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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계약

مؤلف: 6jay
last update تاريخ النشر: 2026-10-04 09:28:20

은우는 그 답을 듣고도 계약서에서 해당 조항을 찾아 읽었다. 법률 지원과 치료 성과가 별개의 항목으로 적혀 있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다음 장으로 넘겼다.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아니, 벼랑 끝에 몰린 은우에게 내려온 동아줄이었다. 하지만 은우의 시선은 돈보다 다른 곳에 머물렀다. 서류에 적힌 환자의 상태 차트.

[L4-L5 신경근 유착 의증, 흉추 기립근 만성 과긴장, 지독한 환상통 및 3년간 수면제 내성. 접촉 시 교감신경 항진, 발기 기능은 보존되나 감각 과민으로 자가 위생 외 성적 접촉 전면 거부.]

차트의 마지막 줄에서 은우의 시선이 멈췄다. 접촉 거부로 평가를 마치지 못했다는 기록이었다. 기록된 통증과 아직 확인하지 못한 상태가 한데 섞여 있었다. 환자가 무엇을 거부했는지 직접 들어 보고 싶었다.

“단,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박 실장의 목소리에 무게가 실렸다.

“도련님은 접촉 자체를 거부하십니다. 치료를 시작하는 것부터 쉽지 않을 겁니다. 선생님께서 일주일 안에 도련님의 통증을 단 10퍼센트라도 완화시키지 못하거나 스스로 포기하신다면, 계약은 즉시 파기됩니다. 야간 케어 중 신체 접촉의 범위는 선생님 재량입니다. 다만 도련님이 거부하면 즉시 손을 떼셔야 합니다. 그래도 맡으시겠습니까?”

일주일. 살얼음판 같은 시간이었다. 은우는 품에 자신의 도수 치료용 테이핑 가위와 메모 수첩을 집어넣었다. 가위의 차가운 금속이 쇄골 아래 살갗을 스쳤다. 그 잠깐의 냉기조차, 곧 닿게 될 남자의 열과 대비되어 이상하게 또렷했다.

그녀의 입술에 담담하지만 결연한 미소가 걸렸다.

“소문이 어떤지는 상관없습니다. 저는 환자 상태를 직접 보겠습니다. 통증이 어디서 오는지, 제가 도울 수 있는지부터요. 몸이 거부하면 멈추고, 받아들이면 끝까지 풉니다.”

“한 가지 더 확인하겠습니다. 제가 치료를 중단해야 한다고 판단해도, 계속하라고 하시면 안 됩니다.”

박 실장이 펜을 멈췄다.

“그 말씀은 도련님께 직접 하셔야 할 겁니다.”

“그럴 생각입니다. 계약서에도 남겨 주세요.”

박 실장은 업무 범위 아래에 문장을 추가하고 서명했다. 은우는 그 부분의 사본을 먼저 받았다. 돈이 필요했다. 누명에 대응할 도움도 필요했다. 하지만 그 대가로 환자 앞에서 틀린 판단까지 따르겠다고 약속할 수는 없었다.

은우는 망설임 없이 계약서 서명란에 자신의 이름을 단정하게 적어 넣었다.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박 실장이 봉투를 거두었다. 은우는 추가한 조항의 잉크가 묻지 않도록 사본을 따로 접어 넣었다. 박 실장이 끝내 보장하지 않은 것은 그 남자가 자신의 말을 들어줄지 여부였다.

차트가 말한 그 몸. 3년 동안 누구의 손도, 누구의 입술도, 누구의 허벅지도 허락하지 않은 몸. 은우는 복도를 나서며 자신의 손바닥을 한 번 오므렸다 폈다. 뜨거웠다. 아직 아무것도 만지지 않았는데.

***

성북동 가장 높은 언덕, 짙푸른 해송 숲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석조 대저택. 높게 솟은 철제 정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리자, 은우가 탄 검은색 세단이 조용히 안마당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낮게 가라앉은 안개 사이로 우뚝 솟은 저택은 웅장하면서도 스산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도련님께서는 사고 이후 3년 동안 2층 침실과 서재, 지하 치료실 외에는 거의 발을 들이지 않으십니다.”

차에서 내린 박성민 실장이 무거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빛과 소음에 예민하십니다. 타인이 몸에 닿는 것도 싫어하시니, 처음에는 거리를 두고 말씀해 주십시오. 옷 위로라도 갑자기 손대시면 안 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은우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치료 도구 가방을 고쳐 멨다. 묵직한 참나무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서늘할 정도로 낮은 실내 온도가 피부에 와닿았다. 커튼이 굳게 쳐진 저택 내부는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어스름한 황혼처럼 어두웠다. 에어컨이 아니라 사람이 몸을 식히려고 낮춘 온도 같았다.

대리석 복도를 지나 2층 끝,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마스터 베드룸의 문 앞에 섰다.

똑똑.

박 실장이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도련님. 새로 모셔 온 전담 치료사 서은우 선생님이 도착하셨습니다.”

실내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숨이 턱 막힐 듯한 침묵만이 감돌았다. 박 실장이 은우에게 조용히 눈짓을 보낸 뒤 조심스럽게 문손잡이를 돌렸다.

끼이익.

방 안으로 들어선 순간, 가장 먼저 코끝을 찌른 것은 쌉싸름한 위스키 향과 알싸한 파스 냄새, 그리고 짙은 남자의 체향이었다. 땀이 식어 금속처럼 날카로워진 살 냄새. 넓은 침실 한가운데, 휠체어에 비스듬히 몸을 기댄 한 남자의 실루엣이 드러났다.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나는 압도적인 골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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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련님, 치료는 여기까지 입니다   제44화. 동결

    이른 아침 성북동 대저택 2층 서재. 통창 너머로 쏟아지는 푸른 아침 햇살 아래, 태성그룹 법무팀의 핵심 변호인단과 박성민 비서실장이 상기된 표정으로 서재 테이블을 둘러싸고 있었다. 대형 모니터 화면에는 스위스와 홍콩의 페이퍼컴퍼니를 거쳐 국내로 유입되려던 복잡한 해외 외환 송금 거래 내역도가 붉은 점멸등과 함께 떠 있었다. 강승현 생모 명의로 추적 중인 비자금. 암살 대금으로 쪼개진 송금이었다.“확인된 계좌에 대해 몰수보전 결정이 나왔습니다. 이미 지급된 돈과 아직 묶어 둘 수 있는 돈은 구분해서 보고드리겠습니다.”박 실장의 보고에 태주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끄덕이는 동안 은우는 그의 의자 옆에서 요추 온습포를 갈았다. 변호사들 앞에서도 손길은 치료사의 각도였다. 다만 습포를 누르는 손끝이, 간밤의 자리를 기억하는 온도였다.“생모 측 국내 연락책 둘은 출국금지입니다. 블랙 드래곤 잔당 단말기도 통신 영장으로 넘어갔습니다.”은우는 자신에게 보내졌던 협박 메시지의 날짜가 빠져 있지 않은지 확인했다. 계좌 추적 결과는 변호사가 설명했다. 태주가 그 옆얼굴을 보다가, 변호사들에게 손을 저었다.“오전 보고는 여기까지. 실행 문건은 특수부에 그대로 넘겨. 은우 선생 동선 경호는 3단계로 유지하고, 본인 동의 없이 동선 공개하지 마.”변호사단이 물러나자 서재가 조용해졌다. 태주가 은우의 손목을 당겨 무릎 옆에 세웠다.“돈은 끊겼어. 사람은 아직 남아 있지. 그래서 오늘 밤은 이 집이 아니야.”“치료가 필요하시면 치료실이 있습니다.”“치료실에는 인터폰이 너무 많아. 오늘 밤은 성북동이 아닌, 오직 너만을 위해 준비한 곳으로 간다. 내 곁에서 온전히 쉬어. 쉬다가, 네가 허락하면 넣게.”태주의 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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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련님, 치료는 여기까지 입니다   제41화. 사진

    태주는 한 번 더 걸어 보라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왜 이 조건으로 회사를 넘겨야 하는지 배 이사에게 물었다. 답이 돌아오지 않자 매각 제안을 철회하라는 요구가 객석에서 나왔다.매각안이 중단된 뒤 주주들은 이미 공지된 경영진 복귀 안건을 처리했다. 이어 열린 이사회까지 마쳐 태주의 대표 업무 복귀가 확인됐다. 배 이사에게 자료 보존과 조사 협조가 요구되는 동안 두 사람은 집무실로 이동했다. 뒤이어 박 실장이 주총장 밖에서 배 이사에 대한 체포영장이 집행됐다고 전했다. 문이 닫히자 태주가 소파에 앉으며 이를 악물었다.“다리.”“알아요. 앉아 계세요.”은우가 무릎을 꿇고 종아리를 풀었다. 풀던 손이 허벅지 안쪽까지 올라가자 슬랙스 앞이 솟았다. 회의의 여열이었다. 태주가 은우의 턱을 들어 입술을 스치려 했다. 뜨거운 시선이 은우의 입술을 지나갔다. 그는 치마를 허벅지까지 올리고 팬티 위로만 성기를 눌렀다. 넣기 전에, 무전이 집무실을 갈랐다.- 도련님, 저택 주변에서 같은 차량이 반복해 확인됐습니다. 앞서 들어온 해외 조직 첩보와 대조 중입니다. 두 분은 확인된 출입구로만 이동해 주십시오.태주가 치마를 내렸다. 내린 손등에 은우의 애액이 묻어 있었다. 그는 그 손을 닦지 않고 은우의 손목을 잡았다.“성북동으로. 오늘은 네가 문 밖에 서지 마.”성북동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태주는 은우의 손만을 쥐었다. 주총의 박수가 귀에서 가시지 않았다. 은우는 그의 오른쪽 무릎 아래에 쿠션을 받치고, 흔들릴 때마다 각도를 고쳐 주었다. 고쳐 주는 손등이 슬랙스 옆선을 스칠 때마다 성기가 반쯤 고개를 들었다. 태주는 올리지 말라고 하지 않았다. 은우도 쥐지 않았다. 성북동에 가까워졌을 때 그는 은우의 손바닥에 입을 대고 낮게 말했다. 오늘 걸어 들어간 건 네 소견서 때문이라고. 은우는 소견서는

  • 도련님, 치료는 여기까지 입니다   제40화. 매각안

    태주는 마지막에 표시한 쪽만 확인하겠다며 서류를 다시 달라고 했다. 은우는 질문을 적은 종이를 펼쳐 그 옆에 놓았다.서류를 다시 덮기 전, 은우는 브레이크 손상 부위의 재감정 사진을 한 장 더 넘겼다. 차가워진 손가락에 태주가 입술을 댔다. 손금에는 오일 냄새가 남아 있었다. 시계가 한 시를 가리킬 때까지 은우는 빠지지 않은 채 보고서의 마지막 문장을 읽었다. 읽는 도중 은우의 안쪽이 조일 때마다 태주는 낮게 욕을 삼키며 허리를 움직이지 않으려 버텼다. 그러다 정액이 한 번 더 배어 나왔다. 은우는 휴지로 닦으며 아침에 걸어 들어갈 다리의 감각을 종아리에서 다시 확인했다. 태주가 귀를 깨물 듯 스치고 놓자 그녀는 잠깐 눈을 감았다.은우는 보고서 모서리를 맞추다 태주의 호흡을 살폈다. 통증 때문이 아니라 여운이 남은 숨이었다. 그녀가 옆구리를 쓸자 태주가 눈을 감았다.흑요석 같은 눈동자에 서린 서늘한 독점욕에 은우의 온몸이 감전된 듯 떨려왔다. 두 사람의 입술이 아슬아슬하게 닿으려던 그 순간, 서재의 인터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삐익-! 박성민 실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스피커를 찢고 터져 나왔다.- 도련님, 오전 9시 태성 바이오 임시 주총에서 배 이사가 매각안을 밀어붙일 예정입니다. 의결권 위임 자료에 확인할 부분이 있어 법무팀이 대조 중입니다.태주가 천천히 빠졌다. 빠진 자리가 정액으로 젖어 은우의 허벅지를 적셨다. 그는 타월을 건네며 눈빛을 거두었다.“닦고 나와. 걸어 들어갈 거니까. 네 손 잡고.”***오전 8시 50분, 여의도 태성 바이오 본사 15층 대회의실. 임시 주주총회 개회를 10분 앞둔 회의실 안은 수백 명의 기관 투자자와 소액주주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비고 있었다. 단상 중앙에 선 배진혁 사내이사가 마이크를 잡고 탐욕스러운 미소를 흘렸다. 강승현 부사장의 충실한 하수인이자 이번 음모의 실행 총책이었다.

  • 도련님, 치료는 여기까지 입니다   제39화. 재감정

    자정을 넘긴 시각, 성북동 대저택 지하 1층 비밀 서재. 방음벽으로 둘러싸인 어두운 실내에는 서늘한 긴장감이 얼음처럼 감돌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박성민 비서실장이 수사기관에 요청해 법무팀을 통해 전달받은 두툼한 서류철이 펼쳐져 있었다.3년 전 차량 전복 사고의 재감정 보고서. 브레이크 라인의 인위적 손상, 사고 직후 투약된 신경 독성 약물의 반입 경로, 강승현 측근의 통화 기록. 은우는 페이지를 넘기며 태주의 요추 흉터를 떠올렸다. 그 흉터 아래로 자신이 어젯밤 앉아 있던 자리였다. 서류의 냉기와 몸의 기억이 겹쳐 속이 거슬렸다.“사고 당일 투약 시각이 확인됐네요. 제 치료 기록보다 앞의 일이에요. 이 부분은 감정인에게 설명을 들어야겠습니다.”“그날 저녁엔 병원에 있었다는 것밖에 기억이 안 나. 형이 다녀간 건 나중에 들었지.”은우는 보고서를 덮지 않고 그 페이지를 옆으로 돌렸다.“지금 계속 보실 수 있겠어요?”태주는 숫자가 적힌 줄을 한동안 바라봤다. 처음에는 브레이크 사진부터 봤는데, 이제는 자신이 의식을 잃고 있던 시간에서 시선이 멎었다.“오늘은 여기까지만.”은우는 읽다 만 곳에 표시를 남기고 파일을 닫았다. 태주가 먼저 그만 보자고 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후 감정인의 설명을 들을 때 다시 펼칠 수 있도록, 질문을 적은 종이도 같은 곳에 끼웠다.태주가 휠체어를 밀지 않고 난간을 짚어 은우 곁으로 두 걸음 다가왔다. 두 걸음째에 종아리가 떨렸다. 앉으며 그가 은우의 손목을 잡아 서재 안쪽 전용 리커버리 베드로 이끌었다.“사고 보고서를 보느라 요추 신경이 또 곤두섰어. 서은우, 네 손으로 가라앉혀.”은우는 망설임 없이 소매를 걷어 올렸다. 따스하게 데운 라벤더와 시더우드 아로마 오일을 손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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