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층은 모두 스위트룸이라서 인테리어가 럭셔리하고 고급스러우며 복도의 두꺼운 카펫도 발로 밟으면 소리가 나지 않고 무척 고요했다.그녀는 자신의 방에서 잠시 기다렸다가 야식이 도착하자 도시락을 들고나가며 45층을 담당하는 웨이터를 찾아가 웃으며 말했다."임 대표님 어느 방에 있는지 알아요? 내가 야식을 가져다주려고 왔는데, 샤워하고 있는지 내 전화를 받지 않아서요.”웨이터가 말했다."4501은 임 대표님의 전용 스위트룸입니다.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아니에요, 나 혼자 가면 돼요!" 이연은 웃으며 4501호 룸으로 걸어갔다.그녀는 입구에 서서 문을 두드렸고 잠시 후 문이 열리자 구택은 다소 의외를 느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죠?”이연은 야식을 들고 눈을 깜빡이며 부드럽게 말했다."대표님이 저녁에 별로 드시지 않은 거 같아서 내가 특별히 야식을 주문했어요!”“필요 없어요!" 구택은 바로 문을 닫으려고 했다.“대표님!" 이연은 손으로 문을 막고 입술을 깨물었다."사실, 대표님께서 나 좀 도와줬으면 해서요. 설정원 씨가 지금 나를 따르고 있는데 자꾸 촬영팀에 가서 매달리고 있거든요. 오늘도 어쩔 수 없이 그와 함께 왔지만 그는 지금도 아래층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어요. 만약 이때 내가 내려간다면, 그는 나를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구택은 그녀를 한 번 보더니 책상 위에 있는 전화를 들고 프런트에 전화를 걸었고 프런트는 그에게 정원이 확실히 아직 로비에 앉아 있다고 알려주었다.그는 전화를 내려놓고 담담하게 말했다."겁낼 필요 없어요, 내가 지금 바로 설 대표한테 전화하죠!”“하지 마요!" 이연은 고개를 저으며 눈물을 글썽였다."대표님께서 전화를 하시면 설 대표님은 대표님이 두려워서 틀림없이 설정원 씨한테 뭐라 할 거예요. 그는 오늘 떠나도 속으로 원한을 품을 수 있고요. 그럼 나는 더 이상 촬영팀에 있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대표님도 계속 나를 보호할 수 없잖아요. 나는 여전히 촬영을 잘 하고 싶기 때문에 제발 그에게
이연은 인차 전화한 사람이 바로 자신이 아는 그 소희라는 것을 깨달았다.지난번 넘버 나인에서 구택이 소희에 대한 태도가 미적지근해서 그녀는 두 사람이 이미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핸드폰에 저장한 이름이 뜻밖에도 이렇게 애정이 넘칠 줄은 몰랐다.그녀는 머리를 돌리더니 손가락으로 가볍게 수신 버튼을 눌려 일부러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여보세요, 누구세요?”그쪽은 멈칫하다 한참이 지나서야 낮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임구택 씨 찾으려고요.”이연은 간드러진 말투로 말했다."대표님은 샤워하러 갔어요!”그쪽은 잠시 침묵하더니 "고마워요"라고 말하고는 인차 전화를 끊었다.이연은 처음에는 다소 득의양양했지만 바로 불안해지며 통화기록을 삭제하고는 핸드폰을 조심스럽게 원래대로 놓았다.구택은 샤워를 마치고 안방으로 돌아와서야 핸드폰을 밖에 뒀다는 것을 발견했고, 그는 특별히 벗은 옷을 다시 입은 다음 문을 열고 나갔다.“대, 대표님!"이연은 일어서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었다."그, 내가 방금 매니저한테 전화를 했는데, 설정원 씨가 아직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어요. 그가 언제까지 기다릴지 모르니까 나도 대표님 방해하지 않을게요. 난 이미 매니저더러 호텔에 방 하나 예약하라고 했으니까 먼저 거기로 갈게요.”구택은 자신의 핸드폰을 들고 무덤덤하게 "음"하고 대답했다."나갈 때 문 잘 닫고요.”말을 마치고 그는 바로 안방으로 들어갔다.이연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손바닥에 땀이 났고 남자가 안방으로 들어가서야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자신이 예약한 방으로 돌아오자 매니저는 즉시 다가오며 놀란 말투로 물었다."왜 돌아왔어? 너란 대표님…….”이연은 좀 당황했고 그녀의 눈빛을 피하며 소파에 앉아 물을 마시며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몸이 불편해서 먼저 돌아왔어.”그녀는 오늘 밤 원래 구택과의 관계를 확실히 하려고 했지만, 소희의 전화를 받은 후, 그녀는 유난히 겁이 났고, 게다가 구택은 그녀에 대한 태도가 냉담할 뿐만 아니라 전혀 그런 방면의 의향이
파란색 벤틀리 뮬산에서 명우는 전화 한 통을 받고는 구택에게 말했다."대표님, 방금 호텔 밖에서 기자가 있었는데, 아마도 대표님과 서이연 씨가 함께 호텔에서 나온 사진을 찍은 것 같습니다.”구택은 담담한 눈빛으로 차창 밖을 바라보면서 눈 밑은 차가운 비웃음이 스쳤다.서이연은 3류 스타라고 할 수 있었다. 비록 명성이 자자해졌지만, 기자가 몰래 따라다니며 그녀를 찍을 정도는 아니었다. 어제저녁부터 오늘 아침까지의 일은 아마 모두 그녀의 자작극일 것이다.이 바닥에 들어서면 아무리 순수한 사람이라도 점점 더 교활해졌다!굳이 눈으로 보고 귀로 듣지 않더라도 주위에서 항상 이런 걸 가르치는 사람이 있었다. 명우는 구택의 대답을 듣지 못해서 또 한 번 물었다."대표님, 사진을 없애 버릴까요?”구택은 그러라고 말하려다 갑자기 눈빛이 깊어지더니 생각을 바꾸며 낮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냥 둬.”명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잠시 멈칫하고서야 대답했다."예!” ......한 시간 뒤, 장 감독의 영화 주인공인 서이연과 임 씨 그룹 대표님이 이른 아침에 함께 호텔에서 나왔다는 뉴스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구택이 회의실에서 나왔을 때, 칼리는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보고 있었고 그가 오는 것을 보고 얼른 핸드폰을 내려놓는 것을 보았다.그는 물었다."뭘 보고 있지?".칼리는 머리를 세게 흔들었다.구택은 손을 내밀었다."한 번 줘봐!” 칼리는 구택에게 핸드폰을 건넬 수밖에 없었고 어색하게 웃었다."대표님, 이런 거 신경 쓰지 마세요. 이 기자들은 소문을 퍼뜨리려고 함부로 사진을 찍어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것뿐입니다.”구택은 빠르게 뉴스를 읽더니 사진 속의 그가 서이연과 함께 돌핀 호텔에서 나온 것을 보았다. 이연은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고개를 숙인 채 그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는데 보기에 정말 그럴듯했다.기자도 임 씨 그룹에서 책임을 따질까 봐 구택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했다.설아는 힐끗 쳐다보더니 눈썹을 찌푸리며 칼리를 질책했다.
핸드폰이 갑자기 진동하자 구택은 본능적으로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상대방은 시원이었다.“왜!" 구택의 목소리는 낮았다.시원은 히죽거리며 물었다."뉴스 봤어?”“응." 구택은 안색이 점점 더 보기 흉해졌다. 시원까지 봤으니 그녀도 틀림없이 봤을 것이다.어젯밤 그는 그녀와 저녁에 만나기로 약속했지만 그는 밤새 가지 않았고, 아침에 또 이런 뉴스가 터져 나왔는데, 그녀는 정말 조금도 개의치 않는 단 말인가?“웬일이래? 입맛 바꿨어?" 시원은 웃으며 물었다."아니면 일부러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거야?”구택은 간파당해서 화가 좀 났지만 목소리는 무덤덤했다."누구한테 보여주라고? 그럴 필요가 있을까?”“너 이 반응을 보면 보통 두 가지 상황이 있는데, 하나는 정말 개의치 않는 것이고, 하나는 극도로 신경 쓰고 있는 거야. 상대방이 너를 상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화가 나서 개의치 않는 척하는 거지."시원이 웃으며 말했다."넌 어느 상황이지?”구택은 담담하게 말했다."너 언제 감정 전문가가 됐어?”시원이 말했다."숙능생교라고, 이것도 다년간의 경험에서 비롯된 거야.”구택이 말했다."그럼 네가 자신을 위해 계산해 봐, 어떤 여자한테 당할 거 같은지.”시원은 코웃음치며 말했다."난 경험에서 말하는 거지 점쟁이가 아니야! 그리고, 내가 분명히 말하지만, 난 평생 여자한테 당하지 않을 거라고!”구택은 싸늘하게 웃었다."너무 자신만만한 거 아니야!”“난 이런 자신감이 있어도 돼!”구택은 그와 쓸데없는 말을 하기 귀찮아서 몇 마디 하고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은 뒤, 구택은 또 명우에게 전화를 걸어 검색어를 지우게 했다.명우는 이미 준비가 다 되었고 전화를 받자마자 곧 처리하러 갔다.냉정해지자 구택은 자신이 가소롭다고 느꼈고 마음도 극도로 차가워졌다.시원은 구택과 전화를 끊자마자 은서의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그 뉴스는 어떻게 된 일이야? 구택한테 물어봤어?”시원은 농담으로 말했다."그렇게 관심을 하는
금자가 말했다."서이연은 몇 달 전에 LS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갔는데, 그 후에 자원이 어찌나 많은지 사람들은 줄곧 그녀의 스폰서가 임 대표님이라고 하고 있어.”은서는 눈살을 찌푸렸다.‘그럼 오늘 일이 정말 사실이라고?’그녀는 안색이 어두운 채 전화를 끊었고 서이연이라는 사람을 마음속에 새겼다. ......소희는 확실히 구택과 이연의 뉴스를 보았다. 오전 첫 수업이 끝났을 때, 하나는 이 뉴스를 소희에게 보여주었고 말투는 다소 실망했다."서이연은 노력파라서 나 정말 팬이었는데. 난 지금 그녀가 따낸 모든 성적이 완전히 자신이 노력해 온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배후에 스폰서가 있을 줄은 몰랐어.”그녀는 또 이연의 인스타그램을 뒤졌다. 그녀의 인스타는 이미 터졌고 모든 사람들은 아침의 뉴스가 진짜인지 아닌지 추궁하고 있었다.이연은 최근 포스터를 올려 입장을 밝혔다. 그녀는 어젯밤 줄곧 자신의 방에서 극본을 외우고 있었고, 매니저도 함께 있었으며 아침에 임 대표님과 함께 호텔을 떠난 것은 우연으로서 소문을 퍼뜨린 기자의 법적인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고 말했다.일부 팬들은 믿었지만 다른 일부 팬들은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며 포스트 아래에서 끊임없이 다투고 있었다.이렇게 되자, 이연의 열기는 오히려 많이 상승했다.소희는 핸드폰을 보며 마음은 무척 차가웠다. 어제 오후, 구택은 그녀와 저녁에 만나기로 약속했지만 그 후 그는 줄곧 어정에 오지 않았다.그녀는 전화를 했지만 한 여자가 받았다. 그녀는 즉시 그 사람이 바로 서이연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오늘 아침에 뉴스에서 보도한 사진까지 더하면 또 무슨 오해가 있겠는가?소희는 전화를 걸어 질문하지 않았다. 그녀는 구택이 자신에게 그의 사적인 일에 관여할 자격도 입장도 없다고 말할까 봐 두려웠다!침대에서 내려가면, 그들의 사생활은 모두 서로와 무관했다!이미 가을이 되었지만 날씨는 여전히 매우 더웠다. 소희는 태양 아래에서 걸으며 마치 자신이 해부된 채로 태양 아래에서 굽고 있는 것만 같았다. 어딘가 아팠지
두 사람은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전화를 끊었고 매니저는 이연에게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물을 건네주었다. 이연은 입술을 오므리고 웃으며 무척 득의양양했다.매니저는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되면 설정원은 너한테 더욱 충심할 거고, 또 임 대표님과 관계가 있으니 그도 감히 너를 무시하지 못할 거야. 게다가 지금 너에 대한 화제도 많아지고 있으니, 우리가 이득을 본 셈이지!”이연은 그녀를 칭찬했다."그래도 언니가 좋은 방법을 생각했는걸.”매니저는 웃으며 말했다."아이고, 나야 우리 스타님을 위해서 그런 거지!”이연은 기분이 아주 좋았고 물병을 한쪽에 놓았다."난 촬영하러 갈 테니까 언니는 가서 먹을 것과 마실 거 좀 사서 촬영팀으로 돌려.”“좋아!" 매니저는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실시간 검색어가 내려간 후, 누군가가 간섭했기 때문에, 구택에 관한 소식은 모두 삭제됐고 이 일을 토론하는 사람도 점점 줄어들며 곧 다른 뉴스에 의해 덮였다.그 후, 구택은 소희에게 설명하지 않았고, 소희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묻지 않았다.두 사람의 금방 완화된 관계도 철저히 끝났다.소희는 매일 제때에 수업하러 갔다가 돌아오면 가끔 서인을 방문했고 또 가끔 청아 찾아가서 저녁을 먹으며 평온하게 지냈다.구택이 서인을 조사하라고 한 일도 곧 결과가 나왔다.명길이 말했다."서인은 4년 전 강성에 와서 부두 주변에 운반 회사를 차렸고 부하들은 대부분 일찍 잘못을 저질러 감옥살이를 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사람들은 그의 밑에서 모두 성실하게 일하며 더 이상 법을 어기는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구택은 서인을 처음 본 그날을 떠올렸다. 원래 양측에서 싸우려고 했지만 소희가 차에서 내려온 후, 서인은 갑자기 그의 사람들을 데리고 철수했다.지금 생각해 보면, 그는 소희를 보았기 때문에 사람을 데리고 떠난 것이었다!그러니까 두 사람은 아는 사이일 가능성이 높았다.구택이 물었다."그는 강성에 오기 전 무슨 일을 했지?”명길이 말했다."이게 수상하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아는 여전히 매우 기뻐했다. 그녀는 자신의 꿈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느꼈다.그녀가 따르는 디자이너는 정수진이라고 하는데, 나이는 35세이고 결혼하지 않았으며 남자친구도 없는 비교적 엄숙한 여자였다.청아가 온 첫날, 수진은 그녀가 눈에 거슬렸는지 이리저리 심부름을 시켰다. 복사, 커피, 택배…... 아무튼 그녀가 쉬고 있는 것을 보면 수진은 그녀에게 할 일을 찾아주었다.다른 사람들도 따라서 청아를 부려먹기 시작했다.청아는 일을 아주 잘했고 불평도 하지 않았기에 수진은 그녀를 훈계할 이유가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청아에게 잘해주지도 않았다.이날 오후, 사무실의 동료들은 함께 탕비실에서 디저트를 먹고 있었는데, 한 남자 동료는 청아가 여전히 바쁜 것을 보고 그녀를 불렀다."청아 씨, 와서 좀 쉬어.”“네!" 청아는 마침 하던 일을 마쳐서 다가와서 모두에게 인사를 했다.남자 동료는 케이크 한 조각을 그녀에게 주며 웃으며 말했다."이건 청아 씨한테 남겨준 거니까 얼른 먹어!”“감사합니다!" 청아는 고마움을 표시했다.수진은 다른 한 여자 동료와 커피를 마시며 한담을 나누다가 청아를 힐끗 보고는 시큰둥한 말투로 말했다."정 대리가 이렇게 상냥한 모습 처음 본 거 같은데, 청아 씨가 예쁘게 생겨서 그런가 봐!”사무실 안의 사람들은 모두 정시후가 수진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수진의 태도는 줄곧 애매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이렇게 질질 끌고 있었다.시후는 얼굴이 약간 빨개졌다."청아 씨는 그래도 신입이니까, 우리도 당연히 좀 챙겨줘야죠!”“난 왜 예전에 당신이 이렇게 신입을 아끼는 사람인지 몰랐을까!"수진은 콧방귀를 뀌며 커피를 들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모두들 서로 쳐다보며 어쩔 바를 몰라 할 때, 청아는 케이크를 밀어냈다."미안해요, 나도 먼저 돌아가서 일할게요!”시후는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그녀는 원래 말하는 태도가 그러니까 마음에 두지 마!”청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하러 갔다.곧 퇴근
시원은 그 목소리가 익숙한 것 같아 안으로 들어왔고 점차 소녀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을 띠었다."언제 출근했어요? 왜 나한테 말도 하지 않고?”“나……." 청아는 무의식적으로 대답하려고 하다가 문득 고개를 돌렸다.시원은 이미 그녀의 앞에 도착했고 잘생기고 온화한 얼굴에 큰 키는 무척 존귀해 보이는 그는 팔에 양복 외투를 걸치고 웃음을 머금으며 그녀를 보고 있었다.청아는 허둥지둥 일어섰다."시원 오빠!”“언제 왔어요?"시원이 웃으며 물었다.청아는 얼른 대답했다."일주일 됐어요, 근데 줄곧 시원 오빠 보지 못했네요.”회사 안에는 부서가 많아서 일부러 차지 않는다면 같은 건물에 있는 사람들은 몇 개월 동안 만나지 못할 수 있었다.시원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청아의 책상을 힐끗 쳐다보며 눈썹을 찌푸렸다."왜 아직도 일하고 있는 거예요? 내가 이렇게 못된 사장님인가요?”청아는 겸연쩍게 웃었다."아니에요, 내가 임무를 완성하지 못해서 야근을 하고 싶었을 뿐이에요.”“이제 하지 마요. 청아 씨 보니까 또 당신이 만든 갈비찜과 붕어탕이 먹고 싶네요. 집에 데려다줄게요, 청아 씨는 나한테 밥해주는 걸로 고마움을 표시하고요."시원은 농담으로 말했다.청아는 웃으며 보조개 두 개를 드러냈다."그럼 나 기다려요!”“음!" 시원은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서 책상에 기대어 청아가 물건을 정리하기를 기다렸다.청아는 보고서를 모두 가방에 넣고 웃으며 말했다."됐어요, 이제 가요!”시원은 몸을 곧게 펴며 그녀의 둔하면서도 귀여운 모습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말투는 부드러웠다."그래요!”남자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고 청아는 얼굴이 빨개지더니 인차 숨을 깊이 들이쉬며 차분해지려고 노력했다.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직접 지하 주차장으로 갔다. 시원은 차 문을 열고 들어가자 청아가 뒤에 앉으려는 것을 보고 고개를 돌렸다."앞에 앉아요. 뒤에 앉으면 내가 기사로 된
유진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달콤했으며, 살짝 투정 섞인 어조에는 맑고도 천진한 매력이 묻어 있었다. 붉어진 눈꼬리에는 순수한 듯 은근한 유혹이 어렸다. 그 모습에 은정은 무의식적으로 침을 한 번 삼켰고, 숨이 조금 거칠어졌다. 유진은 한 발 앞으로 다가서며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가슴에 볼을 살짝 기대며 속삭였다.“같이 자요, 응?”은정의 피가 들끓기 시작했다. 그의 눈빛은 폭풍 직전의 고요함처럼 깊고 어두워졌고, 그녀의 진심이 어디까지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그저 술에 취해 투정 부리는 걸까, 아니면 자신이 바라는 바로 그 마음일까? 하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은정은 이 순간 유진을 밀어낼 수 없었다.곧 은정은 유진의 손을 떼어내자마자 꼭 잡고 자기 집으로 데려갔다. 집에 들어오자, 유진은 애옹이를 품에 안은 채 소파에 기댄 자세로 킥킥거리며 웃고 있었다.애옹이는 원래 잠들어 있었지만, 유진의 장난에 깨어났고,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이리저리 몸을 비볐다.은정은 곧바로 꿀물을 타서 가져왔다.“이거 마셔.”유진은 고개를 저었다.“싫어요, 너무 달아요.”“이거 마셔야 내일 머리 안 아파.”은정이 낮은 목소리로 다정히 설득했다. 하지만 유진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애옹이 눈을 억지로 뜨게 하며 계속 장난을 쳤다.은정은 결국 차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물었다.“샤워할래?”유진은 고개를 돌려 촉촉한 눈빛으로 은정을 바라보며 물었다.“같이 씻을래요?”은정의 눈빛은 더 짙게 가라앉았고, 목소리도 쉰 듯 낮아졌다.“유진아, 지금 일부러 그러는 거야?”유진은 여전히 순진한 얼굴로 되물었다.“혹시 자제 못 할까 봐서요? 그러면 어떻게 할 건데요?”은정은 할 말을 잃었고, 유진은 낄낄 웃으며 말했다.“그러면 샤워 물 좀 받아줘요. 나 혼자 씻을게요.”은정은 크게 숨을 들이쉬고는 일어나 욕실로 향했고, 유진은 애옹이를 안고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우리 같이 씻자.”그러나 애옹이는 슉 하고 도망쳐버렸다. 유진은 애옹이를 붙잡
“흥!”이문은 억울한 듯 씩씩댔다.“분명 석 달만 누워 있었어! 그것도 사장님이 억지로 오래 누우라고 해서 그런 거지!”유진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폭소를 터뜨렸다.“유진아, 언제 기억난 거야? 어떻게 다시 떠올린 거야?”이문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구은정 역시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며 궁금한 눈빛을 보냈다. 그러나 유진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건 나중에 알려줄게요.”그녀는 고개를 돌려 물었다.“야옹이는 잘 지내요?”“아주 잘 지내! 요즘은 살도 더 붙었어!”이문이 급히 대답했다.“나 좀 보고 올게요.”유진은 말하자마자 뒷마당 쪽으로 걸음을 옮겼고, 구은정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밥부터 먹고 가.”“나 안 배고파요!”유진은 손을 휘휘 저으며 이미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지금은 오직 야옹이를 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은정도 따라가려 했지만, 현빈과 이문이 앞을 가로막았다.“사장님, 유진이 진짜 기억난 거예요?”“혹시 다시 잘되신 거예요?”“둘이 지금 사귀는 중이에요?”은정은 간신히 둘을 떼어놓고 뒷마당으로 향했다. 유진은 그곳에서 반쯤 쭈그리고 앉아, 야옹이 앞에서 빗을 들고 부드럽게 털을 빗겨주고 있었다.야옹이는 바닥에 엎드린 채 꼬리를 살랑이며, 이문처럼 잇몸을 드러내고 해맑게 웃고 있었다.해가 저물고, 어스름한 저녁 빛 아래서, 유진의 이마와 눈매는 맑고 투명했으며, 그 모습은 마치 성스럽기까지 했다. 하늘 끝자락에 남아 있던 마지막 노을조차 그녀의 존재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샤브샤브 가게에서 돌아온 후, 은정은 이 뒷마당에 여러 번 찾아왔었다. 유진이 키우던 꽃을 보고, 아끼던 야옹이를 바라보며, 유진이 바꿔놓은 이 모든 걸 떠올렸다. 그리고 매번 생각했다.‘유진인 언제쯤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까?’이제 은정은 정말로 유진을 데려왔다. 그리고 이 순간, 이곳이 비로소 집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유진은 뒤를 돌아보며 은정에게 다가왔다. 은정의 탄탄한 허리를 끌어안고, 살짝 고개를
갑작스러운 말에 멍한 현빈과 이문은 얼이 빠진 얼굴로 더듬거리며 말했다.“진, 진짜 불러야 하나요?”“불러.”은정이 가볍게 기침하며 말했다.“아가씨가 조건을 한껏 낮춰주셨잖아. 부르기 싫으면 나가고, 부를 거면 당장 불러. 선택은 너희 몫이야.”현빈은 운명을 받아들이듯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노래하자.’어차피 사장님 마음이 이미 유진이 쪽으로 완전히 기운 이상, 자신들을 지켜줄 리 없었다.한참 가사를 되뇌던 현빈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낮고 무거운 목소리로 노래를 시작했다.“야 뽀로로다! 노는 게 제일 좋아.”현빈이 한 소절 부르고 나자 이문이 이어받았다.“친구들 모여라!”“언제나 즐거워!”이문은 순간 머리를 굴렸다. 단골손님 중 하나가 아이를 데리고 와 자주 이 노래를 부르곤 했는데, 다음 가사가 뭐였더라?모두의 시선이 그르 향했고, 당황한 이문은 급하게 말을 이었다.“모르겠어 뽀로로!”현빈은 이문이 엉뚱하게 부른 걸 들으면서도 멈추지 않고 받았다.“나도 몰라 뽀로로!”“어떡해요 뽀로로!”유진은 웃느라 그대로 테이블에 엎드렸다. 배를 잡고 웃는 어깨가 덜덜 떨렸다. 가게 뒷문에 몰려 있던 다른 직원들도 몰래 이 광경을 구경하다가 모두 웃음이 터졌고, 가게 안은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됐다.웃기고도 민망한 분위기였지만, 그래도 다들 즐거워하고 있었다. 심지어 평소 냉철하고 날카롭기만 했던 구은정조차도 얼굴에 웃음기가 떠올랐다.그때, 직원 중 새로 들어온 젊은 청년 하나가 목소리를 높였다.“아가씨! 저도 부를 줄 알아요! 제가 불러드릴게요!”직원은 마치 무대 위 사회자처럼 당당하게 노래를 시작했다.“노는 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라! 언제나 즐거워! 개구쟁이 뽀로로!”그 옆의 동료도 따라 불렀다.“눈 덮인 숲속 마을!”“꼬마 펭귄 나가신다! 언제나 즐거워!”“오늘은 또 무슨 일이 생길까! 뽀로로를 불러봐요.”유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현빈과 이문 사이로 걸어가며 활짝 웃었다.“다들 시범도 보여줬는데, 둘
잠시 분주한 시간이 흐르고, 오현빈과 이문이 직접 음식을 들고 나왔다. 모두 임유진이 좋아하는 음식들로 준비한 것들이었다.유진은 바른 자세로 앉아 두 사람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을 무심히 바라보다가, 컵을 들고 한 번 살펴보며 물었다.“깨끗한 거 맞아요?”이문이 재빨리 대답했다.“네! 새 거예요! 소독도 했어요!”현빈은 생수박주스를 들고 와서 물었다.“아가씨, 뭐 드시겠어요? 이건 직접 착즙한 수박주스고요, 이건 맞은편 카페에서 산 밀크티랑 과일차예요.”유진은 차갑고 도도한 눈빛으로 훑어보더니 말했다.“수박주스 줘요.”“네!”이문은 유진의 컵에 조심스럽게 주스를 따랐다. 그런데 유진이 그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눈살을 찌푸렸다.“왜 계속 나를 보는 거죠?”“네?”이문은 당황해서 무의식적으로 구은정을 바라봤다.그 순간, 자기가 주스를 따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깜빡하고 말았고, 주스는 컵 밖으로 넘쳐흘러 테이블을 타고 유진의 옷 위로 흘러들었다.유진은 즉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이문은 얼이 빠진 채 손에 들고 있던 주스를 내려놓고 급하게 휴지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유진은 얼굴을 붉히며 화가 난 표정으로 소리쳤다.“왜 이런 사람을 고용한 거예요? 주스도 제대로 못 따라서 내 치마 다 염색됐잖아요!”현빈은 서둘러 변명했다.“아가씨, 이문이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평소엔 주방에서만 일하다 보니 홀에서 손님 응대는 잘 못 해요. 너무 심하게 화내지 마세요!”“변명은 필요 없어요!”유진은 오만하게 턱을 들며 말을 자르자, 은정이 물었다.“그럼 어떻게 해야 되겠어?”“둘 다 잘라요. 당장 내보내라고요!”유진은 재벌3세 싸가지 없는 아가씨 모드가 발동됐고, 현빈과 이문은 얼이 빠진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이문은 억울하고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지만, 감히 화도 내지 못했다.“아가씨, 저, 저 진짜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일부러 아니면 다예요?”유진이 콧방귀를 뀌듯 말하자, 현빈이 재빨리 말했다.“그러면 제가
구은정이 임유진을 데리고 올 거라는 말을 미리 들은 오현빈은, 가게 문 앞에 오늘 휴업이라는 팻말을 걸고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지난번처럼, 두 사람이 도착하자마자 현빈은 직원들을 이끌고 줄지어 나와 마치 상사를 맞이하듯 깍듯하게 인사를 했다.유진은 일부러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가게에 손님이 없네요? 장사가 이렇게 안 돼요? 음식이 맛이 없는 거 아닌가요?”이에 현빈은 허둥지둥 손사래를 치며 설명했다.“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오늘은 영업 안 하고, 사장님하고 아, 아가씨를 모시려고 일부러 준비하고 있었어요!”그 말에 은정은 이마를 짚으며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유진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주변을 둘러보더니, 손가락으로 테이블 위를 쓱 문질러보고는 먼지가 없는 걸 확인하고서야 고개를 끄덕였다.“저는 이런 조그마한 가게에서 잘 안 먹어요. 지난번도 성연희 씨 체면 봐서 온 거였지. 근데 오늘 음식 맛없으면, 사장님한테 말해서 다 자르라고 할 거예요!”현빈은 비위를 맞추며 활짝 웃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만든 음식은 분명히 만족하실 거예요!”“흠.”이에 유진은 못 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면 사장님 체면 한 번 더 봐줄게요! 근데 저 위가 좀 예민하니까, 음식은 깨끗하게 만들어요. 더러운 건 못 먹으니까.”“특별히 신경 썼어요. 고기도 오늘 막 들여온 거고, 채소도 세 번 씻었어요!”현빈이 서둘러 설명하자,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얼른 가서 준비해요. 난 배고파서 먹을 것만 기다리니까!”현빈은 은정을 힐끔 바라보고, 바로 이문을 비롯한 직원들에게 준비를 지시했다. 유진과 은정이 앉은 자리에만 한 명의 직원이 남아 차와 물을 챙겼다.“당신도 가서 도와요. 여긴 신경 안 써도 되니까!”유진이 말을 하자, 젊은 직원은 바로 물러났다.“네!”사람들이 다 빠져나가자, 유진은 눈웃음을 지으며 장난스럽게 웃어 보였다.“나 좀 잘했죠?”은정은 오래 참았던 웃음을 드디어 터뜨리며 말했다.“오스카 여우주연상감
오직 은정만이 회의실 주석 자리에 앉아 조금도 얼굴빛이 변하지 않았다. 전화를 받고 업무를 처리하면서도 모든 것이 질서 정연했다. 회의실 안의 다른 사람들 역시 서성의 사건이 구씨그룹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하던 마음이 점차 가라앉기 시작했고, 각자 해야 할 일을 하며 침착을 되찾았다.한 시간이 지나, 몇 개 부서가 함께 조사를 마치고 구은정의 허락을 받은 후, 확인된 정보를 주주들과 회사 고위층이 지켜보는 가운데 회의실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했다.서성은 직무상의 편의를 이용해 타인의 재물을 갈취하고, 타인에게 이익을 몰아준 일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았으며, 회사의 핵심 기밀과 기술을 팔아 이익을 챙긴 일이 네다섯 번에 달했다. 그로 인해 발생한 금액은 회의실에 있는 모든 이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마저도 확실한 증거가 있는 내용에 한한 것이고, 아직 명백한 증거가 부족한 것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 금액은 상상 이상이었다.서성은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질 정도로 얼어붙었지만, 여전히 발버둥 치듯 억지 변명을 이어갔다.“난 안 했어. 누군가가 가짜 증거로 나를 모함한 거야. 오늘 이 사건, 너무 우연하지 않아?”“김서나가 도대체 어떻게 입사했는지, 어떻게 사장실까지 들어온 건지, 그리고 내 아내도 누가 전화를 해서 부른 거야. 누가 의도적으로 함정을 판 거라고!”“억울한 일인지 아닌지는, 누군가 다시 밝혀줄 거예요.”은정은 그렇게 말한 뒤,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다른 이들을 바라보며 덧붙였다.“여기에 연루된 사람이 또 있겠지만, 당장은 책임을 묻지 않을 거예요. 각자 어떻게 행동하는지 볼 거예요.”회의 테이블 옆에 앉아 있던 몇몇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식은땀을 흘리며, 속으로 서성이 자신에게 시킨 일들을 조용히 되짚어보기 시작했다.서성은 점점 더 초조해져 소리쳤다.“은정아, 지금 너 이거, 협박하는 거야!”하지만 은정은 그에게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돌려 법무팀을 향해 말했다.“고소하세요.”“네.”법무팀은 은정의
은정은 넓은 회의실 테이블 앞에 서서 조용히 비서를 향해 말했다.“한경아 씨, 김서나 씨 손에 있는 USB 받아오세요.”“네!”경아는 곧장 서나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에 서성은 얼굴빛이 확 변하더니, 그 역시 재빨리 서나를 향해 달려들어 USB를 빼앗으려 했다.그러나 은정은 차가운 눈빛으로 서성을 바라보다가, 손에 들고 있던 물병을 집어 들어 서성을 향해 내던졌다.회의실 테이블 끝에서 문 쪽까지 약 7,8미터 거리였다. 그런데도 그 물병은 정확히 서성의 머리에 날아가 박혔고, 그는 휘청이며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사람들이 일제히 놀라 외마디 비명을 내질렀지만, 누구 하나 나서서 서성을 부축하려 들지 않았다.결국 도민숙이 달려가 그를 부축했고, 이마가 부어오른 서성의 얼굴을 본 그녀는 놀람과 분노가 교차하며 표정을 몇 번이고 바꿨다.하지만 더는 서성을 향해 욕을 하지 않았다. 이제야 모든 상황이 명확해졌기 때문이었다.아침 일찍 누군가 도민숙에게 전화를 걸어, 서성과 얽힌 여자가 회사에 찾아와 난리를 치고 있다고 알려왔다.원래 구씨그룹 본사에 들어가려면 사전 예약이 필수이고, 특히 사장실 쪽은 출입 통제가 매우 철저한 편이다. 그런데 오늘따라 아무 제지도 없이 회의실 문 앞까지 쉽게 들어올 수 있었다.도민숙은 지금에야 깨달았다. 이 모든 게 자신을 끌어들이기 위한 계략이었다는 걸.경아는 이미 서나에게서 USB를 받아 은정에게 전달했고, 은정은 무심하게 스캔하듯 USB를 쳐다본 뒤 차분하게 말했다.“법무팀이랑 총무팀 사람들 전부 회의실로 부르세요.”“네!”경아는 곧장 나가 전화를 걸었고, 서성도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다.오늘따라 유독 강성 지사에 있는 주주들이 모두 본사에 모여 있는 걸 이상하게 여겼는데, 이 모든 게 은정의 사임이 아니라 자신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한 철저한 판이었던 것이다.서성은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은정을 노려보았다.“은정아, 김서나는 회사에서 해고된 뒤 앙심을 품고 날 모함하는 거야. 너 설마 그 말을 곧이곧
“김서나가 서성 아이를 가졌다고? 원래 김서나가 서성 사람이었어?”“이런 일이 회사까지 와서 난리 칠 일인가?”...서나는 그 틈을 타 서성이 붙잡은 팔을 뿌리치고 경계하며 한발 물러섰다. 이에 서성은 얼굴이 굳어진 채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김서나, 네가 잘못해 놓고 해고당한 걸 가지고 날 모함하겠다고? 명심해, 이건 불법이야.”그렇게 말하고는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김서나, 진정해. 우리 나가서 얘기하자. 오늘 바로 명의 이전 처리해 줄게.”“당신이 여기서 전화하는 걸 봐야 안심이 되죠.”서나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담담하게 말하자, 서성은 눈을 가늘게 뜨며 음험하게 물었다.“김서나, 지금 나 일부러 엿먹이러 온 거야? 어떻게 회사에 들어온 거지? 누가 널 들여보낸 거야?”서나는 코웃음 치며 말했다.“내가 몰래 들어왔죠. 당신은 나를 보지도 않고 전화도 안 받고, 심지어 사람까지 붙여 감시하게 했잖아요. 내가 나를 위해서라도 설명을 들어야 하잖아요.”서성은 냉랭한 목소리로 위협했다.“지금 당장 나가. 안 그러면 가만 안 둬.”서성은 말하면서 서나의 팔을 거칠게 붙잡고 회의실 문을 열어 억지로 끌고 나가려 했다. 하지만 문턱을 넘기도 전에,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보고 서성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서성의 아내 도민숙이 문 앞에서 싸늘한 눈빛으로 둘을 노려보고 있자, 서성은 당황해하며 물었다.“당신, 여기 웬일이야?”서나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사모님, 아주 잘 오셨어요. 우리 셋이 같이 얘기 좀 해요.”도민숙은 얼굴이 확 굳더니, 서나의 웃는 얼굴을 보자마자 분노로 눈빛이 번뜩였다. 그러고는 그대로 서나에게 달려들어 손을 휘둘렀다.“이 뻔뻔한 계집애!”서나는 서성 뒤로 재빨리 피하며 말했다.“당신 부인 좀 잘 붙잡아요. 저 맞는 건 괜찮은데, 혹시라도 뱃속 아이까지 잘못되면 그땐 당신이 제일 속상할걸요?”도민숙의 표정이 그 말에 확 바뀌었다.“아이?”서나는 가방에서 진단서를 꺼내 두 사람 앞에 내밀었다.“이
하늘은 훤히 밝아졌고, 출근할 시간이었기에, 서성은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 그런데 회사에 도착하자 비서가 다급하게 말했다.“사장님이 방금 회의 소집 공지를 내리셨어요. 일찍 오시라고 하셨어요!”그 말에 서성은 미간을 찌푸렸다. 구은정이 무슨 속셈인지 알 수 없었다. 어젯밤에 발표하지 않은 걸 보니, 오늘 아침 회의에서 사직을 발표하려는 건가?서성운 차 한 잔을 마시고, 숙취로 인한 불쾌감이 조금 가신 뒤에야 정장을 정리하고 총재실 회의실로 향했다.회의실에 들어서자, 오늘은 회사 고위 임원뿐 아니라 몇몇 주주들도 와 있는 걸 보고 마음이 놓였다. 확실히 사장의 사임 발표가 있어야 가능한 규모였다.서성은 회사에서의 지위가 높았고, 주주들조차도 그가 들어오자 모두 일어나 인사했다. 서성은 온화하고 겸손한 표정을 지으며 미소 지었고, 안경 뒤의 눈빛은 온통 자신감으로 차 있었다.오늘 이후 은정이 회사에서 쫓겨나면, 구씨 그룹은 철저히 서씨 집안의 차지가 될 터였다.서성은 자리에 안정감 있게 앉았다가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문득 어제 서선영이 자신에게 열 통이 넘는 전화를 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이에 은근한 불안이 기분이 서성을 휩싸였다.곁에 앉은 한 주주가 몸을 기울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오늘 갑자기 회의를 소집한 건 무슨 중대한 일 때문이죠?”서성은 아무렇지 않은 척 답했다.“저도 오늘 아침에야 급히 회의 공지를 받았어요.”주주는 놀란 듯 말했다.“아니, 이제야 아셨다니!”서성은 웃으며 말했다.“아마 사장님께서 중요하게 발표하실 내용이 있으신가 보죠. 조금 기다려 봅시다.”주주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죠!”약 십여 분이 지나자, 회의실에는 참석자들이 전원 도착했지만 은정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사람들이 의아해하고 있을 즈음, 회의실 문이 갑자기 열리며 긴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들어왔다.사람들의 시선이 쏠리며 군데군데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김서나 비서, 이미 사직한 거 아니었나? 어떻게 다시 온 거지?”“그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