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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4화

작가: 손이영
어둠 속을 가르며 내리친 한 줄기의 번개처럼 임혜린은 한이준의 메마른 세계를 벼락처럼 쪼개며 들어왔다.

사막을 몇 년이고 떠돌던 사람의 눈앞에 끝도 없이 펼쳐진 오아시스가 나타난 것처럼 믿을 수 없는 현실로 다가왔다.

마치 간절한 신도처럼 한이준은 임혜린의 어깨를 움켜쥔 채 다급히 물었다.

“방금, 뭐라고 했어? 혜린아, 다시 말해줘. 잘 못 들었어.”

임혜린은 흔들림에 어지러워 눈을 질끈 감았다.

“좀 그만 흔들어요. 어지러워요.”

하지만 한이준은 손을 놓지 않았다.

“제발, 다시 한번만 말해줘. 이해가 안 돼. 제대로 듣고 싶어. 분명하게 말해줘.”

임혜린은 깊이 숨을 들이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예전에 당신을 좋아했었어요. 하지만 당신은...”

한이준은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거짓말 아니지? 정말이지? 네가 좋아했던 사람은 허도현이라며, 어릴 때부터 줄곧 그 사람만 따라다녔잖아. 마음속에 두 사람을 동시에 품을 수는 없는 거잖아.”

한이준의 손에 계속 흔들리던 임혜린은 결국 그를 밀쳐냈다.

“그만 좀 해요. 이미 말했잖아요. 예전에 내가 좋아했던 사람은 당신이었다고. 믿든 말든 알아서 해요. 어차피 내가 뭐라고 하든 당신은 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거잖아요.”

그녀는 다시 깊은숨을 내쉬며 단호히 말했다.

“더는 당신이랑 이렇게 얽히고 싶지 않아요. 아이 양육권 주겠다고 했잖아요. 대신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아이를 볼 수 있게 해줘요. 부탁이에요. 만약 그걸 거절하겠다면 정말 죽는 한이 있어도 물러서지 않을 거예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몸은 한이준의 품 안으로 휘말리듯 끌려 들어갔다.

마치 세상에 남은 마지막 샘물을 끌어안은 사람처럼 그는 필사적으로 그녀를 놓지 않았다. 애써 참아왔던 눈물이 쉴 틈도 없이 쏟아져 내렸다.

“거짓말 아니라는 거지? 제발, 한 번만 더 말해줘. 거짓말 아닌 거, 맞지?”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그는 늘 임혜린의 마음속엔 허도현만 있다고 믿어왔다. 질투 때문에 미쳐버릴 것만 같았고 때로는 허도현을 없애버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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