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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그녀는 몰래 김서진을 쳐다보았지만 그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어느새 시선은 그녀에게로 향했다.

그녀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혹시 오늘 밤, 다른 계획이 있습니까?"

이렇게 가까이 있으니, 한소은의 가슴은 폭죽이 터지는 듯 쿵쾅댔다.

그녀는 뼛속까지 꿋꿋하게 버티고, 또 그녀는 주눅이 들지 않으려 노력하며 그의 검은 눈동자를 바라보고 최대한 태연한 얼굴을 유지했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오늘 밤은 우리 신혼 첫날 밤이에요. 김서진 씨, 제가 무슨 계획을 세울 수 있겠어요?”

그녀는 일부러 여유롭고 자연스러운 말투로 말했지만 무릎 위에 놓인 양손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 그녀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김서진은 입꼬리를 가볍게 치켜올리며 말했다.

“그렇군요, 좋아요!”

그가 똑바로 일어서자 스트레스가 확 줄었지만, 한소은은 결코 긴장을 풀지 않았다.

차는 곧 목적지에 멈추었다.

한소은은 원래 김서진이 그녀를 그의 개인 숙소로 데려갈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온천 클럽 입구에 멈추었다.

밤은 주황색 간판을 비추었고, 사람들의 마음을 한결 편안하게 만든다.

단지……

의혹의 눈초리를 그를 돌아보자 김서진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듯 말했다.

"오늘은 너무 촉박해서 준비를 많이 하지 못했어요."

"사실……중요하지 않아요.”

한소은이 조용히 말했다.

그냥 거래일 뿐인데 뭘 더 바랄 수 있을까.

그러나 그녀는 장미로 정성껏 꾸며진 레스토랑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렇게 큰 레스토랑에는 그와 그녀만 있었고, 이미 음식은 모두 세팅이 되어 있었으며 서빙 직원도 가까이 오지 않아 개인 공간을 충분히 주었으니, 이곳은 이미 전세 낸 것이 틀림없었다.

그는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솔직히 그의 말대로 시간이 이렇게 촉박한데, 그는 어떻게 한 걸까?

"여기는 프라이버시가 잘 되어 있어 유출될 염려가 없어요."

우아하게 스테이크를 썰면서 그는 느릿느릿 말했다.

"가, 감사해요."

그녀는 말주변이 없는 편은 아니지만, 이 모든 일에 대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이때, 김서진은 칼질을 멈추고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감사해요? 뭐가 말이지?"

"저와의 거래를 승낙해 주시고, 오늘 해주신 모든 것들도요.”

비록 김서진과의 결혼을 선택한 것은 충동적이었지만, 그녀는 후회하지 않았다.

이런 일련의 감사 인사를 들은 김서진은 가볍게 웃었다.

곧이어 그는 잘게 썰린 스테이크를 그녀의 접시에 덜어 주었고, 그녀를 보며 매우 정성스럽게 말했다.

“그럼 당신이 고마워해야 하는 건 이것뿐만이 아닐 겁니다.”

“......”

따뜻하고 로맨틱한 촛불 만찬이 끝난 뒤 두 사람은 준비된 스위트룸으로 들어갔다.

방 안은 제법 크고 개인 온천탕도 있어 김이 모락모락 나고 물소리만 들어도 사색에 빠지게 했다.

한소은은 자연스레 이따가 자신이 그와 함께 이 탕에 몸을 담가야 하는지 생각했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몸이 굳어지자 얼른 시선을 돌려 다가가 물을 따라 마셨다.

그녀의 긴장과 다급함이 김서진의 시선에 들자 그는 돌아서서 외투를 벗고 와인 한 병과 컵 두 개를 들고 왔다.

"좀 드실래요?"

"아ㄴ……"

거절하려던 순간 그녀는 마음을 고쳐먹었고, 술은 담력을 북돋을 수 있었다.

그녀는 겁내지 않았지만, 결국 용기가 좀 부족했다.

마치 자신의 모든 용기가 그를 찾고 그와 계약하는 그 순간에 다 쓴 것만 같았다.

술을 두 잔 따른 뒤 김서진은 잔을 잡고 그녀를 향해 들어 올렸고, 한소은은 잔 속의 그 붉은 액체를 노려보며 이를 악물고 그와 잔을 부딪친 후 고개를 들어 단숨에 마셨다.

그녀의 동작이 너무 과격한 탓에 사레가 들리고 기침을 연발했다.

김서진은 웃으며 손을 들어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제가 먼저 몸을 담그고 있을 테니 천천히 와요.”

그는 그녀에게 준비할 충분한 시간을 주었고, 또한 그녀에게 물러설 기회도 주었다.

몸을 돌려 그는 온천탕 쪽으로 걸어갔다.

그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한소은은 마음이 혼란스러워 급히 술을 한 잔 더 따르고 또 한 모금 비웠다.

그녀는 단숨에 적포도주 반 병을 마셨고, 마침내 약간의 취기가 돌았다.

한소은이 몸을 일으키자 온천장 방향과 김서진의 뒷모습을 희미하게 볼 수 있었다.

양팔을 벌리고 등을 돌린 채 어깨 위만 보이는 근육 라인은 또렷했으며, 물방울은 피부에 영롱한 빛을 발했다.

한소은은 목이 말라서 곧장 걸어가 온천탕의 경계선에 섰다.

인기척은 들을 수 있지만, 김서진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는 인내심이 있었고, 기회도 그녀에게 충분했습니다.

후회할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 그녀는 재빨리 옷을 벗었지만, 결국 마지막 선을 벗지 않고 맨발로 그의 뒤로 가서 그의 옆에 붙어 물에 들어갔다.

물 온도는 조금 뜨거운 편이었고, 물에 들어가자 금방 몸이 더워져서 땀이 났다.

술기운이 김을 타고 증발했는지, 모처럼 나온 용기는 또다시 어디론가 달아나며 그녀는 어설프게 두 팔로 몸을 감쌌다.

그녀는 지금까지 이렇게 한 남자 앞에서 솔직해 본 적이 없었다.

노형원과도 손을 잡고 키스하는 것만 해봤지, 그 이상은 가지 않았다.

"후……”

그녀는 숨을 크게 내쉬었다.

피부가 맞닿으면 몸의 열기가 물의 온도과 달라지지만, 오히려 서로를 더 뜨겁게 만들 수 있었다.

김서진은 한 손으로는 그녀의 허리를 짚고 다른 한 손으로는 턱을 쥐어 자신을 쳐다보게 했다.

“마지막 기회예요.”

그는 잠시 숨을 돌렸고, 눈에서 불꽃이 은은히 타올랐다.

"만약 당신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한소은은 그에게 다가갔고, 힘이 너무 세고 갑작스러운 탓에 이빨이 그의 입술에 부딪혔고, 약간 희미한 피비린내가 나는 것 같았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은 채 아무 생각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행동만으로 그녀의 결심을 밝혔다.

이 세상에는 일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으며, 당연한 것은 더더욱 없고, 어떤 것은 단지 등가의 교환일 뿐이다.

그녀가 자신의 품에 안겼는데,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정이 깊어지면 자제하기 어렵고, 한소은은 거의 질식할 지경이었다.

김서진은 곧 심상치 않음을 알아차리고 그녀를 과감히 안아 온천탕을 나섰다.

그녀의 긴 머리는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눈은 감고 있으며, 긴 속눈썹은 자신도 모르게 가볍게 떨리는 것이 보여 매우 매혹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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