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대표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바빠.”그는 냉정하게 거절했다.“할 말 있으면 내 비서한테 전해. 예약 잡고.”말을 마친 그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소아린을 위해서라도 하승민을 만나러 가야 했다.“이 변호사님, 제가 연락 드릴게요.”...지서현은 그린 타운에 도착했다. 가정부가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사모님.”“승민 씨 있어요? 들어가서 저 왔다고 전해 주세요. 꼭 만나야 해요.”“네, 사모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지서현은 밖에서 기다렸다. 곧 가정부가 돌아와 말했다.“사모님, 대표님은 서재에 계
하승민은 곁눈으로 유지안을 쳐다보았다.유지안은 그의 손을 눌렀다. 날카롭고도 아름다운 뼈마디가 선명하게 느껴졌고 단단한 손목에 감긴 값비싼 시계까지 손끝에 닿았다. 차갑고 고급스러운 감촉은 그와 닮아 있었다. 만지면 안 될 것 같으면서도 만지고 싶은 그런 느낌이었다.유지안의 청순한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하 대표님, 그날 밤... 저는 원해서 한 거예요. 그날 밤은 제... 첫 경험이었는데. 기억하세요?”고우섭은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말하려고 했다.“형...”그러나 옆에 있던 재벌 2세가 그의 말을 막으며 작은
그녀가 등장하자 무대 아래는 뜨거운 함성으로 가득 찼다.음악이 흐르기 시작하고 무대 위의 실루엣이 음악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했다.그녀는 물뱀처럼 유연한 몸짓으로 폴에 매달려 회전하고 뛰어올랐다.버드나무처럼 유연한 몸은 어떤 모양이든 자유자재로 만들어 냈고 그 시각적 충격에 관객들은 열광적으로 환호했다.VIP 테이블 석에 있던 재벌 2세는 흥분하며 고우섭의 팔을 잡아끌었다.“우섭아, 여기 언제 이런 미녀가 나타났어? 왜 우리한테 말 안 해 줬어?”고우섭은 무대 위의 인물을 보며 어리둥절했다. ‘이 정도 미모면 술집에서 간
지서현은 유지안을 쓸어보며 말했다.“저기, 좀 비켜주시겠어요? 하 대표님과 춤을 춰야 하는 데 방해가 되네요.”지서현은 대담하게 도발하며 유지안에게 자리를 비키라고 직접적으로 말했다.유지안은 화가 나서 주먹을 꽉 쥐었다. 절대 비켜주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옆에 있던 재벌 2세들이 떠들어댔다.“유지안 씨, 얼른 비켜줘.”유지안은 결국 지서현을 쏘아보기만 한 채 마지못해 옆으로 물러섰다.지서현은 속으로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이미 유지안의 실체를 꿰뚫어 보았고 이것은 그녀의 반격의 시작일 뿐이었다.지서현은 하승민을 바라보
지서현이 앉았던 자리 때문에 하승민의 셔츠와 바지는 약간 구겨졌지만 오히려 술집 분위기와 어울리는 자유분방하고 거친 매력을 더했다.그는 누구의 춤이 더 좋았는지 답하지 않고 그저 술병을 집어 들어 단숨에 비웠다.유지안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갑자기 나타난 그 요정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마치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는 것 같았다.톱스타가 된 후 사람들의 관심과 환호에 익숙해진 그녀에게 그 요정은 마치 과거의 초라한 자신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유지안은 하승민의 옆자리에 앉으며 말했다.“하 대표님, 저.
하승민의 몸놀림은 언제나 날카롭고 매서워서 보는 이들을 섬뜩하게 했다.검은 양복을 입은 경호원들은 깜짝 놀라서 움찔했다.두 재벌 2세도 순간 당황했지만 금세 소리쳤다.“뭘 멍청하게 서 있어! 빨리 저 자식을 잡아!”“네!”경호원들이 하승민을 향해 달려들었다.지서현은 옷 갈아입는 곳에서 나오는 순간 바로 앞에서 벌어지는 격렬한 싸움을 목격하게 되었다.하승민은 혼자서 열 명도 넘는 경호원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의 강렬한 발차기에 맞아 나가떨어진 경호원은 바에 부딪혔고 술병들이 와장창 깨졌다.“아악!”순식간에 비명이 터
그때 지서현은 문가에서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유지안이었다.유지안이 찾아온 것이다.밖이 소란스러워지자 유지안은 하승민을 찾으러 나섰고 결국 이 방까지 찾아오게 된 것이다.침대 위의 지서현과 하승민을 보는 순간, 그녀는 순수했던 눈빛을 순식간에 독사처럼 바꾸어 지서현을 노려보았다.지서현은 냉소를 짓더니 하승민이 떠나려는 순간 갑자기 그의 목을 끌어안고 몸을 뒤집었다. 이제 하승민은 아래에 지서현은 위에 위치했다.문밖의 유지안은 눈을 크게 떴다. 지서현이 감히 하승민을 침대에 눕히고 올라탈 줄은 몰랐던 것이다. 정말 대담한
욕정에 사로잡힌 하승민의 가늘고 긴 눈꼬리는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그런데 지서현의 말을 듣는 순간, 그는 온몸이 굳어졌다.그는 고개를 들어 지서현을 바라보았다.지서현은 눈짓으로 문밖을 가리키며 말했다.“하 대표님, 이제 당신의 톱스타를 달래러 가셔야겠네요.”하승민은 머리가 비상했기에 순간 모든 걸 깨달았다. 지서현은 진심으로 그를 유혹한 게 아니라 유지안에게 보여주기 위한 연기를 한 것이었다.눈가의 욕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차가운 이성이 돌아왔다. 그는 지서현을 싸늘하게 쏘아보며 말했다.“당장 내 위에서 내려와!”지서
지유나, 지예슬, 그리고 이윤희도 마치 따귀를 맞은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렸다.지서현은 하승민을 바라보았다.“하 대표님, 이제 제 말 믿으시겠죠?”그녀의 맑은 두 눈은 영롱하게 빛났고 소문익의 품에 안겨 있는 모습에 하승민의 잘생긴 얼굴은 먹구름이 낀 것처럼 어두워졌다.‘이 요망한 여자가! 소문익까지 자기 치마폭에 둘러싸다니, 정말 대단한 여자야!’“서현아, 너 쇼핑하러 온 거잖아. 어때? 마음에 드는 원피스 있어?”점원은 곧바로 레이스 원피스를 가져왔다. “이 원피스가 손님께 아주 잘 어울리실 것 같습니다.”지서현은 고
소문익이 왔다.지유나 일행은 어제 동연당에서 소문익을 만났었기에 오늘 다시 만나자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소문익은 지서현 옆으로 다가왔다.“서현아, 잠깐 전화 받느라 밖에 나갔었는데 무슨 일 있었어? 뭔가 재밌는 걸 놓친 것 같은데.”지서현은 붉은 입술을 끌어올렸다.“아니. 타이밍 딱 맞춰서 잘 왔어. 다들 내 남자친구인 당신을 보고 싶어 했거든..”지서현은 소문익에게 눈짓했다.소문익은 바로 눈치채고 지서현의 가녀린 어깨에 팔을 둘렀다.“이분들은?”지서현은 한 명씩 소개했다.“이분은 지씨 가문 어르신, 이윤희 씨, 지
지예슬은 곧바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붉은 입술을 말아 올렸다.“서현아, 부러워할 것 없어. C신은 내 남자친구야. 우리 곧 결혼할 거라고.”지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재산이 열 배로 늘었다며? 그럼 그 돈은 어디 있어? 그 C신이라는 사람이 언제 준다고 했어?”박경애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게...”“말 안 했나 보네요. 돈이 들어온 것도 아닌데 C신이 열 배든 백 배든 마음대로 말할 수 있겠죠. 아까도 말했지만 그 C신이라는 사람은 사기꾼이에요. 알아서들 하세요.”지예슬은 곧바로 화를 냈다. 남자친구가 C신이라는 사
하승민의 잘생긴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누가 준 거야?”지서현은 눈썹을 치켜뜨며 말했다.“남자친구요!”남자친구?하승민의 잘생긴 얼굴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지서현이 전에도 남자친구가 있다고 했던 게 기억났다. 이제 그 남자친구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네 그 돈 많은 남자친구 말이야?”“네. 맞아요.”하승민은 냉소했다.“비싼 차를 몰고 좋은 집에 살게 해주다니 돈 좀 쓰는 모양인데. 해성이 좁은 동네인데, 도대체 네 남자친구가 누군지 감도 안 잡히네.”지서현은 입꼬리를 올렸다.“하 대표님, 내 남자친구가 누군지 모
지서현은 황급히 걸음을 옮겼다.그러나 하승민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지서현, 나한테 할 말 없어?”지서현은 맑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무슨 할 말?”하승민은 입술을 깨물었다.“네가 몰고 다니는 고급 차, 살고 있는 고급 아파트, 다 어디서 난 거야? 누구 돈 쓴 거냐고.”지서현은 가녀린 등을 꼿꼿이 펴고 말했다.“하 대표님, 어쨌든 당신 돈은 안 썼으니까 상관없잖아요. 더는 말씀드릴 게 없네요.”지서현은 가려고 했다. 그러나 하승민의 큰 키는 마치 벽처럼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지서현은 붉은 입술을 살짝
이윤희와 지예슬은 지유나가 바닥에 엎어져 있는 것을 보고 놀라 급히 달려가 그녀를 구하려 했다.“당장 유나를 놔줘!”“세 번째 경고입니다. 이제 내보내겠습니다!”결국 지유나, 지예슬, 이윤희는 모두 제성아파트에서 쫓겨났다. 쾅 소리와 함께 제성아파트의 대문이 그들 앞에서 닫혔다.세 사람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이런 수모를 당해 본 적이 없었다. 특히 지유나는 하승민과 함께 다니면서 항상 환대받았는데 이렇게 푸대접을 받고 쫓겨나다니, 생전 처음이었다.지예슬도 화가 났다.“다 서현이 때문이야! 유나야, 도대체 어떻게
이윤희가 말했다.“서현아, 하 대표님 미행 안 했다고 하더니, 결국 여기까지 따라왔잖아!”“너 진짜 무섭다. 승민 오빠가 9층에 사는 것까지 알고 있었어? 너 완전 스토커잖아. 정신병원 가 봐야 하는 거 아니야?”지서현은 하승민을 쳐다보며 물었다.“하승민, 9층에 살아요?”하승민은 901호 문패를 가리켰다.“나 여기 살아.”“아.”지서현은 902호 문 앞으로 가서 비밀번호를 눌렀다. 드르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지유나, 지예슬, 그리고 이윤희는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지서현이 902호에 산다고?정말 제성
‘아니, 그럴 리가?’하승민은 스스로가 우스웠다. 어떻게 지서현을 그 눈부시게 아름다운 동연당 설립자와 같은 사람으로 생각했을까?‘하 대표님, 저 좀 태워다 주시겠어요?'방금 지서현이 차 밖에서 자신을 태워달라고 했었다. 하승민은 웃음이 나왔다. 자기 차가 있으면서 일부러 저런 말을 하다니, 분명 지유나를 약 올리려는 것이었다.자신을 놀리려는 의도도 있었다.지서현은 점점 더 대담해지고 있었다.그때 지유나, 지예슬, 이윤희가 차에 올라탔다. 지유나는 조수석에, 지예슬과 이윤희는 뒷좌석에 앉았다. 하승민은 액셀을 밟았고 롤스로
지서현은 어이가 없었다. 그때 마침 새로 산 차가 도착했다.“난 여기서 차 기다리고 있었어. 이만 가볼게.”“차를 기다려? 택시?”지유나가 웃었다.“서현아, 병원 앞에서 택시 잡기 힘들 텐데?”지서현은 평소에 택시를 타고 다녔기에 지유나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지예슬은 지서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서현아, 넌 정말 한심해. 다른 선배들은 다들 집도 있고 차도 있는데, 넌 아직도 택시 타고 다니잖아. 천재 소녀라는 말이 아깝다.”이윤희는 지예슬의 팔을 잡아당겼다.“예슬아, 그만해. 서현이도 불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