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전화를 끊었고 매니저는 이연에게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물을 건네주었다. 이연은 입술을 오므리고 웃으며 무척 득의양양했다.매니저는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되면 설정원은 너한테 더욱 충심할 거고, 또 임 대표님과 관계가 있으니 그도 감히 너를 무시하지 못할 거야. 게다가 지금 너에 대한 화제도 많아지고 있으니, 우리가 이득을 본 셈이지!”이연은 그녀를 칭찬했다."그래도 언니가 좋은 방법을 생각했는걸.”매니저는 웃으며 말했다."아이고, 나야 우리 스타님을 위해서 그런 거지!”이연은 기분이 아주 좋았고 물병을 한쪽에 놓았다."난 촬영하러 갈 테니까 언니는 가서 먹을 것과 마실 거 좀 사서 촬영팀으로 돌려.”“좋아!" 매니저는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실시간 검색어가 내려간 후, 누군가가 간섭했기 때문에, 구택에 관한 소식은 모두 삭제됐고 이 일을 토론하는 사람도 점점 줄어들며 곧 다른 뉴스에 의해 덮였다.그 후, 구택은 소희에게 설명하지 않았고, 소희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묻지 않았다.두 사람의 금방 완화된 관계도 철저히 끝났다.소희는 매일 제때에 수업하러 갔다가 돌아오면 가끔 서인을 방문했고 또 가끔 청아 찾아가서 저녁을 먹으며 평온하게 지냈다.구택이 서인을 조사하라고 한 일도 곧 결과가 나왔다.명길이 말했다."서인은 4년 전 강성에 와서 부두 주변에 운반 회사를 차렸고 부하들은 대부분 일찍 잘못을 저질러 감옥살이를 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사람들은 그의 밑에서 모두 성실하게 일하며 더 이상 법을 어기는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구택은 서인을 처음 본 그날을 떠올렸다. 원래 양측에서 싸우려고 했지만 소희가 차에서 내려온 후, 서인은 갑자기 그의 사람들을 데리고 철수했다.지금 생각해 보면, 그는 소희를 보았기 때문에 사람을 데리고 떠난 것이었다!그러니까 두 사람은 아는 사이일 가능성이 높았다.구택이 물었다."그는 강성에 오기 전 무슨 일을 했지?”명길이 말했다."이게 수상하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아는 여전히 매우 기뻐했다. 그녀는 자신의 꿈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느꼈다.그녀가 따르는 디자이너는 정수진이라고 하는데, 나이는 35세이고 결혼하지 않았으며 남자친구도 없는 비교적 엄숙한 여자였다.청아가 온 첫날, 수진은 그녀가 눈에 거슬렸는지 이리저리 심부름을 시켰다. 복사, 커피, 택배…... 아무튼 그녀가 쉬고 있는 것을 보면 수진은 그녀에게 할 일을 찾아주었다.다른 사람들도 따라서 청아를 부려먹기 시작했다.청아는 일을 아주 잘했고 불평도 하지 않았기에 수진은 그녀를 훈계할 이유가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청아에게 잘해주지도 않았다.이날 오후, 사무실의 동료들은 함께 탕비실에서 디저트를 먹고 있었는데, 한 남자 동료는 청아가 여전히 바쁜 것을 보고 그녀를 불렀다."청아 씨, 와서 좀 쉬어.”“네!" 청아는 마침 하던 일을 마쳐서 다가와서 모두에게 인사를 했다.남자 동료는 케이크 한 조각을 그녀에게 주며 웃으며 말했다."이건 청아 씨한테 남겨준 거니까 얼른 먹어!”“감사합니다!" 청아는 고마움을 표시했다.수진은 다른 한 여자 동료와 커피를 마시며 한담을 나누다가 청아를 힐끗 보고는 시큰둥한 말투로 말했다."정 대리가 이렇게 상냥한 모습 처음 본 거 같은데, 청아 씨가 예쁘게 생겨서 그런가 봐!”사무실 안의 사람들은 모두 정시후가 수진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수진의 태도는 줄곧 애매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이렇게 질질 끌고 있었다.시후는 얼굴이 약간 빨개졌다."청아 씨는 그래도 신입이니까, 우리도 당연히 좀 챙겨줘야죠!”“난 왜 예전에 당신이 이렇게 신입을 아끼는 사람인지 몰랐을까!"수진은 콧방귀를 뀌며 커피를 들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모두들 서로 쳐다보며 어쩔 바를 몰라 할 때, 청아는 케이크를 밀어냈다."미안해요, 나도 먼저 돌아가서 일할게요!”시후는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그녀는 원래 말하는 태도가 그러니까 마음에 두지 마!”청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하러 갔다.곧 퇴근
시원은 그 목소리가 익숙한 것 같아 안으로 들어왔고 점차 소녀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을 띠었다."언제 출근했어요? 왜 나한테 말도 하지 않고?”“나……." 청아는 무의식적으로 대답하려고 하다가 문득 고개를 돌렸다.시원은 이미 그녀의 앞에 도착했고 잘생기고 온화한 얼굴에 큰 키는 무척 존귀해 보이는 그는 팔에 양복 외투를 걸치고 웃음을 머금으며 그녀를 보고 있었다.청아는 허둥지둥 일어섰다."시원 오빠!”“언제 왔어요?"시원이 웃으며 물었다.청아는 얼른 대답했다."일주일 됐어요, 근데 줄곧 시원 오빠 보지 못했네요.”회사 안에는 부서가 많아서 일부러 차지 않는다면 같은 건물에 있는 사람들은 몇 개월 동안 만나지 못할 수 있었다.시원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청아의 책상을 힐끗 쳐다보며 눈썹을 찌푸렸다."왜 아직도 일하고 있는 거예요? 내가 이렇게 못된 사장님인가요?”청아는 겸연쩍게 웃었다."아니에요, 내가 임무를 완성하지 못해서 야근을 하고 싶었을 뿐이에요.”“이제 하지 마요. 청아 씨 보니까 또 당신이 만든 갈비찜과 붕어탕이 먹고 싶네요. 집에 데려다줄게요, 청아 씨는 나한테 밥해주는 걸로 고마움을 표시하고요."시원은 농담으로 말했다.청아는 웃으며 보조개 두 개를 드러냈다."그럼 나 기다려요!”“음!" 시원은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서 책상에 기대어 청아가 물건을 정리하기를 기다렸다.청아는 보고서를 모두 가방에 넣고 웃으며 말했다."됐어요, 이제 가요!”시원은 몸을 곧게 펴며 그녀의 둔하면서도 귀여운 모습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말투는 부드러웠다."그래요!”남자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고 청아는 얼굴이 빨개지더니 인차 숨을 깊이 들이쉬며 차분해지려고 노력했다.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직접 지하 주차장으로 갔다. 시원은 차 문을 열고 들어가자 청아가 뒤에 앉으려는 것을 보고 고개를 돌렸다."앞에 앉아요. 뒤에 앉으면 내가 기사로 된
시원은 청아의 새빨간 얼굴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오해하지 마요. 내가 만약 청아 씨의 손을 잡지 않았다면, 그 아주머니는 아마 쫓아와서 내가 물고기만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할걸요!”청아는 피식하고 웃었고 방금 전의 어색함도 많이 사라졌다. 그녀는 입술을 오므리며 웃었다."아주머니는 그냥 너무 다정해서 그런 거니까 마음에 두지 마요.”“그 정도는 아니에요." 시원은 카트를 밀며 앞으로 걸어갔다.그는 청아가 계산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지난번에 아예 300만 원 적금했고, 계산할 때 직접 회원 카드에서 비용을 긁었다.계산이 끝나자 그는 큰 비닐 가방 두 개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청아는 급히 그의 손에 있는 가방을 가지러 갔다."내가 하나 들게요.”“아뇨!"시원은 눈썹을 찌푸리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물고기 파는 아주머니는 아직 우리가 보인다고요!”청아는 참지 못하고 입을 가리고 웃었다.어정에 돌아온 청아는 자기 방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식재료를 들고 주방에 들어갔고 소희에게 전화를 걸어 밥 먹었냐고 물어보며 먹지 않았으면 내려와서 밥 먹으라고 불렀다.소희는 서인의 집에서 이미 먹었다고 말했다.그녀가 전화를 끊자마자 시원은 주방으로 들어왔다."내가 뭐 도우면 되죠?”청아는 인차 대답했다."아니에요, 가서 좀 쉬어요, 나 혼자 하면 돼요!”“매번 청아 씨 혼자 푸짐하게 요리를 만들게 해서 정말 미안해서 그래요. 무슨 분부 있으면 얼마든지 말해요. 나를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는 재벌 집 큰 도련님으로 생각하지 말고요!"시원은 웃으며 브로콜리와 당근을 비닐 가방에서 꺼냈다."이거 씻을까요?”“네." 청아는 그에게 바구니 하나를 건넸다."다 씻고 여기에 넣으면 돼요.”시원은 수도꼭지 앞으로 걸어가서 채소를 씻기 시작했다.그는 양복 외투를 벗고 흰색 셔츠를 입고 있었고, 소매를 말아 올려 무척 존귀하고 우아한 모습이었지만 채소를 씻는 동작과도 정말 어긋났다.청아는 또 웃고 싶어서 얼른 고개를 돌려 물건
시원은 고개를 돌려 그녀가 멍하니 있는 것을 보고 또 자신이 손에 들고 있는 컵을 한 번 보더니 그제야 깨달으며 그녀에게 사과했다."청아 씨 컵이었어요? 미안해요, 내가 머리가 좀 어지러워서.”“괜찮아요!" 청아는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싫어하지 않으면 돼요. 마음대로 써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몸을 돌려 주방으로 돌아가며 물어볼 말조차도 잊어버렸다.시원은 물을 마신 뒤, 청아에게 감기를 옮길까 봐 물컵을 세척하고 소독한 후 제자리에 놓았고 베란다의 소파에 앉아 저녁 바람을 쐬며 눈을 감았다.청아는 한 시간 동안 바삐 돌아치며 4개의 요리와 붕어탕을 만들었고 나올 때 시원을 몇 번 불렀지만 그의 대답을 듣지 못했다.그녀는 베란다의 그림자를 보고 다가가서야 시원이 소파에 기대어 잠든 것을 발견했다.늦여름과 초가을의 밤바람은 여전히 좀 차가워서 청아는 창문을 닫고 나서야 몸을 돌려 작은 소리로 외쳤다."시원 오빠?”“시원 오빠!”“응!" 시원은 천천히 눈을 뜨며 어렴풋이 청아를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생각났다.“밥 다 됐어요, 먼저 식사할래요?" 청아는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시원은 일어나려고 했지만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아찔해서 다시 앉았다. 그는 눈을 감으며 자신이 정말 감기에 걸린 것 같았다.청아는 그제야 그가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다가와서 물었다."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시원은 소파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은 채 물었다."청아 씨, 한 번 만져봐요, 나 지금 열나고 있죠?”청아는 안색이 변하더니 소파에 무릎을 꿇고 앉아 남자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이마는 무척 뜨거웠다. 그녀는 손을 거두고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열나고 있어요.”시원은 오한이 났지만 머리는 또 무척 뜨거웠다. 청아의 약간 차가우면서도 부드러운 손이 자신의 이마에 닿자 그는 편안하게 한숨을 쉬고 싶었지만 채 쉬지도 못할 때, 그녀는 손을 뗐다.그는 갑자기 마음이 허전해지며 그녀의 손
청아는 담요를 가져와 그에게 덮어주었고 또 베개를 가져와 그의 머리 밑에 놓았다.주방으로 돌아오자, 청아는 자신이 만든 음식을 보면서 입맛이 떨어졌다. ......시원이 다시 깨어났을 때, 시간은 이미 한밤중이었다. 방 안은 엄청 어두워서 그는 무의식중에 입을 열었다."청아 씨!”그는 문득 일어나며 머리가 어지러웠고 몸에 있던 담요도 땅에 떨어졌다.소파에 기대어 잠시 앉아 있던 그는 열이 내려가서인지 상태가 많이 좋아진 것 같았고 다만 코가 좀 막혔다.그는 일어나서 거실로 돌아갔다. 주방의 불은 켜져 있었고 소녀는 식탁에 엎드려 이미 잠이 들었다. 그녀의 앞에는 컴퓨터가 놓여 있었고 옆에는 보고서가 가득 있었다.그는 손을 들어 시간을 확인해 보았는데, 이미 밤 11시였다. 그는 다가가서 손을 청아의 어깨에 걸치며 살짝 흔들었다."청아 씨!”“정신 차려요, 방에 가서 자요!”청아는 고개를 들었고 왼쪽 볼은 팔을 베고 있어서 몇 갈래의 붉은 자국이 생겼으며 졸린 두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어리둥절한 표정은 왠지 모르게 시원의 마음을 녹였다.“시원 오빠." 청아가 입을 열었다."깨어났어요? 몸은 좀 나아졌고요?”그녀는 정신을 차리며 곧 그의 상태를 관심했다.시원은 웃으며 말했다."많이 좋아졌어요, 시간도 늦었으니 얼른 가서 자요!”청아는 자리에서 일어섰다."아직 식사하지 않았잖아요. 내가 가서 음식 좀 데울게요. 밥 먹고 나서 약을 한 번 더 먹으면 내일 아침에 다 나을 거예요!”시원은 그녀를 따라 주방으로 갔다."청아 씨는 먹었어요?”“아니요!”청아는 식탁에 있는 컴퓨터와 보고서를 정리하고는 주방에 가서 솥에 있는 음식을 꺼내 전자레인지에 넣고는 솥 안의 국도 데웠다.“시원 오빠 감기에 걸렸으니까 생선을 먹으면 안 돼서 내가 또 토마토 계란국을 만들었는데 비교적 담백해서 마셔도 괜찮아요." 청아는 설명했다.시원은 온몸에 아직 힘이 없어서 나른하게 주방 문에 기대어 소녀가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깊은 밤, 어
다음 날 아침.청아가 깨어났을 때, 시원은 이미 아침밥을 주문했고 그녀가 나오는 것을 보고 뒤돌아보며 말했다."좀 더 자요. 이따 나랑 같이 출근해요.”아침 햇살이 남자를 비추니 마치 그의 몸에 금색의 부드러운 빛을 입힌 것 같았고, 그는 또다시 우아하고 존귀한 도련님이 되었다.청아가 물었다."감기는 좀 어때요?”“다 나은 거 같아요, 청아 씨의 약은 정말 효과가 있군요."시원이 웃으며 말했다.청아는 얼굴을 붉혔다."그냥 보통 감기약일 뿐이에요.”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맛있겠다! 나 세수하고 바로 나와서 아침 먹을게요!”“그래요!”청아는 세수를 한 뒤 옷을 갈아입고 나왔고, 식탁에 예닐곱 가지 아침밥이 놓여 있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뭐가 이렇게 많아요?”“청아 씨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여러 가지로 주문했어요."시원은 그녀에게 우유를 따라주며 부드럽게 설명했다.“우리 두 사람 다 못 먹을 거 같은데요. 내가 소희한테 아침 먹었냐고 물어볼게요." 청아는 핸드폰을 꺼내 소희에게 전화를 걸었다.소희는 재빨리 아래층으로 내려왔고 문을 열고 들어오자 시원을 보며 멈칫했다.‘아침부터 시원 씨가 왜 여기에 있지? 설마 또 야식을 먹으려고 여기에서 지냈나?’시원은 자연스럽게 그녀와 인사를 했다."좋은 아침이에요, 소희 씨, 와서 함께 아침 먹어요!”소희는 그가 이렇게 당당한 것을 보고 자신이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세 사람은 아침을 먹은 뒤 소희는 수업하러 갔고 시원은 청아를 데리고 회사에 갔다.청아는 자신의 부서로 갔고 출근하자마자 먼저 어제 체크한 보고서를 수진에게 보냈다.수진은 원래 청아가 틀림없이 임무를 완수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사무실의 모든 사람들이 보는 데서 그녀를 한바탕 호되게 욕하려고 했는데 뜻밖에도 청아는 모든 것을 완성했다.청아를 꾸짖을 구실을 찾지 못한 수진은 잠시 그녀를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청아가 그녀의 밑에서 일을 하고 있는 한, 기필코 그녀에게 잘못을 잡힐 것이다!
은서는 기뻐했다."그럼 우리 약속한 걸로 해요!”“네!”전화를 끊고 은서는 바로 단톡방에 문자를 보냈다."이미 확인했는데, 소희 씨도 토요일에 올 거야. 다들 기쁘지?”단톡방에는 동의하는 사람이 몇 명 있었지만 물론 예외도 있었다.명원, [모두 친구인데, 좀 시원하게 대답할 순 없는 거예요? 굳이 다른 사람더러 여러 번 초대하라고 하다니!]은서, [명원아, 그게 무슨 소리야? 소희 씨는 확실히 일이 있어서 미루고 온 거야.]명원은 믿지 않았고 은근히 비꼬았다, [그래요? 난 또 누군가가 일부러 억지를 부리는 줄 알았죠!]은서, [명원아, 그 말 취소해!]1분 후, 명원은 방금 보낸 문자를 취소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구택도 단톡방에 문자를 보냈다. [토요일에 난 일이 있어 못 가!]은서는 즉시 대답했다.[내가 소희 씨를 초대했는데, 아직도 나한테 화가 나는 거야?]구택, [너랑 상관없어!]시원은 핸드폰을 보다 구택에게 따로 문자를 보냈다. [나 갑자기 네가 소희 씨와 화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래야 매일 단톡방에서 구경이나 하지.]구택은 그에게 두 글자 보냈다.[꺼져!]시원은 꺼지지 않았다. [저번 토요일에 네가 소희 씨랑 배드민턴 치러 갔다고 들었는데, 왜 또 이러는 거야? 너 정말 그 서이연하고 사귀는 거야? 확실해?]구택은 대답하지 않았다.토요일 오전, 소희가 임가네에 도착했을 때, 마침 차 한 대가 별장에서 나와 멈추지도 않고 모퉁이를 돌면서 쏜살같이 질주했다.소희는 운전석에 있는 구택을 보았으니 그도 틀림없이 자신을 보았을 것이다!그녀는 안색이 담담한 채로 천천히 별장으로 걸어갔지만 속으로는 무척 씁쓸했다. 그는 지금 그녀를 만나고도 싶지 않았다!점심때 시원은 소희에게 전화를 걸었다."청아 씨 집에 있어요? 그녀도 같이 불러서 함께 놀아요. 10분 후에 내가 어정에 도착할 테니 같이 별장으로 가요.”소희는 가볍게 웃었다. "고마워요 시원 오빠.”“천만에요!”소희는 청아와 점심을 먹고 있었기에 시원
유진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달콤했으며, 살짝 투정 섞인 어조에는 맑고도 천진한 매력이 묻어 있었다. 붉어진 눈꼬리에는 순수한 듯 은근한 유혹이 어렸다. 그 모습에 은정은 무의식적으로 침을 한 번 삼켰고, 숨이 조금 거칠어졌다. 유진은 한 발 앞으로 다가서며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가슴에 볼을 살짝 기대며 속삭였다.“같이 자요, 응?”은정의 피가 들끓기 시작했다. 그의 눈빛은 폭풍 직전의 고요함처럼 깊고 어두워졌고, 그녀의 진심이 어디까지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그저 술에 취해 투정 부리는 걸까, 아니면 자신이 바라는 바로 그 마음일까? 하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은정은 이 순간 유진을 밀어낼 수 없었다.곧 은정은 유진의 손을 떼어내자마자 꼭 잡고 자기 집으로 데려갔다. 집에 들어오자, 유진은 애옹이를 품에 안은 채 소파에 기댄 자세로 킥킥거리며 웃고 있었다.애옹이는 원래 잠들어 있었지만, 유진의 장난에 깨어났고,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이리저리 몸을 비볐다.은정은 곧바로 꿀물을 타서 가져왔다.“이거 마셔.”유진은 고개를 저었다.“싫어요, 너무 달아요.”“이거 마셔야 내일 머리 안 아파.”은정이 낮은 목소리로 다정히 설득했다. 하지만 유진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애옹이 눈을 억지로 뜨게 하며 계속 장난을 쳤다.은정은 결국 차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물었다.“샤워할래?”유진은 고개를 돌려 촉촉한 눈빛으로 은정을 바라보며 물었다.“같이 씻을래요?”은정의 눈빛은 더 짙게 가라앉았고, 목소리도 쉰 듯 낮아졌다.“유진아, 지금 일부러 그러는 거야?”유진은 여전히 순진한 얼굴로 되물었다.“혹시 자제 못 할까 봐서요? 그러면 어떻게 할 건데요?”은정은 할 말을 잃었고, 유진은 낄낄 웃으며 말했다.“그러면 샤워 물 좀 받아줘요. 나 혼자 씻을게요.”은정은 크게 숨을 들이쉬고는 일어나 욕실로 향했고, 유진은 애옹이를 안고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우리 같이 씻자.”그러나 애옹이는 슉 하고 도망쳐버렸다. 유진은 애옹이를 붙잡
“흥!”이문은 억울한 듯 씩씩댔다.“분명 석 달만 누워 있었어! 그것도 사장님이 억지로 오래 누우라고 해서 그런 거지!”유진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폭소를 터뜨렸다.“유진아, 언제 기억난 거야? 어떻게 다시 떠올린 거야?”이문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구은정 역시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며 궁금한 눈빛을 보냈다. 그러나 유진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건 나중에 알려줄게요.”그녀는 고개를 돌려 물었다.“야옹이는 잘 지내요?”“아주 잘 지내! 요즘은 살도 더 붙었어!”이문이 급히 대답했다.“나 좀 보고 올게요.”유진은 말하자마자 뒷마당 쪽으로 걸음을 옮겼고, 구은정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밥부터 먹고 가.”“나 안 배고파요!”유진은 손을 휘휘 저으며 이미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지금은 오직 야옹이를 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은정도 따라가려 했지만, 현빈과 이문이 앞을 가로막았다.“사장님, 유진이 진짜 기억난 거예요?”“혹시 다시 잘되신 거예요?”“둘이 지금 사귀는 중이에요?”은정은 간신히 둘을 떼어놓고 뒷마당으로 향했다. 유진은 그곳에서 반쯤 쭈그리고 앉아, 야옹이 앞에서 빗을 들고 부드럽게 털을 빗겨주고 있었다.야옹이는 바닥에 엎드린 채 꼬리를 살랑이며, 이문처럼 잇몸을 드러내고 해맑게 웃고 있었다.해가 저물고, 어스름한 저녁 빛 아래서, 유진의 이마와 눈매는 맑고 투명했으며, 그 모습은 마치 성스럽기까지 했다. 하늘 끝자락에 남아 있던 마지막 노을조차 그녀의 존재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샤브샤브 가게에서 돌아온 후, 은정은 이 뒷마당에 여러 번 찾아왔었다. 유진이 키우던 꽃을 보고, 아끼던 야옹이를 바라보며, 유진이 바꿔놓은 이 모든 걸 떠올렸다. 그리고 매번 생각했다.‘유진인 언제쯤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까?’이제 은정은 정말로 유진을 데려왔다. 그리고 이 순간, 이곳이 비로소 집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유진은 뒤를 돌아보며 은정에게 다가왔다. 은정의 탄탄한 허리를 끌어안고, 살짝 고개를
갑작스러운 말에 멍한 현빈과 이문은 얼이 빠진 얼굴로 더듬거리며 말했다.“진, 진짜 불러야 하나요?”“불러.”은정이 가볍게 기침하며 말했다.“아가씨가 조건을 한껏 낮춰주셨잖아. 부르기 싫으면 나가고, 부를 거면 당장 불러. 선택은 너희 몫이야.”현빈은 운명을 받아들이듯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노래하자.’어차피 사장님 마음이 이미 유진이 쪽으로 완전히 기운 이상, 자신들을 지켜줄 리 없었다.한참 가사를 되뇌던 현빈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낮고 무거운 목소리로 노래를 시작했다.“야 뽀로로다! 노는 게 제일 좋아.”현빈이 한 소절 부르고 나자 이문이 이어받았다.“친구들 모여라!”“언제나 즐거워!”이문은 순간 머리를 굴렸다. 단골손님 중 하나가 아이를 데리고 와 자주 이 노래를 부르곤 했는데, 다음 가사가 뭐였더라?모두의 시선이 그르 향했고, 당황한 이문은 급하게 말을 이었다.“모르겠어 뽀로로!”현빈은 이문이 엉뚱하게 부른 걸 들으면서도 멈추지 않고 받았다.“나도 몰라 뽀로로!”“어떡해요 뽀로로!”유진은 웃느라 그대로 테이블에 엎드렸다. 배를 잡고 웃는 어깨가 덜덜 떨렸다. 가게 뒷문에 몰려 있던 다른 직원들도 몰래 이 광경을 구경하다가 모두 웃음이 터졌고, 가게 안은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됐다.웃기고도 민망한 분위기였지만, 그래도 다들 즐거워하고 있었다. 심지어 평소 냉철하고 날카롭기만 했던 구은정조차도 얼굴에 웃음기가 떠올랐다.그때, 직원 중 새로 들어온 젊은 청년 하나가 목소리를 높였다.“아가씨! 저도 부를 줄 알아요! 제가 불러드릴게요!”직원은 마치 무대 위 사회자처럼 당당하게 노래를 시작했다.“노는 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라! 언제나 즐거워! 개구쟁이 뽀로로!”그 옆의 동료도 따라 불렀다.“눈 덮인 숲속 마을!”“꼬마 펭귄 나가신다! 언제나 즐거워!”“오늘은 또 무슨 일이 생길까! 뽀로로를 불러봐요.”유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현빈과 이문 사이로 걸어가며 활짝 웃었다.“다들 시범도 보여줬는데, 둘
잠시 분주한 시간이 흐르고, 오현빈과 이문이 직접 음식을 들고 나왔다. 모두 임유진이 좋아하는 음식들로 준비한 것들이었다.유진은 바른 자세로 앉아 두 사람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을 무심히 바라보다가, 컵을 들고 한 번 살펴보며 물었다.“깨끗한 거 맞아요?”이문이 재빨리 대답했다.“네! 새 거예요! 소독도 했어요!”현빈은 생수박주스를 들고 와서 물었다.“아가씨, 뭐 드시겠어요? 이건 직접 착즙한 수박주스고요, 이건 맞은편 카페에서 산 밀크티랑 과일차예요.”유진은 차갑고 도도한 눈빛으로 훑어보더니 말했다.“수박주스 줘요.”“네!”이문은 유진의 컵에 조심스럽게 주스를 따랐다. 그런데 유진이 그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눈살을 찌푸렸다.“왜 계속 나를 보는 거죠?”“네?”이문은 당황해서 무의식적으로 구은정을 바라봤다.그 순간, 자기가 주스를 따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깜빡하고 말았고, 주스는 컵 밖으로 넘쳐흘러 테이블을 타고 유진의 옷 위로 흘러들었다.유진은 즉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이문은 얼이 빠진 채 손에 들고 있던 주스를 내려놓고 급하게 휴지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유진은 얼굴을 붉히며 화가 난 표정으로 소리쳤다.“왜 이런 사람을 고용한 거예요? 주스도 제대로 못 따라서 내 치마 다 염색됐잖아요!”현빈은 서둘러 변명했다.“아가씨, 이문이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평소엔 주방에서만 일하다 보니 홀에서 손님 응대는 잘 못 해요. 너무 심하게 화내지 마세요!”“변명은 필요 없어요!”유진은 오만하게 턱을 들며 말을 자르자, 은정이 물었다.“그럼 어떻게 해야 되겠어?”“둘 다 잘라요. 당장 내보내라고요!”유진은 재벌3세 싸가지 없는 아가씨 모드가 발동됐고, 현빈과 이문은 얼이 빠진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이문은 억울하고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지만, 감히 화도 내지 못했다.“아가씨, 저, 저 진짜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일부러 아니면 다예요?”유진이 콧방귀를 뀌듯 말하자, 현빈이 재빨리 말했다.“그러면 제가
구은정이 임유진을 데리고 올 거라는 말을 미리 들은 오현빈은, 가게 문 앞에 오늘 휴업이라는 팻말을 걸고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지난번처럼, 두 사람이 도착하자마자 현빈은 직원들을 이끌고 줄지어 나와 마치 상사를 맞이하듯 깍듯하게 인사를 했다.유진은 일부러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가게에 손님이 없네요? 장사가 이렇게 안 돼요? 음식이 맛이 없는 거 아닌가요?”이에 현빈은 허둥지둥 손사래를 치며 설명했다.“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오늘은 영업 안 하고, 사장님하고 아, 아가씨를 모시려고 일부러 준비하고 있었어요!”그 말에 은정은 이마를 짚으며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유진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주변을 둘러보더니, 손가락으로 테이블 위를 쓱 문질러보고는 먼지가 없는 걸 확인하고서야 고개를 끄덕였다.“저는 이런 조그마한 가게에서 잘 안 먹어요. 지난번도 성연희 씨 체면 봐서 온 거였지. 근데 오늘 음식 맛없으면, 사장님한테 말해서 다 자르라고 할 거예요!”현빈은 비위를 맞추며 활짝 웃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만든 음식은 분명히 만족하실 거예요!”“흠.”이에 유진은 못 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면 사장님 체면 한 번 더 봐줄게요! 근데 저 위가 좀 예민하니까, 음식은 깨끗하게 만들어요. 더러운 건 못 먹으니까.”“특별히 신경 썼어요. 고기도 오늘 막 들여온 거고, 채소도 세 번 씻었어요!”현빈이 서둘러 설명하자,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얼른 가서 준비해요. 난 배고파서 먹을 것만 기다리니까!”현빈은 은정을 힐끔 바라보고, 바로 이문을 비롯한 직원들에게 준비를 지시했다. 유진과 은정이 앉은 자리에만 한 명의 직원이 남아 차와 물을 챙겼다.“당신도 가서 도와요. 여긴 신경 안 써도 되니까!”유진이 말을 하자, 젊은 직원은 바로 물러났다.“네!”사람들이 다 빠져나가자, 유진은 눈웃음을 지으며 장난스럽게 웃어 보였다.“나 좀 잘했죠?”은정은 오래 참았던 웃음을 드디어 터뜨리며 말했다.“오스카 여우주연상감
오직 은정만이 회의실 주석 자리에 앉아 조금도 얼굴빛이 변하지 않았다. 전화를 받고 업무를 처리하면서도 모든 것이 질서 정연했다. 회의실 안의 다른 사람들 역시 서성의 사건이 구씨그룹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하던 마음이 점차 가라앉기 시작했고, 각자 해야 할 일을 하며 침착을 되찾았다.한 시간이 지나, 몇 개 부서가 함께 조사를 마치고 구은정의 허락을 받은 후, 확인된 정보를 주주들과 회사 고위층이 지켜보는 가운데 회의실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했다.서성은 직무상의 편의를 이용해 타인의 재물을 갈취하고, 타인에게 이익을 몰아준 일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았으며, 회사의 핵심 기밀과 기술을 팔아 이익을 챙긴 일이 네다섯 번에 달했다. 그로 인해 발생한 금액은 회의실에 있는 모든 이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마저도 확실한 증거가 있는 내용에 한한 것이고, 아직 명백한 증거가 부족한 것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 금액은 상상 이상이었다.서성은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질 정도로 얼어붙었지만, 여전히 발버둥 치듯 억지 변명을 이어갔다.“난 안 했어. 누군가가 가짜 증거로 나를 모함한 거야. 오늘 이 사건, 너무 우연하지 않아?”“김서나가 도대체 어떻게 입사했는지, 어떻게 사장실까지 들어온 건지, 그리고 내 아내도 누가 전화를 해서 부른 거야. 누가 의도적으로 함정을 판 거라고!”“억울한 일인지 아닌지는, 누군가 다시 밝혀줄 거예요.”은정은 그렇게 말한 뒤,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다른 이들을 바라보며 덧붙였다.“여기에 연루된 사람이 또 있겠지만, 당장은 책임을 묻지 않을 거예요. 각자 어떻게 행동하는지 볼 거예요.”회의 테이블 옆에 앉아 있던 몇몇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식은땀을 흘리며, 속으로 서성이 자신에게 시킨 일들을 조용히 되짚어보기 시작했다.서성은 점점 더 초조해져 소리쳤다.“은정아, 지금 너 이거, 협박하는 거야!”하지만 은정은 그에게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돌려 법무팀을 향해 말했다.“고소하세요.”“네.”법무팀은 은정의
은정은 넓은 회의실 테이블 앞에 서서 조용히 비서를 향해 말했다.“한경아 씨, 김서나 씨 손에 있는 USB 받아오세요.”“네!”경아는 곧장 서나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에 서성은 얼굴빛이 확 변하더니, 그 역시 재빨리 서나를 향해 달려들어 USB를 빼앗으려 했다.그러나 은정은 차가운 눈빛으로 서성을 바라보다가, 손에 들고 있던 물병을 집어 들어 서성을 향해 내던졌다.회의실 테이블 끝에서 문 쪽까지 약 7,8미터 거리였다. 그런데도 그 물병은 정확히 서성의 머리에 날아가 박혔고, 그는 휘청이며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사람들이 일제히 놀라 외마디 비명을 내질렀지만, 누구 하나 나서서 서성을 부축하려 들지 않았다.결국 도민숙이 달려가 그를 부축했고, 이마가 부어오른 서성의 얼굴을 본 그녀는 놀람과 분노가 교차하며 표정을 몇 번이고 바꿨다.하지만 더는 서성을 향해 욕을 하지 않았다. 이제야 모든 상황이 명확해졌기 때문이었다.아침 일찍 누군가 도민숙에게 전화를 걸어, 서성과 얽힌 여자가 회사에 찾아와 난리를 치고 있다고 알려왔다.원래 구씨그룹 본사에 들어가려면 사전 예약이 필수이고, 특히 사장실 쪽은 출입 통제가 매우 철저한 편이다. 그런데 오늘따라 아무 제지도 없이 회의실 문 앞까지 쉽게 들어올 수 있었다.도민숙은 지금에야 깨달았다. 이 모든 게 자신을 끌어들이기 위한 계략이었다는 걸.경아는 이미 서나에게서 USB를 받아 은정에게 전달했고, 은정은 무심하게 스캔하듯 USB를 쳐다본 뒤 차분하게 말했다.“법무팀이랑 총무팀 사람들 전부 회의실로 부르세요.”“네!”경아는 곧장 나가 전화를 걸었고, 서성도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다.오늘따라 유독 강성 지사에 있는 주주들이 모두 본사에 모여 있는 걸 이상하게 여겼는데, 이 모든 게 은정의 사임이 아니라 자신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한 철저한 판이었던 것이다.서성은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은정을 노려보았다.“은정아, 김서나는 회사에서 해고된 뒤 앙심을 품고 날 모함하는 거야. 너 설마 그 말을 곧이곧
“김서나가 서성 아이를 가졌다고? 원래 김서나가 서성 사람이었어?”“이런 일이 회사까지 와서 난리 칠 일인가?”...서나는 그 틈을 타 서성이 붙잡은 팔을 뿌리치고 경계하며 한발 물러섰다. 이에 서성은 얼굴이 굳어진 채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김서나, 네가 잘못해 놓고 해고당한 걸 가지고 날 모함하겠다고? 명심해, 이건 불법이야.”그렇게 말하고는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김서나, 진정해. 우리 나가서 얘기하자. 오늘 바로 명의 이전 처리해 줄게.”“당신이 여기서 전화하는 걸 봐야 안심이 되죠.”서나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담담하게 말하자, 서성은 눈을 가늘게 뜨며 음험하게 물었다.“김서나, 지금 나 일부러 엿먹이러 온 거야? 어떻게 회사에 들어온 거지? 누가 널 들여보낸 거야?”서나는 코웃음 치며 말했다.“내가 몰래 들어왔죠. 당신은 나를 보지도 않고 전화도 안 받고, 심지어 사람까지 붙여 감시하게 했잖아요. 내가 나를 위해서라도 설명을 들어야 하잖아요.”서성은 냉랭한 목소리로 위협했다.“지금 당장 나가. 안 그러면 가만 안 둬.”서성은 말하면서 서나의 팔을 거칠게 붙잡고 회의실 문을 열어 억지로 끌고 나가려 했다. 하지만 문턱을 넘기도 전에,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보고 서성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서성의 아내 도민숙이 문 앞에서 싸늘한 눈빛으로 둘을 노려보고 있자, 서성은 당황해하며 물었다.“당신, 여기 웬일이야?”서나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사모님, 아주 잘 오셨어요. 우리 셋이 같이 얘기 좀 해요.”도민숙은 얼굴이 확 굳더니, 서나의 웃는 얼굴을 보자마자 분노로 눈빛이 번뜩였다. 그러고는 그대로 서나에게 달려들어 손을 휘둘렀다.“이 뻔뻔한 계집애!”서나는 서성 뒤로 재빨리 피하며 말했다.“당신 부인 좀 잘 붙잡아요. 저 맞는 건 괜찮은데, 혹시라도 뱃속 아이까지 잘못되면 그땐 당신이 제일 속상할걸요?”도민숙의 표정이 그 말에 확 바뀌었다.“아이?”서나는 가방에서 진단서를 꺼내 두 사람 앞에 내밀었다.“이
하늘은 훤히 밝아졌고, 출근할 시간이었기에, 서성은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 그런데 회사에 도착하자 비서가 다급하게 말했다.“사장님이 방금 회의 소집 공지를 내리셨어요. 일찍 오시라고 하셨어요!”그 말에 서성은 미간을 찌푸렸다. 구은정이 무슨 속셈인지 알 수 없었다. 어젯밤에 발표하지 않은 걸 보니, 오늘 아침 회의에서 사직을 발표하려는 건가?서성운 차 한 잔을 마시고, 숙취로 인한 불쾌감이 조금 가신 뒤에야 정장을 정리하고 총재실 회의실로 향했다.회의실에 들어서자, 오늘은 회사 고위 임원뿐 아니라 몇몇 주주들도 와 있는 걸 보고 마음이 놓였다. 확실히 사장의 사임 발표가 있어야 가능한 규모였다.서성은 회사에서의 지위가 높았고, 주주들조차도 그가 들어오자 모두 일어나 인사했다. 서성은 온화하고 겸손한 표정을 지으며 미소 지었고, 안경 뒤의 눈빛은 온통 자신감으로 차 있었다.오늘 이후 은정이 회사에서 쫓겨나면, 구씨 그룹은 철저히 서씨 집안의 차지가 될 터였다.서성은 자리에 안정감 있게 앉았다가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문득 어제 서선영이 자신에게 열 통이 넘는 전화를 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이에 은근한 불안이 기분이 서성을 휩싸였다.곁에 앉은 한 주주가 몸을 기울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오늘 갑자기 회의를 소집한 건 무슨 중대한 일 때문이죠?”서성은 아무렇지 않은 척 답했다.“저도 오늘 아침에야 급히 회의 공지를 받았어요.”주주는 놀란 듯 말했다.“아니, 이제야 아셨다니!”서성은 웃으며 말했다.“아마 사장님께서 중요하게 발표하실 내용이 있으신가 보죠. 조금 기다려 봅시다.”주주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죠!”약 십여 분이 지나자, 회의실에는 참석자들이 전원 도착했지만 은정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사람들이 의아해하고 있을 즈음, 회의실 문이 갑자기 열리며 긴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들어왔다.사람들의 시선이 쏠리며 군데군데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김서나 비서, 이미 사직한 거 아니었나? 어떻게 다시 온 거지?”“그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