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시후는 대형 유리창 쪽으로 가서 컨디션을 조절했다. 그는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무언가를 참고 있는 듯했고, 고급스러우면서도 제멋대로 구는 모습이 보는 사람의 얼굴을 붉히게 만들었다. 엄수아는 시선을 돌렸다. 백시후는 컨디션을 조절하고는 말했다."들어와." 이도현이 들어왔다."대표님, 곧 회의 시간입니다. 대성 그룹의 강 대표님도 이미 도착하셨습니다." 백시후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지금 갈게." 이도현이 나갔다. 백시후는 엄수아 앞으로 다가갔다."여기서 얌전히 기다려. 돌아왔을 때
직원들이 놀라며 외쳤다."대표님! 사모님!""사모님"이라고 불린 엄수아의 얼굴이 새빨개졌다."백시후, 내려놔! 사람들이 보고 있잖아!"백시후는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며 웃으며 말했다."보면 뭐 어때? 내가 그들의 눈을 가릴 순 없잖아."점점 더 많은 직원이 쳐다보며 인사했다."대표님, 사모님! 좋은 아침입니다!"엄수아의 얼굴은 사과처럼 붉어져서, 백시후의 품에 얼굴을 파묻으며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으려 했다.하지만 직원들의 수군거림이 들려왔다."세상에, 우리 대표님이 사모님을 안고 출근하셨어요?" "사모
’여보라고 한 번만 더 불러줘?’‘아까 약국에서 이미 한번 놀렸는데, 왜 또 이렇게 말하는 걸까?’엄수아는 거절했다. "싫어!"백시후는 급하지 않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약 먹어.""절대 먹지 않을 거야! 포기해!"백시후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자리로 돌아가 운전을 시작했다.엄수아는 점점 이상함을 느꼈다. 이 길은 엄수아의 집으로 가는 길이 아니었다."어디로 가는 거야?""약을 먹지 않겠다면 회사로 데려갈 수밖에 없어. 어차피 조금 후에 회의가 있거든."‘회사로 데려간다고?’"싫어!""약을 먹지
백시후는 일부러 그녀를 여보라고 불렀다.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한층 더 나른하고 부드럽게 감겼다. 귓가를 간지럽히며 내려앉은 그 말에 엄수아는 다리에 힘이 풀릴 뻔했다. 또 이렇게 무너지는 자신이 부끄러웠다.약국 주인은 흔히 보기 힘든 선남선녀 커플이 들어선 걸 반가워하며 웃었다.“두 분 금슬이 참 좋네요.”백시후는 아무렇지도 않게 엄수아의 어깨를 감싸며 눈썹을 살짝 올렸다.“그럼요. 저 우리 집사람 정말 사랑하거든요.”그는 고개를 내려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여보는 나 사랑해?”그의 눈엔 장난기가 어른거렸다. 놀리고
‘사후 피임약’엄수아의 눈동자가 움찔하며 흔들렸다.“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사후 피임약 사준다고. 먹어.”엄수아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지금 그녀는 임신 중이었다. 그 약을 먹을 수는 없었다.엄수아는 고개를 저었다.“안 먹을래.”백시후의 입꼬리가 조용히 올라갔다.“무슨 뜻이야? 어젯밤 나 콘돔 안 한 거, 너도 알잖아. 난 건강하고 생식 능력도 문제없어. 만약에 임신하면 어떡하려고?”“나는...”그는 그녀의 말을 잘랐다.“아니면 내 아이를 낳고 싶다는 건가?”말문이 막혔다. 도망갈 곳도, 감출 길도
진나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요. 오빠, 이따가 수아 언니 집까지 데려다줘.”엄수아는 손사래를 쳤다.“아니, 됐어.”“알겠어.”하지만 백시후는 아무렇지 않게 알겠다고 했다.둘은 거의 동시에 반응했다.엄수아는 건너편에 앉은 백시후를 흘끔 바라보았다. 침묵이 가라앉았다....아침 식사는 그렇게 어딘가 불편한 기류 속에서 끝이 났다. 엄수아는 자리를 정리하고는 돌아가려 했다.그때 진나래의 친구들이 몇 명 더 들어왔다. 그들은 엄수아를 좋아했다. 엄수아를 배웅해 주기 위해 온 듯했다.“수아 언니, 다음에도 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