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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손이 많이 가는 여자군.

Penulis: 실현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8-01 14:21:16

4화. 손이 많이 가는 여자군

“전화 좀 할게요. 조용히 해주세요.”

서연은 휴대폰을 들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길어질수록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어, 엄마. 나야.”

[어구, 우리 딸! 밥은 먹었어? 별일 없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에는 반가움보다 걱정이 먼저 묻어 있었다.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서연은 울컥 목이 메었지만, 이내 꾹 참았다.

지금 울면 엄마는 오늘 밤 잠도 못 잘 게 뻔했다.

“응, 먹었지. 엄청 맛있는 거 먹었어. 엄마, 나 이번에 큰 프로젝트 맡아서 당분간 아빠보러 못가요.”

[못 온다고?]

“응. 출장 가야 할 것 같아.”

[갑자기? 혹시 채권자들이 찾아왔니?]

“아니야! 그런 거 절대 아니야. 아주 중요한 감정 의뢰가 들어왔거든.”

서연은 단을 힐끗 바라보았다.

“보안이 워낙 철저해서 연락도 잘 안 될 수 있어. 대신 보수가 아주 세.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시라고 연락드렸어요.”

잠시 망설이던 서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빠는 좀 어떠셔?”

잠시 침묵이 흘렀다.

[많이 좋아지셨어. 오늘 재활 치료받으면서도 계속 네 사진만 보더라.]

엄마가 애써 밝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얼른 나아서 우리 연이 짐 덜어줘야 한다고 그러더라. 그러니까 너는 우리 걱정하지 말고 네 몸이나 챙겨.]

“네.”

[연아.]

“응?”

한참을 머뭇거리던 엄마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하다. 엄마 아빠가.]

서연은 입술을 깨물었다. 또 눈물이 핑 돌았다.

“아, 진짜 여사님, 왜 또 청승이야. 나 진짜 돈 많이 벌어 간다니까?”

일부러 씩씩하게 대꾸하려던 순간이었다.

[누나야? 잠깐 나 좀 바꿔줘 봐!]

익숙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어? 엄마, 단이는 바꾸지 마. 안 바꿔도 돼. 그냥 안부만 전해줘. 응?”

[누나! 나야, 서단!]

남동생 서단이었다. 서연의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렀다.

천재적인 해커 기질을 타고난 이 녀석은 눈치까지 백단이었다.

어설픈 거짓말은 절대 통하지 않는다.

“어, 단아. 왜? 누나 바빠.”

[누나, 솔직히 말해. 채권자들 피해서 잠수 타는 거지?]

“야! 아니거든? 진짜 일하러 가는 거거든?”

[웃기시네. 근데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는 거야?]

“먹는다니까!”

[뭘 먹었는데?]

“뭐냐. 너 왜 나 취조하냐?.”

[밥은 됐고, 무슨일 하러 가는 건데?]

“진짜 이상한 거 아니야. 이번 의뢰인은 엄청난 VVVIP야. 그래서 보안 서약서까지 쓰고 들어가는 거야.”

[VVVIP? 누구? 이름 대봐. 내가 털어보게. 어떤 놈인지 알아야 누나를 보내지.]

옆에서 듣고 있던 단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서연이 기겁했다.

단이 입을 열려는 순간, 다급하게 그의 입을 손바닥으로 틀어막았다.

“너 쓸데없는 짓 하지 마!”

“읍.”

서연의 손바닥이 단의 입술에 말캉하게 닿았다.

순간 날카롭게 치솟으려던 단의 신경이 거짓말처럼 가라앉았다. 단의 눈매가 나른하게 풀렸다.

서연은 그것도 모르고 전화기에 대고 다급하게 둘러댔다.

“이름은 말 못 해. 그냥 돈 많고, 성격 좀 까칠하고, 골동품 수집하는 할아버지야! 그래, 할아버지!”

“.......”

나른하던 단의 눈이 번쩍 뜨였다.

서연의 손바닥 아래에서 단의 입술이 꿈틀거렸다. 입술이 살갗을 스칠 때마다 간지러운 감각이 손끝까지 번졌다.

‘할아버지?’

눈빛만으로도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할아버지? 흠...... 수상한데.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바로 연락해야 해. 알았지, 누나?]

“알았어! 아무 일 없으니까 제발 걱정 좀 하지 마. 나중에 연락할게. 사랑해, 끊어!”

서연은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후우.”

살았다. 그제야 손을 내리려는데 단이 그녀의 손목을 덥석 붙잡았다.

“할아버지?”

“아~ 그게.......”

“내가 그렇게 늙어 보이나?”

단은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의 볼을 만져보았다.

“아니면 피부 탄력이 떨어졌나?”

“아니, 둘러대다 보니 그런 거죠!”

서연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젊고 잘생긴 남자랑 동거한다고 하면 엄마가 기절하실 거 아니에요. 제가 나름 효녀거든요.”

“흠.”

단의 표정이 금세 풀렸다.

“젊고 잘생긴 남자라는 부분은 정확하군. 인정하지.”

단은 흡족한 얼굴로 고개까지 끄덕였다.

서연은 황당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이 남자...... 은근히 단순하네?’

칭찬에 약함. 서연은 갓물주의 약점을 머릿속에 슬쩍 저장해두었다.

“가지. 이제 할 건 다 한 것 같으니까.”

돌아오는 차 안.

긴장이 풀려서인지, 하루 종일 시달린 피로 때문인지 서연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단은 옆자리에서 고개를 떨구며 조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창밖으로 스며든 햇살이 서연의 얼굴 위에 내려앉았다.

‘이상해.’

단은 자신의 가슴께를 천천히 쓸어내렸다.

서연과 닿아 있으면 머릿속을 찌르던 통증만 사라지는 게 아니었다.

오랫동안 텅 비어 있던 어딘가에 따뜻한 것이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덜컹! 차가 과속방지턱을 넘었다.

잠든 서연의 고개가 힘없이 꺾이며 창문으로 향했다.

탁. 단의 손이 재빨리 그녀의 머리와 창문 사이를 막았다.

“으으음......”

서연은 잠결에 따뜻한 무언가를 느꼈는지 그의 손바닥에 볼을 슬쩍 부볐다.

단의 손이 굳었다. 서연은 아무것도 모른 채 편안한 얼굴로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규칙적인 숨결이 들려왔다. 단은 자신의 손바닥에 얌전히 얼굴을 맡긴 서연을 내려다보았다.

손을 빼도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빼고 싶지 않았다.

“쯧.”

단이 작게 혀를 찼다.

“손이 많이 가는 여자군.”

말은 그렇게 했지만. 단은 고택에 도착할 때까지 서연의 머리를 받친 손을 한 번도 내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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