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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작가: 맑은 물결 한 자락
타나오윤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나를 거칠게 밀쳐 냈다.

“죽는 것은 네게 너무 쉬운 벌이다. 진하선, 짐은 네가 살아서 평생 고통받기를 바란다!”

그는 다시 달여 온 탕약 한 사발을 내밀었다.

지독하게 쓰고 비린내까지 나는 약이었다.

지난 세월 동안 이런 약을 대체 몇 사발이나 마셨는지 이제는 셀 수도 없었다.

타나오윤은 내가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정말 죽어 버리는 것은 원치 않았지만, 그렇다고 편히 살게 둘 생각도 없었다.

나는 약사발을 받아 들고 그의 앞에서 단숨에 들이켰다.

타나오윤의 눈빛이 묘하게 흔들렸다.

예전의 나는 쓴 것을 몹시 싫어했다.

그가 처음 이 약을 가져왔을 때도 마시기 싫다며 사발을 엎어 버릴 만큼 고집을 부렸다.

그래서 그 뒤로는 매번 타나오윤이 억지로 내 입을 벌려 약을 들이부어야 했다.

“진하선, 네가 앞으로도 이처럼 고분고분하게 군다면 짐도 어디 한번 생각해 보마...”

타나오윤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고개를 돌렸다.

“그 아이에게 비석 하나쯤은 세워 주는 것을.”

그 말에 속눈썹이 살짝 떨렸다.

그 아이는 분명 타나오윤의 아이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아이의 무덤에 비석 하나 세우는 일조차 마지못해 베푸는 은혜인 듯 말하고 있었다.

“오늘은 마당에 꿇어앉아 네 잘못을 뉘우치거라. 네 탓에 황후가 놀라고 뱃속 아이까지 위험해졌으니, 그에 대한 벌이다.”

오후의 햇살은 살갗을 태울 듯 독했다.

햇볕을 고스란히 받은 청석은 불덩이처럼 달아올라 있었다.

나는 마당 한가운데 무릎을 꿇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무릎의 상처가 다시 벌어지며 피가 배어 나왔다. 어느새 치맛자락까지 피에 젖어 살갗에 들러붙었다.

지나가던 궁녀들은 일부러 빗자루질을 하며 먼지를 내 쪽으로 쓸어 보냈다.

이때 누군가 낮게 비웃었다.

“저 꼴 좀 보아라. 지금 저 모습을 보고 누가 한때 도성에서 이름을 날리던 미인이라 믿겠어?”

다른 궁녀도 곧장 맞장구쳤다.

“미색도 총애를 잃으면 다 소용없는 법이지. 폐하께서는 이제 눈길 한 번 주는 것조차 싫어하신다잖아.”

한낮이 깊어갈 즈음, 밖에서 별안간 늑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며칠 전 신은수의 생일 연회에서 한 수인족 장수가 서주(西洲)의 새끼 늑대를 선물로 바친 일이 있었다.

늑대는 본디 피 냄새를 좋아한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이미 늦었다.

날렵한 그림자 하나가 곧장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새끼 늑대였지만, 이빨만큼은 벌써 날카로웠다.

마치 작은 칼날이 촘촘히 박힌 듯했다.

나는 반사적으로 팔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그러자 놈이 내 팔뚝을 덥석 물더니, 살점 한 조각을 그대로 뜯어 냈다.

피가 사방으로 튀어 복사꽃잎 위로 후드득 떨어졌다.

주변의 궁인들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지만, 누구 하나 나서서 늑대를 떼어 놓으려 하지 않았다.

신은수가 뒤늦게 놀란 척 달려와 말렸을 때는 이미 내 몸 곳곳에서 살점이 뜯겨 나간 뒤였다.

신은수는 늑대를 불러들인 뒤, 짐짓 죄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폐하께 이제 막 짐승 다루는 법을 배운 터라 아직 손에 익지 않았네. 그만 동생을 다치게 했으니 이를 어쩌나. 참 미안하게 되었네.”

“마마, 마마께서는 지체 높으신 황후이시옵니다. 어찌 저런 천한 계집에게 사과까지 하시옵니까? 설령 저 계집이 짐승에게 물어뜯겨 죽는다 한들, 폐하께서는 마마를 나무라실 리가 없사옵니다.”

신은수의 곁에 있던 궁녀가 못마땅하다는 듯 거들었다.

목소리는 바로 곁에서 들리는데도 한없이 멀게만 느껴졌다.

눈앞은 온통 핏빛으로 흐려져 아무것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소리마저 희미하게 멀어졌다.

문득 아바마마께서도 늑대에게 물려 돌아가셨던 일이 떠올랐다.

그날 아바마마를 덮친 늑대는 몸집이 워낙 커서 사람의 머리쯤은 단숨에 물어뜯을 수 있을 정도였다.

온몸이 걷잡을 수 없이 떨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조금도 아프지 않았다.

“진하선?”

“영안아, 영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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