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2화

Author: 손이영
한참 후, 유강후는 다시 염지훈을 쳐다봤다. 그의 매서운 눈빛은 염지훈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염지훈은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혹시 제가 도련님 집 아이를 훔쳤다고 의심하는 건 아니죠?”

유강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를 차갑게 쳐다보기만 했다. 두 사람은 키가 비슷하고 모두 카리스마가 넘쳤지만 유강후는 염지훈보다 몇 살 연상이고 비즈니스와 정치계에서 몇 년 있다 보니 남다른 기세가 있었다.

순간 염지훈은 기 싸움에서 뒤처진 느낌이 들었다. 그는 유강후의 눈빛만 봐도 숨이 막혀왔다.

비록 두 가문의 재력은 비슷했지만 유씨 가문은 정치계에서 더 잘나갔다. 그 때문에 염지훈은 유강후와 적이 되기 싫었다.

이때 염지훈이 다시 입을 열었다.

“강후 도련님, 제가 같이 찾아드릴까요?”

유강후는 염지훈의 뒤에 있는 캄캄한 반사 유리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리고 담담하게 말했다.

“필요 없어.”

그리고 그는 자리를 떠났다.

잠시 후, 유강후의 차는 주차장을 떠났다. 그제야 염지훈은 문을 열며 말했다.

“나와.”

문에 웅크리고 앉아 엿듣던 온다연은 문이 열리자마자 차에서 떨어지면서 이상한 자세로 착지했다. 그러자 염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그녀를 부축했다.

온다연은 머리가 아까보다 더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팔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그녀는 차 문에 기대어 염지훈을 멍하니 쳐다봤다.

염지훈은 차 문에 기대어 담배에 불을 붙이고 초라한 모습에 술 냄새까지 풍기는 온다연을 자세히 훑어보았다.

온다연은 예쁘게 생겼고 피부도 하얗고 눈도 초롱초롱했다. 나이가 많지 않았지만 배짱이 좋은 것 같았다.

염지훈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온다연은 사정없이 훑어보았다.

“유강후랑 무슨 사이야? 왜 피해 다녀?”

온다연은 염지훈을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한참 후에 입을 열었다.

“난 그쪽을 모르는데요.”

그녀는 술에 많이 취해서 염지훈의 생김새를 잘 볼 수 없었지만 그의 날카로운 눈빛과 더운 날에 두꺼운 옷차림을 한 것을 보니 좋은 사람 같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유강후처럼 키가 크고 카리스마가 넘쳐 위에서 아래로 그녀를 내려다볼 때 자꾸 유강후가 떠올랐다.

온다연은 한 걸음 물러서면서 말했다.

“당신... 당신은 나쁜 사람이야. 저리... 저리 가...”

염지훈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온다연에게 담배 연기를 뿜어대며 언짢은 말투로 말했다.

“참, 요즘 시대는 좋은 일을 하고도 칭찬을 못 받네. 너를 구해줬더니 고맙다는 말도 없이...”

온다연은 담배 연기에 기침을 심하게 했다. 하마터면 똑바로 서지 못할 뻔했다. 그녀는 서둘러 차 문을 붙잡고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비틀거리며 앞으로 걸어갔다.

염지훈은 그녀가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고 그녀를 불러 세웠다.

“저기, 많이 취한 것 같은데 데려다줘?”

그러자 온다연은 손을 흔들며 비틀거리며 앞으로 계속 걸어갔다. 그녀가 점점 멀어져가며 보이지 않자 염지훈은 그제야 시선을 거두었다. 그리고 그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유강후를 무서워하는 여자가 있다는 사실에 염지훈은 큰 흥미를 느꼈다. 온다연은 교학동 건물 앞에 앉아 한참을 쉬다가 정신을 차렸다.

손발에 힘이 조금 들어가는 것 같았지만 위는 아까보다 더 아팠고 심한 통증으로 위가 찢어질 듯 아팠다.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임혜림에게 전화하려다가 배터리가 없어 핸드폰이 꺼진 것을 발견했다.

어쩔 수 없이 그녀는 아픈 배를 움켜쥐고 천천히 교문 밖으로 걸어 나갔다.

몇 걸음 걷자 빨간 페라리 한 대가 돌진해 오는 것을 보았다. 온다연은 재빨리 몸을 돌려 화단 뒤편 그늘 속으로 숨었다.

차는 온다연과 4, 5미터 떨어진 곳에 멈춰 섰고 젊은 여자 두 명이 차에서 걸어 내려왔다.

키 큰 여자는 예쁘게 생겼고 크롭탑을 입고 최신 샤넬 백을 들고 있었다. 키 작은 여자는 흰색 원피스에 검은 머리였고 청순하고 여린 분위기를 풍겼다. 그녀는 키 큰 여자의 눈치를 보는 듯했다.

키 큰 여자의 이름은 유하령이였고 그녀는 유강후의 친조카였다. 키 작은 여자는 유하령 보모의 딸 진설아였다. 진설아는 어릴 때부터 유하령의 껌딱지였다.

온다연은 그들을 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유하령은 내년에 귀국한다고 했는데 왜 지금 왔을까?

이때 진설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언니, 드디어 돌아왔네요. 언니가 없는 이 2년 동안 온다연 그 계집애가 제멋대로 날뛰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했어요. 며칠 전에 집에 갔을 때 자기가 진짜 유씨 가문 아가씨라고 했어요.”

유하령은 그 말을 듣자 화가 치밀어 올라 핸드백을 차 문에 내리쳤다.

“계집애!”

진설아는 청순한 비주얼을 가졌지만 질투심이 가득한 여자였다.

“그리고 대학원 입학시험 면제를 받았는데 그 자격을 갖기 위해 책임 선생님과 잤다고 하던데요. 정말 더러워!”

그 말을 듣자 온다연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진설아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녀의 어머니처럼 남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능력은 청출어람이었다.

유하령은 눈을 가늘게 뜨고 차갑게 웃었다.

“언제까지 잘난 척하나 보자. 한 달만 지나면 주한의 죽음과 관련된 사람들이 출소할 거야. 그 자식들은 거지야. 그때 돈을 좀 주고 온다연이랑 침대에서 자는 사진을 몇 장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면 걔는 끝장이야. 어느 학교에서 이런 학생을 받아들일까? 하하하.”

진설아는 고개를 숙이고 피식 웃었다.

“역시 언니. 다 생각이 있었네요.”

유하령은 차갑게 웃었다.

“그 계집애는 주한이가 건물에서 뛰어내려 죽은 줄 알았을 거야. 그렇게 주한이를 좋아하는데 그의 진짜 사인을 안다면 충격받을 거야. 그 계집애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온다연은 그 말을 듣자 유하령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주한이는 건물에서 뛰어내려 죽은 게 아니라고? 그럼 진짜 사인은 뭘까?

온다연의 가슴과 위는 마치 찢어지는 듯 아파져 왔다. 괴로워 토하고 싶을 만큼 말이다.

왜 유하령은 그녀와 나이가 같은데 이렇게 지독할까? 그리고 진설아도 온다연처럼 모두 괴롭힘을 당하는 처지인데 왜 그녀를 짓밟고 죽음으로 몰아넣으려고 할까? 단지 온다연이 심미진의 조카라는 이유 때문일까?

유하령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먼 곳을 차갑게 바라봤다.

“심미진 이 천한 년이 아들을 낳고 싶어 한대. 아빠 말로는 임신 준비를 하고 있고 약을 먹고 심지어 주사까지 맞고 있대. 아들을 낳아 유씨 가문의 재산을 빼앗으려는 걸까? 그래. 낳으라고 해. 괴물이나 불구가 나왔으면 좋겠다. 하하.”

그러자 진설아가 말했다.

“이 일은 제가 어머니랑 잘 상의해 볼게요. 별문제 없을 거예요.”

유하령은 담배를 집어 던지고 진설아를 차갑게 쳐다보았다.

“네가 말을 잘 듣기만 한다면 내가 너를 잘 대해줄 거야.”

그러자 진설아가 얼른 말했다.

“언니, 빨리 갑시다. 염지훈이 도착했을 거예요. 이 학교에 미친년이 너무 많아요. 빨리 갑시다.”

그 말을 듣자 유하령이 미간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누가 감히 내 남자를 건드려. 죽여버릴 거야.”

두 사람은 점점 멀어져갔고 온다연은 그늘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염지훈? 아까 그 남자?

온다연은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살랑살랑 부는 저녁 바람에 그녀의 앞머리가 흩날렸다. 마침 그녀의 미간에 그늘이 지면서 그녀가 무슨 표정을 하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위가 다시 심하게 아파져 오자 온다연은 그제야 밖으로 걸어 나갔다.

경원시의 저녁은 낮보다 더 번화했고 경원 사대는 비록 교외에 위치했지만 교문 밖은 차들로 붐볐고 불빛 때문에 대낮처럼 밝았다.

온다연은 눈앞의 불빛 때문에 더 위가 아파져 왔다. 그녀는 조금 걷다가 오동나무에 기대 휴식을 취했다. 이때 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천천히 다가왔다.

차창을 내리자 그윽한 눈동자를 가진 남자가 그녀를 쳐다봤다.

바로 유강후였다.

그는 초췌한 온다연을 쳐다보면서 차갑게 말했다.

“올라타!”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537화

    “조용히 하세요!”송지원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이 사진은 조작된 흔적이 명백한데 임정아를 모함하려고 온 의도가 다분해요!”“경찰에 신고해서 이 여자를 경찰 측에 넘기세요.”여자는 깜짝 놀라버렸고 송지원의 카리스마에 고개도 감히 들지 못했다. 그러다가 최후의 보루로 또 막말을 늘려놨다.“두 사람이 저 불여우를 위해 날 경찰에 보내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아요. 내 몸엔 카메라도 있고 녹음 펜도 있으니 이런 행동까지 모두 인터넷에 올려 공개할 겁니다.”송지원은 한민정이 있는 곳을 향해 말했다.“내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쪽은 오늘 연회에 아는 사람 한 명 없이 지시를 받고 온 것이겠죠.”“그리고 그 지시를 내린 게 바로 한민정 씨 맞죠?”사람들은 깜짝 놀라 한민정을 쳐다봤고 한민정도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변명하기에 급급했다.“송지원 씨, 그쪽이 임정아 씨와 친분이 있다고 해도 왜 아무런 연고도 없는 저에게 그런 험한 일을 덮어씌우는 겁니까?”송지원은 말없이 한민정을 쳐다봤다.그 시선이 너무 날카로워 한민정은 속이 걸렸고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를 했다.“저는 정말 모르는 일입니다. 오늘도 공연을 약속받고 온 것뿐이에요.”송지원은 오늘 연회 주최자인 진세찬을 향해 말했다.“대표님, 오늘 이 자리에 찍힌 CCTV를 제공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저 여자가 이 자리에 오기 전에 따로 만난 사람이 있는 것으로 의심이 됩니다.”진세찬이 다급하게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당연하지요. 바로 사람을 시켜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연예인과 일반인 사이의 사건은 저희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시장님은 서둘러 자리로 가시지요.”진세찬은 임정아를 무시하며 이 사건조차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오늘 연회는 말이 좋아 주최자가 진세찬이지만 사실 주인공은 송지원이었다.이 자리에 모인 모든 손님이 송지원을 만나고자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그러니 임정아처럼 쓸모없는 사람에게 시간을 팔지 말라는 의미였다.“여기 경호원! 임정아 씨와 저 여성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536화

    송지원 손에 들린 장미꽃 다발을 본 한이준은 쯧 하고 혀를 찼다.“보아하니 아내한테 잘 보이려고 그런 거구만. 지금 누가 네 아내 괴롭히고 있는데 나랑 혜린이도 미처 못 나섰어. 네가 왔으니까 네가 처리해.”송지원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괴롭혀?”한이준은 고개를 돌려 그쪽을 가리키며 말했다.“네 아내가 유부남 꼬셨다고 뭐라던데. 이거 완전 너에 대한 모욕 아니냐? 네가 만족시키지 못해 다른 남자 찾는 거라고.”송지원의 표정은 점점 더 굳어갔고 바로 임정아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그러나 임정아는 송지원을 보지 못할 사람이라도 본 것처럼 기겁하며 도망가려 했다.하지만 그 여자는 임정아를 놓아주지 않았다.“이런 불여우! 오늘 이 얼굴을 갈기갈기 찢어서 다시 유부남한테 집적거리지 못하게 만들 거야!”임정아는 그 여자를 확 밀쳐냈다.“왜 이러세요!”그 여자는 뒤로 몇 걸음 밀려나더니 바로 바닥에 주저앉으며 큰소리로 엉엉 울었다.“세상 사람들 여기 좀 봐요! 내연녀가 조강지처 때리는 게 말이나 돼요? 내 남편 꼬신 것도 모자라 폭행까지 한다니요! 이런 사람은 바로 영상이라도 찍어 인터넷에 올려야 해요. 다시 얼굴을 드러내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요!”주변에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고 저마다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오늘 이 자리를 찾은 여자들은 대부분 사모님이었고 내연녀라면 치를 떨었다.그래서 사실인지 아닌지를 막론하고 임정아를 향해 적대심을 내보였다.“배우들이 그러면 그렇지. 얼굴만 화려하게 뜯어고쳐서 남자 잘 만나보려고 하는 거잖아. 정말 제 분수도 모르고.”“임정아 들리는 소문도 안 좋던데. 얼굴만 예쁘다고 이 남자 저 남자 다 만나나 봐. 여기도 좋은 남자 없나 물색하러 온 거 아니겠어?”“오늘도 인기 검색어에 올랐던데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말이야.”송지원의 표정은 아예 굳어졌고 폭발하기 직전에 한이준이 송지원을 끌어당겼다.“네 신분을 생각해. 이런 자리에서 화가 나는 대로 행동하면 안 되니까 차라리 내가 할게.”그리고 한이준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535화

    “둘째, 부디 말씀 가려 하시죠. 저는 배우가 직업인 사람일 뿐입니다. 직업 앞에 귀천이 없다고 회사 대표 부인이라고 해서 저를 무시할 자격 없으십니다.”“셋째, 남편분부터 잘 챙기세요. 머리 벗겨지고 배 나온 아저씨를 좋아할 여자가 몇이나 있겠어요?”그 말에 인해순은 바로 얼굴이 시뻘게졌고 주변에는 모두 유명 인사들이라 버럭 화를 내기도 뭣했다. 그래서 이를 꽉 깨문 채로 마지막 경고를 남겼다.“그쪽이 내 남편에게 꼬리 치는 그 불여우가 아니길 바라야 할 겁니다. 만약 그 불여우가 그쪽이라면 이쪽 바닥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만들어버릴 테니까요.”임정아는 역겹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정말 끼리끼리 만난다는 게 사실인가 봐요. 저기요, 저는 나이 많은 남편분에게 관심 하나도 없으니 여기에서 괜한 시비 걸지 마세요. 제 손에도 여러 찌라시가 있는데 그것도 주인공이 그쪽 남편 차우민 씨인 걸로 있어요. 그걸 퍼뜨리지 않게 하려면 처신 똑바로 하세요.”그 말을 마치고 임정아는 옆쪽에 놓인 물컵을 들어 벌컥벌컥 마셨다.인해순은 떠보려고 왔다가 된통 당하고 말았다. 순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임정아는 아주 드센 사람이었고 유부남을 꼬시는 불여우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당한 게 억울해 자리를 뜨기 전에도 악담을 퍼부었다.“불여우 같은 기집애, 두고 보자고.”윤정희는 임정아를 향해 엄지척했다.“아주 잘했어, 정아야. 역시 내가 키운 배우다워.”“오늘 이 자리 보수가 크지 않았다면 진작 떠났을 거야. 2억이라면 이런 날파리 정도는 친히 내쳐줘야지.”그리고 시간을 확인하며 말을 이었다.“곧 시작할 것 같은데? 30분 뒤에 노래 한 곡만 하고 이제 연예계는 잠시 떠나야겠네.”그때, 입구 쪽이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한이준과 임혜린이 모습을 드러냈다.두 사람을 발견하고 다들 주춤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고 말 한마디라도 걸고 싶어 안달이었다.그러나 두 사람은 전혀 관심이 없는 듯 간단한 인사 몇 마디만 하고 바로 자리에 착석했다.임혜린은 임정아를 발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534화

    임정아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여기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차우민이라고 뭘 할 수 있겠어? 그리고 나한테 또 집적거리면 그 영상 바로 여기 있는 사람들한테 전송해 버릴 거야.”윤정희는 서둘러 임정아를 말렸다.“절대 그러면 안 돼. 내 친구가 지금 정보들을 수집해 한 번에 보내버리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그러다가 차우민이 눈치라도 채면 일을 그르칠 거야. 우린 그냥 조용히 눈에 띄지 않는 게 좋아.”임정아는 약속받았던 2억을 곱씹으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진 대표님이 노래 한 곡에 2억이라고 했는데 노래만 부르고 가자. 그 돈만 받으면 우리 아기 좋은 옷 해주게.”“돈 많은 사람들 돈 버는 게 좋잖아. 2억 같은 건 저 사람들한테 고작 껌값일 테니까.”그때, 차우민의 시선이 임정아 쪽으로 돌려졌다.날카로운 시선에는 경고의 의미가 담겼고 임정아는 굳은 얼굴로 나지막하게 입 모양으로 말했다.“쓰레기.”차우민은 그 의미를 알아차리고 더욱 표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옆에 선 차우민의 아내가 이상함을 느끼고 시선을 따라 임정아를 발견했다.그리고 임정아를 알아보고는 바로 표정을 굳히고 차우민을 몰래 꼬집으며 말했다.“지금 누굴 보는 거예요? 저 사람들 시대를 잘 만나 그렇지 과거였으면 기생이었다고요!”차우민은 서둘러 시선을 거두고 아내와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이어 화려한 드레스 차림의 한민정이 임정아를 향해 걸어왔고 한 손엔 와인잔을 든 채로 임정아를 향해 비꼬듯 말했다.“우리 대배우가 왜 이런 자리에 이런 차림일까? 여기가 어떤 자리인지 몰라서 그러는 건 아닐 테고 또 오늘 오후처럼 관심받으려고 괜히 딴짓하는 건 아니죠?”“여긴 그런 후진 자리가 아니라 경원시 제일 잘 나가는 부자들만 모인 자리라고요. 그런데 고작 그런 차림으로 무대에 서는 게 가당키나 해요?”임정아는 한민정을 위아래로 살폈다. 샤땡의 2025 최신 컬렉션이라 가격이 꽤 나갈 것이다.임정아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풉,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533화

    송지원의 표정은 무서울 정도로 어두웠다.“가장 빠른 시간 내로 차우민의 재무 문제를 모두 찾아내. 그리고 차우민 같은 쓰레기라면 그동안 뒤가 꿀리는 일을 한두 가지 한 게 아닐 거야. 차우민과 그 옆 주변 사람들까지 모두 콩밥 먹여버릴 거니까 제대로 준비해 줘.”“차우민 부인과 그 가족들, 딸, 아들, 사위 모두 샅샅이 뒤져!”양 비서는 나지막하게 대답했다.“그럴 필요 없이 유강후 대표님한테 연락하면 3일 내로 차우민 회사 같은 건 바로 부도 처리가 날 텐데요.”송지원이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유강후까지 나설 필요 없어. 부도 처리 맞고 자살하면 어떡해? 이번 생엔 죽는 것보다 못한 삶을 살게 할 거야.”양 비서는 또 고민하다가 말을 이었다.“하지만 어르신께서 시장님이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게 막으라고 지시하셨어요. 그러다가 무고한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는 건 너무 과분하지 않을까요?”“과분? 그건 차우민이 응당 치러야 할 벌이야. 그 사람 딸과 아들도 그리 깨끗하지 못하다고 들었어. 약에 취해 산다던데 그런 사람들을 처리하는 게 여러모로 사회적으로도 이롭지 않겠어?”“그리고 무고하다니. 양심 팔아 벌어들인 돈을 아무렇지 않게 펑펑 쓸 때는 언제고. 이런 아버지를 둔 자식이라면 응당 받아 들여야 할 결과야. 그리고 두 사람은 당해도 싼 사람이고.”“차우민 경쟁사도 찾아줘. 정씨 가문의 명의로 협력할 거고 차우민이 감히 누굴 건드린 건지 똑똑히 보여주겠어.”송지원의 벤은 차도에 30분가량 멈춰있다가 다시 천천히 목적지를 향해 달렸다.다른 한편, 성상 인터내셔널 최고층에 위치한 프라이빗 고급 레스토랑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언뜻 보면 평범한 식사 자리로 보이지만 평소에 얼굴을 잘 드러내지 않는 거물들의 등장에 연회보다도 더 북적거리게 되었다.경원시에 이름 좀 날린 상업계 거물들의 얼굴도 보이고 잘 나가는 그룹 대표님들도 가족들과 함께 자리를 찾았다.게다가 요즘 잘 나간다는 연예인들도 보였는데 다들 화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532화

    벤에 탄 송지원은 어느새 맞춤 제작한 정장으로 갈아입었다.짙은 남색 고급 원단은 차분하면서도 고귀한 분위기를 더해주었고, 같은 계열의 넥타이에는 작은 다이아몬드가 촘촘히 박혀 있어 고급스러우면서도 너무 과하지는 않은 인상을 주었다.양 비서는 참지 못하고 감탄을 늘려놨다.“시장님 오늘 정말 멋지세요. 정아 씨가 한눈에 반할 정도로 완벽해요. 시장님이 계신데 현장에 다른 남자들이 눈에 차겠어요?”양 비서의 입 발린 소리에 송지원은 기분이 조금 풀렸다.“내 직업 특성상 이런 차림은 어울리지 않아.”“나랏일을 한다고 좋은 옷 입지 말란 법 있어요?”“평소에 너무 단정한 옷차림만 고집하셔서 나이보다 더 성숙해 보이고 정아 씨와 같이 서면 나이 차가 커 보였는데 오늘은 참 잘 어울리겠어요.”송지원은 인상을 팍 쓰며 한마디 하려는데 핸드폰이 진동했다.임정아에게서 보내온 메시지인 줄 알았지만 처음 보는 연락처였으며 본인이 임정아의 매니저라 칭하고 있었다.[정아 옆에 있던 단발머리 여자?]송지원이 답장을 보내기도 전에 윤정희가 계속 문자를 보내왔다.[안녕하세요. 저는 정아의 매니저인데 한 가지 아셔야 할 사실이 있어 고민 끝에 문자를 보냅니다.]이어 영상 하나가 전송되고 송지원은 고민도 하지 않고 클릭했다.그런데 영상 속 차우민이 감히 임정아에게 손을 대고 있지 않은가?2분가량 되는 영상을 모두 확인한 송지원은 너무 화가 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당황해 어쩔 줄 모르는 임정아의 모습에 송지원은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이어 머릿속엔 오직 단 한 가지 생각만 들었다.‘차우민, 죽여버릴 거야!’운전하던 양 비서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서둘러 물었다.“혹시 중요한 약속이라도 생기셨나요? 오늘 자선회 참석이 어려울까요?”송지원이 갑자기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차 당장 옆으로 세워!”양 비서는 깜짝 놀라 차도에 차를 세웠다.“무슨 일이에요?”송지원은 핸드폰을 부여잡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그제야 임정아 목에 남은 상처가 어떻게 생긴 건지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