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지금쯤 유환도 합격 통보를 받고 먼저 그라운드에 도착해 그 거대한 몸을 풀고 있을 것이다.
만약 자신이 가지 않는다면, 녀석의 공은 경영학과 3학년 유경호가 받아내게 되겠지.
수려한 외모에 유들유들한 성격, 여자들의 선망을 한 몸에 받는 재벌가 막내아들 유경호를 떠올리자 장하늘의 속이 비틀렸다.
‘아, 정말 싫다.’
두 사람이 섞이는 꼴은 죽어도 보기 싫은데, 엊그제 겪은 그 껄끄러운 사건이 자꾸만 마음을 짓눌렀다.
“에취! ······에취!”
동기들의 시선이 따갑게 꽂혔다. 강의 종료를 알리는 시각이 임박해 오고 있었다.
유경호라는 존재가 유환과 자신 사이에 비집고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상상만으로도 혈관이 타들어 가는 듯한 질투가 치솟았다. 유려한 얼굴과 능글맞은 태도로 유환의 곁을 맴돌 그의 모습이 선명했다.
분명 이번에도 같은 ‘유’ 씨라는 하찮은 공통점을 빌미로 유환을 살뜰히 챙길 것이 자명했다.
‘에잇, 가자! 가!’
민폐가 될 정도로 터져 나오는 재채기를 빌미 삼아 서둘러 가방을 챙겼다.
남은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직시할수록, 단 한 찰나라도 더 녀석의 형상을 눈에 새기고 싶어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하얗게 질릴 정도의 강렬한 집착이었다.
*** 같은 시각, 유환은 강남의 펜트하우스에서 침잠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거실 깊숙이 붉은 노을이 스며들어 공간을 피처럼 물들일 때까지.트레이닝룸에서 육체를 한계까지 몰아붙이며 땀을 흘려보았지만, 요동치는 내면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샌드백을 타격할 때마다 장하늘의 비에 젖은 유니폼 잔상이 시야를 어지럽혔다. 그 가느다란 몸을 타고 흐르던 빗물과, 하얀 천이 피부에 밀착되어 투명하게 속살을 비추던 그 찰나의 순간. 유환의 주먹에 파괴적인 힘이 실렸다.
합격 메시지를 확인했을 때, 그것은 예정된 결과였음에도 불쾌한 갈증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왔다. 장하늘과 그라운드에서 마주하게 될 미래가 너무도 선명하고도 위태로웠기 때문이다.
녀석의 이름을 씹어 뱉듯 되뇔 때마다 목젖이 파르르 떨렸다. 지금까지 만나온 다른 포수들은 제 위압적인 공 앞에 손쉽게 굴복했으나, 장하늘만은 달랐다. 제 공을 지배하려 드는 그 오만한 볼 배합은 유환의 영혼을 발가벗기는 듯한 모멸감을 안겨주었다.
직구 하나로 150km를 가볍게 꽂아 넣는 자신에게 합격은 당연한 전리품이었지만, 환희는 없었다.
1년 전, 어깨 수술대의 차가운 조명 아래서 깨어나던 날, 유환은 생전 처음으로 ‘결핍’이라는 독을 삼켰다. 그날 이후, 공은 더 이상 단순한 도구가 아니었다. 처절한 인내 끝에 벼려진 유일한 무기였다.
완벽한 재활 끝에 다시 마운드에 섰으니 훨훨 날아갈 일만 남았다고 믿었건만.
‘장하늘, 그 당돌한 게 꿈에서까지 사람을 괴롭혀?’
어제 유환은 기묘하고도 자극적인 꿈을 꾸었다. 빗줄기가 쏟아지는 불펜에서 자신이 짐승처럼 장하늘을 덮치려 했던 그 생경한 감각.
제 뇌가 미쳐버린 것인지, 본능 아래 숨겨진 변태적인 욕망인 것인지 알 길 없었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혼란이었다. 명문가 자제라는 배경과 완벽한 외모 덕분에 수많은 여자에게 구애를 받았고, 때로는 남자들의 노골적인 동경 어린 고백도 받아보았던 인생이었다.
모든 것이 과잉이었고, 손을 뻗으면 세상의 모든 것을 거머쥘 수 있는 환경이었기에 무언가를 갈구해 본 적도 없었다.
단 하나, 야구만은 예외였다.
어깨 부상이라는 예상치 못한 암초가 야구를 앗아갔던 그 암흑 같은 시간 동안, 유환은 비로소 ‘상실’과 ‘결핍’의 무게를 실감했다.
그리고 지금, 또 하나의 결핍이 그를 엄습했다.
바로 장하늘이라는 이질적인 존재.
다른 포수들은 그저 찬탄 어린 눈으로 자신의 직구를 받아내기에 급급했으나, 장하늘만은 예외였다. 그 맑으면서도 단단한 눈빛이 유환의 투구 리듬을 조각조각 해체하고 비틀어놓았다.
투수에게 포수란 단지 제 공을 받아내는 벽이면 그만인 존재이거늘, 장하늘은 그 경계를 넘어 유환의 내면 깊숙한 곳까지 침범하고 있었다.
컨디션은 그 어느 때보다 최악이었다.
게다가 그 앙큼한 포수 녀석과 배터리를 이룬다 해도, 결코 평탄한 관계가 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자신의 고집을 꺾고 슬라이더, 커브, 까다로운 코스를 집요하게 요구하며 자신을 통제하려 들던 그 강압적인 리드.
결국 타석에 섰던 기라성 같은 선배 타자들은 유환의 공에 방망이 한 번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고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갔다.
단 한 명의 주자도 허용하지 않은 완벽한 피칭이었음에도 기분은 더러웠다. 자신의 의지가 담긴 공이 단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거부할 수도 있었으나, 제구를 못 한다는 비아냥을 듣기 싫어 녀석의 리드에 끌려갔던 자신에게 화가 치밀었다.
선배들이 압도당한 것은 자신의 위력적인 구위가 아니라, 장하늘의 영악한 공 배합 때문이라는 사실이 유환의 자존심을 난도질했다.
‘장하늘, 어디 마주치기만 해 봐.’
이번엔 제대로 짓밟아 줄 테니까.
가슴속에서 들끓는 이 낯선 감정의 정체가 증오인지, 아니면 인정하고 싶지 않은 강렬한 이끌림인지 모른 채, 유환은 살기를 띤 눈으로 집을 나섰다.
3월 초의 공기는 칼날처럼 날카롭고 쌀쌀했다.
강남에서 S대학교로 향하는 도로 위, 창밖의 풍경은 온통 희뿌연 회색조의 잔상으로만 스쳐 지나갔다.
유환은 시동을 걸며 백미러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서늘하게 훑었다.
‘꼴이 아주 가관이군.’
스스로가 봐도 비틀린 속내를 숨기지 못하는 일그러진 표정이 못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우리 독자님들, 진심으로 이 글을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제 인생의 첫 BL이자, 스포츠 물도 처음이라 많이 서툴고 부족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열정 만큼은 최고로! 실제로도 야구 광팬이라서... 즐겁게 창작하였습니다. 이 글이 훗날 인기가 많아지고 또 여러분들이 그 뒷 이야기가 궁금하다고 한다면 다른 글들 다 완결 지어 놓고 외전으로 올 수도 있고, 시즌 2로 올 수도 있습니다. 하하!(희망사항이요.)다음 생애가 있다면, 정말 운동 잘하는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다~ 할 정도로 현재 제 몸은 운동 신경도 없거니와 건강도 허락되지 않아 아쉬움이 조금 있습니다. 하하! 그러나, 이렇게 글이라도 쓸 수 있는 취미가 있어 얼마나 다행이게요.제 2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작품 속에 장하늘의 마음을 이입해 보기도 하고, 유환이 되어 장하늘을 사랑해 보면서 글을 이어 나갔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저는 다국어 버전 완결을 이번주에 지어 놓고 완결 딱지를 붙일 예정입니다. 굿노벨에 꾸준하게 작품이 올라올 예정이니... 앞으로도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silver구슬] 잊지 마시고... 아, 저 작가는 한번 시작하면 완결 때리는 구나! 믿고 다른 작품도 달려와 주시기 바랍니다. 이 글을 도전하라고 격려해주신 Yino 편집자님께 감사드리며~~, 저는 차기작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저는 예전에 글을 많이 써 놓고 이제서야 하나둘 출간하게 되어 소설계에서는 초보작가입니다. 웹소설을 전혀 읽지 않고 종이책만 읽어서 다른 분들의 글과는 결이 좀 다릅니다. 심지어 제가 읽은 장르도 형사물, 판타지물, 영미문학, 북유럽 쪽 스릴러, 일본 쪽 미스터리 등.그래서 저의 글은 나름의 개성이 묻어 있습니다. 요원이 주인공인 르와르 풍의 남장여인 삼각관계 로맨스... [닥치고 내게로 와!] ~~4번째 회귀한 천재 작곡가 기억상실 임신녀 경신의 로코 이야기 [아기를 품은 앙큼한 그녀] ...그리고 남장 하인에서 소드마스터, 대마법사가 되는 라이
우리 독자님들, 진심으로 이 글을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제 인생의 첫 BL이자, 스포츠 물도 처음이라 많이 서툴고 부족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열정 만큼은 최고로! 실제로도 야구 광팬이라서... 즐겁게 창작하였습니다. 이 글이 훗날 인기가 많아지고 또 여러분들이 그 뒷 이야기가 궁금하다고 한다면 다른 글들 다 완결 지어 놓고 외전으로 올 수도 있고, 시즌 2로 올 수도 있습니다. 하하!(희망사항이요.)다음 생애가 있다면, 정말 운동 잘하는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다~ 할 정도로 현재 제 몸은 운동 신경도 없거니와 건강도 허락되지 않아 아쉬움이 조금 있습니다. 하하! 그러나, 이렇게 글이라도 쓸 수 있는 취미가 있어 얼마나 다행이게요.제 2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작품 속에 장하늘의 마음을 이입해 보기도 하고, 유환이 되어 장하늘을 사랑해 보면서 글을 이어 나갔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저는 다국어 버전 완결을 이번주에 지어 놓고 완결 딱지를 붙일 예정입니다. 굿노벨에 꾸준하게 작품이 올라올 예정이니... 앞으로도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silver구슬] 잊지 마시고... 아, 저 작가는 한번 시작하면 완결 때리는 구나! 믿고 다른 작품도 달려와 주시기 바랍니다. 이 글을 도전하라고 격려해주신 Yino 편집자님께 감사드리며~~, 저는 차기작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저는 예전에 글을 많이 써 놓고 이제서야 하나둘 출간하게 되어 소설계에서는 초보작가입니다. 웹소설을 전혀 읽지 않고 종이책만 읽어서 다른 분들의 글과는 결이 좀 다릅니다. 심지어 제가 읽은 장르도 형사물, 판타지물, 영미문학, 북유럽 쪽 스릴러, 일본 쪽 미스터리 등.그래서 저의 글은 나름의 개성이 묻어 있습니다. 요원이 주인공인 르와르 풍의 남장여인 삼각관계 로맨스... [닥치고 내게로 와!] ~~4번째 회귀한 천재 작곡가 기억상실 임신녀 경신의 로코 이야기 [아기를 품은 앙큼한 그녀] ...그리고 남장 하인에서 소드마스터, 대마법사가 되는 라이
5월의 열기가 그라운드 위로 절정에 달해 흐르던 어느 날.전국 대학야구 대회, 대망의 결승전 날이 밝았다.구름 관중을 몰고 다니는 S대 야구부 ‘마구마구’는 이제 단순한 동아리 수준을 넘어, 대한민국 대학야구의 찬란한 르네상스를 불러온 주역이 되어 있었다. 경기장 주변은 이른 아침부터 몰려든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언론 매체들은 마운드에 오를 유환과 장하늘의 일거수일투족을 담아내기 위해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퍼펙트 배터리의 귀환! 과연 기적의 우승을 거머쥘 것인가!][새내기 괴물 투수 유환과 지략가 포수 장하늘, 그들의 매직은 오늘도 유효한가!][160km의 광속구를 뿌리는 유환과 완벽한 볼 배합의 장하늘, 전 구단 스카우트 집중!][오늘 경기에는 U그룹 유준철 회장과 유도완 사장도 귀빈석에서 관람할 예정이라 전해져···.]각종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한 ‘마구마구’의 위세는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야! 너희 둘!” “일주일 내내 연락도 안 되고 대체 어디 있었어?” “오늘 경기 못 나오는 줄 알고 우리가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 알아?”더그아웃에 나타난 장하늘과 유환을 보자마자, 모두들 헐레벌떡 달려와 소리를 질렀다.연습하러 한번 학교에 나오지도 않고, 심지어 문자 답신도 없어 모두들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휴, 난 너희 없이 오늘 사형장에 끌려가는 줄 알았다니까. 다행이다, 진짜로 나타나 줘서.”최우현도 떨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장하늘의 곁으로 다가왔고, 안색이 흙빛이었던 김강무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살얼음이 가득한 스포츠음료를 건넸다.“왔으면 됐지. 다들 이거나 마셔.”장하늘은 일주일 내내 유환과 지독하게 엉겨 붙어 있었다는 말은 입 밖으로 내지 못한 채, 애꿎은 유환의 눈치만 살피며 어색하게 웃었다.“선배님들, 정말 죄송합니다. 어쩌다 보니 개인적인 사정이 좀 있어서··· 하하.”장하늘은 멀찍감치 서 있는 서정우를 향해 은밀하게 고맙다는 눈인사를 보냈다. 서정우 역시 의미심장한 미소를
다음 날.폭풍우가 휩쓸고 간 자리는 기이할 정도로 고요했다.창문을 부술 듯 두드리던 사나운 빗줄기는 흔적도 없이 증발했고, 비에 젖은 흙내음과 농밀한 습기를 머금은 공기는 오히려 달큼한 향취를 풍겼다.유환과 장하늘은 약속이라도 한 듯 가벼운 옷차림으로 호텔 뒤편의 한적한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멀리 인천공항 활주로에서는 짐승의 숨소리 같은 엔진음을 내뿜으며 거대한 비행기들이 솟구쳐 올랐고, 점멸하는 불빛들이 유성처럼 밤하늘을 가로지르고 있었다.“장하늘, 허리 안 아파? 새벽에 좀 심하게 몰아붙인 것 같아서.”유환이 입가에 능글맞은 미소를 매단 채 장하늘의 어깨에 자연스럽게 팔을 둘렀다. 장하늘은 뒷덜미까지 확 달아오르는 열기를 느끼며 녀석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툭 쳤다.“···조용히 해. 보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어쩌려고.” “이 시간에 여길 누가 와. 우리밖에 없어. 그리고 먼저 유혹한 건 너잖아.”유환은 기다렸다는 듯 장하늘을 제 품으로 더욱 바짝 끌어당겼다. 장하늘은 툴툴대면서도 녀석의 단단한 흉곽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슬그머니 몸을 기댔다. 규칙적으로 고동치는 유환의 심장 박동이 귓가를 울릴 때마다, 유리그릇처럼 위태롭게 흔들리던 장하늘의 영혼이 비로소 안식처를 찾은 듯 차분히 가라앉았다.두 사람은 산책로 끝단,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전망대 앞에 멈춰 서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 사이로 수줍게 고개를 내민 달빛이 검은 바다 위에 은색 비늘을 뿌려놓은 듯 부서지고 있었다.장하늘이 낮게 읊조렸다. 전생의 잔혹한 굴레, 머지않아 닥쳐올 비극의 예언, 그리고 유준철 회장의 서슬 퍼런 압박까지. 그 모든 중압감이 이 광활한 밤하늘 아래서는 한낱 흩어지는 먼지처럼 작게만 느껴졌다. 유환은 장하늘의 손가락 사이사이로 제 손가락을 깊숙이 얽어매며 뼈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을 주어 잡았다.“오늘 오후에 미국 갔다가 실컷 잘 놀다 오자.” “떠나려고 했던 시도가 너랑 추억이나 쌓는 이벤트가 되다니.”장하늘의 고백에 유환은 잠시 걸음
창밖은 천둥번개가 내리치며 당장이라도 세상이 무너질 듯 흉흉한 소리만을 뱉어내고 있었다. U그룹 회장실 안의 공기는 그보다 더 지독하게 얼어붙어 있었다. 대형 모니터 속에서 붉은 자막으로 흘러나오는 인천공항 고속도로 10중 추돌 사고 소식은, 유준철의 심장을 밑바닥까지 사정없이 떨어뜨리기에 충분했다.내가 괜히 녀석을 공항으로 가라고 내몰았던가. 장하늘이라는 아이를 떼어내려다 기어이 내 손으로 내 귀한 손자의 핏줄을 끊어놓은 것인가.평생 오만하게 살아온 유준철의 노체(老軀)가 생전 처음 겪는 지독한 자책감에 가늘게 떨려왔다.“김 비서! 대체 어떻게 된 거야! 현장 상황은 파악됐나!”지팡이로 바닥을 쾅쾅 내리치며 유준철이 벼락같이 고함을 질렀다. 문을 열고 급히 뛰어 들어온 김 비서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그게··· 도련님께서 경찰이 도착하기도 전에 스스로 사고 차량을 알아서 빼달라고 요청하고는 현장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뭐?”순간 회장실 내에 찰나의 침묵이 감돌았다. 피가 거꾸로 솟는 충격에 유준철이 뒷목을 잡는 사이, 옆에 서 있던 유도완이 툭 하고 바닥으로 무너지듯 무릎을 꿇었다.“기어이······! 흑흑!”유도완은 붉어진 눈으로 머리를 감싸 쥐며 절망적인 울음을 터뜨렸다. 그 엄격하던 한 기업의 사장이자 한 가정의 아비가 완전히 무너져 내린 모습이었다.“아버지, 죄송해요······. 제가 다 잘못했습니다. 애초에 유환이를 건드리는 게 아니었어요. 녀석을 억지로 쥐고 흔들려 하니 천벌을 받아 이 사달이 난 겁니다······. 다 제 탓이에요, 제 탓······.”머리를 감싸 쥔 채 전전긍긍하며 피눈물을 흘리는 아들의 모습에 유준철의 가슴도 시커멓게 타들어 갔다.10중 추돌 사고 속에서 차량 뒷 범퍼는 처참하게 찌그러졌는데 사람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니. 이 기상 악화 속에 머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지기라도 한 걸까, 아니면 최악의 상황이라도 닥친 걸까. 웅웅거리는 빗소리 사이로 온갖 흉흉하고 끔찍한 생각들이
천둥 번개가 치고, 하늘이 뚫린 듯 비가 쏟아져도 장하늘에게는 찬란한 날이었다.침실 밖 테라스는 비가 세차게 쏟아져 감히 문을 열기가 두려울 정도였다.새드 엔딩으로 가자니. 얼마나 대범한 소리인가.하지만 유환은 끔찍한 사고를 겪고 이마에 피를 흘리면서도 오직 자신에게로 이리 달려와 주었다. 비가 그치면 내일 유환과 미국행을 같이 하는 건가.황당한 결말로 치닫고 있었다. 이게 새드 엔딩이라고? 장하늘이 느끼기에 지금의 상황은 이미 좋아 죽을 만치 해피하기만 한 것을.그렇다고 장하늘의 속내가 온전히 편한 것만은 아니었다. 유환의 찢어진 이마가 계속해서 눈에 밟혔기 때문이었다.“너 10중 추돌이라고 텔레비전에서 난리 났는데, 정말 병원 안 가도 돼?”그 말에 유환은 풋, 하고 낮게 웃더니 장하늘에게 그윽하게 입을 맞추었다.“멀쩡해. 그러니 너에게로 이렇게 달려왔지.” “그래도 불안해.”피는 멎었다지만, 고작 밴드 하나 붙인 걸로 될지 의문이었다. 고운 얼굴에 붉은 상처가 남은 순간이었다.“병원 가는 순간 우리 아버지랑 할아버지가 또 난리 칠걸? 그냥 비가 그치고, 이 어수선한 일들이 대충 마무리된 뒤에 나타나도 돼.”유환은 제 가슴을 툭툭 두드리며, 하던 거나 계속하자며 다시 사랑을 이어나갔다.그저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사람을 보듯 응시하며, 그는 장하늘의 허리를 단단히 받쳐 안고 더욱 깊숙이 파고들었다.밀려드는 쾌락에 젖은 장하늘의 눈가가 발갛게 달아올랐고, 녀석의 넓은 어깨를 꽉 붙잡은 손가락 끝에는 힘이 잔뜩 들어갔다.“이 앙큼한 장하늘. 서정우가 그러더라? 너 우리 아버지 걱정 덜어주려고 일부러 사라지려고 한 거라고. 안 돼. 가긴 어딜 간다는 거야?” “그건··· 뭐······. 내가 없으면 너도 금방 잊고 네 원래 생활로 돌아가겠지······라고 생각한 것뿐이야.”이미 전생 운운했던 모든 처절한 사연 대신, 그저 유도완이 압박하는 상황이 염려되어 떠나려 했다고 유환은 지레 판단한 모양이었다.서정우가 자신을 도와주려고 그런
시야가 닿지 않는 저 음습하고 은밀한 후미진 구석.어제의 파렴치했던 환상이 다시금 생생하게 재생되자, 맥동하는 아랫도리가 기다렸다는 듯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이 미친 몸뚱어리가……! 생각도 녀석, 몸도 녀석. 나 진짜 미쳐버린 건가!’유환은 하마터면 눈앞의 철제 의자를 박살 낼 듯 주먹을 움켜쥐었다.난잡한 호색한도 아니거늘, 꿈속에서 장하늘에게 저질렀던 그 외설적인 행위들이 떠올라 홧홧한 열기가 뺨으로 번졌다. 이성과 본능이 장하늘이라는 덫에 걸려 제 기능을 상실하고 있었다.유환은 거칠게 심호흡을 하며 달아오른 열기를
S대로 향하는 내내 유환은 속내가 뒤틀려만 갔다.가죽 핸들을 쥔 손바닥이 축축한 땀으로 미끌거렸지만, 뇌리에 박힌 장하늘의 잔상은 지워지지 않아 액셀을 밟는 발끝에만 신경질적인 힘이 실렸다.머릿속은 여전히 장하늘 뿐이었다. 점점 바보가 되어가는 자신이 그래서 더 짜증났다.장하늘의 리드는 단순한 사인이 아니었다. 그것은 타자의 뇌를 해부하고 심리를 난도질하는 집도의의 메스와 같았다. 마운드 위에서 누구보다 오만하게 군림해야 할 유환조차 그의 미트 끝에 조종당하는 꼭두각시가 된 듯한 기분, 그것이 참을 수 없는 굴욕이자 분노
“헉! 헉! 헉!”침대 시트마저 눅눅한 비에 젖은 듯 축축한 습기를 머금고 있자, 살갗에 닿는 그 서늘한 감각에 장하늘은 신음 섞인 비명을 삼키며 입술을 깨물었다.천천히 일렁이는 시야를 열었다. 오피스텔 천장의 익숙하고도 단조로운 무늬가 망막에 박히자, 그제야 지독한 현실로 생환했음을 깨달았다.식은땀이 척추를 타고 끈적하게 흘러내렸다. 꿈속에서 유환의 거친 열기가 스쳤던 자리가 화상이라도 입은 듯 뜨거워 장하늘의 등줄기는 전율로 팽팽하게 굳어졌다. 차갑게 젖은 얼굴이 델 듯한 숨결과 함께 코앞까지 다가왔던 그 찰나의 순간.
이것은 분명 꿈이었다. 그러나 망막에 맺히는 상은 비정상적일 만큼 선연했다.뺨을 거칠게 후려치는 빗줄기가 난무하는 불펜 그라운드. 우산조차 포기한 채 대치한 두 남자 사이로, 폐부를 델 듯한 숨소리가 공기의 진동을 타고 농밀하게 뒤섞였다.신이 공들여 빚은 듯한 완벽한 비율, 190cm에 달하는 유환의 단단한 체구는 젖은 흑발과 어우러져 야성적인 위압감을 뿜어냈다. 빗물을 머금어 번들거리는 그의 근육은 마치 먹잇감을 앞둔 맹수의 그것처럼 금방이라도 터져 나갈 듯 팽팽했다.그 곁에 선 장하늘의 붉은 머리칼 역시 슬림한 어깨선을 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