마디도 듣고 싶지 않았다.그는 지서현이 자신의 말을 듣기를 바랐다. 이 모든 것이 지서현이 거부했던 것임을 기억하게 하고 싶었던 것이다.지서현이 거부했기에 자신이 그녀의 친구에게 줬다고 말이다.하승민은 지서현을 놓아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좋아, 이혼. 내일 당장 하지. 할머니만 아니었으면 넌 진작 하씨 가문 안주인 자리에서 쫓겨났어. 내 주변엔 여자가 넘쳐나니까.”지서현은 가슴이 너무 아팠다. 지서현은 하얀 손가락을 꼭 쥐고
지서현이 발을 떼려는 순간, 경쾌한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이 변호사의 전화였다.“여보세요, 지서현 씨, 경찰서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빨리 와 주세요!”지서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린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그녀는 뒤돌아서 달렸다....지서현이 경찰서에 도착하자 이 변호사가 빠르게 다가왔다.“지서현 씨.”“아린이는 어떻게 됐나요?”지서현의 목소리는 뚝 끊겼다. 익숙한 모습, 유지안이 보였기 때문이다.유지안은 오늘도 명품으로 치장하고 대스타답게 여러 사람을 대동했는데 오늘은 변호사 두 명까지 더 데
“하 대표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바빠.”그는 냉정하게 거절했다.“할 말 있으면 내 비서한테 전해. 예약 잡고.”말을 마친 그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소아린을 위해서라도 하승민을 만나러 가야 했다.“이 변호사님, 제가 연락 드릴게요.”...지서현은 그린 타운에 도착했다. 가정부가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사모님.”“승민 씨 있어요? 들어가서 저 왔다고 전해 주세요. 꼭 만나야 해요.”“네, 사모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지서현은 밖에서 기다렸다. 곧 가정부가 돌아와 말했다.“사모님, 대표님은 서재에 계
하승민은 곁눈으로 유지안을 쳐다보았다.유지안은 그의 손을 눌렀다. 날카롭고도 아름다운 뼈마디가 선명하게 느껴졌고 단단한 손목에 감긴 값비싼 시계까지 손끝에 닿았다. 차갑고 고급스러운 감촉은 그와 닮아 있었다. 만지면 안 될 것 같으면서도 만지고 싶은 그런 느낌이었다.유지안의 청순한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하 대표님, 그날 밤... 저는 원해서 한 거예요. 그날 밤은 제... 첫 경험이었는데. 기억하세요?”고우섭은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말하려고 했다.“형...”그러나 옆에 있던 재벌 2세가 그의 말을 막으며 작은
그녀가 등장하자 무대 아래는 뜨거운 함성으로 가득 찼다.음악이 흐르기 시작하고 무대 위의 실루엣이 음악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했다.그녀는 물뱀처럼 유연한 몸짓으로 폴에 매달려 회전하고 뛰어올랐다.버드나무처럼 유연한 몸은 어떤 모양이든 자유자재로 만들어 냈고 그 시각적 충격에 관객들은 열광적으로 환호했다.VIP 테이블 석에 있던 재벌 2세는 흥분하며 고우섭의 팔을 잡아끌었다.“우섭아, 여기 언제 이런 미녀가 나타났어? 왜 우리한테 말 안 해 줬어?”고우섭은 무대 위의 인물을 보며 어리둥절했다. ‘이 정도 미모면 술집에서 간
지서현은 유지안을 쓸어보며 말했다.“저기, 좀 비켜주시겠어요? 하 대표님과 춤을 춰야 하는 데 방해가 되네요.”지서현은 대담하게 도발하며 유지안에게 자리를 비키라고 직접적으로 말했다.유지안은 화가 나서 주먹을 꽉 쥐었다. 절대 비켜주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옆에 있던 재벌 2세들이 떠들어댔다.“유지안 씨, 얼른 비켜줘.”유지안은 결국 지서현을 쏘아보기만 한 채 마지못해 옆으로 물러섰다.지서현은 속으로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이미 유지안의 실체를 꿰뚫어 보았고 이것은 그녀의 반격의 시작일 뿐이었다.지서현은 하승민을 바라보
다른 여학생이 말했다.“진세윤 아빠가 마약상이라던데?”양지혜가 고개를 끄덕였다.“어. 진세윤은 마약상 아들이야. 게다가 엄마는 눈이 안 보이고 중학생 여동생도 하나 있는데 집안 형편이 말도 아니래. 그런데 마약상 아버지, 눈먼 어머니, 공부하는 여동생, 망가진 진세윤. 이런 상황이 오히려 내 도전 의식을 자극하더라. 하하.”양지혜와 주변 여학생들은 배꼽을 잡고 웃었다. 진세윤의 가정을 비웃고 있었다.엄수아는 기분이 상했다. 그녀는 수도꼭지를 잠그고 예쁜 눈으로 양지혜 일행을 쏘아보았다.“그만 좀 웃으시죠?”엄수아의 갑작스
하승민은 답장하라고 명령했다.지서현은 기가 막혀 웃음이 나왔다. ‘자기가 누군데 명령하는 거지? 회사 사장인가? 왜 그의 말을 들어야 하는데?’지서현은 다시 한번 무시했다.운전석에 앉은 소문익이 웃으며 말했다.“서현아, 하 대표랑 이혼은 했지만 뭔가 깔끔하게 정리된 것 같지는 않네. 하 대표 그 녀석이 아직 너한테 미련이 남은 것 아니야?”지서현이 대답했다.“글쎄요.”소문익이 말을 이었다.“매장에서 내가 네 허리를 감싸 안았을 때 하 대표 눈빛이 내 손을 잘라버릴 듯하던데. 서현아, 네 가짜 남자친구 노릇하는 것도 쉬
지동욱과 강미화는 예비 사위 C 신에게 매우 만족하고 있었다.하지만 지예슬의 얼굴은 어두웠다.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C 신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 지예슬은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여보세요, C 신?”하지만 차갑고 기계적인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죄송합니다. 고객님이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없는 번호라고?’지예슬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다시 전화를 걸어 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기계적인 여자 목소리만 들려왔다.“죄송합니다. 고객님이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지예슬은 곧바로 카톡을 열어
C 신이 여자라고?박경애와 지예슬은 얼어붙었다. 두 사람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서 물었다.“소문익 씨, 무슨 말씀이세요? C 신이 어떻게 여자예요? 저랑 사귀는 사람인데, 남자라고요!”소문익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저는 C 신과 아는 사이일 뿐만 아니라 친분도 두텁습니다. 제가 여자라고 하면 여자인 겁니다.”지예슬은 충격적인 소식에 그 자리에 굳어버린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돼요, 소문익 씨. 분명 거짓말이죠!”박경애 또한 믿고 싶지 않았다.“소문익 씨, 지금은 서현이 남자친구라고 해서 그런 말도
지유나도 자신감을 되찾았다. 그녀는 지서현에게 도발적인 눈빛을 던진 후 탈의실로 들어가 치마를 입어보았다.곧 지유나는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이윤희와 지예슬은 감탄했다.“유나야, 정말 아름답구나!”지유나는 레이스 치마를 입으니 아름다웠지만 표정이 조금 이상했다. 허리가 너무 조였던 것이다.방금 탈의실에서도 숨을 꾹 참고 겨우 지퍼를 올렸다.지유나는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 올리며 하승민 앞에서 한 바퀴 돌았다.“승민 오빠, 나 예뻐?”하승민은 지유나를 보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윤희가 칭찬을 쏟아냈다.“우리 유나가
지유나는 하승민에게 지서현이 입고 있는 치마를 사달라고 졸랐다.지서현에게 지기 싫은 승부욕은 그녀를 끊임없이 자극했다. 지서현에게 주목이 쏠리는 게 싫었던 지유나는 그 치마를 반드시 손에 넣어야만 했다.사실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었다. 온천에 갔을 때도 지유나는 지서현의 옷을 빼앗으려 했었다.하승민은 지서현을 바라보았다.그때 소문익이 지서현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입을 열었다.“하 대표님, 세상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입니다. 규칙이죠. 안 그렇습니까?”하승민의 시선은 소문익의 손에 꽂혔다. 아까 소문익이 지서현의 어깨에
지유나, 지예슬, 그리고 이윤희도 마치 따귀를 맞은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렸다.지서현은 하승민을 바라보았다.“하 대표님, 이제 제 말 믿으시겠죠?”그녀의 맑은 두 눈은 영롱하게 빛났고 소문익의 품에 안겨 있는 모습에 하승민의 잘생긴 얼굴은 먹구름이 낀 것처럼 어두워졌다.‘이 요망한 여자가! 소문익까지 자기 치마폭에 둘러싸다니, 정말 대단한 여자야!’“서현아, 너 쇼핑하러 온 거잖아. 어때? 마음에 드는 원피스 있어?”점원은 곧바로 레이스 원피스를 가져왔다. “이 원피스가 손님께 아주 잘 어울리실 것 같습니다.”지서현은 고
소문익이 왔다.지유나 일행은 어제 동연당에서 소문익을 만났었기에 오늘 다시 만나자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소문익은 지서현 옆으로 다가왔다.“서현아, 잠깐 전화 받느라 밖에 나갔었는데 무슨 일 있었어? 뭔가 재밌는 걸 놓친 것 같은데.”지서현은 붉은 입술을 끌어올렸다.“아니. 타이밍 딱 맞춰서 잘 왔어. 다들 내 남자친구인 당신을 보고 싶어 했거든..”지서현은 소문익에게 눈짓했다.소문익은 바로 눈치채고 지서현의 가녀린 어깨에 팔을 둘렀다.“이분들은?”지서현은 한 명씩 소개했다.“이분은 지씨 가문 어르신, 이윤희 씨, 지
지예슬은 곧바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붉은 입술을 말아 올렸다.“서현아, 부러워할 것 없어. C신은 내 남자친구야. 우리 곧 결혼할 거라고.”지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재산이 열 배로 늘었다며? 그럼 그 돈은 어디 있어? 그 C신이라는 사람이 언제 준다고 했어?”박경애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게...”“말 안 했나 보네요. 돈이 들어온 것도 아닌데 C신이 열 배든 백 배든 마음대로 말할 수 있겠죠. 아까도 말했지만 그 C신이라는 사람은 사기꾼이에요. 알아서들 하세요.”지예슬은 곧바로 화를 냈다. 남자친구가 C신이라는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