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유환은 지금 통제불능이었다.
장하늘의 이마에 손을 대고 서서히 손끝을 내려 볼을 스친 뒤 입술에 닿았다.
더운 숨이 제 손끝에 닿자 온몸의 소름이 삐죽이 솟아올랐다.
그때 바르르 장하늘의 눈꺼풀이 떨렸다.
유환은 아예 침대에 걸터 앉아 녀석의 턱을 잡아 들었다.
자신을 응시하는 녀석은 눈동자 너머로 농밀한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잡아 먹고 싶게 탐스러운 온도였다.
“아, 목말라.”
갈증이 이는지 장하늘은 입술을 본능적으로 핥아 올렸다.
환장할 노릇이었다. 왜 이리 녀석의 붉은 혀를 집어 삼키고 싶은지.
자신이 원래 이렇게 발정난 놈이었던가.
“왜, 속이 타서 그래? 잠깐만.”
당황한 나머지 바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주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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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를 마친 부원들의 발길은 약속이라도 한 듯 녹두거리 춘천닭갈비집으로 향했다.장하늘은 유환의 차에 몸을 싣고, 어쩌면 제 생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짧은 드라이브를 눈에 담았다.양재의 정체 구간을 지나 예술의 전당 앞 신호 대기에 걸렸을 때, 장하늘은 묵묵히 운전대를 잡은 유환의 옆얼굴을 시리도록 투영하게 바라보았다.“유환아, 어깨 괜찮은 거 맞지?”결국 아이싱도 하는 둥 마는 둥 대충 끝내버린 녀석이 걱정되어 장하늘이 손을 뻗는 순간이었다. 유환이 전광석화처럼 고개를 돌리더니, 장하늘의 입술을 가차 없이 집어삼켰다.“자꾸 그렇게 야한 눈으로 쳐다볼 거야?”뜬금없는 말에 장하늘은 어이가 없어 미간을 찌푸리며 유환의 어깨를 밀쳐냈다.“걱정하는 눈이 어디가 야하다는 거야?”유환은 대답 대신 기분 좋게 낮은 웃음을 터뜨리더니, 돌연 차를 좌회전시켜 예술의 전당 주차장 깊숙한 곳으로 꺾어 들어갔다.“어? 야, 어디 가!”차는 점점 더 어두운 산기슭 아래, 인적조차 드문 은밀한 공간에 멈춰 섰다.묘한 긴장감이 장하늘의 아랫도리를 묵직하게 조여왔다.“이건 다 네 탓이야. 방금 씻고 나와선 상큼한 향기 풀풀 풍기면서 그런 눈으로 유혹하니까.”그의 논리에는 기적 같은 모순이 서려 있었지만, 장하늘은 반박할 힘을 잃었다.유환의 다급한 손끝이 제 피부 위를 스칠 때마다 이성은 눈 녹듯 허물어졌다. 오늘이 마지막 스킨십일지도 모른다는 잔혹한 절박함이 장하늘의 남은 이성마저 마비시켜 버렸다.두 사람의 입술이 다시금 질척하게 엉겼다. 야성적인 매력으로 따지자면 본래 유환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민트향이
유환과 오붓하게 데이트도 하고 소중한 추억도 쌓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이 너무도 잔인했다.하필이면 춘천이라니. 전생의 유환이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자신 또한 영혼이 조각나듯 기억을 잃어버렸던 그 저주받은 핏빛 무대로 제 발로 걸어 들어갈 수는 없었다.장하늘은 타들어 가는 마른침을 삼키며 본심을 꾹꾹 눌러 담은 채, 유환의 탄탄한 등을 가볍게 툭 쳤다.“유환아, 5월은 가정의 달이잖아. 우선은······ 어른들께 충실해야지.”나직하게 떨리는 목소리 뒤로 '그러니 제발 그 지옥 같은 곳으로 가자고 하지 마'라는 애원이 숨어 있었다.그러나 사정을 알 리 없는 유환의 표정이 순식간에 정색하며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또다시 집안의 압박이 나타나 우리 사이를 갈라놓을 거냐는 밀어내기로 들렸는지, 그의 깊은 눈빛이 서운함과 차가움으로 얼룩졌다.“도S 안방마님이 아주 나를 제대로 한 방 먹이네. 미안해서 더 할 말이 없게 만드는군.”장하늘은 누가 도S냐며 입술을 비쭉 내밀었지만, 밀려드는 통증에 가슴이 저려와 짐짓 무심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향해 서둘러 걸어 나갔다.유환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그 뒤를 따르자 관중석에서는 떠나갈 듯한 환호가 터져 나왔다.5회에도 선발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다는 건, 이 경기를 완봉승으로 단숨에 끝장내겠다는 에이스의 강력한 의지였다.야구팬들은 새로운 슈퍼스타의 탄생을 목격하며 열광했다.장하늘은 귀를 먹먹하게 채우는 이 눈부신 광경을 제 생의 마지막 풍경인 듯 눈에 담았다.“유환아, 이렇게 마운드에 서 있으니 정말 좋지?”그의 나지막한
장하늘은 유환을 바라보자 가슴 한구석이 뻐근해져 갑자기 코끝이 시큰거렸다.“피곤해서 좀 늦었어.”대충 대꾸를 하고 고개를 돌리자, 유환이 다시금 다가왔다.“어디 아픈 건 아니고?”주변의 서정우와 유경호가 의아한 눈초리로 바라보는 게 느껴졌지만 유환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유환은 역시 이런 녀석이었다. 그는 글러브를 바닥에 툭 떨어뜨리더니 장하늘의 이마에 냅다 손을 올렸다.“컨디션 안 좋았던 거야? 미안.”애써 딱딱하게 굴려던 장하늘의 가시 돋친 방어막이 유환의 다정함 앞에서 허무하게 허물어졌다.스스로를 책망하며 뻣뻣하게 굴다가도 결국 본심을 드러내고 마는 유환을 보며, 정작 먼저 무너진 것은 장하늘이었다.“너야말로 안 올 줄 알았는데.”그 말에 유환의 귓불이 순식간에 홧홧하게 달아올랐다. 그는 쑥스러운 듯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시선을 먼 그라운드로 돌렸다. 저 멀리 오늘의 상대인 L대 선수들이 몸을 푸는 모습이 보였다.“중요한 경기가 있는데 내가 왜 안 와.”“바쁘다길래.”“진짜 미안하다. 도저히 면목이 없어서.”유환이 찰나의 순간 주춤했다. 장하늘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너무도 평온하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오히려 사흘간 ‘별일’이 아주 많았음을 증하고 있었다.장하늘은 묵직한 미트를 끼며 시선을 잔디 위로 던졌다. 외야의 초록빛이 햇살 아래 눈부시게 선명했다.“오늘 경기 잘하자.”“당연하지, 장하늘. 오늘은 너 절대 혼자 안 둬.”장하늘은 쓰게 웃었다. 미트로 유환의 어깨를 가볍게 툭 치는 것
대한민국 아침 드라마는 자고로 막장이어야 제맛이라던데, 지금 장하늘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 어떤 각본보다도 지독하고 자극적이었다.국내 굴지의 재벌가 후계자가 야구 선수가 된 것도 모자라, 하필이면 시커먼 사내와 엉켜 몸을 섞던 현장을 아버지에게 정면으로 들키다니.남들이 보기엔 이보다 더 흥미진진한 구경거리가 없겠지만, 장하늘에게 이곳은 순식간에 불지옥으로 변해버린 생지옥이나 다름없었다.“이런, 아버지가 오실 줄이야······ 젠장. 장하늘, 미안한데 잠깐만 여기 있어 줘. 불편하게 해서 정말 미안하다.”장하늘의 젖은 어깨를 다급히 다독인 유환이 먼저 몸을 일으켰다. 그의 잘생긴 얼굴에는 미안함과 당혹감이 처절하게 일렁이고 있었다.“어, 괜찮아. 부모님이 아들 집에 불쑥 오실 수도 있지. 유환아, 어서 가 봐.”장하늘은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담담한 척 손짓했다.욕실 안의 로브는 단 한 벌뿐이었고, 수건 한 장 걸치고 나갈 용기도 없었기에 장하늘은 식어가는 탕 안에 몸을 숨긴 채 유환의 뒷모습만을 쫓았다.유환은 서둘러 몸을 닦고 로브를 걸친 채 폭풍전야 같은 거실로 나섰다. 욕실 문이 닫히고, 그는 홀로 유도완이라는 거대한 벽과 마주했다.[아버지! 이 밤중에 예고도 없이 대체 왜 오신 거예요!]날 선 유환의 포효가 욕실 벽을 타고 날카롭게 파고들었다.[이 녀석이 어디서 큰소리야! 너, 저 비실비실한 포수 놈이랑 진짜로 욕실서 살까지 비비는 거냐? 정신 차려, 이놈아!]유도완도 이미 짐작했으리라. 금지옥엽 키운 아들이 자신 같은 남자와 살을 맞대고 있었으니 속이 오죽 타들어 갈까.세상이 아무리 변했다 해도 남남
뜨거운 열기는 유환의 집 현관문에 들어서자마자 화약고처럼 터져 나왔다.씻고 자야 한다며 비틀거리는 장하늘의 뒤를 따라, 유환은 마치 그에게 매달린 그림자처럼 욕실의 습기 찬 공기를 가르며 파고들었다.온몸에 밴 닭갈비 냄새가 민망했던 장하늘은 샤워볼에 잔뜩 거품을 내며 몸을 문질렀다. 이 냄새를 씻어내는 행위는, 유환을 온전히 받아내기 위한 밤의 의식처럼 경건하고도 관능적이었다.양치질을 했는지조차 가물가물해 한 번 더 칫솔질을 할 때쯤, 알몸이 된 유환이 옆에서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귀엽긴.”필름이 끊기기 직전이라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든 상태였다. 평소 주량보다 훨씬 과하게 들이켠 탓에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너한테······ 상쾌한 향기만 주고 싶은데······.”쏟아지는 잠을 참으며 투정하는 장하늘의 목덜미에 유환의 입술이 와닿았다.미칠 듯이 감미로운 감각에 장하늘의 입가에 흐뭇한 웃음이 번졌다. 유환의 손가락이 비눗방울을 튕기듯 척추 라인을 따라 미끄러질 때마다, 장하늘은 첫눈이 뺨에 닿은 듯한 경이로운 전율을 느꼈다.“그럼 머리라도 두 번 감겨줄까?” “아······, 맞다. 내 머리에서도······ 맛있는 냄새가 나는 것 같아.”유환은 대뜸 장하늘의 목덜미를 깊게 집어삼키며 허리를 단단히 끌어안았다. 묵직한 한숨이 욕실 안을 울렸다.“진짜 잡아먹고 싶네. 아, 미치겠군.”유환의 목울대에서 흘러나온 낮은 신음은, 사냥감을 목전에 둔 맹수가 억누르는 포효처럼 장하늘의 귓가를 핥았다.내가 그렇게 맛있는 먹잇감인가 싶어 장하늘도 흐릿하게 웃음을 흘렸다. 비누 거품이 둘 사이를 가로막는 얇은 베일처럼 존재했지만, 오히려 그 매끄러운 촉감 덕분에 서로의 피부 열기가 더욱 예민하게 전달되었다.장하늘은
얼마나 마신 걸까.장하늘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차가운 유리잔 가장자리를 느릿하게 맴돌았다. 유환을 바라보는 장하늘의 눈동자에는 달빛 아래 잔잔히 일렁이는 호수처럼, 깊고 진한 애착과 탐닉이 서려 있었다.사랑이 밀물처럼 거세게 밀려오면, 그 뒤엔 반드시 뼈아픈 이별의 썰물이 찾아오는 법.본능적으로 예감하며 두려워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라면, 장하늘은 그 본능을 거스르지 못한 채 태어난 가련한 죄인이었을지도 모른다.전생에서도 늘 이랬다. 이만큼 가까워져서 이제야 행복하다 느낄 때쯤, 모든 것이 신기루처럼 끝나버리곤 했다. 지금 느껴지는 이 완벽한 충만함이 도리어 장하늘을 불길한 예감 속에 몸서리치게 만들었다.살아만 있다면, 멀리서라도 그를 지켜보며 응원할 텐데. 신이 자신에게 그런 자비로운 기회를 허락할지 의문이었다.장하늘은 먹먹해지는 가슴을 누르려 연거푸 술잔을 비워냈다.“뭐야, 오늘 꽤 마시네?”유환이 나직하게 속삭이며 다가왔다. 장하늘은 녀석의 그림자만 스쳐도 심장이 수런거렸다. 온 마음이 유환이라는 중력에 이끌려 기울어지는데. 그와 멀어지는 삶 따위는 상상만으로도 숨이 막혔다.“너랑 같이 침대로 갈 거니까 걱정 마.”혀끝이 살짝 꼬부라졌음에도 장하늘의 눈빛만은 형형하게 유환을 꿰뚫었다.1분 1초라도 더 뜨겁게 유환의 품을 만끽하리라. 1학기만 마치고 떠나야지, 아니 12월 24일 직전에는 정말 끝내야지.혹시 모른다는 희망을 품으며 1년을 버텨 볼까.온갖 생각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몇 년 뒤의 미래를 꿈꾸는 것조차 자신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사치인 것만 같아, 장하늘은 결국 다시 술잔만 기울였다.***“장하늘, 기분 진
유환이 장하늘을 데리고 나가려다 조기범과 눈이 마주쳤다. 조기범은 최우현과 짧은 인사를 나눈 뒤, 곧장 유환과 장하늘의 테이블로 향했다.“잠깐만, 너희들 할 말 있어. 감기 때문에 고생했다며? 몸은 좀 어때?”조기범의 다정한 물음에 장하늘이 꾸벅꾸벅 졸며 대답했다.“유환이 덕분에 다 나았습니다. 양치했더니··· 졸음이 더 쏟아지네요.”유환은 차 안에서 녀석을 구박했던 기억이 떠올라 속으로 낯을 붉혔다. 그러고 보니 장하늘은 정말 배려심 있는 성격인지 항상 누군가 덕분이라는 말을 자주 내뱉었다. 특히 장하늘의 입에서 나온 ‘
녹두거리 초입, 지글거리는 열기와 닭갈비 익는 냄새가 진동하는 식당에서 ‘마구마구’의 신입생 환영회가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유환은 조기범이 최우현을 통해 장하늘의 안부를 물었던 그 순간부터 줄곧 저기압이었다. 게다가 고기 냄새가 옷감 사이사이로 스며드는 이 무질서한 회식 자리는 평소 그의 고결한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철판 위에서는 닭갈비와 고구마, 각종 사리가 한데 뒤섞여 원색적인 유혹을 뿜어냈고, 모인 27명의 열기는 식당 안을 뜨겁게 달궜다. 지도 교수의 지루한 훈화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유환의 신경은 오직 제 옆에
장하늘은 유경호가 하도 어이가 없어 더는 대꾸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 채 입매를 비틀었다.그러거나 말거나 유경호는 계속 혼자 떠들어댔다.“야, 너 지금 네 투수 챙기는 거냐? 너한테 온 일생일대의 기회라는데, 그 상황에서도 쳇, 유환이만 걱정하다니. 됐다, 됐어.”유경호가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지만, 장하늘은 뒤늦게 깨달은 자신의 본심 때문에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그러고 보니 유환의 표정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누가 보면 꼭 사랑 고백이라도 하는 것으로 오해할 법한 발언을 자신이 뱉어버렸다는 걸 이제야 실감한
관중석의 소음이 소거된 정적 속에서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불꽃을 튀기며 충돌했다.유환이 고개를 젓는 회수도 커지고, 장하늘도 이에 지지 않게 고개를 젓고.릴리스 타임이 길어지는 순간이었다.장하늘이 고집스럽게 나가자 유환의 미간이 사납게 구겨졌다.녀석은 짐승 같은 거친 숨을 내뱉더니, 이내 이를 악물고 굴복한 듯 몸을 비틀어 와인드업을 시작했다.장하늘이 하도 끈질기게 구니 일단 유환이 한발 물러난 셈이었다.휙- 퍽!공이 예상치 못한 궤적을 그리며 타자의 시야에서 사라졌다.타자의 배트가 허공을 갈랐고, 공은 빗맞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