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예전의 국풍 디자인과 애국 정서는 팬들을 모으기 위한 것뿐이었다고? 결국 우리는 이용당한 광대일 뿐이었네.][이런 사람은 우리가 좋아할 가치가 없어. 북극 디자인실과 함께 이 나라에서 당장 떠나버려! 외국이 그렇게 좋으면 아예 거기서 살지 왜 여기에 있어!]...그날 밤, 소정인과 진연은 소해덕의 호출을 받았고 집에 들어가자 하인이 말했다.“어르신은 서재에 계십니다. 바로 들어가시라고 하셨습니다.”소정인과 진연은 서재로 들어가자 소해덕은 책을 들고 읽고 있었다.“둘 다 앉아라.”소해덕은 책을 내려놓고 안경을 벗으며 소정인에게 물었다.“최근 회사는 어떠냐?”소정인은 눈을 번뜩이며 진연을 한 번 바라보고 나서 머뭇거리며 말했다.“겨우 버티고 있습니다.”예전에 소정인의 회사는 임씨의 압박을 받아 한순간에 절반 이상의 고객을 잃었지만, 집안의 지원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더군다나 최근 공급업체의 품질 문제가 계속 발생해 고객이 떠나고 자금 회전이 어려워 소정인은 매일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오늘 경성 이씨 집안에서 전화가 와서 경성 프로젝트에 관해 얘기했다.”소해덕의 말에 진연이 물었다.“이씨 집안에서 마음을 바꿨나요?”소해덕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차를 한 모금 마셨다.“하지만 조건이 있다.”“어떤 조건인가요?” 소정인은 한 줄기 희망을 봤다는 듯 물었다.“소희가 사건에 휘말렸잖아. 지금 인터넷에서 소희를 비방하는 글이 다시 떠돌고 있어.”“양부모의 지원으로 대학에 진학했고, 유명해진 뒤에는 양부모와 연락을 끊었다는 내용이야.” 소해덕은 진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씨 집안은 너희가 나서서 이 내용이 사실이라고 발표하기를 원한다.”진연은 깜짝 놀랐고, 소정인은 숨을 들이마셨다.“그게.”“이씨 집안에서는 우리가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면 경성 프로젝트를 즉시 시작하고 협력하겠다고 했다.” 소해덕의 말에 진연은 눈동자를 굴리며 말했다.“하지만 소희 뒤에는 임씨 집안이 있습니다. 지난번에도 우리가 먼저 말을 꺼내지
소해덕은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그럼 이렇게 하자. 경성에 도착하면 새로운 회사 주식의 20%를 너희에게 주겠다. 이 정도면 되겠지?”진연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우리는 임씨 집안의 추적을 각오하고 이 일을 해야 하는데, 20%는 너무 적어요. 30%는 되어야 하죠.”소해덕은 얼굴을 찌푸리며 소정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소정인이 말하려 하자 진연이 받아서 말했다.“아버님, 소희는 우리 친딸입니다. 공개적으로 나서는 것도 우리이고, 나중에 임씨 집안의 원한을 사는 것도 우리예요.”소해덕은 어쩔 수 없이 타협하며 말했다.“좋아, 30%를 주겠다.”“감사합니다, 아버님!”진연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럼 이제 돌아가서 준비해라. 내일 아침에 바로 발표하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소정인은 일어나 소해덕과 작별하고 진연과 함께 나왔다. 돌아가는 길에 진연은 경성 회사의 30% 주식이 얼마나 많은 이익을 가져올지 계산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소정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운전에만 집중했다.집에 돌아오자 하인이 말했다.“아가씨는 이미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진연은 소동이 무엇을 먹었는지 물어보고 나서야 소정인의 서재로 가서 발표할 내용을 상의했다. 서재에 들어가니 소정인은 담배를 피우며 찡그린 얼굴로 말했다.“너는 너무 쉽게 동의한 게 아닌가?”“아니요!” 진연은 부인했다.“나는 오히려 당신이 너무 빨리 동의할까 봐 걱정했어요. 이번 기회를 이용해 아버지께 더 많은 조건을 얻어내야 했어요.”“내 말은 그게 아니야!” 소정인은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이씨 집안의 요구에 따라 발표하면 후폭풍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봤어?”“무슨 후폭풍?” 진연은 냉소적으로 말했다.“결국 우리는 임씨 집안과 원한을 사게 되는 것뿐이에요. 아버님이 말하셨듯이, 일이 끝나면 우리는 경성으로 이주하겠죠.”“그리고 임구택이 돌아올 때쯤 우리는 이미 떠나 있을 거고 강성의 회사는 이미 파산 직전이니 어떻게 처리하든 상관
‘하늘도 역시 나의 편이었어.’소동은 감격에 겨워 가슴이 두근거린 나머지 손으로 가슴을 눌렀고, 천천히 몸을 돌려 방으로 돌아갔다.다음 날, 소씨 집안의 공식입장문이 발표되자마자 곧바로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공고에서, 소정인과 진연은 자신들의 정체를 공개하며, 과거에 둘이 King을 후원하여 운성에서 강성으로 데려왔다고 했다. 또한 양딸로 받아들였지만 관계가 친밀하지 않았음을 밝혔고 이제는 King과의 왕래가 없다고 했다.몇 마디 말로, 찌라시에서 떠도는 말처럼 소희가 이익을 보고 배신하는 은혜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한 셈이었다. 소씨 집안의 공식입장문은 수십만 번 공유되었고, King을 전면적으로 보이콧하는 열풍이 시작되었다.King은 한 번도 인터넷 폭력에 시달린 적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팬들도 그녀를 옹호하지 못하고 분노한 네티즌들의 비난 속에 묻혀버렸다. 누군가가 King이 성연희 결혼식에 참석해 들러리로 선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네티즌들의 냉소와 비웃음이 인터넷을 가득 채웠다.[King의 눈이 왜 이렇게 높은지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성씨 가문이라는 큰 뒷배에 기대고 있었구나!][돈에 눈이 멀어 부자한테 잘 보이려고 애를 쓰네. 그래서 젊은 나이에 국제 디자이너가 된 거구나!][디자이너라는 직업에 정말 누를 끼치고 있어!][보이콧해서 국내에서 쫓아내! 혹시 알아? 외국 디자이너에게 아첨하는 중일지? 당장 추방해!]애국심도, 직업윤리도 없고, 은혜를 베푼 양부모에게 배신하는 King은 높은 자리에서 한순간에 떨어져 사람들에게 짓밟히게 되었다.화영은 이른 아침에 뉴스를 보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본래 소희가 패션쇼에 참가하는 일로 네티즌들에게 비난받고 있었는데, 이 시점에서 소씨 집안 사람들이 왜 이렇게 나서는지 몰랐다. 게다가 소씨 집안사람들이 이렇게 사실을 왜곡한 입장문을 발표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상황이 예상보다 커지자, 화영은 바로 차를 몰아 소씨 저택으로 갔다. 하인이 화영을 집안으로 안내했을 때,
진연의 얼굴에서 미소가 살짝 굳어졌고, 쑥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King이 왜요?”“사모님, King은 당신의 친딸입니다. 왜 그런 입장문을 발표하셨나요?”화영은 찡그린 얼굴로 말했다.“왜 거짓말을 하고 King을 배신하시나요? 소희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배신당했다는 걸 알면 얼마나 상처받을지 생각해 보셨나요?”진연의 얼굴은 붉고 창백하게 변했다.“이건 우리 집안의 일입니다. 화영 씨가 참견할 권리는 없어요.”“사모님, 어쨌든 King은 당신의 친딸입니다. 그 입장문을 내려주세요. 소희와 사모님 모두를 위해, 부탁드립니다.” 화영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앞으로 사모님께서 제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기꺼이 돕겠습니다.”진연은 냉정한 태도로 말했다.“그럴 수는 없어요. 입장문은 이미 나갔습니다.”“왜죠?”화영은 찡그리며 말했다.“정말 이해할 수 없어요. 소희를 그렇게까지 미워하시고 왜 그렇게 소희를 망치고 싶으신 건가요?”진연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소희가 외부인과 결탁하여 우리를 공격할 때, 소희도 가차 없었어요. 왜 이렇게 된 건지, 직접 물어보세요!”화영은 진연의 냉정하고 무자비한 태도에 마음이 차가워졌다.“누가 이렇게 하도록 지시했나요?” 화영은 냉소하며 말했다.“어떤 대가를 받았길래, 친딸을 배신하게 되었나요? 말씀해 주세요. 제가 두 배로 드리겠습니다.”“화영 씨!” 진연은 약간 화가 나며 말했다.“이미 말했듯이, 이건 우리 집안의 일입니다. King과 지엠은 단지 협력 관계일 뿐, 당신이 King을 대신해 우리에게 질문할 권리는 없어요!”“소희가 강성에 없고, 임구택 씨도 없으니, 이 타이밍을 잡아서 소희를 공격하려는 거죠?” 화영은 차가운 마음에 몸이 떨렸다.“정말 몰랐어요. 소희도 몰랐겠죠. 자신에게 가장 치명적인 타격이 친부모로부터 올 줄은.”그러자 연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화영 씨, 저는 항상 당신을 존중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로 오셨다면, 죄송하지만, 우리 집은 화영 씨를 환영
진연의 영상이 모자이크 처리된 후 인터넷에 업로드되자, 온라인은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다. King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절정에 달했다. 북극 디자인 작업실과 지엠은 다시 King의 일로 연루되었고, 작업실은 인신공격과 보이콧을 당했다. 그리고 모든 디자이너는 온라인 폭력을 당해 한동안 작업실에 출근하는 것도 두려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엠의 매장은 더욱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네티즌들이 매장을 때려 부수며 지엠에게 King과의 협력 관계를 즉시 중단하라고 요구했고, 그렇지 않으면 지엠은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King이 국내에서 받은 모든 상은 철회되거나 이름이 삭제되었고, 소희가 참여한 모든 드라마와 영화도 모두 내려졌다. 그렇게 King은 국내에서 완전히 매장당했다.사건이 점점 더 커지자 소씨 집안 사람들도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먼저 소씨 대방, 소정춘 부부가 회사 문 앞에서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King에 대한 의견을 묻자 장연경은 웃음기 없는 얼굴로 말했다.“구체적으로는 잘 모릅니다만, 그들이 친밀하지 않다는 것은 확실합니다.”“제가 아는 바에 따르면 King은 자주 임씨 집안을 방문했고, 우리 딸은 임씨 집안의 비서입니다.”“저의 딸은 King이 자주 임구택 사장의 팔짱을 끼고 회사 직원들 앞에서 자랑하는 것을 직접 보았습니다.”하! 이 기사가 나오자 King은 또 하나의 죄가 추가되었는데 바로 구택을 유혹했다는 죄로 비난을 받게 되었다. 곧이어 King이 스타 이현의 남자친구를 빼앗았다는 뉴스도 네티즌들에 의해 다시 떠오르며 네티즌들은 King의 흑역사를 캐내기 시작했다....이지민 감독이 일을 마쳤을 때는 이미 늦은 시간이었지만, 한 통의 전화로 인해 커피숍에 불려갔다. 들어가자 양복을 입은 남자가 일어나며 말했다.“이지민 감독님, 처음 뵙겠습니다.”이에 이지민 감독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인가요?”남자는 명함을 꺼내 이지민 감독에게 건넸다.“저는 이씨 그룹의 사람입니다. 우리 사장님께서
이지민 감독은 주먹을 꽉 쥐고, 결연한 태도로 말했다.“마음대로 하세요!”남자는 차갑게 말했다.“감독님께서는 곧 자신이 얼마나 큰 실수를 했는지 알게 되실 겁니다.”“저는 이 바닥에서 오래 버텨왔습니다. 어떤 일도 다 봤습니다. 최악의 경우, 저는 은퇴할 겁니다. 안녕히 계세요!”이 감독은 단호히 말하고 돌아서 나갔다. 남자는 이 감독이 나간 후, 이진혁에게 전화를 걸어 강성의 상황을 보고하자 이진혁은 냉정하게 명령했다.“King의 흑역사를 더 캐내고,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을 동원해 완전히 짓밟아. 그 어떤 재생의 기회도 주지 말고.”임구택이 국내에 없으니, 지금이 유일한 기회였다. 구택이 돌아왔을 때, King은 이미 악명이 높아져서 도와주고 싶어도 도울 수 없을 것이다. ...유정은 출장에서 이틀 만에 돌아와서야 온라인에서 King이 당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이에 잠시 생각하더니, 조백림에게 전화를 걸었다.“뉴스 봤어요? 어떻게 된 거예요? 소희는 왜 해명하지 않는 거고요?”“무슨 일인데요?” 백림은 당황하며 말했다.“나 막 M 국에서 돌아왔거든요.”유정은 화를 내며 말했다.“뉴스를 먼저 봐요!”백림은 인터넷에 접속하면서 찡그렸다.“또 내 일도 아닌데, 왜 나한테 그렇게 화내는 거지?”유정은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며 말했다.“미안해요, 감정을 통제하지 못했어요.”“한번 봐주지.”백림은 인터넷을 열자마자, 실시간 검색어 첫 번째가 King의 일이었다. 그리고 몇 줄을 읽고 얼굴이 점점 차가워졌다.“소희와 구택 형 둘 다 강성에 없어요. 성연희와 노명성은 신혼여행 중이고, 심지어 장시원 형도 우청아와 함께 뉴욕 출장 중이거든.”“상대방이 그들이 없을 때를 노려서 일부러 일을 벌인 게 분명해.”“소희가 강성에 없다고요? 그럼 그렇지!” 유정은 비웃으며 말했다. 유정은 소희와 만날 기회가 모두와 함께 모일 때뿐이었다, 그리고 백림과는 연희의 결혼식 이후로 한 번도 만나지 않았기 때문에 소희가 강성에 없다는 사실을
조백림이 그제야 유정을 놓아주며 말했다.“미안해요, 사과할게.”“방금 나도 이유 없이 화를 냈으니, 우리 이제 퉁친걸로 하죠. 그리고 계속 존댓말 쓰는 것도 불편하니 말 놓죠.”“그래. 어려울것도 없지.”유정은 다시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소희와 임구택 씨가 모두 없으니, 우리는 가만히 있을 수 없어.”“소희를 위해 뭔가 해야 해. 나쁜 사람들이 목적에 도달하지 못하도록!”백림은 생각에 잠겨 말했다.“소희의 부모님이 나서서 소희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이전에 많은 찌라시들을 기정사실화시켰어. 그래서 이 일을 뒤집기는 어려워.”유정은 찡그리며 말했다.“소희가 정말로 소씨 집안의 양녀로, 그들이 키워준 거야? 믿기 어렵네.”백림은 찡그리며 말했다.“소희의 출생이 매우 복잡해 보이네. 소희는 항상 구택 씨의 사람이었고, 형이 아주 철저히 보호했어. 그래서 나도 너무 자세히 알아보기가 힘들어.”유정이 말했다.“어쨌든 난 소희가 그들이 말하는 그런 사람이라고 믿지 않아. 소희는 정말 좋은 사람이야!”어떤 사람은 단 한 번 만나보고 대화만 나눠봐도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물론이지!” 백림은 깨끗한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형의 사람이라면 당연히 틀림없지!”“나는 소희와 만난 지 얼마되지 않아 소희의 주변 친구들을 잘 몰라. 잘 생각해 봐, 우리가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을까?” 유정은 걱정스럽게 말했다.지금은 네티즌들의 감정이 매우 격해져서 누구든 소희를 위해 말해주는 사람은 공격받을 것이었다. King의 팬들도 마찬가지로 반박할 힘이 없을 정도로 비난받고 있다.지엠은 네티즌들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북극 디자인 작업실과 함께 King을 지지하고 있어. 지금은 더욱 심하게 비난받고 있았다. 이럴 때 힘 있는 사람이 나서야 상황을 뒤집을 수 있다.조백림은 차 한 모금을 마시며 찡그린 채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북극 디자인 작업실을 떠올리며 말했다.“전에 소씨 집안의 셋째 딸이 북
조백림은 직접 소정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정수는 당연히 거절할 수 없었고, 아내 하순희와 함께 약속 장소로 나왔다. 백림과 유정이 도착했을 때, 방에는 소정수 부부 외에도 그들의 딸 소시연이 있었다. 몇 사람은 서로 인사를 나눈 후, 조백림이 본론으로 들어갔다.“우리는 소희의 일 때문에 왔습니다. 소희가 지금 많은 사람에게 비난받고 있고, 심지어 소씨 집안 사람들까지 나서서 소희를 헐뜯고 있습니다.”“이 일을 당신들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소희는 지금 강성에 없으니, 당신들이 나서서 소희를 위해 한마디 해주셨으면 합니다.”이에 시연은 즉시 말했다.“우리가 소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말씀만 하시면 우리가 반드시 할게요!”시연은 최근 패션퀸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반쯤 데뷔한 상태였다. King의 일로 북극 디자인 작업실이 얽히면서 시연도 프로그램에서 반발을 받고 있었고, 이틀 동안 집에 머물러 있었다. 시연은 온라인에서 King을 위해 목소리를 냈지만, 이성을 잃은 네티즌들에게 차단당했다.“소희의 일, 정말로 입장문 내용대로인가요?” 유정이 묻자 시연은 즉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당연히 아니에요, 소희는 저의 이모의 친딸이에요!”유정은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그럼 왜 그들이 이렇게 하는 거죠?”하순희가 대답했다.“이 일은 말하자면 길어요. 소희가 전에 바뀌어서 외부에서 키워졌고, 나중에 돌아왔지만, 저희 형님 부부와 가깝지 않았어요.”유정은 여전히 놀란 상태로 믿기 어려운 표정을 지었다.“가깝지 않다고 해도, 친딸이잖아요.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죠?”이에 시연은 비웃듯 말했다.“아마도 머릿속에 누가 마법이라도 걸었나보죠!”유정과 백림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이 상황이 너무 황당하다고 느꼈다. 소희를 헐뜯고 비난한 사람이 소희의 친부모라니! 하순희는 냉소적으로 말했다.“이런 부모가 있는 것도 정말 기이하죠. 마치 소희와 원수라도 된 것처럼, 소희가 죽어야 직성이 풀릴 겁니다.”백림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
“역시 이런 식으로 문제가 될 줄 알았어요.”은서는 싸늘한 눈빛으로 말하자, 손기수가 물었다.[이제 어떻게 하죠?]구은서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장말숙한테 손자가 있잖아요. 그 애를 데려가요. 안전한 곳에 숨겨두고 지켜여.”이에 손기수는 비죽 웃으며 말했다.[그건 납치 아닌가요?]“이건 우리 엄마 뜻이에요.”은서는 그 말을 강조하듯 단호하게 말했다.“일만 제대로 끝내면, 보수는 두 배로 줄 거예요.”그제야 손기수는 만족스레 웃으며 대답했다.[좋아요. 저한테 맡기세요.]은서는 다시 신신당부했다. “숨겨두기만 해야 해요. 절대 다치게 하면 안 돼요.”이에 손기수는 급히 말했다.[우리가 어떻게 감히 그런 짓을 하겠어요!]은서는 차가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엄마 말씀만 잘 따르면,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거예요.”모든 게 은정을 내쫓는 날까지만 버티면 그만이었다. 장말숙의 아들이 위협되지 않게 만들어야 했고, 지금 중요한 건 은정을 최대한 빨리 강제로 떠나게 만드는 일이었다.두 시간 후.오현빈이 급히 은정에게 전화를 걸었다.[형님, 큰일이에요. 장말숙 아주머니 손자가 납치당했어요!”은정의 눈빛이 차갑게 되었다. 그와 유진의 계획은 장말숙의 아들이 철없는 무뢰한이라는 걸 이용해, 서선영 쪽 사람들과 충돌이 일어나게 만들고 그 사이에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었다.그런데 서선영은 한 수 더 앞질렀다. 직접 손자를 납치해 버린 것이다. 은정은 느긋한 듯 말했지만, 말투엔 서늘한 살기가 묻어났다.“왜 못 막았어?”현빈이 대답했다.[도착했을 땐 이미 데려가고 난 뒤였어요. 아이는 집에 혼자 있었고요.]장말숙은 요즘 일을 그만두고 손자를 돌보고 있었다. 자기 아들은 놀기 좋아하고 도박을 일삼으며 최근 큰 빚까지 졌고, 며느리는 친정으로 들어가 버렸다.장말숙이 서선영의 돈을 받은 것도 빚을 갚고 며느리를 다시 불러들이기 위한 것이었다.그날 점심을 먹고 잠시 슈퍼에 다녀온 사이, 손자가 납치된 것이다.은정은 알고 있
“아주머니는 분명 그날 일에 대해 알고 있어요. 그 사람한테 직접 확인하러 갈 거예요!”임유진은 말을 끝내자마자 그대로 뛰쳐나갔다.“유진아!”구은서는 몇 걸음 뒤쫓았지만, 유진은 이미 계단 아래로 사라지고 있었다. 은서는 굳게 이를 악물며 눈살을 찌푸렸다.서선영이 집에 없다는 걸 알자, 그녀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장말숙 아주머니 잘 지켜봐요. 유진이 그날 일 알아보려고, 지금 그 사람 찾으러 갔으니까.”그러나 서선영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걔가 뭘 안다고 찾아?]은서는 차분히 말했다.“유진은 임씨 집안 사람이야. 찾으려면 못 찾을 사람이 없죠.”이에 서선영의 말투도 조금 무거워졌다.[알았어. 내가 금방 사람 붙여서 장말숙 감시하라고 할게.]은서는 이어서 냉랭하게 따져 물었다.“절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는다면서요? 근데 걔는 어떻게 안 거예요?”유진이 알았다는 건, 임씨 가족들까지도 이미 감지했다는 뜻이었다. 이에 은서는 불안감에 입술을 꾹 눌렀다.서선영은 얼버무리며 말했다.[아마 도우미 중 누가 말실수했을 거야. 다시 철저히 단속해 둘게. 걱정하지 마. 소문 좀 난다 해도 너한테까지 영향은 안 가. 넌 그냥 조용히 대본 연습이나 해.][이번 영화, 내가 네 외삼촌 꼬드겨서 겨우 투자받은 거 알지? 이번 기회 잘 잡아야 해. 딴 건 신경 쓰지 마. 연기만 잘하면 돼.]은서는 그 말에 더욱 날카로워졌다. 이번 영화는 유명 감독의 대작이었고, 은서에게는 이미지 회복의 유일한 기회였다. 그렇기에 서선영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나 곧 촬영 들어가요. 그러니까 이번 일 절대 망치지 마요.”[알았어!]서선영은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유진은 급히 차로 돌아와 깊게 숨을 들이쉰 후, 곧장 은정에게 전화를 걸었다.“서선영 쪽에서 곧 움직일 거예요.”[알고 있어. 이미 준비해 뒀어.]은정의 목소리는 침착했고, 유진은 안심하며 숨을 내쉬었다.이윽고, 은정이 조용히 말했다.[고생 많았어.]이에 유진은 입꼬리를 살짝 올
“아파요!”유진은 짧은 비명을 내뱉으며 순식간에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그녀는 팔을 뻗어 구은정의 목에 매달리듯 안으며, 자기 얼굴을 숨기려 했다.이에 은정은 그녀의 어깨를 쓸어내리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낮게 웃었다.“왜 예전 같지 않아? 예전엔 몰래라도 키스하려고 했으면서, 이젠 실컷 하라고 해도 도망치기 바쁘네.”유진은 은정을 꼭 안으며 눈가가 붉게 물들었지만 속은 터질 듯 행복했다. 이제는 몰래 키스할 필요가 없다. 하고 싶을 때 언제든지 할 수 있었다.은정은 유진의 발그레한 귀에 입을 맞추며 낮게 속삭였다.“전에 난 늘 걱정했어. 네가 그냥 어린 마음에 나한테 끌리는 거라고. 그저 신기하고 새로워서, 가질 수 없으니까 더 마음이 가는 거라고.”“우리가 진짜로 사귀게 되면 금세 질릴 거라고. 나는 사실 정말 재미없는 사람이야. 총 쏘고 싸우는 것 빼곤 할 줄 아는 게 없어.”“요즘 애들이 좋아하는 것도 몰라. 마음도 더 이상 젊지 않아.”“그래서 넌 언젠가 내가 생각보다 별거 아니라는 걸 깨닫고, 그 마음이 식을까 봐 두려웠어.”유진은 목이 메어, 콧소리가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그럼 내가 기억 잃었을 때, 왜 다시 나한테 다가왔어요?”은정은 예전엔 그렇게 차갑게 거절했던 사람인데, 교통사고 한 번 났다고 갑자기 사랑하게 된 걸까? 혹시 죄책감 때문은 아니었을까?그런 생각이 유진을 계속 불안하게 했다. 잠시 침묵하던 은정이 조용히 말했다.“아마 너 없는 세상이, 정말로 견딜 수 없을 만큼 어둡고 차가웠기 때문일 거야.”그 말에 유진의 가슴은 요동쳤다. 그녀는 조용히 몸을 일으켜 은정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마음 깊은 곳까지 꿰뚫어 보려는 듯, 어둠을 걷어내고 자신의 빛으로 은정의 세상을 덮어주려는 듯한 눈빛이었다.유진은 다시 한번, 은정에게 입을 맞췄는데, 이번엔 더욱 깊고 부드러운 입맞춤이었다.은정은 곧 유진을 세게 안았고, 불같이 뜨거운 열기가 유진을 감쌌다. 죽음 같은 어둠 속에서 되살아난 사람처럼, 은정의 키스는
“그 사람들이 설마...”유진은 커다란 눈을 뜨고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이에 구은정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네가 생각한 그대로야.”유진은 믿기지 않는 듯 놀람과 동시에 깊은 자책의 기색을 띄웠다.“결국 내가 이렇게 만든 거잖아요.”“자꾸 그런 식으로 네 탓 하지 마.”은정은 그녀의 뺨을 다정하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너는 둘 사이의 더러운 사정도 몰랐잖아.”유진은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서선영은 그래도 이해가 가. 근데 구은서는 왜 그렇게까지 자기 엄마한테 협조한 거예요?”“자기 명예가 달린 문제인데, 게다가 지금은 연예인이잖아요. 설령 피해자라 해도, 그런 얘기 퍼지는 게 좋을 리 없잖아요.”은정은 깊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대답했다.“십몇 년 전 그 일 땐, 은서는 진짜로 몰랐던 것 같아. 내가 샤워 끝내고 나왔을 땐 자고 있었고, 서선영이 소리 지르고 난리 쳐도 안 일어났거든.”“그땐 그냥 서선영한테 이용당한 거지. 근데 이번엔 서선영이 어떻게 설득했는지는 나도 몰라.”유진은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서선영은 정말 너무 악랄했다. 자기 딸까지도 그런 식으로 이용한다면, 못 할 짓이 뭐가 있을까?더구나 서선영은 알고 있었다. 이런 식의 루머가 은정에게 가장 치명적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게 바로 구은태에게도 가장 아픈 약점이라는 것을. 그래서 서선영은 또다시 그 수를 썼다.유진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중얼거렸다.“그때 전화받은 아주머니, 그 사람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찾을 수는 있어. 하지만 서선영한테서 돈을 받았고, 아마 협박도 받았을 거야.솔직히 말해줄 가능성은 작아.”은정은 냉정하게 말하자, 유진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그래도 찾아봐야죠. 당장 데리고 가서 집에 가서 진실을 말하게 해야 해요!”은정은 유진의 손목을 붙잡았는데, 목소리는 단호하면서도 부드러웠다.“서두르지 마.”“어떻게 안 서둘러요! 지금 이미 밖에선 온갖 소문이 돌고 있다고요!”유진이 답답해하며 소리치자,
“그날 밤 전화했을 때 말이야.”유진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그게 바로 그날이었어요?”“그래.”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그는 서선영이 무슨 짓을 꾸미는지 몰랐다. 혹시 다시는 유진을 볼 수 없게 될까 두려워, 마지막으로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다.사실은 유진에게 자기 집으로 와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끝내 그 말이 목구멍에서 나오지 않았다.유진은 자책하듯 말했다.“나도 그때 뭔가 이상하단 걸 느꼈어. 근데 안 찾아갔어요.”은정은 유진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했다.“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그때는 이미 깊은 밤이었고, 유진은 단지 모호한 한 통의 전화로 구씨 저택까지 달려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유진의 마음속은 여전히 무겁고 미안했다.“내가 갔더라면, 그 여자의 계략이 통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는데요.”“유진아, 우리 이제 과거에 대해 그만 후회하자. 응?”은정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유진을 바라보며 말하자,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중요한 건, 서선영 모녀의 거짓말을 어떻게 밝혀낼지였다.“그 여자가 떠나라고 하니까, 진짜 떠나려던 거예요? 도대체 언제부터 그렇게 만만한 사람이 됐어?”유진이 화가 난 듯 말하자, 은정은 그녀를 바라보며, 차가운 듯 부드러운 눈빛으로 대답했다.“내 명예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어. 네가 그 일 알고 나서 날 더 미워할까 봐, 그게 무서웠지.”호텔에서 유진이 여씨 집안 가족 모임에 참석한 걸 봤을 때, 그는 마음이 무너졌다.자신은 온몸이 상처투성이고, 앞으로도 더러운 과거 때문에 손가락질받을 인생인데, 그런 자신의 곁에 유진을 두는 게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했다.유진은 따뜻하면서도 가슴 아픈 눈빛으로 은정을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유진은 두 손으로 은정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안개 낀 듯한 눈동자가 그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은정의 어두운 그림자를 밀어내고 그 마음속까지 빛으로 채우려는 듯한 눈빛이었다.이번에는 유진이 먼저 입을 맞췄는데, 그 키스는 애틋하고 따스했
“정말 못됐어요. 그런데도 난, 이렇게 좋아하니까.”유진은 코끝을 훌쩍이며 속삭이듯 말하자, 은정의 눈빛이 짙게 가라앉았고, 유진을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유진은 흐느낌 속에 물었다.“그래도 또 떠날 거예요?”“안 떠나.”은정은 마치 유진의 몸이 자기의 일부라도 된 것처럼 꼭 끌어안았다.유진은 입술을 꾹 다물었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도 입가엔 참을 수 없이 번지는 미소가 피어올랐다.멀찍이서 둘을 바라보던 소희는 마침내 안도한 듯 미소를 지었고, 잠시 바라보다 조용히 돌아섰다.은정은 티켓 환불을 마치고, 유진의 손을 꼭 잡고 공항 로비를 빠져나왔다.그때 소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유진이는 맡길게. 잘 달래줘. 난 먼저 갈게.]은정은 묵직한 음성으로 대답했다.“소희, 정말 고마워.”[혹시 집안 문제, 도와줄 일 있으면 말해.]은정은 원래의 냉정한 눈빛을 되찾으며, 대답했다.“아니, 내 일은 내가 해결할게.”[그래.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해. 임씨 집안 쪽 설득도 내가 도와줄 수 있어.]은정은 낮게 웃었다.“혼자 힘으로 안 되면 그때 부탁할게.”전화를 끊은 뒤, 유진이 옆에서 물었다.“소희, 갔어요?”“응. 우리 집에 가자.”은정은 다시 유진의 손을 꼭 잡았다.유진은 그날 회사에 가지 않고, 전화를 걸어 휴가를 냈다. 이경 아파트로 돌아오자마자, 문을 열고 들어선 은정은 유진을 번쩍 안아 들고 그대로 입을 맞췄다.유진은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고, 두 다리로 그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세게 은정을 끌어안고 입맞춤에 응했다.유진의 반응은 은정을 더욱 자극했고, 입술은 불꽃처럼 뜨거웠다. 은정은 강렬함과 부드러움을 오가며 끊임없이 유진의 반응을 확인했고, 만족할 만한 대답을 얻었을 때에야 숨을 고르며 입술을 떼었다.유진은 숨을 헐떡이며 눈을 반쯤 감고 있었다.“언제 기억난 거야?”은정은 유진의 입술 위에서 낮게 물었다.유진의 커다란 눈동자엔 얇은 안개 같은 물기가 맺혀 있었고, 눈가엔 눈물 자국이 남아 붉
“나쁜 놈!”유진은 이를 악물고 욕설을 내뱉으며, 손등으로 눈물을 거칠게 닦고는 그대로 뛰쳐나갔다.허둥지둥 엘리베이터를 내려가던 중, 예상치 못하게 1층 현관 앞에서 막 차에서 내리는 소희와 마주쳤다.유진은 달려가 소희를 끌어안으며, 눈물로 목소리가 떨렸다.“소희야. 그 사람, 갔어.”소희는 차가운 눈빛으로 유진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손을 들어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침착하게 말했다.“지금쯤 공항 도착했을 거야. 얼른 차 타. 우리가 가서 막자.”유진은 울먹이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응.”차에 올라탄 후, 소희는 아침 출근길 교통체증을 피해 가능한 한 빠른 길로 달렸다. 조수석에 앉은 유진은 여전히 망연자실한 얼굴이었다.소희는 유진을 스치듯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두려워하지 마. 이번엔, 걔가 지구 반대편까지 도망친다 해도 내가 꼭 데려올게.”유진은 이를 악물며 눈물 맺힌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응.”공항에 도착하자, 소희는 시계를 확인했다.“지금쯤이면 막 보안 검색대 들어갔을 거야. 넌 안으로 들어가. 난 밖에서 기다릴게.”유진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들이 북적이는 공항 안을 정신없이 뛰어다녔다.탑승 게이트 앞, 마침내 수많은 인파 속에서 그토록 익숙하고, 아프도록 그리운 구은정의 뒷모습을 발견했다.너무 긴장한 탓일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은정이 거의 들어가려던 순간, 유진은 겨우 목을 눌러 뜨거운 한마디를 토해냈다.“서인!”이에 은정의 발걸음이 멈췄고, 순간 고개를 홱 돌렸다. 사람들 사이 너머로, 유진이 서 있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친 그 순간, 시간이 멈춘 듯했다. 지나가는 사람들, 소음, 움직임. 모든 게 멀어지고, 과거와 현재가 한꺼번에 겹쳤다.처음 만났던 순간. 잃어버린 가방을 찾아 건네주던 은정의 등.“정말 대단해.”감탄하던 유진의 눈빛. 차가웠던 은정의 반응. 하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은정이 궁금했고, 따랐고, 그렇게 샤브샤브집에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다.유진은
방연하는 어이없다는 듯 여진구를 바라보며 말했다.“선배, 지금 진심이에요? 머리 괜찮아?”여진구는 연하를 째려보았다. 연하는 주변의 예쁘게 꾸며진 꽃길과 풍선을 둘러보며 부러움 섞인 말투로 말했다.“이거 진짜 예쁘네요. 나도 나중에 이런 대접 한번 받아볼 수 있을까요?”“너한테 고백할 남자가 이런 것도 못 하면, 내가 대신 해줄게.”진구는 시원하게 말하자, 연하는 헛웃음을 지으며 받아쳤다.“미리 감사 인사드릴게요, 여진구 사장님.”그 시각, 유진은 집에 돌아왔지만 마음은 여전히 뒤숭숭했고, 계속 뭔가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그날 밤은 뒤척이기만 하다가, 새벽이 되자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아침 7시가 되자, 임유민이 방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문에 기대선 그는 느슨하게 말했다.“누나, 이번 주 금요일 우리 학교 축구 경기 있어. 내가 수비수로 나가는데, 학교에서 가족 참관 받는대. 올래?”유진은 고개를 들어 한 박자 늦게 대답했다.“좋지. 꼭 응원하러 갈게.”유민은 그녀가 짐을 싸는 걸 보고 눈썹을 찌푸렸다.“근데 누나, 짐은 왜 싸?”유진은 노트북을 가방에 넣으며 말했다.“이젠 다시 이경 아파트로 돌아가려고.”유민은 조금 놀랐다.“안 돌아가겠다고 하지 않았어?”유진은 눈을 내리깔며 담담하게 대답했다.“가고 싶어졌어.”유민은 문에 기댄 채 웃으며 중얼거렸다.“역시 내 예상이 맞았네. 근데 이번에는 그렇게 바보처럼 굴지 마.”유진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뭐라고?”이에 유민은 씩 웃었다.“엄마는 아침 일찍 나갔고, 할머니한테는 꼭 인사하고 가. 안 그러면 또 가출했다고 난리 나실걸.”유진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집에 없을 땐, 네가 좀 더 착하게 굴어. 할머니 기분 잘 맞춰 드리고.”유민은 양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말했다.“그건 숙모한테나 하라고.”유진은 참지 못하고 푸흐 웃음을 터뜨렸다. 짐을 정리한 후, 운전기사에게 짐을 차에 실어달라 부탁하고 자신은 할머니에게 인사드리
유진은 은정이 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직접 보고 나서야 다시 호텔 위층으로 돌아갔다. 혹시나 여씨 집안 사람들이 경찰에 신고할까 봐 대비해야 했다.라운지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흩어졌고, 유진이 그 안으로 들어섰을 때, 여씨 집안의 두 명의 며느리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셋째네는 평소에 그렇게 거칠게 굴더니, 오늘 자기 아들이 그렇게 당했는데도 조용하네?”다른 여성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들었는데 인후가 아가씨를 모욕해서 그렇게 된 거라더라고요. 이 일, 임씨 쪽이 알게 되면 여인후 가만두지 않을걸요?”“그래서였구나! 근데 때린 사람이 누군데?”“그건 잘 모르겠어요.”유진은 고개를 돌려 벽에 기대었다. 그 순간, 조금 전 은정의 어두운 눈빛과 먹먹한 표정이 머릿속을 스쳤고, 가슴이 다시 시리게 아파왔다.그때 여진구가 메시지를 보내오자, 유진은 핸드백을 챙겨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유진아!”호텔 정원에서 진구가 유진을 발견하고는 반갑게 다가왔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꽃다발을 꺼내려 했지만 유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선배!”이에 진구는 웃으며 말했다.“먼저 말해봐.”유진은 진지한 표정으로 진구를 바라보며 말했다.“선배, 전 늘 당신을 선배로, 좋은 친구로 생각했어요. 그 이상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어요.”“오늘 가족 모임에 참석하면서 다들 뭔가 오해한 것 같은데, 부디 오해가 더 커지지 않도록, 할아버지랑 어른들께는 확실히 말씀드려 주세요.”진구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직 아무 말도 꺼내지도 않았는데, 유진은 이미 자신의 마음을 간파하고,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선을 그어버린 것이다.유진은 미소를 지었지만 그 표정엔 피곤함이 묻어났다.“조금 피곤해서 먼저 갈게요. 할아버지께는 대신 인사 부탁드려요.”유진은 말을 마치고 돌아섰다.몇 걸음만 걸었을까? 그 순간, 뒤쪽 정원에 불이 환하게 밝혀졌다. 형형색색의 하트 모양 꽃장식이 환하게 빛났고, 수많은 풍선과 조명이 하늘로 떠올랐다. 몽환적이고 낭만적인 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