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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Author: 손이영
유하령은 노크하면서 웃으며 말했다.

“분명 나은별 씨는 아닐 거예요. 오늘 나은별 씨랑 만났었거든요. 삼촌, 언제부터 집안에 여자 숨기는 취미가 생기신 거예요? 얼른 나오세요. 우리 아빠가 아직도 삼촌 기다리고 계시잖아요.”

온다연은 더욱 긴장해졌다. 버둥거리며 유강후의 몸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조금 화가 난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유하령, 자꾸 선을 넘는구나.”

유리방이라 방음은 그다지 잘 안 되었다. 유강후의 분노가 섞인 차가운 목소리는 그대로 유하령의 귀에 흘러 들어갔다.

유강후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던 유하령은 또 한 번 간 크게 기어오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삼촌, 빨리 나오세요. 상의할 것이 있다고요.”

말을 마친 후 방 문 앞에서 사라졌다.

유강후는 일어나 옷을 입었다. 안고 있던 온다연만 의자에 홀로 남겨둔 채 허리를 굽혀 이마에 뽀뽀했다. 그제야 그는 온다연의 이마는 이미 축축할 정도로 땀이 나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손바닥도 축축했다.

그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휴지를 뽑아 이마와 손바닥을 세심하게 닦아주었다.

“다연아, 예전에는 몰랐는데...”

“삼촌!”

순간 온다연이 갑자기 말허리를 잘랐다. 뒷말을 듣고 싶지 않은 모양새였다.

“전 예전에 대해 듣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제발 제가 여기 있다는 거 그 사람들한테 알리지 말아요.”

유강후는 그윽하게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손을 들어 그녀의 입술을 쓸면서 다소 차가움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사람들도 언젠가는 알게 될 거야.”

온다연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가 풀면서 유강후를 쳐다보았다.

“삼촌, 나은별 씨랑은 언제 약혼해요?”

유강후의 손이 멈추었다. 순간 그녀의 턱을 잡아 올렸다.

“온다연, 혹시 그날만 기다리고 있는 거야?”

온다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시선을 내리깐 채 그의 두 눈을 피했다.

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접었다. 목소리에선 쌀쌀함이 느껴졌다.

“다연아, 그날만 손꼽아 기다린대도 소용없어.”

온다연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부드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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