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손녀가 정다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거실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누군가 전화를 건 것이다.임희진은 서둘러 로하를 풀어주며 말했다.“로하야, 전화 왔네. 할머니가 전화 받아 볼게.”로하는 기쁜 목소리로 물었다.“아빠랑 엄마가 걸어온 전화일까요?”“우리 함께 받아 보자.”임희진이 전화를 받자 곧 지서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여사님, 저예요.”“서현아, 승민이랑 혼인 신고했어? 이젠 나를 어머님이라고 불러야지.”임희진이 기뻐서 말했다.지서현은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우린 혼인 신고 못 했어요.”“뭐
지서현과 엄수아는 금름향에서 만나기로 했다. 럭셔리한 룸에 자리 잡은 후 엄수아는 지서현에게 메뉴판을 건네며 말했다.“서현아, 오늘 구청에서 종일 기다렸으니 배고플 거야. 어서 음식이나 주문해.”지서현은 사양하지 않고 메뉴를 펼쳐 몇 가지 음식을 주문했다.엄수아가 지서현에게 물었다.“서현아, 오늘 대체 무슨 일이야? 오빠가 오늘 왜 구청에 가지 않은 거야?”지서현은 고개를 저었다.“나도 몰라. 전화해도 하승민이 전화를 받지 않더라.”엄수아가 손으로 테이블을 탁 치며 소리쳤다.“이게 무슨 말이야! 오빠가 너를 바람맞히다
하승민이 급하게 말했다.“이미 퇴근하셨어요? 저는 오늘 아내와 혼인 신고하기로 약속했거든요.”직원이 대답했다.“이미 퇴근한 지 오래됩니다. 혹시 아내분이 피부가 하얗고 예쁘게 생긴 분이세요?”직원은 지서현에게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던 모양이었다.하승민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바로 그분이 제 아내예요.”“저기요. 그럼 제가 한마디 해야겠네요. 오늘 아내분이 구청에서 종일 기다렸는데도 남편분이 오지 않았어요. 혼인 신고는 큰일인데 어떻게 약속을 어길 수 있어요?”‘서현이가 날 종일 기다렸다고?’하승민은 다급해서 말
벌써 퇴근 시간이라니. 지서현은 구청에서 하승민을 하루 종일 기다렸고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지만 그중에 하승민은 없었다.지서현은 의자에서 일어나며 직원에게 말했다.“혹시 전화 한 통만 하고 와도 될까요?”“하루 종일 기다렸는데 좀 더 기다려 드릴게요. 정말 결혼하고 싶으면 진작 왔겠죠. 그게 아니라면 고객님도 더 이상 기다리지 마세요.”“네.”지서현은 폰을 꺼내 하승민의 번호를 눌렀다. 통화연결음이 몇 번 울렸지만 여전히 받는 사람이 없었고 곧 기계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고객님이 전화기를 받을 수 없어 소리샘으로
지서현이 통화 버튼을 누르자 엄수아의 기쁜 목소리가 들려왔다.“서현아, 아직 제경에 있어? 저녁에 나와.”“수아야, 오늘은 시간 안 돼. 나 지금 구청에 있어.”엄수아는 깜짝 놀랐다.“구청?”“그래, 나 하승민이랑 혼인신고 하러 왔어!”너무 갑작스러운 소식에 엄수아는 비명을 질렀다.“꺅! 서현아, 너 승민 오빠랑 재혼하는 거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헐, 그럼 이제 정말 널 새언니라고 불러야 하는 거야? 대박! 미리 말해두는데 내가 인정하는 새언니는 너밖에 없었어! 두 사람 재결합할 줄 알았어!”“수아야, 나중에 다시
“승민 오빠, 나한테 이렇게까지 해야겠어?”“나가. 수치심이라는 게 조금이라도 있다면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하승민은 무자비하게 쫓아내자 여유나는 너무 절망적이었다. 여유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지서현을 향한 하승민의 마음을 가로챌 수 없었다.“나 서현이한테 가 봐야 해. 혼인신고 해야 하거든.”하승민이 차 키를 들고 밖으로 나가자 여유나는 갑자기 손을 뻗어 그의 목을 감쌌다.“승민 오빠!”하승민은 잠시 멈칫하다가 빠르게 손을 뻗어 여유나를 밀어냈다.“내 몸에 손대지 마!”발을 헛디뎌 바닥에 주저앉은 여유나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