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지금쯤 유환도 합격 통보를 받고 먼저 그라운드에 도착해 그 거대한 몸을 풀고 있을 것이다.
만약 자신이 가지 않는다면, 녀석의 공은 경영학과 3학년 유경호가 받아내게 되겠지.
수려한 외모에 유들유들한 성격, 여자들의 선망을 한 몸에 받는 재벌가 막내아들 유경호를 떠올리자 장하늘의 속이 비틀렸다.
‘아, 정말 싫다.’
두 사람이 섞이는 꼴은 죽어도 보기 싫은데, 엊그제 겪은 그 껄끄러운 사건이 자꾸만 마음을 짓눌렀다.
“에취! ……에취!”
동기들의 시선이 따갑게 꽂혔다. 강의 종료를 알리는 시각이 임박해 오고 있었다.
유경호라는 존재가 유환과 자신 사이에 비집고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상상만으로도 혈관이 타들어가는 듯한 질투가 치솟았다. 유려한 얼굴과 능글맞은 태도로 유환의 곁을 맴돌 그의 모습이 선명했다.
분명 이번에도 같은 ‘유’ 씨라는 하찮은 공통점을 빌미로 유환을 살뜰히 챙길 것이 자명했다.
‘에잇, 가자! 가!’
민폐가 될 정도로 터져 나오는 재채기를 빌미 삼아 서둘러 가방을 챙겼다.
남은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직시할수록, 단 한 찰나라도 더 녀석의 형상을 눈에 새기고 싶어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파랗게 질릴 정도의 강한 집착이었다.
*** 유환은 오늘 강남의 펜트하우스에서 침잠하는 시간을 보냈다. 거실 깊숙이 붉은 노을이 스며들어 공간을 피처럼 물들일 때까지.트레이닝룸에서 육체를 한계까지 몰아붙이며 땀을 흘려보았지만, 요동치는 내면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샌드백을 타격할 때마다 장하늘의 비에 젖은 유니폼 잔상이 시야를 어지럽혔다. 그 가느다란 몸을 타고 흐르던 빗물과, 하얀 천이 피부에 밀착되어 투명하게 속살을 비추던 그 찰나의 순간. 유환의 주먹에 파괴적인 힘이 실렸다.
합격 메시지를 확인했을 때, 그것은 예정된 결과였음에도 불구하고 불쾌한 갈증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왔다. 장하늘과 그라운드에서 마주하게 될 미래가 너무도 선명하고도 위태로웠기 때문이다.
녀석의 이름을 씹어 뱉듯 되뇔 때마다 목젖이 파르르 떨렸다. 지금까지 만나온 다른 포수들은 제 위압적인 공 앞에 손쉽게 굴복했으나, 장하늘만은 달랐다. 제 공을 지배하려 드는 그 오만한 볼 배합은 유환의 영혼을 발가벗기는 듯한 모멸감을 안겨주었다.
직구 하나로 150km를 가볍게 꽂아 넣는 자신에게 합격은 당연한 전리품이었지만, 환희는 없었다.
1년 전, 어깨 수술대의 차가운 조명 아래서 깨어나던 날, 유환은 생전 처음으로 ‘결핍’이라는 독을 삼켰다. 그날 이후, 공은 더 이상 단순한 도구가 아니었다. 처절한 인내 끝에 벼려진 유일한 무기였다.
완벽한 재활 끝에 다시 마운드에 섰으니 훨훨 날아갈 일만 남았다고 믿었건만.
‘장하늘, 그 당돌한 게 꿈에서까지 사람을 괴롭혀?’
어제 유환은 기묘하고도 자극적인 꿈을 꾸었다. 빗줄기가 쏟아지는 불펜에서 자신이 짐승처럼 장하늘을 덮치려 했던 그 생경한 감각.
제 뇌가 미쳐버린 것인지, 본능 아래 숨겨진 변태적인 욕망인 것인지 알 길 없었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혼란이었다. 명문가 자제라는 배경과 완벽한 외모 덕분에 수많은 여자에게 구애를 받았고, 때로는 남자들의 노골적인 동경 어린 고백도 받아보았던 인생이었다.
모든 것이 과잉이었고, 손을 뻗으면 세상의 모든 것을 거머쥘 수 있는 환경이었기에 무언가를 갈구해 본 적도 없었다.
단 하나, 야구만은 예외였다.
어깨 부상이라는 예상치 못한 암초가 야구를 앗아갔던 그 암흑 같은 시간 동안, 유환은 비로소 ‘상실’과 ‘결핍’의 무게를 실감했다.
그리고 지금, 또 하나의 결핍이 그를 엄습했다.
바로 장하늘이라는 이질적인 존재.
다른 포수들은 그저 찬탄 어린 눈으로 자신의 직구를 받아내기에 급급했으나, 장하늘만은 예외였다. 그 맑으면서도 단단한 눈빛이 유환의 투구 리듬을 조각조각 해체하고 비틀어놓았다.
투수에게 포수란 단지 제 공을 받아내는 벽이면 그만인 존재이거늘, 장하늘은 그 경계를 넘어 유환의 내면 깊숙한 곳까지 침범하고 있었다.
컨디션은 그 어느 때보다 최악이었다.
게다가 그 앙큼한 포수 녀석과 배터리를 이룬다 해도, 결코 평탄한 관계가 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자신의 고집을 꺾고 슬라이더, 커브, 까다로운 코스를 집요하게 요구하며 자신을 통제하려 들던 그 강압적인 리드.
결국 타석에 섰던 기라성 같은 선배 타자들은 유환의 공에 방망이 한 번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고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갔다.
단 한 명의 주자도 허용하지 않은 완벽한 피칭이었음에도 기분은 더러웠다. 자신의 의지가 담긴 공이 단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거부할 수도 있었으나, 제구를 못 한다는 비아냥을 듣기 싫어 녀석의 리드에 끌려갔던 자신에게 화가 치밀었다.
선배들이 압도당한 것은 자신의 위력적인 구위가 아니라, 장하늘의 영악한 공 배합 때문이라는 사실이 유환의 자존심을 난도질했다.
‘장하늘, 어디 마주치기만 해 봐!’
이번엔 제대로 짓밟아 줄 테니까.
가슴속에서 들끓는 이 낯선 감정의 정체가 증오인지, 아니면 인정하고 싶지 않은 강렬한 이끌림인지 모른 채, 유환은 살기를 띤 눈으로 집을 나섰다.
3월 초의 공기는 칼날처럼 날카롭고 쌀쌀했다.
강남에서 S대학교로 향하는 도로 위, 창밖의 풍경은 온통 희뿌연 회색조의 잔상으로만 스쳐 지나갔다.
유환은 시동을 걸며 백미러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서늘하게 훑었다.
‘꼴이 아주 가관이군.’
스스로가 봐도 비틀린 속내를 숨기지 못하는 일그러진 표정이 못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기분 좋은 날, 마구 쏟아내어도 결코 퇴색되지 않을 순수한 감정에 젖어 있을 때는 그 어떤 부름이라도 반가운 법이었다.“여보세요.”최우현의 입술 사이로 경쾌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축하한다. 하하, 최우현!최우현은 기숙사로 향하기 전, 이 승리의 여운을 온전히 만끽하고자 텅 빈 그라운드를 응시하며 벤치에 깊숙이 몸을 기댔다.다리를 꼬고 앉아 들이마신 그라운드의 흙 내음은 언제 맡아도 가슴 벅찬 고양감을 선사했고, 1승을 거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여유가 그의 심장을 뜨겁게 달구었다.“그래, 오늘만큼은 축하받고 싶네. 기범아.”누구보다 S대의 승리를 갈망하며 자신을 응원해 주던 조기범이었기에, 최우현은 오랜만에 무방비하게 속내를 내보였다.- 너 Y대 야구부 특기자 전형 떨어지고 내내 마음고생 심했는데··· 오늘 드디어 야구로 웃으며 대화하다니, 정말 실감이 안 난다. 이제 앞만 보고 쭉쭉 가는 거야, 알지?최우현은 눈가에 맺히기 시작한 뜨거운 물기를 들키지 않으려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오랜 친구의 진심 어린 위로가 가시처럼 박혀 있던 해묵은 상처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기분이었다.자신이 가장 간절히 듣고 싶었던 말을 조기범이 해주자, 최우현은 울컥 차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느라 잠시 숨을 골랐다. 곁에서 긴 시간을 함께하며 제 진심을 이토록 정확히 꿰뚫어 봐주는 친구의 존재가 새삼 사무치게 고마웠다.맞장구를 치며 환호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최우현은 이내 주장다운 침착함을 되찾으며 짐짓 겸손하게 말을 아꼈다.“무슨, 겨우 한 번 이긴 것 가지고. 너도 봤잖아. 1회 첫 투구부터 우리 팀 엄청 흔들렸던 거.”승리의
사람의 몸이 이토록 뜨겁고 조밀할 수 있는 걸까.자칫 잘못하면 그대로 자지러질 듯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는 감각은 팽팽한 외줄 위를 걷는 것처럼 짜릿한 공포와 쾌락을 동시에 안겨주었다.아무리 숨기려 애써도, 부인하려 발버둥 쳐도 장하늘의 내부를 유린하는 이 기묘한 감각은 거부할 수 없는 순수한 욕망 그 자체였다.유환의 그 거대한 남성이 지금 장하늘의 몸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전립선을 짓이기듯 박혀드는 생경한 압박감에 장하늘의 뒤통수는 저릿할 정도로 마비되었고, 정신은 이미 통제할 수 없는 극상(極上)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유환만을 바라보며 희망 고문 속에 지내온 그 숱한 세월들. 차라리 함께 죽으면 몰라도, 만약 유환이 먼저 세상을 떠난다면 자신은 어찌 견디며 살았을까. 지금 서정우의 전생에 머물고 있는 장하늘은, 과거의 자신이 얼마나 힘겹고 고통스러운 연모를 이어왔을지 짐작조차 못 하는 현재의 자신을 향해 기묘한 동정심을 느꼈다.“헉··· 유환아.”“그래, 장하늘. 후후··· 어때, 소감이?”유환의 허리짓이 더욱 거세지며 그의 뜨거운 숨결이 장하늘의 젖은 피부를 거칠게 스쳤다.“너··· 많이 좋아해.”“···귀엽긴.”유환은 좋아한다는 확답도, 사랑한다는 달콤한 속삭임도 내뱉지 않았다.그는 오직 이 원초적인 행위가 주는 말초적인 쾌감에만 몰입하고 있는 듯 보였지만, 장하늘에게는 달랐다.이것은 생애 가장 의미 있는 ‘첫 밤’이었기 때문이다. 유환이 이 절박한 진심을 어찌 다 알겠는가.그럼에도 자
샤워기 물소리가 멎고, 정적만이 감도는 욕실 문을 열고 나온 장하늘은 방 안을 가득 채운 묵직한 머스크 향에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을 느꼈다.유환은 벽에 기대어 서서 실크 로브를 반쯤 풀어헤친 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느슨하게 묶인 허리끈 사이로 비치는 탄탄한 가슴 근육이 조명을 받아 매끄러운 음영을 만들어냈다.“뭐가 그렇게 오래 걸려?”낮게 가라앉은 유환의 목소리가 젖은 공기를 타고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앞섶이 훤히 드러난 그의 자태는 지독하게 치명적이었다. 장하늘은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레 발을 뗐다.“그냥, 깨끗하게 씻고 오느라···. 너한테서 되게 근사한 향이 나네, 유환.”남자가 봐도 경이로운 신체였다. 상위 0.001%만이 누리는 은밀한 취향이 배어 있는 것일까.그의 살결에서 풍기는 향기는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로 고혹적이었다.“장하늘, 너한테서는 달콤한 향이 나. 당장 잡아먹고 싶게.”“···윽.”욕실 비품의 잔향 때문인지, 아니면 그를 갈구하는 유환의 시선 때문인지. 장하늘은 제 온몸이 열기에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술이라도 좀 마셔야 하나··· 너무 민망해서.”제정신으로는 도저히 이 압도적인 존재감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 유환의 커다란 손이 장하늘의 손목을 낚아챘다. 흉흉할 정도로 짙은 소유욕이 서린 눈동자가 그를 꿰뚫었다.“술은 안 돼. 오늘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다 기억해야 하니까.”단호한 명령조에 장하늘은 숨을 들이켰다. 유환이 그의 귓가에 입술을 바짝 대고 낮게 읊조렸다.
더그아웃 분위기는 최고조였다.그리고 유환도 그곳에 한마디 덧붙이자 더욱 불꽃이 튀었다.“대신 모레 경기는 좀 쉬세요, 선배님. 저도 마운드 서보고 싶거든요.”유환의 농담에 김강무가 호탕하게 웃으며 화답했다.“좋아! 오늘 이기면 닭갈비는 내가 쏜다! 나 피곤하니까 빨리 콜드게임 만들어줘!”더그아웃에 승리의 환호성이 메아리쳤다. 타석에 들어선 장하늘을 향해 O대학 포수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물었다.“도대체··· 정체가 뭐냐, 너?”팀의 키 플레이어로서 경기를 조율하는 장하늘의 모습이 경외감마저 자아낸 모양이었다. 장하늘은 상대를 향해 정중하면서도 여유로운 미소를 건넸다.“제 정체는 본선에서 다시 만나면 제대로 알려드릴게요. 그러니까 꼭 예선 통과해서 올라오세요.”호기로운 도발에 포수도 주먹으로 미트를 퍽퍽 치며 웃어 보였다.“하하, 재미있는 놈이네. 좋다, 본선에서 보자고!”장하늘은 투수가 세 번이나 바뀐 마운드를 응시하며 배트를 고쳐 잡았다. 유환과 심장 소리를 공유하며 그라운드를 누비는 이 감각. 살아있다는 생경한 기쁨이 전신을 타고 흘렀다.‘너와 더 오래, 더 많이 이 그라운드에 서고 싶어.’운명의 수레바퀴가 전생과는 다른 궤적을 그리며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장하늘은 전력을 다해 배트를 휘둘렀다.깡-!잘 맞은 타구가 봄하늘을 가로질러 까마득한 포물선을 그렸다.완벽한 굿바이 홈런.유환과의 약속된 첫날밤이 뇌리를 스치자 장하늘의 아랫입술이 젖은 채 미세하게 떨려왔다.
활짝 웃어 보인 장하늘은 곧장 다음 타자인 최우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선배님, 제가 진루하면 무조건 연결해 드릴게요. 타격하실 때 우중간을 노리세요. 상대 우익수, 아까 보니까 무릎 상태가 안 좋아 보였거든요. 타구 쫓아가는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질 거예요.”순간 ‘마구마구’ 부원들의 시선이 경악으로 물들며 장하늘에게 꽂혔다. 우익수의 컨디션까지 파악하고 있다니. 부원들은 장하늘의 태블릿 PC에 적힌 정보가 무엇인지 연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관심을 보였다.“제 타석 끝날 때까지 패드 보셔도 돼요. 대신 저, 한참 동안 더그아웃에 못 돌아올지도 모르니까 마음 준비들 하세요. 하하!”자신만만한 농담에 김강무가 비로소 굳었던 안색을 풀며 유경호를 불렀다.“알았다. 경호랑 같이 네가 정리한 자료 좀 훑고 있을게.”“어휴, 요망한 앙큼이 같으니. 아까 서정우랑 유환이한테 사인 보낸 것도 너지? 덕분에 살았다, 인마. 하하!”비로소 팀의 기색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장하늘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타석을 향해 달려 나갔다.상대인 O대학은 S대를 철저히 얕잡아보고 있었다. 본선의 험난한 일정을 고려해 에이스를 온존시킨 채 제 2선발을 마운드에 올린 상태였다.C리그 8팀 중 단 3팀만이 본선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 장하늘의 1차 목표는 본선행이었고, 그러기 위해선 오늘 이 첫 경기를 압도적인 승리로 장식해 팀의 사기를 하늘 끝까지 끌어올려야 했다.타석에 들어서자 O대학 포수가 들으라는 듯 투덜거렸다.“쳇, 재수도 없지. 하필 S대 따위한테 병살이나 당하고.”운이 없어서가 아니라 실력이 모자란 탓이겠지. 장하늘은 가볍게 목례하고는 못 들은
드디어 운명의 막이 올랐다.타석에 들어선 O대학의 리드오프는 리드오프의 정석과도 같은 날렵한 체구와 사나운 맹수 같은 발을 가진, 그 자체로 거대한 위협이었다.“볼!”“볼!”주심의 무거운 목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졌다. 시작부터 연속 볼 두 개. 선발 투수 김강무의 어깨는 바짝 마른 나무껍질처럼 경직되어 제구가 엉망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포수 유경호는 진정하라는 듯 미트를 가볍게 흔들며 수신호를 보냈다. 그는 직구가 아닌 예리한 변화구를 주문하며 타자의 몸 쪽 깊숙한 사각지대를 겨냥했다.유경호의 리드는 정교한 지휘자의 손짓처럼 노련했으나, 문제는 투수의 구위였다. 김강무의 손끝을 떠난 공은 위력 없이 밋밋한 궤적을 그리며 한가운데로 흘러 들어갔다. 하필이면 상대 1번 타자가 가장 선호하는, 먹잇감과도 같은 코스였다.깡-!불길한 예감은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고막을 때렸다. 첫 타자부터 좌중간을 가르는 시원한 안타. 워낙 발이 빠른 주자였기에 그는 어느새 가벼운 발걸음으로 2루에 안착했고, S대는 경기를 시작하자마자 실점 위기라는 절벽 끝에 서게 되었다.“볼!”“볼!”“볼!”“볼!”김강무의 손을 떠난 공들은 길 잃은 유성처럼 허무하게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났다.그 느린 포물선을 지켜보는 장하늘의 심장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위태롭게 요동쳤다. 스트레이트 볼넷. 노아웃 주자 1, 2루. 개막전에서 마주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고 있었다.이제 상대의 중심 타선이 등장할 차례였다. 김강무의 멘탈이 모래성처럼 무너져가는 것을 포착한 장하늘은 외야 깊숙한 곳에 자리한 유환을 향해 다급히 사인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