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서현의 말에 고우섭의 눈빛이 반짝였다.“무슨 내기요?”지서현은 그가 게임을 무척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우리 게임 한 판 해요. 누가 이기는지 보죠.”고우섭은 순간 멍해졌다가 곧 호탕하게 웃었다.“하하하! 지서현 씨, 당신이 저랑 게임을 하겠다고요? 저 완전 다이아급 실력입니다? 시골 촌뜨기 주제에 절 이길 수 있을 거 같습니까?”지서현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대답했다.“해 보면 알겠죠.”고우섭은 즉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좋습니다. 오늘 이 몸이 직접 보여주죠. 뭐가 진짜 게임계의 왕자인지.”지서현
고우섭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고우섭은 이 시골 출신의 미운 오리 새끼가 대체 무슨 자격으로 자신한테 이런 말을 내뱉는지 이해가 안 갔다.‘형님을 대신해 나를 혼내겠다고? 말도 안 돼!’해성에서 고우섭을 감히 훈계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하승민뿐이었다.그런데 뜬금없이 지서현이 나타나 망신을 주다니?고우섭이 이성을 잃으려는 순간, 지서현이 소아린의 손을 잡았다.“아린아, 가자.”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걸음을 옮겼다.그 순간, 하승민이 손을 뻗어 지서현의 손목을 움켜잡았다.그의 길고
고우섭은 지서현에게 계속 지다 보니 분노가 치밀어 결국 하승민에게 도움을 요청했다.하지만 하승민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대답했다.“근데 이미 오프라인인데?”지서현의 프로필 아이콘이 회색으로 변해 있었다. 즉 지금 이미 게임을 꺼버렸다는 뜻이었다.고우섭은 몹시 아쉬웠다.“형, 다음엔 꼭 지서현 씨랑 게임 한 판 해봐!”하승민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러나 굳이 피할 이유도 없었다.“난 이만.”그때, 고우섭이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아, 맞다!”“형, 혹시 그 천재 여자 후배랑 친구 추가했어요?”“왜
지서현이 하씨 본가로 돌아오자마자 거실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얼굴을 마주쳤다.그 사람은 바로 왕우현.과거 이윤희가 지서현을 시골로 보냈을 때, 그녀를 맡았던 사람이 바로 왕우현이었다.그는 지서현의 양아버지였다.현재, 김옥정과 왕우현이 거실 소파에 함께 앉아 있었다.그리고 김옥정은 그를 극진히 대접하며 말했다.“서현이가 시골에서 자랐을 때, 당신 덕분에 잘 자랐어요. 교육도 잘 받았고... 지금은 우리 하씨 가문의 며느리가 되었으니 말이에요.”왕우현은 한쪽 눈을 잃어 지금은 외눈박이가 되어 있었다.그럼에도 그는 늘 건
왕우현은 여전히 순박한 척하며 웃음을 지었다.“하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서하가 이렇게 좋은 집안으로 시집간 걸 보니... 이제야 마음이 놓이네요.”“두 분이 금슬이 좋아 보이니 저는 이제 방해하지 않고 먼저 가보겠습니다.”떠나려는 왕우현을 김옥정이 급히 붙잡았다.“그렇게 서둘러 가지 마세요. 어쩌다 한 번 올라오셨는데 저녁이라도 같이 드시고 가세요.”“이미 도우미들에게 저녁 준비를 시켜놨으니 오늘은 다 같이 가족끼리 화목하게 식사해요.”하승민도 왕우현을 바라보며 말했다.“같이 저녁이라도 드시죠.”두 사람이 붙잡으니
생각보다 너무 후한 하승민의 인심에 왕우현은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대표님께서 알아서 주십시오.”하승민은 차가운 눈빛으로 대답했다.“2억이면 충분한가요?”2억이라는 숫자에 왕우현의 눈이 반짝였다.그는 하승민에게서 이렇게 쉽게 2억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충분합니다.”이내 하승민은 수표를 꺼내 왕우현에게 건넸다.그는 수표를 셈하며 뒤쪽에 적힌 영수증을 확인했다.“정말 2억이군요, 감사합니다, 대표님.”왕우현은 행복한 표정으로 수표를 움켜잡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하승민은 자기
왕우현은 10년 동안 감옥에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출소하자마자 당장 ‘재미’를 되찾고 싶었다.나이트클럽의 마담은 1억짜리 수표를 보자마자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며 외쳤다.“자, 아가씨들? 손님 받으러 가자.”화려하게 꾸민 여자들이 줄지어 들어와 왕우현 앞에 섰다. 그러자 마담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오빠, 마음에 드는 아가씨가 있으면 말씀하세요.”왕우현은 그녀들을 훑어보더니 코웃음을 쳤다.“다들 너무 늙었어. 난 어린애가 좋아. 어리면 어릴수록 좋지.”마담이 눈을 깜빡이며 다시 말했다.“오빠, 이 아가씨들 겨우 스
그렇게 어린 지서현은 그 불쌍한 여자의 역할을 대신하게 되었다.매일 빨래를 하고 밥을 짓고 왕우현의 폭력을 감내해야 했다.그는 지서현의 머리채를 잡아당기고 발로 차며 때로는 가죽 벨트로 마구 때리기도 했다.그 시절의 나날은 지서현에게 있어 지옥과도 같았다.시간이 흘러 그녀가 점점 성장하자, 시골에서는 보기 드문 아름다움이 더욱 도드라졌다.그리고 더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왕우현이 지서현을 바라보는 눈빛은 하루가 갈수록 점점 음흉해졌다.그는 강제로 그녀를 무릎 위에 앉히고 술과 땀 냄새가 뒤섞인 입으로 지서현의
지유나, 지예슬, 그리고 이윤희도 마치 따귀를 맞은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렸다.지서현은 하승민을 바라보았다.“하 대표님, 이제 제 말 믿으시겠죠?”그녀의 맑은 두 눈은 영롱하게 빛났고 소문익의 품에 안겨 있는 모습에 하승민의 잘생긴 얼굴은 먹구름이 낀 것처럼 어두워졌다.‘이 요망한 여자가! 소문익까지 자기 치마폭에 둘러싸다니, 정말 대단한 여자야!’“서현아, 너 쇼핑하러 온 거잖아. 어때? 마음에 드는 원피스 있어?”점원은 곧바로 레이스 원피스를 가져왔다. “이 원피스가 손님께 아주 잘 어울리실 것 같습니다.”지서현은 고
소문익이 왔다.지유나 일행은 어제 동연당에서 소문익을 만났었기에 오늘 다시 만나자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소문익은 지서현 옆으로 다가왔다.“서현아, 잠깐 전화 받느라 밖에 나갔었는데 무슨 일 있었어? 뭔가 재밌는 걸 놓친 것 같은데.”지서현은 붉은 입술을 끌어올렸다.“아니. 타이밍 딱 맞춰서 잘 왔어. 다들 내 남자친구인 당신을 보고 싶어 했거든..”지서현은 소문익에게 눈짓했다.소문익은 바로 눈치채고 지서현의 가녀린 어깨에 팔을 둘렀다.“이분들은?”지서현은 한 명씩 소개했다.“이분은 지씨 가문 어르신, 이윤희 씨, 지
지예슬은 곧바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붉은 입술을 말아 올렸다.“서현아, 부러워할 것 없어. C신은 내 남자친구야. 우리 곧 결혼할 거라고.”지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재산이 열 배로 늘었다며? 그럼 그 돈은 어디 있어? 그 C신이라는 사람이 언제 준다고 했어?”박경애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게...”“말 안 했나 보네요. 돈이 들어온 것도 아닌데 C신이 열 배든 백 배든 마음대로 말할 수 있겠죠. 아까도 말했지만 그 C신이라는 사람은 사기꾼이에요. 알아서들 하세요.”지예슬은 곧바로 화를 냈다. 남자친구가 C신이라는 사
하승민의 잘생긴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누가 준 거야?”지서현은 눈썹을 치켜뜨며 말했다.“남자친구요!”남자친구?하승민의 잘생긴 얼굴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지서현이 전에도 남자친구가 있다고 했던 게 기억났다. 이제 그 남자친구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네 그 돈 많은 남자친구 말이야?”“네. 맞아요.”하승민은 냉소했다.“비싼 차를 몰고 좋은 집에 살게 해주다니 돈 좀 쓰는 모양인데. 해성이 좁은 동네인데, 도대체 네 남자친구가 누군지 감도 안 잡히네.”지서현은 입꼬리를 올렸다.“하 대표님, 내 남자친구가 누군지 모
지서현은 황급히 걸음을 옮겼다.그러나 하승민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지서현, 나한테 할 말 없어?”지서현은 맑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무슨 할 말?”하승민은 입술을 깨물었다.“네가 몰고 다니는 고급 차, 살고 있는 고급 아파트, 다 어디서 난 거야? 누구 돈 쓴 거냐고.”지서현은 가녀린 등을 꼿꼿이 펴고 말했다.“하 대표님, 어쨌든 당신 돈은 안 썼으니까 상관없잖아요. 더는 말씀드릴 게 없네요.”지서현은 가려고 했다. 그러나 하승민의 큰 키는 마치 벽처럼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지서현은 붉은 입술을 살짝
이윤희와 지예슬은 지유나가 바닥에 엎어져 있는 것을 보고 놀라 급히 달려가 그녀를 구하려 했다.“당장 유나를 놔줘!”“세 번째 경고입니다. 이제 내보내겠습니다!”결국 지유나, 지예슬, 이윤희는 모두 제성아파트에서 쫓겨났다. 쾅 소리와 함께 제성아파트의 대문이 그들 앞에서 닫혔다.세 사람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이런 수모를 당해 본 적이 없었다. 특히 지유나는 하승민과 함께 다니면서 항상 환대받았는데 이렇게 푸대접을 받고 쫓겨나다니, 생전 처음이었다.지예슬도 화가 났다.“다 서현이 때문이야! 유나야, 도대체 어떻게
이윤희가 말했다.“서현아, 하 대표님 미행 안 했다고 하더니, 결국 여기까지 따라왔잖아!”“너 진짜 무섭다. 승민 오빠가 9층에 사는 것까지 알고 있었어? 너 완전 스토커잖아. 정신병원 가 봐야 하는 거 아니야?”지서현은 하승민을 쳐다보며 물었다.“하승민, 9층에 살아요?”하승민은 901호 문패를 가리켰다.“나 여기 살아.”“아.”지서현은 902호 문 앞으로 가서 비밀번호를 눌렀다. 드르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지유나, 지예슬, 그리고 이윤희는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지서현이 902호에 산다고?정말 제성
‘아니, 그럴 리가?’하승민은 스스로가 우스웠다. 어떻게 지서현을 그 눈부시게 아름다운 동연당 설립자와 같은 사람으로 생각했을까?‘하 대표님, 저 좀 태워다 주시겠어요?'방금 지서현이 차 밖에서 자신을 태워달라고 했었다. 하승민은 웃음이 나왔다. 자기 차가 있으면서 일부러 저런 말을 하다니, 분명 지유나를 약 올리려는 것이었다.자신을 놀리려는 의도도 있었다.지서현은 점점 더 대담해지고 있었다.그때 지유나, 지예슬, 이윤희가 차에 올라탔다. 지유나는 조수석에, 지예슬과 이윤희는 뒷좌석에 앉았다. 하승민은 액셀을 밟았고 롤스로
지서현은 어이가 없었다. 그때 마침 새로 산 차가 도착했다.“난 여기서 차 기다리고 있었어. 이만 가볼게.”“차를 기다려? 택시?”지유나가 웃었다.“서현아, 병원 앞에서 택시 잡기 힘들 텐데?”지서현은 평소에 택시를 타고 다녔기에 지유나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지예슬은 지서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서현아, 넌 정말 한심해. 다른 선배들은 다들 집도 있고 차도 있는데, 넌 아직도 택시 타고 다니잖아. 천재 소녀라는 말이 아깝다.”이윤희는 지예슬의 팔을 잡아당겼다.“예슬아, 그만해. 서현이도 불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