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화

작가: 금추
그의 손에는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이 쥐어져 있었다.

일을 마친 후 돈을 지불하다니. 그녀는 그를 무엇으로 생각하는 걸까?

남자가 냉담한 얼굴을 하고 발코니로 성큼성큼 걸어가니 과연 창문이 열려 있었다.

여기는 층고가 높아서 3층이 4층 높이일 텐데 그녀는 어떻게 뛰어내렸을까?

그가 그렇게 무서웠나? 죽음을 무릅쓰고 도망칠 만큼?

창문으로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물을 끼얹은 듯 청량한 바람이지만 남자의 마음속에서 타오르는 화는 식히지 못하였다. 이 여인은 만 원으로 그를 모욕했을 뿐만 아니라, 일이 끝난 후에 창문으로 뛰어내려 도망쳤다... 잡히기만 해봐!

......

택시에 앉은 소희가 재채기를 하자 운전기사가 백미러를 보며 물었다.

“아가씨, 괜찮아요?”

이렇게 예쁘게 생겨서 홀딱 젖어있다니, 딱 봐도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았다.

소희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기사는 웃으며 말했다.

“아직 학생이죠? 밖에 혼자 다닐 때 각별히 조심해야 되요.”

“네, 감사합니다. 기사님.”

소희는 대답하고 휴대폰을 꺼내 재빨리 문자를 보냈다.

“천위 호텔의 7시와 9시경에 내가 찍힌 CCTV 기록은 모두 없애!”

“ok!”

상대방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지시에 따랐다.

남자의 귀에 거슬리는 말이 다시 귓가에 울려 퍼졌다. 소희는 오늘 임구택과 만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따위 고민은 더 이상 하지 않았다. 다만 임구택이 그녀가 왔었다는 사실을 모르게만 하고 싶었다.

운해로에서 내리면서 소희는 뒷좌석을 적신 대가로 택시비를 두 배로 지불했다.

별장으로 돌아오자 하인은 소희의 젖은 옷을 보고 깜짝 놀라 물었다.

“작은 아가씨, 무슨 일이에요?”

“일이 좀 있었어요, 일단 올라가서 샤워부터 할게요.”

소희는 위층으로 걸음을 옮겼다.

“목욕물 준비해 드릴게요.”

하녀는 더 묻지 못한 채 위층으로 올라가 준비했다.

몇 분 후 소희는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긴장했던 몸이 점차 풀리기 시작했다.

머릿속이 복잡해서 머리까지 물속에 파묻고 오늘 밤에 있었던 일을 잊으려 했다.

목욕을 마치고 깨끗한 잠옷으로 갈아입은 뒤 하녀가 머리를 말려주고 있을 때 소정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소희는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하녀를 내보내고 베란다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

전화가 연결되자 소정인이 다급하게 물었다.

“소희야, 어디야? 임 대표님 만났어?”

소희의 말투에는 어떠한 감정도 담겨있지 않았다.

“아버지, 제가 임 대표와 어색할까 봐 흥을 약을 타신 거예요?”

소정인은 어리둥절하였다.

“무슨 말이야, 약을? 내가 누구한테 약을 줘? 나 아니야!”

“아니라고요?”

소희는 계속해서 말하였다.

“그럼 왜 아버지는 분명 임구택의 비서와 아홉 시에 약속을 잡아놓고 저한테는 일곱 시라고 하셨어요?”

전화기에선 침묵이 흘렀다. 소희는 고개를 떨구고 전화를 끊으려고 하였다.

“소희야!”

전화기에서 다시 소리가 들려왔다. 소정인은 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일은 내가 잘못했다. 나는 네가 임 대표를 일찍 만나서 단둘이 얘기를 나누다보면 결혼에 대해 생각이 달라질 거 같아서 그랬다.”

그러고는 대뜸 물었다.

“무슨 일 있었니? 왜 그래?”

소희는 소정인의 말투에서 진심으로 자신을 관심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진짜 아버지가 아니에요?”

소정인은 즉시 대답했다.

“당연히 아니지, 내가 아무리 어려워도 이런 상스러운 수단으로 내 딸을 이용하지는 않아!”

소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정인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소희야, 괜찮지?”

소희는 담담하게 말했다.

“괜찮아요, 저 임구택을 못 만났어요.”

소정인도 자초지종에 대해 더 이상 묻지 않고 가볍게 탄식하듯 소희에게 사과했다.

“어쨌 됐든 이번 일은 아빠가 미안해, 다시는 그사람 만나라고 하지 않을게. 산속 별장에 있고 싶지 않으면 지금 당장 아빠가 데리러 갈게.”

소희는 목소리가 한결 온화해졌다.

“이미 2년 넘게 살았어요. 몇 달 더 지내도 상관없어요. 아버지, 걱정하지 않으셔도돼요, 저 여기 꽤 마음에 들어요.”

이 별장은 임구택의 개인 재산이다, 결혼하자마자 이사 와서 거의 3년 동안 살고 있다.

소정인은 흐뭇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그럼 몇 달만 더 참아. 3년이 되자마자 내가 직접 우리 딸 데리러 갈게. 아 참...”

그는 잠간 멈추더니 다시 말했다.

“이번 주 토요일 네 엄마 생일이니 집으로 와. 지난번에 네가 왔을 때 한 말은 진심이 아니야, 너도 마음에 담아두지 말거라. 엄마도 많이 후회하고 있다. 다만 자존심 때문에 사과하지 않는 것뿐이야.”

“이번 주 토요일 오전에 수업이 있으니 수업을 마치고 제가 알아서 갈게요.”

“그래, 무슨 일 있으면 아빠한테 전화하렴.”

전화를 끊고 소희는 잠시 생각한 뒤 다시 번호를 눌러 전화를 걸었다. “봄 시즌에 나온 최신상 목걸이와 귀걸이 세트로 준비해 주세요, 이틀 뒤에 찾으러 갈게요.”

상대 편의 대답을 듣고 소희는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오늘 일을 생각하니 어둠 속의 장면이 저절로 머릿속에 떠올랐다.

남자의 거친 숨소리가 바로 귓가에 들리는 듯 했다... 그녀는 머리를 두 팔 사이로 파묻고 마음속엔 화난 건지 미워하는 건지 알 수 없는 듯한 감정이 피어났다.

밤 11시에 임구택이 천위 호텔을 떠날 때 비서가 그의 뒤를 따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대표님, 찾았습니다. 천거의 부사장 이해창입니다. 원래 오늘 자신이 데리고 온 여자 파트너에게 약을 먹이려고 했는데, 어떻게 된 건지 술잔이 대표님께 전달되었답니다. 이해창이 기겁을 하고 야반도주해서 해성으로 갔답니다.”

임구택의 새까만 눈동자가 매섭게 빛났다.

“이미 도망쳤으면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게 해!”

비서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임씨 가문 고택에 돌아온 지금은 이미 새벽이었다. 임씨 가문 첫째네 부부는 딸과 아들만 남겨둔 채 부모님과 함께 런던 경제 세미나에 참석하러 갔다. 아이들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

임구택은 곧바로 3층으로 올라가 샤워를 한 뒤 가운을 두른 채 베란다의 등나무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탁자 위에서 담배 한 대를 꺼내 불을 붙혔다.

담뱃불이 달밤의 베란다에서 깜박거렸다. 임구택의 젖은 머리카락이 이마에 드리워졌다. 희미한 불빛에 비친 그의 얼굴은 유난히 윤곽이 두드러지고 준수해 보였다.

저도 모르게 또 오늘 밤 그 여자가 생각났다. 그는 그녀의 불안을 눈치채고 너무 성급했다가 그녀가 다치기라도 할까 봐 길게 키스했다.

그녀가 응낙한 후에야 그는 그 다음 동작을 이어갔다. 그녀는 그의 팔을 잡고 불안에 떨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당시 그는 정신이 혼미해진 상태였다. 그래서 그녀가 그의 이름을 불렀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임구택은 그 만 원짜리 지폐를 꺼내 들었다. 이미 물에 젖어 있었다.

요즘은 거의 휴대폰 결제가 상용화되어있는데 누가 현금을 들고 다닐까?

그녀는 왜 그의 방에 나타난 거지?

그녀는 도대체 누구일까?

임구택은 갑자기 궁금해졌다.

임구택은 핸드폰을 꺼내서 전화를 걸었다.

“오늘 밤 3층에서 뛰어내린 여자를 찾아봐!”

“네!”

비서 명우는 명령만 받을 뿐 종래로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는다.

다음날 오전 수업을 마친 소희는 장학금 신청 서류를 정리해서 사무실로 보내라는 조교의 전화를 받았다.

소희가 정리를 마치고 출발하기도 전에 다시 조교의 메시지를 받았다.

[소희야, 나 급한 일이 있어서 9층 회의실에 가야 해, 여기로 가져와.]

소희는 답장한 뒤 사무동으로 향했다.

사무동 밖 도로에 검은색 벤틀리가 세워져 있었다. 소희가 막 지나가려는 찰나 키가 크고 반듯한 남자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았다.

소희는 남자의 옆모습을 보고 가슴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고 무의식적으로 몸을 돌렸다.

어젯밤에 불을 켜고 있지 않아서 임구택이 그녀를 모를 수도 있지만 그녀는 그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차가 떠나고 남자도 방향을 틀어 사무실 건물 안으로 들어간 후에야 소희는 다시 길을 걸었다.

그런데 모퉁이를 돌아서자 남자가 멈춰서서 통화하고 있는 것이었다. 소희도 멈춰 서서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보는 척했다.

그녀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임구택은 이미 멀어졌다. 소희는 숨을 크게 들이 마시면서 임구택이 어떻게 여기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사무동 건물에 들어서자 남자는 엘리베이터로 들어가고 있었고 소희는 걸음을 늦추며 엘리베이터가 닫히기를 기다렸다.

그녀의 손이 엘리베이터 버튼에 닿자 이미 닫혔던 엘리베이터가 다시 열렸다.

소희가 고개를 들자 미처 대비도 못한 채 남자의 냉담한 두눈과 마주쳤다.
이 책을 계속 무료로 읽어보세요.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댓글 (1)
goodnovel comment avatar
김유태
우리 마눌님이 보고 있네요.
댓글 모두 보기

최신 챕터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4216화

    화영이 시계를 보고 물었다.“점심은 뭐 먹을까요?”이에 우행이 운전대를 돌리며 대답했다.“화영 씨가 정해요. 난 다 좋거든요.”화영은 창밖을 내다봤다.아침 내내 테니스를 쳤더니 배는 고팠지만 막상 뭘 먹고 싶은지는 떠오르지 않았다.화영이 고민하는 모습을 본 우행이 말했다.“요즘 내가 새로 배운 요리가 있는데 그거 해줄까요?”화영은 잠시 놀란 눈으로 우행을 봤다.예전에 우행이 주혜영 아주머니에게 음식 레시피를 물어보는 걸 들은 적이 있었으나 애써 모른 척하며 물었다.“언제 배운 거예요? 갑자기 요리는 왜 배운거예요?”우행은 잠시 생각하다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배워둬서 나쁠 건 없잖아요. 괜히 사람들한테 게으르다는 소리 듣는 것도 싫고요.”이에 화영은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맞는 말이네요. 아주 바람직한 이유고요.”“그래서 어떤 요리 배웠어요?”화영이 다시 묻자 우행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먹어보면 알게 될 거예요.”화영은 장단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재료는 같이 사러 가죠. 마트 먼저 들르는 거죠?”“좋죠.”두 사람은 집으로 가는 길에 근처 마트에 들렀다.필요한 식재료를 사고 생활용품 몇 가지도 챙겼는데, 돌아보던 우행은 그때 디저트 코너 앞에서 잠시 멈췄다.우행은 문득 소희가 단 것을 정말 좋아했던 게 떠올랐지만 화영은 단 한 번도 디저트를 먹는 걸 본 적이 없었다.대부분의 여자들이 좋아하는 간식이나 달콤한 음료에도 전혀 관심이 없는 듯했다.우행은 조용히 화영 쪽을 바라보자 여자는 향신료 코너에서 진지하게 조미료를 고르고 있었다.그 모습에 우행은 미소를 지으며 과일이 올라간 티라미수를 한 통 장바구니에 넣었다.집에 돌아와 우행은 외투를 벗고 사 온 물건들을 정리하며 말했다.“화영 씨는 좀 쉬어요. 재료는 내가 다 손질할 테니까.”화영은 땀에 젖은 몸을 씻고 생활복으로 갈아입은 뒤 부엌으로 향하자 우행은 소매를 걷고 채소를 씻고 있었다.“도와줄게요.”“아니요, 괜찮아요. 나 혼자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4215화

    화영은 우행의 뒤를 따라가며 잔잔히 웃었다.“사실 괜찮아요. 나도 좀 쉬고 싶었어요.”우행이 곁눈질로 화영을 보며 말했다.“하룻밤을 쉬고 왔는데도 피곤해요? 체력이 정말 부족하네요.”화영은 그 자리에 서 있었다.평소 냉철하고 강단 있는 화영이였지만 그 말에 얼굴이 붉어졌다.그래서 무언가 반박하려 했지만 우행은 아무렇지 않게 말만 남기고 멀어져 갔다.멀찍이서 지켜보던 가윤은 두 사람을 향해 독기 서린 눈빛을 보냈다.그리고 그 시선은 마치 독사처럼 소름 끼치고 매서웠다.곧 희문이 다가와 테니스를 치고 있는 두 사람을 보고 자신이 사 온 물을 건네며 웃었다.“가자, 우리도 좀 칠까?”가윤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너 혼자 쳐. 난 하기 싫어.”희문이 그녀 옆에 앉으며 말했다.“테니스 치자고 나 불러놓고 이게 뭐야?”그러자 가윤이 짜증스럽게 얼굴을 찌푸렸다.“지금은 하기 싫다고. 안 돼?”“알겠어, 알겠어. 네가 뭐라면 그게 맞지.”희문은 달래듯 웃자 두 사람은 잠시 코트 옆에서 경기를 구경했다.하지만 희문은 금세 지루해졌다.“그럼 딴 데 갈래? 여기 계속 앉아 있을 거야?”“어디도 가기 싫어.”가윤은 의자에 몸을 기댄 채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곧 점심이잖아. 우행이랑 같이 밥 먹을 거야.”그렇게 두 사람은 기다렸다.우행과 화영이 경기를 마치고 잠시 쉬자 가윤은 아무 일 없는 듯 물병을 건네며 물었다.“점심은 뭐 먹을 거야?”희문조차 가윤이 일부러 우행과 화영 사이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이에 희문은 어이없어 하면서도 결국 가윤의 뜻대로 맞춰주었다.점심 장소를 정한 네 사람은 주차장으로 향했고 가윤은 재빠르게 우행의 차로 다가가 말했다.“난 택시 타고 왔으니까 우행의 차 타고 갈게.”우행은 희문을 향해 말했다.“희문아, 가윤은 네가 태워. 난 화영 씨랑 차 안에서 얘기할 게 있어.”그러자 가윤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물었다.“쉬는 날에도 일을 해? 게다가 둘이 같은 회사도 아니잖아. 무슨 일을 그렇게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4214화

    주말이 금세 다가왔다.토요일 이른 아침, 화영은 우행에게 거의 끌려 일어났다.우행은 또다시 함께 테니스를 치러 가자며 화영을 재촉했다.화영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클렌징폼을 치약으로 착각할 뻔했다.간신히 세수를 마친 뒤 화영은 문득 어젯밤 우행이 말했던 말이 아주 또렷하게 생각이 났다.“내일은 주말이니까 일찍 안 일어나도 되잖아요.”‘그런데 지금 이게 뭐야?’이렇게 새벽같이 깨워놓고는 평일 아침이랑 다를 게 없었다.거기다 정말 이해가 안 되는 건 우행의 체력이 왜 이렇게 좋은가였다.‘운동을 좋아해서 그런 걸까?’그렇게 속으로 투덜대는 사이, 문밖에서 우행의 낮고 단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옷은 내가 골라서 침대 위에 놔뒀으니까 옷 갈아입고 나와서 아침 먹어요.”화영은 어젯밤 일을 떠올리다 얼굴이 붉어졌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다.“그래요, 알았어요.”우행이 나가자 화영은 천천히 숨을 고르고 얼굴에 선크림을 바른 뒤 욕실을 나왔다.침대 위에는 연한 회색 운동복 한 벌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는데 그 옷은 우행이 직접 여자를 위해 산 것이다.화영과 함께 운동을 하겠다고 일부러 맞춘 운동복이었고 사이즈도 놀라울 만큼 정확했다.식탁으로 나가니 우행도 회색 운동복 차림이었다.우행은 우유를 따르고 있었고 화영이 자신을 바라보자 고개를 들어 물었다.“왜 그래요?”화영은 환하게 웃었다.“아니에요,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아서요.”우행이 미소를 지었다.“옷은 잘 맞아요?”“맞는 정도가 아니라 맞춤 제작한 것보다 더 맞는 것 같아요.”화영의 말에 우행이 짧게 웃으며 우유를 건넸다.“먹죠.”아침을 마치고 아홉 시 정각에 두 사람은 집을 나섰다.주말이라 도로는 다소 막혀 테니스장에 도착했을 때는 거의 열 시가 다 되어 있었다.코트를 들어서자 눈에 익은 여자가 보였는데 바로 운동복 차림의 가윤이었다.형형색색의 운동화에 완벽한 메이크업까지 한 가윤은 전혀 운동하러 온 사람 같지 않았다.화영은 곁의 우행을 흘끗 바라보았고 남자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4213화

    그날 밤에는 짧게 스쳐 지나갔을 뿐이었지만, 오늘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화영은 처음으로 세라가 정말 아름답다는 걸 느꼈다.그 아름다움은 결코 공격적이지 않고 오히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보호해주고 싶게 만드는 부드러운 매력이 있었다.화영은 수많은 사람을 만나왔지만 세라의 눈빛만으로도 대강 성격을 파악할 수 있었다.단단한 의지, 강한 내면, 그리고 목표를 정하면 반드시 해내고야 마는 사람.그런 성향을 가진 여자들은 대부분 가난한 환경에서 자라온 경우가 많았다.세라는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백종원을 향해 말했다.“그럼 선생님께 맡길게요.”백종원도 고개를 끄덕였다.“5일 뒤에 오시면 돼요.”“감사드려요.”세라는 예의 바르게 인사하고 작업실을 나서며 다시 한번 화영에게 인사했다.“시계 수리비는 어디에 결제하면 될까요? 프런트로 가면 될까요?”화영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그냥 제가 작은 도움 드리는 셈 칠게요.”“그건 너무 죄송한데...”“정말 괜찮아요.”화영이 부드럽게 말하자 세라는 고운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사실 곧 친구 생일이라 선물을 하나 고르려는데, 화영 씨가 좀 추천해 주시면 좋겠어요.”그 말에 화영은 속으로 웃었다.수리비를 대신 지불하려는 배려임을 알았지만 굳이 지적하지 않고, 그저 담담히 말했다.“좋아요. 함께 골라보죠.”화영은 직접 세라를 안내해 매장을 함께 둘러보았다.한 층, 두 층을 돌며 여러 제품을 살펴보다가 세라는 결국 약 2천만 원 상당의 고급 팔찌를 선택했다.결제할 때 세라는 직원에게 물었다.“여기 VIP 회원은 어떻게 가입하나요?”직원이 지엠의 회원 제도를 자세히 설명해 주자 세라는 바로 10억 원을 선불로 결제하며 회원 카드를 만들었다.그 모습을 본 화영은 옆에서 조심스럽게 말했다.“세라 씨, 지엠을 조금 더 알아보신 후에 결정하셔도 늦지 않아요. 이 정도 금액은 꽤 크니까요.”하지만 세라는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저었다.“오늘 화영 씨가 직접 안내해 주셨잖아요. 저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4212화

    전화 통화를 마치고 돌아온 수호가 말했다.“우행이한테 다 얘기했어. 지금은 아무 일도 없다고.”방 안엔 다시 불이 들어오자, 밝은 조명 아래에서 노가윤의 굳은 표정이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수호는 잠깐 가윤을 바라보다가 담담히 말했다.“난 아직 일이 있어서 먼저 간다.”수호가 문을 나서려 할 때, 희문이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걸 보고 한마디 던졌다.“네 여자친구 오늘 야근이지? 데리러 가기로 했다면서? 안 가?”세라가 나섰다.“둘 다 바쁠 텐데 가봐. 난 여기 남아서 가윤이랑 있을 테니까.”“고마워, 세라야.”희문이 진심 섞인 미소로 말했다.“가윤이랑 나는 제일 친한 친구잖아. 인사할 필요 없어.”세라는 따뜻하게 웃었다.곧 희문은 가윤에게 몇 마디 위로를 더 건넨 뒤, 수호와 함께 나갔다.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각자의 차로 향하자, 수호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가윤이 점점 선을 넘고 있어.”그러자 희문이 놀라 되물었다.“무슨 뜻이야?”이에 수호는 비웃듯 말했다.“오늘 그 정전, 진짜로 전선 문제라고 믿어?”그제야 희문도 눈치를 챘다.“설마 가윤이?”“세라도 같이 있었잖아. 이쯤 되면 뻔하지 않아?”수호의 웃음은 냉소에 가까웠다.“그때 우행이랑 같이 유학 갔던 건 세라 본인이야. 떠난 것도 끝낸 것도 세라였어.”“그런데 왜 아직도 다들 우행이 세라한테 잘못한 사람처럼 구는 건데? 그게 걔를 위하는 거야?”“난 진짜 모르겠어. 가윤은 도대체 뭘 생각하는 건지. 이제 와서 세라가 우행보다 더 중요해진 건가? 그럼 멀어지는 것도 당연하지.”희문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수호가 차갑게 덧붙였다.“화영 씨 보니까 확실히 알겠더라. 배포가 크고 여유가 있어. 그러니까 더 비교되는 거야. 솔직히 말해서 지금 너희 행동 너무 속 좁고 유치해 보여.”수호가 말을 마치자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남자는 단호한 걸음으로 밖으로 나갔다.그리고 희문은 굳은 얼굴로 한참을 서 있다가 뒤따라 나섰다.이틀 뒤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4211화

    세라의 목소리는 아주 잔잔했다.“그건 우행이 스스로 선택한 거야.”“공짜로 주는데 누가 마다하겠어?”가윤이 비웃듯 코웃음을 치자 세라는 고개를 저었다.“우행은 그런 사람이 아니야.”가윤은 곧바로 물었다.“아직도 걔 좋아하지? 마음속으론 아직 끝내지 못했지?”이에 세라는 눈을 내리깔며 조용히 말했다.“우린 인연은 있었지만 함께할 운명은 아니었어.”“인연이 없다고? 처음부터 네가 먼저 걔를 만났잖아. 내가 도와줄게. 꼭 다시 우행을 되찾게 해줄게.”가윤이 세라의 손목을 꽉 붙잡자 여자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그런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마. 나 때문에 우행이 불쾌해지면 안 돼.”“아니야.”그러나 가윤의 눈빛은 완강했다.“그 화영이라는 여자, 애초에 우행이한테 어울리지도 않아.”그때 갑자기 초인종이 울리자 가윤이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우행이 왔네!”세라는 자세를 바로 하고 문 쪽을 바라봤다.문이 열리자마자 가윤은 반가움이 터져 나왔다.“드디어 왔...”하지만 말이 중간에서 끊겼고,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우행이 아니라 희문이었다.남자는 긴장된 얼굴로 물었다.“괜찮아? 방금 다른 세대들은 다 불이 들어와 있던데, 혹시 누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닐까 싶어서.”가윤의 얼굴은 실망으로 일그러지자 목소리도 거칠게 변했다.“왜 네가 온 거야?”희문이 집 안으로 들어오며 설명했다.“우행이랑 가까이 사는 사람이 수호인데, 걔한테 연락했더니 일이 있어서 못 간다더라. 내가 마침 같이 있어서 대신 왔어.”희문은 말을 마치고 방 안을 둘러보다가 어둠 속에서 앉아 있는 이세라를 보고 깜짝 놀랐다.“세라? 너도 여기 있었어?”그러자 세라는 부드럽게 웃었다.“가윤이가 무서워할까 봐 잠깐 같이 있으려고 왔어.”희문은 방을 한 바퀴 둘러보고 말했다.“두 사람은 여기서 기다려. 나가서 전기 상태 좀 보고 올게.”희문이 나가자 가윤은 한참을 서 있다가 갑자기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고, 곧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진우행! 정말 대단하

더보기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책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책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