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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금추
그의 손에는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이 쥐어져 있었다.

일을 마친 후 돈을 지불하다니. 그녀는 그를 무엇으로 생각하는 걸까?

남자가 냉담한 얼굴을 하고 발코니로 성큼성큼 걸어가니 과연 창문이 열려 있었다.

여기는 층고가 높아서 3층이 4층 높이일 텐데 그녀는 어떻게 뛰어내렸을까?

그가 그렇게 무서웠나? 죽음을 무릅쓰고 도망칠 만큼?

창문으로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물을 끼얹은 듯 청량한 바람이지만 남자의 마음속에서 타오르는 화는 식히지 못하였다. 이 여인은 만 원으로 그를 모욕했을 뿐만 아니라, 일이 끝난 후에 창문으로 뛰어내려 도망쳤다... 잡히기만 해봐!

......

택시에 앉은 소희가 재채기를 하자 운전기사가 백미러를 보며 물었다.

“아가씨, 괜찮아요?”

이렇게 예쁘게 생겨서 홀딱 젖어있다니, 딱 봐도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았다.

소희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기사는 웃으며 말했다.

“아직 학생이죠? 밖에 혼자 다닐 때 각별히 조심해야 되요.”

“네, 감사합니다. 기사님.”

소희는 대답하고 휴대폰을 꺼내 재빨리 문자를 보냈다.

“천위 호텔의 7시와 9시경에 내가 찍힌 CCTV 기록은 모두 없애!”

“ok!”

상대방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지시에 따랐다.

남자의 귀에 거슬리는 말이 다시 귓가에 울려 퍼졌다. 소희는 오늘 임구택과 만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따위 고민은 더 이상 하지 않았다. 다만 임구택이 그녀가 왔었다는 사실을 모르게만 하고 싶었다.

운해로에서 내리면서 소희는 뒷좌석을 적신 대가로 택시비를 두 배로 지불했다.

별장으로 돌아오자 하인은 소희의 젖은 옷을 보고 깜짝 놀라 물었다.

“작은 아가씨, 무슨 일이에요?”

“일이 좀 있었어요, 일단 올라가서 샤워부터 할게요.”

소희는 위층으로 걸음을 옮겼다.

“목욕물 준비해 드릴게요.”

하녀는 더 묻지 못한 채 위층으로 올라가 준비했다.

몇 분 후 소희는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긴장했던 몸이 점차 풀리기 시작했다.

머릿속이 복잡해서 머리까지 물속에 파묻고 오늘 밤에 있었던 일을 잊으려 했다.

목욕을 마치고 깨끗한 잠옷으로 갈아입은 뒤 하녀가 머리를 말려주고 있을 때 소정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소희는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하녀를 내보내고 베란다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

전화가 연결되자 소정인이 다급하게 물었다.

“소희야, 어디야? 임 대표님 만났어?”

소희의 말투에는 어떠한 감정도 담겨있지 않았다.

“아버지, 제가 임 대표와 어색할까 봐 흥을 약을 타신 거예요?”

소정인은 어리둥절하였다.

“무슨 말이야, 약을? 내가 누구한테 약을 줘? 나 아니야!”

“아니라고요?”

소희는 계속해서 말하였다.

“그럼 왜 아버지는 분명 임구택의 비서와 아홉 시에 약속을 잡아놓고 저한테는 일곱 시라고 하셨어요?”

전화기에선 침묵이 흘렀다. 소희는 고개를 떨구고 전화를 끊으려고 하였다.

“소희야!”

전화기에서 다시 소리가 들려왔다. 소정인은 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일은 내가 잘못했다. 나는 네가 임 대표를 일찍 만나서 단둘이 얘기를 나누다보면 결혼에 대해 생각이 달라질 거 같아서 그랬다.”

그러고는 대뜸 물었다.

“무슨 일 있었니? 왜 그래?”

소희는 소정인의 말투에서 진심으로 자신을 관심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진짜 아버지가 아니에요?”

소정인은 즉시 대답했다.

“당연히 아니지, 내가 아무리 어려워도 이런 상스러운 수단으로 내 딸을 이용하지는 않아!”

소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정인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소희야, 괜찮지?”

소희는 담담하게 말했다.

“괜찮아요, 저 임구택을 못 만났어요.”

소정인도 자초지종에 대해 더 이상 묻지 않고 가볍게 탄식하듯 소희에게 사과했다.

“어쨌 됐든 이번 일은 아빠가 미안해, 다시는 그사람 만나라고 하지 않을게. 산속 별장에 있고 싶지 않으면 지금 당장 아빠가 데리러 갈게.”

소희는 목소리가 한결 온화해졌다.

“이미 2년 넘게 살았어요. 몇 달 더 지내도 상관없어요. 아버지, 걱정하지 않으셔도돼요, 저 여기 꽤 마음에 들어요.”

이 별장은 임구택의 개인 재산이다, 결혼하자마자 이사 와서 거의 3년 동안 살고 있다.

소정인은 흐뭇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그럼 몇 달만 더 참아. 3년이 되자마자 내가 직접 우리 딸 데리러 갈게. 아 참...”

그는 잠간 멈추더니 다시 말했다.

“이번 주 토요일 네 엄마 생일이니 집으로 와. 지난번에 네가 왔을 때 한 말은 진심이 아니야, 너도 마음에 담아두지 말거라. 엄마도 많이 후회하고 있다. 다만 자존심 때문에 사과하지 않는 것뿐이야.”

“이번 주 토요일 오전에 수업이 있으니 수업을 마치고 제가 알아서 갈게요.”

“그래, 무슨 일 있으면 아빠한테 전화하렴.”

전화를 끊고 소희는 잠시 생각한 뒤 다시 번호를 눌러 전화를 걸었다. “봄 시즌에 나온 최신상 목걸이와 귀걸이 세트로 준비해 주세요, 이틀 뒤에 찾으러 갈게요.”

상대 편의 대답을 듣고 소희는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오늘 일을 생각하니 어둠 속의 장면이 저절로 머릿속에 떠올랐다.

남자의 거친 숨소리가 바로 귓가에 들리는 듯 했다... 그녀는 머리를 두 팔 사이로 파묻고 마음속엔 화난 건지 미워하는 건지 알 수 없는 듯한 감정이 피어났다.

밤 11시에 임구택이 천위 호텔을 떠날 때 비서가 그의 뒤를 따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대표님, 찾았습니다. 천거의 부사장 이해창입니다. 원래 오늘 자신이 데리고 온 여자 파트너에게 약을 먹이려고 했는데, 어떻게 된 건지 술잔이 대표님께 전달되었답니다. 이해창이 기겁을 하고 야반도주해서 해성으로 갔답니다.”

임구택의 새까만 눈동자가 매섭게 빛났다.

“이미 도망쳤으면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게 해!”

비서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임씨 가문 고택에 돌아온 지금은 이미 새벽이었다. 임씨 가문 첫째네 부부는 딸과 아들만 남겨둔 채 부모님과 함께 런던 경제 세미나에 참석하러 갔다. 아이들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

임구택은 곧바로 3층으로 올라가 샤워를 한 뒤 가운을 두른 채 베란다의 등나무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탁자 위에서 담배 한 대를 꺼내 불을 붙혔다.

담뱃불이 달밤의 베란다에서 깜박거렸다. 임구택의 젖은 머리카락이 이마에 드리워졌다. 희미한 불빛에 비친 그의 얼굴은 유난히 윤곽이 두드러지고 준수해 보였다.

저도 모르게 또 오늘 밤 그 여자가 생각났다. 그는 그녀의 불안을 눈치채고 너무 성급했다가 그녀가 다치기라도 할까 봐 길게 키스했다.

그녀가 응낙한 후에야 그는 그 다음 동작을 이어갔다. 그녀는 그의 팔을 잡고 불안에 떨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당시 그는 정신이 혼미해진 상태였다. 그래서 그녀가 그의 이름을 불렀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임구택은 그 만 원짜리 지폐를 꺼내 들었다. 이미 물에 젖어 있었다.

요즘은 거의 휴대폰 결제가 상용화되어있는데 누가 현금을 들고 다닐까?

그녀는 왜 그의 방에 나타난 거지?

그녀는 도대체 누구일까?

임구택은 갑자기 궁금해졌다.

임구택은 핸드폰을 꺼내서 전화를 걸었다.

“오늘 밤 3층에서 뛰어내린 여자를 찾아봐!”

“네!”

비서 명우는 명령만 받을 뿐 종래로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는다.

다음날 오전 수업을 마친 소희는 장학금 신청 서류를 정리해서 사무실로 보내라는 조교의 전화를 받았다.

소희가 정리를 마치고 출발하기도 전에 다시 조교의 메시지를 받았다.

[소희야, 나 급한 일이 있어서 9층 회의실에 가야 해, 여기로 가져와.]

소희는 답장한 뒤 사무동으로 향했다.

사무동 밖 도로에 검은색 벤틀리가 세워져 있었다. 소희가 막 지나가려는 찰나 키가 크고 반듯한 남자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았다.

소희는 남자의 옆모습을 보고 가슴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고 무의식적으로 몸을 돌렸다.

어젯밤에 불을 켜고 있지 않아서 임구택이 그녀를 모를 수도 있지만 그녀는 그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차가 떠나고 남자도 방향을 틀어 사무실 건물 안으로 들어간 후에야 소희는 다시 길을 걸었다.

그런데 모퉁이를 돌아서자 남자가 멈춰서서 통화하고 있는 것이었다. 소희도 멈춰 서서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보는 척했다.

그녀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임구택은 이미 멀어졌다. 소희는 숨을 크게 들이 마시면서 임구택이 어떻게 여기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사무동 건물에 들어서자 남자는 엘리베이터로 들어가고 있었고 소희는 걸음을 늦추며 엘리베이터가 닫히기를 기다렸다.

그녀의 손이 엘리베이터 버튼에 닿자 이미 닫혔던 엘리베이터가 다시 열렸다.

소희가 고개를 들자 미처 대비도 못한 채 남자의 냉담한 두눈과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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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태
우리 마눌님이 보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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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4934화

    “꿈꿨어요? 괜찮아요. 괜찮아요. 꿈은 다 반대라잖아요.”희유가 웃으며 석유를 안아주려 손을 뻗었다.석유는 목에 남아 있는 흔적이 떠올랐는지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나, 고개를 숙인 채 담담하게 말했다.“내 몸이 너무 차가워. 괜히 네가 나 때문에 감기 걸릴 수 있을까 봐 그래.”희유는 석유의 이상한 기색을 느끼고, 조용히 그녀를 바라봤다.“언니,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석유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나 그냥 돌아가고 싶어.”“술 깨고 나서 더 안 좋은 거예요?”“응.”“그럼 윤정겸 아저씨한테 말씀드리고 지금 바로 집에 갈게요.”“그래.”두 사람은 집 쪽으로 걸어갔다.마침 윤정겸이 식당에서 아침을 사 들고 돌아오고 있었는데, 석유의 얼굴이 좋지 않은 걸 보고 걱정스럽게 물었다.“머리 아픈 거야?”석유는 담담하게 시선을 내린 채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희유가 말했다.“언니 몸이 좀 안 좋아서 아침은 못 먹을 것 같아요. 제가 데리고 가서 쉬게 할게요.”곧 윤정겸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래도 뭐라도 좀 먹고 가야지.”“괜찮아요.”석유가 거절하자 윤정겸은 어쩔 수 없이 말했다.“집에 가서라도 꼭 뭐 좀 먹어. 빈속이면 더 힘들어.”“제가 잘 챙길게요.”희유가 부드럽게 웃었다.“그러면 저희 먼저 가볼게요. 다음에 또 올게요.”“그래. 그래. 가는 길 조심하고 집에 도착하면 연락해.”윤정겸이 거듭 당부했고, 그렇게 두 사람은 저택을 나섰다.“네.”운전은 희유가 했고 석유는 조수석에 앉아 고개를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었다.평소에도 말수가 적은 석유였기에 희유는 단지 숙취 때문이라고 생각해, 별다른 생각 없이 자기 외투를 벗어 여자에게 덮어주었다.희유가 손을 대자 석유는 깜짝 놀라 눈을 떴고 검은 눈동자에 순간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그러나 그 기색은 곧 가라앉았고 이내 옷을 움켜쥐며 낮게 말했다.“괜찮아.”희유는 걱정스럽게 바라봤다.“곧 도착해요. 언니.”“응.”석유는 담담하게 알겠다고 답했다.집에 도착하자 희유는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4933화

    이에 명빈은 미간을 찌푸렸다.막 문을 밀고 들어가려던 순간, 욕실 안에서 석유의 차갑고 날 선 목소리가 울렸다.“들어오지 마요.”명빈은 눈을 가늘게 떴다.“안 들어갈게요. 옷만 줄게요.”명빈은 다시 문을 살짝 밀어 팔 하나 들어갈 만큼의 틈만 벌리고는 그 틈으로 옷을 내밀었다.그러자 곧 석유가 옷을 낚아채듯 가져가더니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굳게 닫혔다.그 모습에 명빈은 순간 놀랐다.다행히 손을 빨리 뺐어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더 큰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었다.속으로 짜증이 치밀었지만 화를 낼 수도 없었기에 명빈은 돌아서서 침대 쪽으로 갔다.잠시 뒤, 석유가 욕실에서 나왔다.석유는 옆에 있는 명빈을 쳐다보지도 않고 곧장 밖으로 나가려 했다.“석유 씨, 얘기 좀 하죠?”명빈이 한 걸음 다가가 석유를 막아서자 석유의 눈에 번뜩이는 분노가 스쳤다.석유는 손을 들어 명빈의 얼굴을 세게 내리쳤으나, 뜻밖인 점은 명빈은 그 손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맞았다.큰 키의 몸이 휘청이며 한 걸음 뒤로 밀리더니 명빈은 얼굴을 한번 만졌다.붉어진 눈으로 석유를 힐끗 보며 음울한 시선으로 석유를 응시했다.“내 잘못은 맞지만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석유 씨가 내 방에 있는 줄 몰랐어요. 나는...”석유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에는 아무 감정도 남아 있지 않은 듯 텅 비어 있었다.여기가 명빈의 방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마음속에서 끓어오르던 증오는 김 빠지듯이 가라앉고, 대신 공허함과 서글픔이 밀려왔다.‘왜 술을 마셨을까?’‘왜 여기 남아 있었을까?’‘출장 간 줄 알았던 사람이 왜 어젯밤 돌아왔을까?’석유는 고개를 떨군 채, 쉰 목소리로 말했다.“어젯밤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걸로 해요. 누구한테도 말하지 마요. 안 그러면...”석유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가만 안 둘 거니까요.”명빈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알겠어요.”석유는 그대로 밖으로 나갔고 끝까지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문이 닫히자 명빈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4932화

    얼마나 잤는지 몰랐지만 명빈은 잠결에 몸을 뒤척였다.그 순간 품 안에 누군가가 들어왔다.부드럽고 따뜻한 데다가 약간은 뜨겁게 달아오른 체온에 곧 명빈의 호흡이 점점 거칠어졌다.명빈은 의식은 또렷하지 않은 채 본능적으로 품 안의 사람을 끌어안았다.술기운과 남자의 본능이 뒤섞이며 몸속 깊은 곳의 욕망이 깨어났다.명빈은 상대의 입술을 찾아내듯 내려갔다.은은한 포도 향이 입안에서 번지며 술기운과 뒤섞여 더 깊은 취기를 불러왔다.석유의 입술은 앵두 같은 데다가 부드럽고 말랑해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명빈은 눈을 감은 채 더 깊이 파고들었으나 석유는 숨이 막힌 듯 고개를 돌려 피했다.이에 명빈은 입술 끝에서 턱으로, 다시 아래로 천천히 내려갔다.몸 아래에 있는 석유는 명빈의 어깨를 밀어내려 했지만 힘이 빠진 손길은 제대로 저항하지 못했다.명빈은 석유의 두 손을 붙잡아 양옆으로 누르고는 길게 뻗은 다리로 석유가 발로 밀어내려는 움직임을 막았다.뜨겁게 달아오른 입술은 다시 아래로 이어졌다.어둠에 잠긴 방 안에는 점점 짙어지는 공기가 감돌았고, 술 향과 뒤섞인 기류가 겨울밤의 적막을 채워갔다.운명의 톱니바퀴가 그 순간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다....초겨울의 밤은 유난히 길게 이어졌다.해가 떠오르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흐릿하게 뒤섞여 있었다.어둠과 빛이 교차하는 경계, 아직 완전히 밝지 않은 시간에 세상은 여전히 고요 속에 잠겨 있었다.명빈이 먼저 눈을 떴다.의식이 서서히 돌아오면서 품 안에 있는 석유의 존재가 어젯밤의 흐릿한 기억을 점점 또렷해지자, 잘생긴 얼굴 위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눈빛에는 아직 잠기운이 남아 있었고 그 상태로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원래는 민래와 헤어질 생각이었다.민래의 행동은 점점 명빈을 지치게 했고 마음도 예전만큼 남아 있지 않았다.시간을 끌기보다는 빨리 정리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다만 최근 일이 너무 많았다.항구 쪽 일은 끊임없이 이어졌고 며칠 동안 지방 출장까지 다녀왔다.어제 돌아와서는 오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4931화

    석유는 고개를 떨궜다.차갑던 얼굴 위로, 뭔가를 잃어버린 듯한 표정과 갈 곳을 몰라 헤매는 기색이 느껴졌다.“너 나 버리고 가는 거지. 외할머니처럼... 다 나 두고 가는 거야...”목소리는 점점 흐릿해졌다.“너 강성에 없으면 나도 가야 하는데... 근데 어디로 가... 나는 어디로 가야 해...”희유의 가슴이 조여왔고 석유의 손을 꼭 붙잡았다.“언니, 저랑 같이 가요. 저랑 같이 가요.”석유는 이미 눈을 감은 채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희유야. 나 취했어. 너무 힘들어...”그 말에 희유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가 차를 끓여 다시 올라왔다.석유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온몸에 땀이 났고 이불도 걷어차 버린 상태였다.셔츠는 몸에 들러붙어 구겨져 있어 그대로 두기엔 너무 불편해 보였다.명우도, 명빈도 집에 없고 윤정겸이 위층으로 올라올 일도 없었다.이에 희유는 망설이다가 석유의 셔츠까지 벗겨주고 다시 이불을 덮어주었다.그러고는 몸을 반쯤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언니, 꿀물 끓여 왔어요. 조금만 마셔요.”석유는 흐릿하게 눈을 떴다.잠시 멍하니 희유를 바라보다가 경계를 풀고 꿀물을 받아 반 잔 정도 마셨다.“잘 자요. 언니. 저 바로 옆에 있어요.”희유가 부드럽게 말하자 석유는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다시 눈을 감았다.희유는 석유가 깊이 잠든 것을 확인한 뒤, 불을 끄고 방을 나섰다.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다들 식사를 마친 상태였다.오철훈 가족은 윤정겸과 함께 거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곧 윤정겸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물었다.“석유 괜찮아?”윤정겸의 말투에는 자책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괜히 술을 많이 마시게 했네. 집에서 담근 술은 괜찮을 줄 알았는데.”“괜찮아요.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예요.”희유가 웃으며 답히지 이신아가 말했다.“아까 보니까 석유 씨, 술 마실 때 뭔가 고민 있는 것 같던데...”희유의 눈빛이 잠시 어두워졌다.석유의 고민이라면 아마 자신이 강화주로 가게 된 일 때문일 것이다.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4930화

    오철훈이 술을 들고 오자 윤정겸은 문득 자신이 담근 와인이 떠올랐다.뚜껑을 열자 짙은 술향이 퍼져 나왔고, 윤정겸은 한 병을 따랐다.자줏빛이 도는 붉은색, 맑고 윤기가 흐르며, 향은 순수하면서도 과일 향이 은은하게 배어 있는 것으로 보아 꽤 성공한 것 같았다.윤정겸은 얼굴 가득 웃음을 띠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자, 다들 한번 마셔봐요.”“정말 대단하시네요.”이신아가 칭찬하자 으쓱해진 윤정겸은 한 잔씩 따라주었다.“혼자 한 건 아니고 희유랑 석유도 같이 했어요.”석유 차례가 되자, 석유는 고개를 저었다.“감사하지만 저는 술 못 마셔요.”“이건 집에서 담근 거라 취하지도 않아요.”이신아가 능숙하게 말했다.“이거 한 병 다 마셔도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조금만 맛봐. 우리가 담근 첫 와인이잖아.”윤정겸도 거들자, 석유는 더는 거절하지 않고 무덤덤하게 말했다.“제가 따를게요.”“내가 해줄 테니까 너는 가만히 앉아 있어.”윤정겸은 직접 석유의 잔에 술을 따랐는데 주량이 약한 걸 알기에 반 잔만 채워주었다.희유도 윤정겸이 따라준 술을 받았다.호기심에 살짝 한 모금 마신 뒤, 곧바로 석유를 보며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언니, 괜찮아요. 맛있어요.”석유도 한 모금 마셨다.새콤하면서도 살짝 떫은 맛, 진한 술향이 과일 향에 눌려 있었다.전문적으로 만든 와인만큼은 아니었지만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무엇보다 이 술을 만드는 과정에 직접 참여했기 때문에, 마시는 순간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어쩌면 그래서 더 맛있다고 느껴졌을 수 있었다.이신아는 희유와 석유에게 반찬을 집어주었다.“애들 고생했으니까 많이 먹어요. 기력 좀 보충해야 하니까.”사람들은 웃고 떠들며 식사를 이어갔다.희유의 잔은 금세 비었고 이신아는 다시 가득 채워주었다.그리고 석유의 잔에도 자연스럽게 술이 다시 채워졌다.집에서 담근 술이라 도수가 낮다고 생각한 석유는 반 잔을 마셔도 별다른 느낌이 없어 거절하지 않았다.그런데 이 술은 뒤늦게 취기가 올라오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4929화

    “그렇지?”윤정겸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만큼 활짝 웃다가 문득 뭔가 떠올린 듯 말했다.“나 잠깐 나갔다가 올게. 금방 올 거야.”윤정겸은 말을 마치고는 급히 밖으로 나갔고 희유는 도대체 윤정겸이 어디 가는지 몰랐다.그러나 가만히 앉아 있으니 지루해져 석유에게 말했다.“우리 마당 좀 돌까요?”석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초겨울이라 서리가 내렸다.포도나무잎은 이미 누렇게 말라 떨어지기 시작했고, 해당화잎도 성기게 변해 있었다.그러나 울타리 옆 국화만이 여전히 한창으로 피어 있었다.두 사람은 긴 의자에 나란히 앉았고, 희유는 떨어진 나뭇잎 하나를 주워 코 밑에 대고 맡았다.그리고 살짝 놀란 듯 환하게 웃었다.“가을 냄새 나요.”석유는 옅게 웃으며 물었다.“가을 냄새가 어떤데?”“맡아보면 알아요.”희유는 나뭇잎을 석유에게 건넸고 여자는 받아서 냄새를 맡자 확실히 달랐다.새잎처럼 상쾌하지도 않았고, 여름처럼 짙지도 않았다.조금은 마른 느낌이 섞여 있었지만, 오히려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는 향이었다.곧 석유는 잎자루를 천천히 돌리며 낮게 말했다.“여기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도 그 때문이야?”희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이 마당의 봄, 여름, 가을, 겨울 다 익숙하거든요.”석유의 손끝에서 힘이 풀리며 나뭇잎이 가볍게 떨어졌다.막 말을 꺼내려던 순간, 마당에서 윤정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자네, 내 옷 좀 봐. 어때? 희유가 사준 거야. 우리 아들들은 이런 거 한 번도 안 사줬거든. 자네 아들은 이런 거 사준 적 있나?”“이거 한번 만져봐. 촉감이 진짜 좋아요.”...윤정겸은 이웃에게 옷을 자랑하고 있자 희유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옷 한 벌 가지고 저렇게까지 좋아하다니, 나이가 들면 다 저렇게 아이 같아지는 걸까 싶었다....점심에는 희유와 석유가 그대로 남아 식사를 해야 했기에, 세 사람은 함께 반찬 네 가지를 만들었다.석유도 한 번 와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 분위기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웠다.막 식사를 마쳤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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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 맞아서는 개선이 안 되니까 그렇지!” 강솔은 눈을 부릅뜨며 심서진을 노려보았다.“네가 나한테 헛소문을 퍼뜨리는 건 참아줄 수 있지만, 진석에 대해서는 절대 용납 못 해!”서진은 고통스러워하며 얼굴을 찡그리더니, 분노와 수치심이 가득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럴듯한 소리 하지 마! 너 진석이랑 정말 결백해? 너희 이미 동거 중인 거 내가 모를 줄 알아?”강솔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 “누가 그런 말을 했는데?”서진이 대답하려는 순간, 맞은편에서 예형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이어 그녀는 눈물을 왈칵 쏟으며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2413화

    임유진은 소희를 붙잡고 한 시간 동안 이야기했다. 주된 이야기는 서인과의 일이었다. 소개팅 이야기에서부터 백양을 보러 갔던 일, 돌아오는 길에 서인이 백양에 관해 여러 가지 얘기를 했던 것까지. “소희야, 너 생각엔 사장님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 것 같아?” 유진은 집에 돌아온 뒤로 계속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서인이 자신에게 조금 다르게 대하는 것 같다가도, 다시 보면 별 차이가 없었다. 소희는 담담하게 말했다. “서인의 생각은 단순해.” “뭔데?” 유진이 금세 호기심을 보이며 다가오자, 소희는 웃으며 말했다. “나한테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2489화

    “나를 찾은 적 없어!” 유사랑은 눈을 부릅뜨며 강솔을 노려봤다. 화가 잔뜩 나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강솔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너희 둘이 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는 거야? 그날 만나서 내 남자친구를 유혹하려고 했잖아. 내가 그걸 못 본 줄 알아?”강솔은 얼굴이 하얘지며, 사진을 탁자에 탁! 하고 내리치고 차갑게 말했다. “말은 증거로 해야 하는 법이죠. 그런 헛소리로 나를 모함하려고 든다면, 저는 법적 조치를 취할 거예요.”사랑은 탁자 위의 사진을 가리키며 비웃듯 말했다. “이게 증거야!” 강솔은 깊은숨을 들이마시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2480화

    그러자 유사랑은 짜증 난 표정으로 말했다. “총감이라면서요? 근데도 이런 못생긴 디자인을 내놨으니, 다른 사람은 더 믿을 수 없겠네요.”강솔은 속으로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차분하고 부드럽게 말했다. “만약 우리 작업실 전체의 디자인을 신뢰하지 못하신다면, 다른 주얼리 디자인 업체를 찾아보시는 것도 방법입니다.”사랑은 즉시 화를 내며 말했다. “지금 그게 무슨 태도죠? 비싼 돈 주고 고용했는데, 이따위로 대충 해치우는 거예요?”이에 강솔은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계약서도 안 썼고, 한 푼도 받은 적이 없었지만, 그 말을 꾹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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