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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병원에 가지 마요

Author: 사흘부탁
쉬운 여자란 말에 사랑은 얼굴이 창백해졌고, 머리까지 어지러웠다. 그녀는 손톱으로 힘껏 손바닥을 꼬집으며 통증으로 정신을 차리려 했다.

‘아마 태경에게 있어, 난 돈만 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여자로 보이겠지.’

사랑은 깊이 숨을 들이쉬면서 결코 변명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최근에 좀 한가해서 마침 디자인 주문을 받았을 뿐이에요.”

사랑은 태경과 어색한 관계로 되고 싶지 않아 먼저 한 걸음 물러섰다.

태경은 그녀가 이런 쓸데없는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유정일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봤어?”

사랑은 침묵했다.

태경은 그녀의 턱을 치켜들며 매서운 기세로 차갑게 입을 열었다.

“알아본 적 없구나.”

사랑은 너무 지쳤다. 지금 아무리 설명해도 태경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도 이해가 안 갔다.

‘왜 이렇게 화를 내는 건지 모르겠네. 이렇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다니, 정말 심태경 답지가 않아.’

그래서 그녀는 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남자의 타고난 소유욕 때문인가? 자신의 아내가 밖에서 얼굴을 내밀고, 다른 남자와 밥 먹고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사랑은 얼굴을 숙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부드러운 불빛이 여자의 지나치게 아름다운 얼굴을 비추자, 촉촉한 입술은 마치 빨간 사과처럼 탐스러웠고, 달콤한 향기를 풍겼다. 태경은 저도 모르게 키스를 하고 싶었다.

태경은 앞으로 다가가서 사랑의 얼굴을 들어올렸다.

“그 사람 오늘 밤 어딜 건드렸지?”

사랑은 이 질문에 좀 난처했다. 그녀는 얼굴을 돌려 말을 하지 않았다.

태경의 안색은 여전히 담담했고, 목소리도 매우 평온했다. 마치 대수롭지 않은 일을 물어보고 있는 것 같았다.

“말해.”

사랑은 입술을 깨물며 대답하지 않았다. 남자는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하얗고 가는 엄지손가락으로 장난치듯 사랑의 입술을 어루만졌다.

태경의 목소리는 약간 잠겼다.

“여기 만졌어?”

사랑은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저었다. 만족스러운 대답을 들었는지, 남자의 엄숙한 안색이 조금 누그러졌다.

태경은 길고 예쁜 손가락으로 사랑의 입술을 파고들어가며 나른하게 물었다.

“여기는?”

사랑은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고, 뜨거운 눈물은 그의 손등에 떨어졌다.

태경은 멈칫했다. 잠깐 침묵하다 그는 손수건으로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닦았다.

“억울해?”

사랑도 자존심이 있었기에 태경 앞에서 울고 싶지 않았다. 그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울면 또 남의 동정을 받으려는 것 같았다.

물론 태경도 남을 쉽게 동정하는 남자가 아니었다.

사랑은 태경보다 더 무정한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인정사정이 없고, 냉혹할 정도로 이성적이었다.

설령 세영을 그렇게 좋아한다 하더라도 이성을 유지하며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려 했다.

태경은 손을 들어 사랑의 눈물을 닦아줬다.

“울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텐데.”

사랑은 울먹였다.

“알아요.”

그녀는 다시 한번 말했는데, 마치 자신에게 경고하는 것 같았다.

“나도 다 안다고요.”

사랑은 단지 방금 전의 자신이 자존심을 모두 잃었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뭐, 난 진작에 내 몸을 팔았으니 자존심 따윈 이미 버린지 오래잖아.’

그녀는 점점 울음을 멈추며 콧소리로 말했다.

“그 남자는, 그저 내 허리를 안았을 뿐이에요.”

태경은 가볍게 응답했다.

사랑은 눈을 드리우며 그를 보지 않았다. 태경만 보면 그녀의 심장은 몹시 쑤시고 아팠으니까.

‘만약 이 남자를 싫어한다면, 이 순간, 이렇게 아프지 않을 텐데. 하필 난 이 사람을 그렇게 사랑하다니. 심지어 심태경이 사랑을 베풀도록 갈망하고 있어.’

사랑은 코끝이 붉어지더니 눈시울도 붉어졌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자신의 발을 바라보았다.

“앞으로 더 이상 대표님의 체면 깎이는 일을 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이 일은...”

사랑은 미래를 위해 계획해야 했기에 디자인 주문을 계속 받아야 했다.

태경과 한 계약 결혼도 이제 2년 뒤면 끝날 것이다. 이혼하면 사랑은 스스로 자신을 먹여 살려야 했다.

태경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안 돼.”

그는 사랑의 허리를 껴안으며 눈을 드리웠다.

“강 비서, 난 네가 이런 아르바이트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

사랑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소리 없이 반항하고 있었다.

태경은 울어서 눈이 벌겋게 부은 사랑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좀 복잡해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는 이 이상한 감정을 억누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혼자 알아서 해.”

이 말을 듣고, 사랑은 이미 태경의 태도를 알아차렸다. 그러나 그녀도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몰래 디자인 주문 받으면 되지.’

사랑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순간 그녀의 얼굴은 핏기가 사라졌다.

통증이 점차 심해지자, 사랑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 허리를 굽혔다. 그녀는 지금 태경의 팔을 부축할 힘이 없었고, 안색은 종이보다 더 하얬다.

태경은 그녀를 부축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왜 그래?”

사랑은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배가, 아파요.”

그녀는 원래 몸이 좋지 않았는데, 임신한 후에도 제대로 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몸이 원래 허약한 데다가 오늘 밤 또 많이 놀랐으니 뱃속의 아이가 자극을 받았던 것이다.

태경은 사랑을 안고 일어섰다.

“병원에 데려다 줄게.”

사랑은 그의 소매를 움켜쥐며 고개를 저었다.

“병... 병원에 가지 마요.”

그녀는 아직도 태경에게 임신한 사실을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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