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VR에 로그인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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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나리K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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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한계를 지우고, 감각을 극단까지 끌어올리는 차세대 VR 시스템. 오감은 물론 심박과 체온, 감정의 미세한 떨림까지 재현하는 기술은 오직 에로스피어에서 실현된다. 설렘, 긴장, 망설임, 욕망. 숨결 하나, 시선 하나까지 데이터로 기록되는 공간. 피실험자는 과연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어디까지가 기억이고, 어디부터가 욕망인가. 또한 가상 현실은 안전한가. 아니면, 날 것 없이 솔직해지는 또 다른 공간인가. 기억을 재현하는 순간, 감정은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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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1. 에로스피어

“더럽고 치사해서 진짜.” 

사직서를 제출했다. 1년 4개월을 다닌 중소기업. 아니, 좆소기업. 

비전도 없는 주제에 요구사항은 왜 이리도 많은지, 책상에 앉아 훈수질만 해대는 꼰대들의 집합소와 다름없었고 그 덕분에 주저함 없이 그만둘 수 있었다. 

편의점 앞 야외 테이블에서 맥주 2캔에 소주 1병을 벌컥벌컥 마셨다. 청승을 떨기 위해서가 아니라 분을 삭히기 위해서. 이러지 않으면 오늘 밤은 도저히 잠들 수 없을 것 같아서.

밤 9시를 넘기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온해인.”

오피스텔 앞에 다다른 순간, 커다란 그림자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노란 가로등 불빛에 그의 얼굴이 또렷하게 드러났다. 

“재원 오빠?”

“알아보네.”

백재원. 고등학생 시절, 할머니 집에서 하숙을 하던 대학생 오빠. 살갑게 굴며 잘해주긴 했지만, 늘 커다란 안경에 찌질하기 그지없던 자식이 왜 이렇게 멋있어졌지? 풍기는 분위기는 또 왜 이래?

안경은 사라졌고 날카롭게 정돈된 턱 선과 단단하게 각 잡힌 어깨가 눈에 들어왔다. 

셔츠 위로 드러난 체형도 예전과는 사뭇 달랐다. 더는 헐렁한 후드티 속에 어설프게 숨어 있던 몸이 아닌, 스스로를 지독하게 관리해 온 듯한 남자의 선이었다. 

성공했다더니, 역시나 돈이 최고구나. 사람이 이렇게 달라지기도 하는구나.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그냥, 생각나서.”

“아니! 집 주소 말이야.”

“그것도 모를까 봐?”

둘 사이의 공기가 묘하게 눅눅해졌다. 

그의 시선이 해인을 훑었다. 붉게 달아오른 뺨, 헝클어진 머리카락, 술에 젖은 숨결까지 전부 들켜버린 기분.

유일한 가족이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오피스텔로 이사 온 게 몇 년 전인데, 설마 넘쳐나는 돈으로 뒷조사라도 한 건가. 

“왜 온 건데.”

재원은 한쪽 입꼬리를 느릿하게 올리며 명함 한 장을 건네주었다. 매끈한 재질, 묵직한 활자.

- Erosphere / 연구소장 / 백재원

“에로스피어, 알아. 기사에서 봤어.”

“퇴사했다며.”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도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 

미간도 잔뜩 찌푸려졌다. 취업이라도 시켜줄 생각인 건가? 동정이라면 사양이다. 그것도 백재원의 동정이라면 더더욱 사절이다. 

“그래서?”

“임상 실험자를 구하고 있어. VR.”

“VR? 가상현실?”

“응, 감각 동기화 실험.”

다시 한번 명함을 내려다봤다. 

에로스피어. 기사에서 봤던 문장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몰입형 가상현실, 감각 재현 기술, 뇌-신경 인터페이스, 오감을 만족시킬 차세대 플랫폼. 

뭐, 거창하긴 한데 어쩌라고? 

“VR? 나보고 지금 게임이나 하고 앉아 있으란 소리야?”

“게임? 무식하기는.”

이 자식 봐라, 낯짝은 물론 싸가지도 한층 더 업그레이드됐네?

“오빠.”

경고 섞인 음성에도 재현은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한 발 더 가까워지며 그의 그림자가 해인의 발끝을 덮었다. 

“촉각, 체온, 압력, 심박은 물론 기억까지 동기화되는 시스템이야.”

“그게 가능해?”

“가능하니까 모집하겠지.”

해인이 고개를 갸웃하자, 재원은 천천히 설명을 이어갔다.

“예를 들면, 누군가의 손이 네 손을 잡았던 기억.”

그의 손이 해인의 손등 위를 느릿하게 스쳤다. 찰나였다. 하지만 따스한 체온이 또렷하게 남았다. 술기운에 달아오른 피부 위로 더욱더 선명하게 새겨진 온기.

“방금의 온기, 압력, 심장 박동 속도까지. 완벽하게 재현돼.”

“그럼.. 그 안에서 느끼는 건 전부 진짜라는 소리야?”

“뇌가 진짜라고 판단하면, 몸 역시도 그렇게 반응하니까. 흥분도, 긴장도, 쾌감도.”

술기운 때문인지, 아니면 그의 말투와 행동 때문인지 이상하게 등줄기를 따라 전율이 흘렀다.

“보상은? 임상 실험이면 보상도 있을 거 아니야?”

“한 달에 천만 원. 기간은 네 선택.”

고개가 번쩍 들렸다. 

한 달에 천만 원? 퇴직금으론 길어야 세 달. 월세, 관리비, 현실적인 숫자들이 머릿속을 굴렀다. 통장 잔고는 물론 공과금 고지서까지. 노골적으로 솔깃한 금액이었다.

“왜 이렇게 세? 설마 위험한 거 아니야?”

“실험은 안전해. 단, 조건이 있어.”

“뭔데?”

“반드시 섹스 경험이 있는 자.”

해인의 표정이 굳었다. 

“뭐?”

“말했잖아. 감각 동기화 실험이라고. 신체 반응을 정밀하게 읽어야 해.”

“...”

“성적 자극에 대한 신경 패턴은 개인차가 커. 경험이 없는 경우 데이터가 왜곡된다고.”

아씨, 어떡하지? 식은땀이 흘렀다.

없다고 말하면 기회는 날아간다. 게다가 스물다섯까지 섹스 경험이 없다는 걸, 하필 백재원 앞에서 인정하자니 자존심이 들끓었다. 

“내가 설마 남자친구도 없었을까 봐?”

“됐네 그럼, 가자.”

“지.. 지금?”

“어.”

“어디로..?”

“연구소.”

등을 돌린 재원이 차 문을 열었다. 고급 세단의 은은한 가죽 향이 배어 나왔다. 묵직하고 차분한 냄새가 그와 꼭 닮아 있었다. 

“타.”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천만 원. 그 돈이라면 적어도 구직 사이트를 뒤적일 필요가 없어진다.

조수석에 올라타자 차가 어둠 속으로 미끄러지듯 출발했다. 

에로스피어. 현실과 가상을 뒤섞여버릴 연구소를 향해서. 

***

해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도착한 건물은 딱 봐도 10층 이상, 고층 건물로 보였고 입구부터가 신비로웠다. 

도무지 현실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세련된 게이트. 매끈한 메탈 프레임이 공중에 떠 있는 듯 연결되어 있었고, 바닥에는 얇은 빛의 선이 흐르듯 깔려 있었다. 

인식 센서가 차량을 스캔하자, 푸른빛이 차체를 따라 천천히 훑고 지나갔다. 마치 다른 세계의 관문 같았다.

“여기.. 회사 맞아?”

“촌스럽기는.”

차가 지하 진입로로 내려가자 벽면 전체가 반투명 디스플레이로 변했다. 데이터 그래프와 신경망 도식이 유영하듯 흐르고 있었다. 인간의 뇌 단면, 시냅스 연결망, 심박 그래프. 기술이 아니라, 생체를 다루는 공간인가?

“와...”

재원이 카드 키를 태그 했다. 투명 게이트가 갈라지듯 열리는 순간이었다.

“겁나?”

“아니거든.”

엘리베이터에 오르자 벽면 전체가 거울처럼 반사됐다. 술기운이 남아 붉게 물든 뺨, 긴장한 눈동자가 고스란히 비췄다. 

“오늘은 적합성 검사만 진행할 거야.”

“검사? 무슨 병원 같네.”

“비슷해.”

문이 열리고 드넓은 복도가 이어졌다. 유광 블랙 바닥은 발을 디딜 때마다 미세한 빛이 파문처럼 번졌다가 이내 사라졌다. 마치 해인의 존재를 스캔이라도 하듯이.

복도 끝 자동문이 열리며, 검사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안쪽에 탈의실 있을 거야. 속옷은 전부 벗고 가운만 착용해.”

“응? 으응...”

왜 이렇게 주눅이 드는 걸까.

검사실 안에는 각종 장비들은 물론 투명한 캡슐처럼 보이는 침대가 놓여 있었다. 안쪽을 얼핏 보니, 전극과 케이블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게 마치 사람의 신경을 밖으로 꺼내어 형상화해놓은 것 같았다. 

해인은 곱게 개인 가운을 들고 탈의실로 향했다. 

괜히 거짓말을 한 건가? 걸리면 뭐라고 말하지? 

아니야, 침착해. 의학적으로도 처녀막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고 하잖아. 자전거를 타다가도 파열될 수 있다는데.. 설마 그런 것까지 검사하진 않겠지.

브래지어와 팬티를 전부 탈의하고 가운 하나만 걸쳐 입었다. 허벅지 안쪽이 괜히 더 예민해진 느낌이었다. 

문을 열고 나오자, 검사실의 차가운 조명과 함께 재원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향해 흘러나왔다.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누워.”

유리 너머로 그가 서 있었다. 너무도 또렷한 실루엣에 손끝이 떨렸다.

발걸음을 옮겨 다다른 순간 자동으로 캡슐 도어 덮개가 열렸다. 팔과 다리가 자연스럽게 벌어진 상태로 고정되게끔 설계된 구조. 

잠시 멈칫했지만 최대한 덤덤한 척 몸을 눕혔고, 투명한 덮개가 닫히며 외부의 공기가 차단됐다. 

그의 목소리가 캡슐 안에서 나직하게 울려 퍼졌다. 

“시작해도 돼?”

“응.”

- 삐, 삐, 삐익.

이질적인 기계음과 함께 시트가 움직였다. 마치 신체 구조에 맞춰 각도를 조정하듯이. 

- 철컥. 철컥.

단단한 금속 장치가 뻗어 나와, 허리와 목을 단단히 고정했다. 본능이 경고하듯 숨이 멈췄다. 

“오.. 오빠.”

“심박이 빠르네. 긴장하지 말라니까.”

이어 손목과 발목까지 고정된 해인은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도망칠 수 없는 자세. 가운 하나만 걸친 몸이 괜스레 더 노출된 느낌이었다.

“오빠, 이거 진짜.. 괜찮은 거야?”

“응.”

캡슐 내부 조명이 푸른빛으로 변하더니 수많은 케이블이 온몸을 휘감았다. 살아있는 촉수처럼 부드럽게 움직이는 선들은 두께와 모양이 전부 달랐다. 

그중, 몇 개의 케이블이 가운 속을 파고들었다. 쿵쿵쿵, 심장 소리가 더욱더 크게 울렸다. 

“...!”

순간이었다. 케이블 선단에서 끈적한 액체를 뿜어냈다. 점성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투명한 젤이 가운은 물론 온몸을 적셨다. 

“전극 접촉을 위한 전도성 젤이야. 피부 저항을 낮춰야 신호를 읽을 수 있거든.”

거창한 설명이 해인의 귀에 들어올 리 없었다. 몸이 자꾸만 움찔했지만 고정 장치가 움직임을 막았다.

가느다란 두 개의 케이블이 유두를 휘감자, 해인의 숨이 가빠졌다. 이런 검사라곤 예상하지 못했는데, 축축해진 가운 틈이 민망할 정도로 벌어져 버렸다. 

“하.. 하아..”

“괜찮아, 호흡 고르게.”

이번엔 두꺼운 케이블이 허벅지 사이를 파고들며 젤을 뿜어냈다. 두려움, 긴장감, 수치는 물론 몸은 이미 감각의 영역으로 미끄러지고 있었다. 

“하아.. 오.. 오빠.”

“괜찮다니까. 적어도 자격은 있어야 하잖아.”

자격? 반드시 섹스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자격? 

그래서 예민한 부분을 건드리는 거구나. 나는... 천만 원이고 나발이고 백재원 앞에서 창피한 꼴만 당하게 생긴 거구나.

후회해 봤자 이미 늦었다. 지금이라도 자격 미달이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오빠...”

푸른 조명이 짙어지며 캡슐 내부가 깊은 심해처럼 변해버렸다. 

미칠 것 같았다. 누군가가 젖꼭지를 핥는다면 이런 느낌일까. 아무리 참으려 해도 참아지지 않았다. 

허리가 배배 꼬이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은데, 조금도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이 감각을 더 날카롭게 만들었다.

“하.. 하아아.. 이상해.. 오빠..”

“적합 여부 판단, 스타트.”

“...!”

촉수 같은 케이블이 음핵을 부드럽게 쓸어내더니, 또 하나의 케이블이 질구 안을 파고들었다. 파고든 케이블은 여전히 젤을 뿜어내며 부드러운 피스톤을 시작했다. 

이게 뭐야..? 지금 기계 따위한테 내 순결을 바친 거야? 

넣는다는 말은 없었잖아! 적합성 판단 검사라는 말만 했잖아..! 아랫배가 단단하게 긴장하고, 예민함은 자꾸만 증폭됐다. 

“오, 오빠! 하아.. 하지 마..!”

떨리는 목소리로 내지른 신음은 메아리가 되어 돌아올 뿐, 들려오는 대답이 없었다. 

어느새 절반 이상 벗겨진 가운은 가슴은 물론 Y존까지 전부 드러내고 있었다. 

백재원. 임상은 핑계고, 치졸하기 그지없는 변태 짓거리를 원했던 거야? 

“그만.. 그만..! 하아.. 어떡해..”

아무리 애원해도 촉수 같은 케이블들은 멈출 줄을 몰랐다. 자극받은 젖꼭지는 터질 듯이 팽창했고, 클리토리스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짜릿한 요의감을 선사하고 있었다. 

흐릿한 시야로 유리 너머를 바라봤을 때, 그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

모니터를 주시하던 시선이 해인에게 돌아왔다. 

싸늘하게, 너무도 차갑게. 

“거짓말을..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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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에로스피어
“더럽고 치사해서 진짜.” 사직서를 제출했다. 1년 4개월을 다닌 중소기업. 아니, 좆소기업. 비전도 없는 주제에 요구사항은 왜 이리도 많은지, 책상에 앉아 훈수질만 해대는 꼰대들의 집합소와 다름없었고 그 덕분에 주저함 없이 그만둘 수 있었다. 편의점 앞 야외 테이블에서 맥주 2캔에 소주 1병을 벌컥벌컥 마셨다. 청승을 떨기 위해서가 아니라 분을 삭히기 위해서. 이러지 않으면 오늘 밤은 도저히 잠들 수 없을 것 같아서.밤 9시를 넘기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온해인.”오피스텔 앞에 다다른 순간, 커다란 그림자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노란 가로등 불빛에 그의 얼굴이 또렷하게 드러났다. “재원 오빠?”“알아보네.”백재원. 고등학생 시절, 할머니 집에서 하숙을 하던 대학생 오빠. 살갑게 굴며 잘해주긴 했지만, 늘 커다란 안경에 찌질하기 그지없던 자식이 왜 이렇게 멋있어졌지? 풍기는 분위기는 또 왜 이래?안경은 사라졌고 날카롭게 정돈된 턱 선과 단단하게 각 잡힌 어깨가 눈에 들어왔다. 셔츠 위로 드러난 체형도 예전과는 사뭇 달랐다. 더는 헐렁한 후드티 속에 어설프게 숨어 있던 몸이 아닌, 스스로를 지독하게 관리해 온 듯한 남자의 선이었다. 성공했다더니, 역시나 돈이 최고구나. 사람이 이렇게 달라지기도 하는구나.“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그냥, 생각나서.”“아니! 집 주소 말이야.”“그것도 모를까 봐?”둘 사이의 공기가 묘하게 눅눅해졌다. 그의 시선이 해인을 훑었다. 붉게 달아오른 뺨, 헝클어진 머리카락, 술에 젖은 숨결까지 전부 들켜버린 기분.유일한 가족이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오피스텔로 이사 온 게 몇 년 전인데, 설마 넘쳐나는 돈으로 뒷조사라도 한 건가. “왜 온 건데.”재원은 한쪽 입꼬리를 느릿하게 올리며 명함 한 장을 건네주었다. 매끈한 재질, 묵직한 활자.- Erosphere / 연구소장 / 백재원“에로스피어, 알아. 기사에서 봤어.”“퇴사했다며.”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도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 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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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오빠가 해줘
“거짓말을.. 했네?”푸른빛으로 일렁이던 캡슐 조명은 어느새 붉은 경고 빛으로 변해 있었다. 모든 게 들켜버린 순간이었다. 몸은 솔직했다. 말로는 감출 수 있었어도 신경 신호는 거짓을 모른다. 그래프는 적나라했고 반응 파형은 경험이 없는 신체의 정보와 정확히 일치했다. 모든 케이블이 움직임을 멈추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어처구니는 물론 화가 났던 것도 잠시, 해인의 고개가 힘없이 툭 떨어졌다. 처녀라는 사실 하나가 모든 걸 망쳐버렸다니. 이대로 허무하게 끝나버렸다니.“미.. 미안해...”투명 덮개가 열리고 속박 장치도 전부 풀렸지만 해인은 쉽사리 움직이지 못했다. 흐트러진 가운 자락 사이로 가슴이 가쁘게 오르내렸다. 부끄러움과 안도, 그리고 알 수 없는 서운함이 한꺼번에 몰려왔다.“안 들킬 줄 알았어?”“조건에 안 맞으면 탈락이라며..”“응, 넌 이번 임상에 참여할 수 없어.”해인이 고개를 들었다. 이제야 축축한 가운으로 온몸을 가리곤 눈물을 글썽거렸다.“오빠.. 나 이거 해야 돼. 하고 싶어.”“씻고 나와. 데려다줄게.”“오빠..!”냉기만을 뿜어대는 재원의 태도에 해인은 터벅터벅 탈의실로 향해 샤워를 했다.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 거지? 임상에 참여하지 못해서? 아니면 찌질했던 백재원이 날 여자로 보지 않는 것 같아서?샤워기 아래에서 어깨를 움켜쥐었다. 끈적한 젤을 씻어내는 물이 차라리 데일 듯 뜨거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잠시 후, 옷을 갈아입고 나온 해인은 검사실 안에 서 있는 재원을 마주했다. 모니터 불빛이 그의 얼굴을 푸르게 물들이고 있었다. 모든 순간이 쪽팔려 죽겠는데 발걸음은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가자.”“오빠.”“응.”“경험이 없으면 왜 안 되는 건데?”“실험은 기억을 기반으로 설정한 상황을 끝도 없이 구현해. 경험이 없으면 공허한 시뮬레이션이 돼버리잖아."해인이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기억이든 구현이든 시뮬레이션이든 모르겠다. 난, 무조건 천만 원을 벌어야겠다.“그럼.. 오빠가 해주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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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임상계약서
“지금 이 기분 똑똑히 기억해. 이곳에선 매일 느끼고 즐길 수 있으니까.”“아.. 아아.. 하앙, 앙!” 난폭하기 그지없는 피스톤에 자궁구가 터져버릴 지경이었다. 해인의 입에서는 날것 없는 교성만이 터져 나왔다. 이제는 임상이고 뭐고, 오직 제 위에서 허덕이는 수컷, 야생마 같은 백재원의 몸짓에 인형처럼 흔들리고 있을 뿐. “아, 안 돼.. 오빠.. 나 너무 이상해...”질벽이 쫀득하게 수축하며 좆기둥을 쥐어짜기 시작하자 재원의 이마에 핏줄이 돋았다. 커다란 육봉을 머금은 채 활처럼 휜 허리, 새하얗고 탐스러운 몸매. 온해인이 내 침대 위에서 울부짖고 있다니. 재원은 자궁구에 귀두를 딱 붙이곤 뜨거운 욕망을 쏟아냈다. 끈적하고 뜨거운 정액이 자궁안을 가득 채우는 그 감각에 해인은 온몸을 바르르 떨며 절규했다.“하아악...! 뜨거워 오빠..!”“내일 아침엔 사후 피임약이 처방될 거야.”“하.. 하아아...”“그러니까, 이대로 끝낼 필요는 없다는 얘기지.”해인이 잔뜩 붉어진 얼굴로 재원을 올려다봤다. 그 섬뜩한 표정을 본 순간 알아 버렸다. 오늘 밤은 꽤 길다는걸,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란 걸.재원은 차분하게 손을 뻗어 검은 가죽끈 하나를 집어 들고는, 해인의 손목을 꽁꽁 묶어버렸다. 배 위에 올려진 손목 아래, 가느다란 손가락이 꿈틀거렸다.“오.. 오빠..”“맛있어. 맛있어서 재울 수가 없을 정도야.” 왼쪽 발목이 붙잡혀 그의 어깨 위에 걸쳐졌다. 멈춰있던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하자 안쪽에 고여있던 정액이 틈 사이로 흘러나왔다. “아앙.. 아..!”해인 역시 멈추고 싶지 않았다. 이미 거부할 수 없는 쾌락에 굴복한 듯 이성 따윈 불태운지 오래였으니까.하도 빨려 붉어진 젖꼭지는 또다시 그의 입속에 삼켜졌고, 해인이 정신이 나가버린 듯 허리를 비틀고 헐떡이는 반응이 그를 더 미치게 만들었다. 여전히 뜨거운 온해인의 구멍은 쫄깃했다. 좆기둥이 넘나들 때마다 찰박거리는 소리가 민망할 정도로 울려 퍼졌고, 시간이 지날수록 해인의 허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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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커스터마이징
어제와 달리 캡슐 안쪽은 의외로 따뜻했다. 살을 감싸는 온도가 체온과 비슷하게 맞춰진 것 같았다. “심호흡해.”역시나 재원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고, 해인은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희뿌연 연기와 함께 등 쪽이 약간 따끔하더니 눈꺼풀이 스르르 무거워졌다. “마이크로 로봇 투입.”이후부턴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더 이상 아프지도 따갑지도 않았지만 이미 혈관과 신경을 타고 수많은 마이크로 로봇들이 흐르고 있었다. 해인은 그저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어린 시절 비 오는 날의 젖은 운동장 냄새,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파문처럼 스쳤다. 중고등학교 시절의 시끄러운 복도, 처음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자각했던 순간, 설렘에 잠들지 못했던 기억. 부끄러움, 기대, 실망. 꿈이라 느끼는 모든 감정이 통째로 추출되고 있었다.언젠가 이불 속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몸을 알아가던 밤도 마찬가지였다. 그날의 심장 박동, 귀 끝까지 달아오르던 열기, 숨을 참으며 느꼈던 낯선 쾌감은 물론 망설임과 죄책감도 스쳤다.마지막 장면은 백재원의 모습이었다. 침대 위, 매서운 눈매로 자신을 옭아매던 순간들이 짜릿하게 되살아났다. 첫 경험. 자신도 모르게 그 단어가 머릿속에 떠오르던 순간이었다. “아...”캡슐 안, 해인의 입술이 작게 벌어졌다. 몸은 마취되어 움직이지 않았지만 꿈만큼은 이상하게 선명했다.모니터에 그래프가 급격하게 요동쳤다. 감정 반응 수치 상승, 쾌감 회로 활성화, 기억 밀도 최고치. 재원의 입꼬리가 스르륵 올라갔다.“꽤나 짜릿했나 보네. 온해인.”마이크로 로봇이 해마의 시냅스를 스캔하며 해인의 기억들을 데이터화했다. 그건 단순한 영상 복제가 아니었다. 이미지, 감각, 체온, 심박, 호르몬 분비 패턴까지. 해인이 느꼈던 강도가 그대로 추출되었다. “OK, 장치 세팅.”케이블이 온몸을 휘감으며 가운이 벌어졌다. 케이블 선단은 오늘도 액체를 뿜어냈지만, 어제처럼 끈적함과 다른, 부드럽고 밀도 있는 크림 제형. 물론 해인은 이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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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첫 번째 시나리오
[온해인 님은 지금, 아바타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너는 너무 노골적이야.”[익숙해지셔야 합니다. 당신은 늘 저의 도움이 필요하니까요.]“늘?”[네, 그렇습니다. 현재 온해인 님의 아바타에는 가장 중요한 설정이 남아있습니다.]“뭐야? 아직 끝난 게 아니야?”[지금부터 음부 설정 창으로 전환됩니다.]화면 구성이 단숨에 바뀌었다. 음부 중심이 확대되며 시야를 가득 채웠다. 젠장, 뭐가 이렇게 민망하냐고. 현실에선 거울로도 이렇게 들여다본 적이 없는데. 적나라한 모습에 손끝이 잠시 망설였지만, 색상부터 설정했다. 젖꼭지와 같은 여리여리한 핑크 톤. 슬라이더를 움직일수록 화면 속 살결이 부드럽게 물들었다. I자로 꼭 닫힌 질구는 크기를 조금 더 줄였다. 즉각 경고 창이 떠올랐다.[온해인 님의 질 입구는 크기는 현재도 평균 이하입니다. 추가 축소 시 통증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멈칫, 욕심이 좀 과했나? 크기는 더 이상 줄이지 않되, 소음순 모양을 매끄럽게 다듬었다. 윤곽선이 부드럽게 정리되고 나니 처음으로 자신의 음부가 아름다워 보이는 순간이었다.그러다 클리토리스에서 또 한 번 멈칫. 왜 이렇게 안쪽에 숨어 있는 모양인 거지? 크기를 확대하자 전반적인 실루엣이 작은 w모양을 그렸다. 이상하게 만족감이 몰려왔다.“다 된 것 같은데?”[민감도 설정이 남았습니다. 민감도는 유두와 음부가 동일하게 설정됩니다. 10~90 사이로 설정해 주세요.]민감도? 나름 실험인데 이왕이면 잘 느끼는 게 좋지 않겠어? 주저 없이 90에 맞추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경고 창이 떠올랐다.[현재 온해인 님의 데이터 기록상, 권장 수치는 50입니다.]“왜?”[과도한 민감도는 자극 과부하 및 통증 전환 가능성을 증가시킵니다. 감각 동기화 환경에서는 체감 강도가 현실 대비 증폭됩니다.]흠, 그래도 50이라니. 그건 너무 무난하지 않나. 아바타는 이렇게 다듬어 놓고, 가장 중요한 민감도를 평균치에 두긴 싫었다. 수치를 70에 맞추자, 경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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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발칙한 제자
해인의 눈이 번쩍 뜨였다. 눈앞에 드러난 공간은 기억 속 체육관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 아니, 닮았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현실과 복제본을 나란히 세워둔다 해도 구분하지 못할 정도.천장에 길게 늘어진 형광등, 벽면에 걸린 퇴색한 교기, 한쪽에 접혀 쌓인 매트. 심지어 코끝을 스치는 묵은 먼지 냄새까지 그대로였다.조심스레 발걸음을 떼어 걸어보았다. 학창 시절, 체육관 나무 바닥을 거닐던 그 감각이었다.‘와 씨, 이게 진짜 가상현실이라고?’손등을 쓰다듬고 볼도 꼬집어봤다. 느껴지는 모든 감각이 이토록 생생한데, 이미 가상 현실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최대한 호흡을 가다듬었다.‘이건 다 가짜야. 난 지금.. 고성능 VR을 체험 중일뿐이라고.’시선을 내리자마자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고1 여름방학. 그 시절 자주도 입고 다니던 옷차림이 그대로. 크림색 A라인 미니 원피스, 허벅지를 스치듯 가볍게 퍼지는 얇은 원,. 발등을 감싸는 커다란 리본 장식 슬리퍼까지.원피스 자락을 매만지자, 부드러운 섬유의 질감이 부드럽게 감겼다. 살결을 따라 스치는 촉감, 공기를 머금은 얇은 천의 가벼움까지 생생했다. 그 순간,“해인아.”너무도 그리웠던 목소리에 뒤를 돌았다. 8년 만에 마주한 동석 쌤. 그레이 빛 반팔 T 셔츠, 같은 톤의 트레이닝팬츠, 하얀 운동화, 여름 햇살을 받아 까무잡잡한 피부에 무심한 듯 다정하게 휘어지는 눈매.상황은 고1이지만, 지금의 정신은 온전한 스물다섯이다. 어른이 된 시선으로 바라보니 모든 게 또렷했다. 그때 왜 그렇게 애가 탔는지, 왜 그렇게 시선을 피했었는지.‘지금 봐도 멋있네.’동석이 해인을 향해 다가왔다. 체육관 창문 사이로 들어온 빛이 그의 어깨선을 스쳤다.“해인아?” “쌤! 오랜만이에요!”목소리가 한 톤 높아졌다. 반가움과 들뜸이 섞인 딱 그 시절의 톤. 동석이 피식 웃었다.“방학한 지 일주일도 안 됐는데?” “그래도요. 일주일이면 엄청 긴 거죠.”둘 사이의 거리가 눈에 띄게 좁혀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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